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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용사가 마왕을 기르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작뚜
작품등록일 :
2022.10.31 08:23
최근연재일 :
2022.11.19 12:05
연재수 :
46 회
조회수 :
912
추천수 :
24
글자수 :
238,276

작성
22.11.01 08:52
조회
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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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글자
11쪽

3화

DUMMY

“흐음.. 그래서 살려 두기로 했다?”

“그래.”


레이첼이 아주 조금 손을 쓴 것으로 먼지는 죄다 날아가 버린 응접실에서,

노아는 레이첼에게 그간 있었던 일을 설명한 참이었다.


그가 말을 하는 동안 하고 싶은 말이 꽤 많았는지 레이첼의 입은 몇 번이나 움찔거리긴 했으나.

한참을 듣기만 하다가 이제야 처음으로 레이첼이 질문을 한 순간이었는데,

저 질문을 끝으로 그녀가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초조해진 것은 오히려 노아 쪽이었다.


“받아들이긴 어려울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단순하게 생각하면..”

“잠깐만. 생각 중이야.”

“...”


그리고 노아가 초조한 이유는 한 가지가 더 있었는데,

아무래도 셀에게 진실을 다 말하기엔 너무 이르다는 생각에 억지로 응접실 밖에 둔 셀이 무슨 사고를 치지는 않을까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


“..그러니까, 마왕이 이젠 마왕이 아니라서 못 죽였다는 말이잖아.”

“그렇지.”

“하아..”


깊은 한숨 속에 온갖 생각이 들어차 있는 게 느껴졌기에.

노아는 레이첼에게 더 시간이 필요할 거라는 판단에 조용히 그녀의 결론을 기다렸다.


“그러면.. 문제가 복잡해지는데.”

“나도 알아. 셀이 위험하지 않다는 걸 어떻게 설득해야..”

“아니, 나는 더 복잡한 문제를 말하는 거야.”


마왕이 위험하지 않다는 걸 설득시키는 것 이상으로 복잡한 문제라니.

노아가 이해하지 못했다는 표정을 짓자,

레이첼이 식탁을 손가락으로 두드리다 말고 조금은 책망하는 투로 물었다.


“힐린이 잡혀갔어. 거래 조건 불충분이래. 너도 알지? 마왕이 없어져야 힐린의 죄를 없애주겠다고 했던 거.”

“아.. 설마.”

“1년 반 전에 네가 그딴 식으로..”


이때 레이첼이 눈을 번득이면서 노아를 눈빛으로 쏘아봤다가,

바로 이어서 설명했다.


“..돌려보내자마자 나는 내가 전이되기 전 광경을 그대로 알렸고, 한동안은 다들 마왕이 죽은 줄 알고 있었어. 그래서 힐린도 풀려나는 줄 알았고, 사실은 너를 데리러 올 때 힐린이랑 하인즈도 같이 오려고 했다고. 그런데 대체 무슨 정보를 들은 건지 갑자기 어제 힐린을 잡아갔다고 하는 거야. 그런데 지금 보니까..”


거짓 정보는 아니어서 더 문제라는 말을 끝으로.

레이첼은 이젠 미간까지 찌푸리고는 식탁에 있는 흠집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물론 그녀의 머릿속은 흠집을 어떻게 하려는 게 아니라 셀을 어떻게 해야 하느냐로 가득 차 있었지만 말이다.


“그렇다고..”

“아, 물론 나도 네 선택이 잘못됐다고 하는 건 아니야. 심지어 일리오스님이 보증했다며.”

“그건 그렇지.”


물론 노아를 제외한 다른 이들이 일리오스를 보는 시선과 노아가 일리오스를 보는 시선은 굉장히 다르긴 했지만.

지금은 노아에게 들러붙어 이것저것 참견하는 일리오스의 실체는 그리 도움이 되지 않는 게 분명했다.


“문제는.. 네 말을 증명하는 건 신전에 가서 어떻게 해결 된다 쳐도, 힐린을 잡아간 제국 놈들이 거래 조건을 바꾸지는 않을 거라는 거야.”

“원래부터도 힐린을 죽이려고 혈안이 됐던 놈들이니까.”

“애초에 힐린이 잠시 풀려났던 건 ‘마왕 토벌’이라는, 녀석들도 어쩌지 못하는 대의가 있어서 가능했던 거였어. 그런데, 하..”


그렇다고 하더라도.

이미 결정을 내린 노아의 입장에선, 이제 와서 셀을 어떻게 한다는 건 애초에 선택지에 있지도 않았다.


“그럼 어쩔 수 없지. 제국 놈들을..”

“다 없애버리겠다고? 퍽이나 가능하겠다.”


그때 식량 도둑도 제대로 공격 못한 주제에, 라며 코웃음 친 레이첼은,

노아가 뭐라고 반박하기도 전에 어깨를 으쓱하곤 중얼거렸다.


