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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4558_chldmswl1 995 님의 서재입니다.

용사가 마왕을 기르는 법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작뚜
작품등록일 :
2022.10.31 08:23
최근연재일 :
2022.11.19 12:05
연재수 :
46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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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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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
글자수 :
238,276

작성
22.11.01 0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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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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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글자
12쪽

2화

DUMMY

다음 날.


“나 나가고 싶어.”


둘이 쓰기엔 과하게 넓은 먼지가 쌓인 응접실에서,

마찬가지로 과하게 넓은 식탁에 노아와 어린 여자아이만 앉아 밥을 먹는 와중.

아이가 애꿎은 감자조림의 감자를 푹푹 찔러 쪼개며 투덜거렸다.


“아직도 밖이 위험해서 못 나가게 하는 거야?”

“어.”


노아는 시선을 슬쩍 돌리며, 속으로 ‘너 말고 다른 것들이.’ 라고 중얼거리곤,

애써 친절한 미소와 목소리를 꾸며내어 화제를 돌렸다.


“그거 다 먹으면 산책은 시켜줄게.”


그건 누가 보더라도 아이의 비위를 맞추기 위함이 분명한 행동이었는데,

다행히 목적대로 걸려든 아이가 눈을 반짝이면서 작은 손을 꽉 쥐고 되물었다.


“진짜? 아빠도 같이?!”

“..그래.”


같이 지낸지 1년도 더 넘었지만.

아직도 아빠라는 호칭이 거북한 노아가 반사적으로 멈칫했다가 천천히 대답했다.


누군들 안 이럴 수 있을까.

자신의 자식도 아니고, 더더군다나 상대가 목숨을 걸고 싸웠던 ‘마왕’이라면 말이다.


하지만 노아의 점점 거북해지는 표정이 단순히 산책에서 기인한 것이라 판단한 아이는 잠시 고민하다가 머뭇머뭇 말했다.


“이번엔.. 어디까지 갈 수 있어? 죽음의 숲은.. 안되겠지?”


아이가 말한 ‘죽음의 숲’이라는 것은 본래 마왕이 기분이 안 좋을 때 가볍게 마실을 나갔던 ‘진짜’ 산책로였다는 것을 떠올린 노아가 다시 한 번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은 미소를 삐뚜름하게 지었다.


‘성 밖에 못 나가게 하려고 일부러 다 무서운 이름으로 바꿔서 알려줬는데.’


아무래도 바깥에 대한 아이의 호기심을 막기엔 단순히 이름을 바꾸는 것으론 부족했던 것 같다.


“거기까지 가면 앞으로 나가고 싶다는 말 안 할 거야?”

“으으..”


절대 그럴 리 없다는 걸 노아도 알고, 아이 자신도 자각하고 있었기에.

이를 귀엽게 앙 물곤 주먹을 꼭 쥔 채 갈등에 빠진 아이에게,

노아는 짐짓 엄격한 표정을 짓고는 다시 물었다.


“셀?”


마왕의 본명이 셀리언 진 자카르트 피렐 칠렌트 2세라,

앞만 따서 셀이라 부르곤 있지만.

자신의 본명은 물론이고 본래 어떤 존재였는지조차 잊어버린 셀은 끝끝내 기어들어갈 것 같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하루 동안은..”

“안 돼. 일주일.”

“일주일?! 너무 길어!”


진심으로 길다고 생각한 셀이 억울함을 가득 담아 호소했다.


“어린이한테 일주일이 얼마나 긴 줄 알아? 나는 하루가 다르게 쑥쑥 크고 있다고! 일주일이면 이 식탁만큼 커질지도 몰라!”

“...”


솔직히, 셀의 말은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2년도 안 지났는데 5살 정도는 되는 발육에, 지적 수준은 5살을 진작에 넘어선 터였으니까.

물론 본래 마왕의 키를 생각한다면 셀이 많이 커봤자 이 식탁만큼 자라진 않겠지만.


“식탁만큼 커지면 내가 목마도 못 태워 주겠네. 그럼 그 땐 밖에 내다보기만 해도 죽음의 숲이 보일 테니까 좋겠네, 셀?”