“하기야 굳이 피 볼 상황은 아니긴 했지.”

“크흠, 내가 뭐 언제 없앤다고 했나. 어쨌든 너도 어떻게 못하는 상황이라는 거지?”


당시 식량 도둑을 맨손으로 몰아붙였던 상황을 떠올린 노아는 헛기침을 하곤 물어봤는데.

그에 레이첼이 인상을 팍 구기곤 이까지 아득, 갈았다.


“어제 힐린이 그렇게 끌려갔다는 얘기 듣자마자 제국에 사람을 보내긴 했는데, 시간 끄는 게 최선일 것 같고.”


너도 알겠지만 말로 통하는 녀석들이 아니잖아, 라고 말한 뒤.

레이첼이 문득 몸을 돌려 응접실 문 쪽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셀..이라고 했나? 저대로 두면 안 될 것 같은데.”


저러다 문을 부숴도 본래 마왕의 건물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뭐라 할 사람은 없겠지만.


그래도 아까 레이첼을 만나기 전의 심상찮은 표정을 감안하면 그 이상의 일이 일어날 수도 있기에.

노아는 더 지체하지 않고 문을 열었다.

그런데.


“아빠! 무슨 얘길 이렇게 오래 해?”

“..아빠?”


‘마왕이 살아있었고, 그 마왕과 사이가 좋아 보이는 동료’라는 사실보다 더 충격이었는지.

셀이 소리 친 아빠라는 말에,

레이첼이 보기 드물게 쩍 벌린 입을 가릴 생각도 못하고 얼어붙었다.


“왜.. 아니, 어..”


누가 봐도 설명을 요하는 표정에.

노아는 자신이 시킨 게 아니라고 말하려 했으나,

레이첼이 먼저 더듬더듬 추측을 뱉었다.


“진짜 그렇게.. 믿고 있는 거야?”


나름 신경을 쓰긴 한 건지.

노아만 들릴 정도로 작게 물었으나,

보통 아이라곤 볼 수 없는 셀이 그 작은 소리를 기똥차게 주워듣고는 당당하게 외쳤다.


“당연히 아빠는 아빠지! 왜 아빠가 아빠냐면, 어.. 그쪽은 모르는 아빠랑 나만의 비밀이야.”

“그쪽이라니.. 비밀은 또 뭐고?”


다시 한 번 설명을 요하는 표정이었지만.

이번엔 의구심이 좀 섞인 레이첼의 얼굴은 잠시 뒤로 하고.

노아는 이러면 다시 안 떨어질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 우악스럽게 매달리는 셀을 목마를 태우고 나서야 진정시킬 수 있었다.


“고생이다, 참.”


그런 그를 보고 일순 동정어린 기색을 비친 레이첼은,

정말 대단한 비밀이라도 되는 양 득의양양한 채 목마를 타고 있는 셀을 보고 표정이 이상하게 움찔거렸다.

아무래도 그녀가 알던 마왕과의 괴리감 탓이 커서 그런 것 같았는데,

레이첼이 이상한 표정을 지을수록 본인이 이겼다고 생각하는 것인지 셀은 바로 얼마 전에 마스터한 팔짱을 끼는 것까지 보이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 밑에서 셀에게 보이지 않게 살짝 한숨을 내쉬는 노아의 모습이 어째 어디서 본 것 같다고 여겨졌을 때.

레이첼은 그 기시감의 이유를 깨닫고는 순간 심각한 어조로 물었다.


“잠깐. 혹시 꿈에..”


말하다 말고.

본인이 말하려는 내용의 허무맹랑함을 깨달은 레이첼이 말꼬리를 흐렸는데,

노아가 물어보건 말건.

레이첼은 어색한 미소로 잠시 착각했다고 얼버무려버리곤 급한 게 떠올랐다는 듯 말을 돌렸다.


“참, 빨리 짐 챙겨. 돌아가야지.”

“아, 그러게.”

“돌아간다니?”


그때 셀이 노아의 정수리에 대고 물은 말에 노아가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다.


“이 섬 밖에 집이 있거든. 거기 간다고. 힐린.. 아빠 친구도 빼와야 되고 말이야.”

“빼온다니, 애 앞에서 쓸 말인가.. 아니, 애라고 봐야하는 건지도 모르겠네.”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레이첼은 무시하고.

노아가 셀을 목마태운 그대로 문으로 향하자,

셀이 다짜고짜 노아의 머리를 꽉 움켜쥐며 소리 질렀다.


“여기 밖으로 나가는 거야?!”

“아야! 셀!”

“죽음의 숲보다 더 멀리? 진짜?”

“죽음의 숲은 또 뭐야?”

“그런 게 있어. 셀, 일단 머리 좀 놔봐!”


잠시 혼란스러운 상황을 정리하고.


잔뜩 흥분한 셀에게 가서 짐을 챙기라고 시킨 뒤.

노아는 레이첼에게 그간 그가 셀을 어떻게 길러왔는지 설명했다.

그들이 이런 외딴 섬에서 둘만 사는 이유는 섬 밖이 너무 위험해서고,

받아들이기엔 너무 어린 나이라는 걸 생각해 그녀의 전신인 마왕에 대해선 전혀 알려주지 않았으며,

비슷한 이유로 그녀의 힘도 써선 안 된다고 가르쳐왔다는 것 등등을 말이다.


“..어쩔 수 없었어. 나도 엄청 혼란스러운데 셀한테 모든 걸 다 사실대로 알려줄 순 없었으니까.”

“하지만..”


그런 그의 양육방식이 옳지 않다고 생각한 것인지 레이첼이 걱정이 조금 섞인 나무라는 듯 한 표정으로 뭔가 말하려 했으나.

그것에 대해 레이첼보다도 많은 기간을 고민해온 노아가 딱 잘라 말했다.


“셀이 태어난 지 1년하고도 반년 밖에 안 됐어. 모든 걸 알려주는 게 무조건 능사는 아니라고 봐. 적어도 지금은.”

“그건 동의하지만, 그렇다고 셀이 가진 능력이 사라지는 건 아니잖아. 뭣보다 셀은 지금도 적어도 대여섯살은 돼 보인다고. 그런 식으로 얼버무릴 수 있는 것도 얼마 못 갈 거야.”

“알아. 안 그래도 그것 때문에 걱정하고 있고.”


언젠가 섬을 나가야 하고, 그게 늦어도 2년이라는 것을 감안해 이제 조금씩 셀에게 힘을 조절하는 법을 알려줄 셈이었던 노아가 일순 기가 찬다는 듯이 콧바람을 뿜고는 중얼거렸다.


“네가 이렇게 빨리 올 거라곤 예상 못했거든. 난 빨라도 앞으로 세 달은 더 걸릴 줄 알았는데.”

“설마 지금 내 탓하는 건 아니지?”

“아니, 그 뜻이 아니라.. 솔직히 너도 엄청 빠르게 왔다는 건 인정할 거 아냐.”

“뭐, 그야..”


순간 스크롤 담당자와 그 팀원들의 피골이 상접한 모습을 떠올린 레이첼이 어깨를 으쓱하곤 아주 잠시 생겼던 죄책감을 떨쳐버렸다.


“그래, 그건 인정할게. 어쨌든 셀이 따르는 건 너니까, 네가 잘 기르겠지 뭐.”


셀의 양육방식에 대해선 본인이 건드릴 영역이 아니란 생각에.

아니, 그보단 귀찮은 일에 말리기 싫다는 생각에.

레이첼이 거리를 두려고 하자,


“무슨 소리야.”

“..?”


갑자기 노아가 무슨 꿍꿍이가 있는 사람처럼 씩, 웃었다.

그에 레이첼이 반사적으로 미간을 찌푸렸는데,

그가 저런 표정을 지을 때면 항상 그녀에게 귀찮은 일이 생겼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그 예측은 빗나가지 않았다.


“내가 마법 쪽은 영 아니라서 말인데, 셀한테 마법 좀 가르쳐 줘.”

“너 지금 누구한테 그런 부탁하고 있는 건지는 알고 있는 거지?”

“어.”

“제정신이야?”


하지만 레이첼이 다소 과격한 단어로 신랄하게 되물어봤자,

이미 노아의 마음은 정해져 있었다.

애초에 선택지도 이것뿐이고 말이다.


“너 아니면 가르칠 사람이 있긴 하겠어? 셀의 잠재력은 마왕이라고.”

“...”


그거에 관해선 정말 할 말이 없긴 했다.

물론 애초에 뭘 어떻게 해야 마왕한테 뭔가 가르쳐야 하는 일이 생길 수나 있는지 의문이었지만.


결국.


“..진짜 내가 해?”


속으로 이것저것 재던 레이첼이 체념한 목소리로 재차 확인했다.


“셀이 어떻게 되도 난 모른다?”


물론 최악의 상황이 생겼을 때 레이첼이 정말 나몰라라하진 않겠지만.

어쨌든 그런 상황까지도 각오해야한다는 것을 확인하려하자,

노아가 잠시도 망설이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 부탁할게.”

“하..”


그에 아주 잠시 한숨을 쉰 레이첼이, 문득 그처럼 장난기가 어린 미소를 짓고 킥킥거렸다.


“용사랑 용사 동료가 마왕을 가르친다니. 목표를 신으로 잡아도 되겠네.”


당연히 농담이 섞인 말이었지만.

그에 노아가 억지로 웃음기를 지우고 일부러 심각한 일인 것처럼 중얼거렸다.


“역사에 다시없을 업적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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