“으으..! 목마 좋아! 아빠가 계속 해줬으면 좋겠으니까 나 이제 안 자랄래.”

“그럼 책 꺼낼 때마다 계속 꼬마계단 써야 되는데도?”

“그것도 싫어! ..그냥 아빠만큼만 자랄래.”

“그래, 그럼.”

“어쨌든! 이거 다 먹으면 산책 가는 거지?”


그렇게 셀이 기간은 흐지부지 넘기고 감자조림을 입에 쑤셔 넣는 사이.

노아가 잊지 않고 쐐기를 박았다.


“일주일이야.”

“흐우..”


실망하는 표정이 치명적이게 귀엽긴 했던 터라,

노아는 오히려 자기합리화를 할 지경이었다.


‘어째 놀리는 게 점점 더 재밌.. 아니, 마왕 상대로 이러는 것도 이상하잖아.’

“아니, 적이니까 오히려 이러는 게 맞는 건가 싶기도..”

“아빠?”

“아, 잠깐 생각 좀 하느라고.”


문제는 이런 고민을 1년 반 동안 질질 끌고 있다는 점이다.

노아는 용사, 셀리언 2세는 마왕.

그리고 셀은 재구축된..


‘마왕이라고 봐야 하는 건지 아직도 판단이 안 서.’


객관적으로 보면.

셀의 성장세는 굉장히 비이상적이고, 그만큼 위협이 되는 게 사실이다.

태어난(?) 순간부터 울음소리에 마나를 실어 벽을 폭파할 수 있는 수준이었으니.


그나마 다행이라면 셀이 노아를 아빠라고 독단적으로 판단한 직후부터 노아의 말이라면 절대적으로 맹신한다는 점에 있었다.

그래서 노아는 셀을 죽이는 것이 아닌, 마법이라던가 검술 등등을 최대한 배제시킨 상태로 ‘키웠’다.


사실, 아무리 마왕이었다 하더라도 갓난아기를 죽인다는 건 노아에게 불가능한 일이었고.

더더군다나 일리오스의 말에 따르면 셀은 마왕의 능력만 받았을 뿐,

마왕 본인은 아니라고 봐야한다는 게 노아에게 큰 갈등을 낳게 한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셀은 아무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는데 미래에 있을지도 모를 위험을 미리 제거한다는 명목하게 죽이라는 말이었으니.


[그래서 아직도 고민 중인가?]

‘사실..’


생각을 전하다 말고 끝을 흐린 노아에게.

오히려 일리오스가 덤덤하게 말을 받았다.


[이미 결정은 내렸겠지. 지금 네가 고민하는 이유는 그로인해 생길 파장 때문이 아닌가?]

‘그것도 있지만, 동시에 이게 옳은 결정인지 아직도 확신이 안 서서 그래.’

[그거라면 걱정 말아라.]

‘..?’

[너는 내가 선택한 용사이니 그릇된 판단을 할 리가 없지. 네가 잘못했다는 건 내가 잘못했다는 말인데, 그럴 일은 없으니 말이야.]

‘..독불장군이 이상한 신념을 갖고 하는 말 같은데.’

[어쨌든 하나 확실한 건, 네가 간단한 길을 굉장히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는 점이겠군.]

‘그거야 이미 각오한 바고.’

[그럼 결정되지 않았나.]

“...”


매번 와서 농담만 뿌리고 가는 주제에 이런 얘기를 하다니.

나름 그를 도우러 온 건가 싶어,

일리오스가 신이라는 것은 둘째 치고.

무의식적으로 도움이 되긴 하는 걸지도, 라고 생각하자마자.


[당연하지! 나는 이 세계에 가장 많은 신도를 거느리고 있는, 가장 위대한 신이란 말이다. 나는 네가 상상도 할 수 없는 권위와 능력으로 누구도 누릴 수 없는 부귀영화를 안겨줄 수 있다는 말이지. 나를 진실로 믿고 공경하기만 한다면..]

‘역시 그냥 다단계업자.. 아니, 사이비 교주 같은데.’


노아가 기대감이 식은, 조금은 귀찮다는 표정을 짓는 사이.

셀이 뜻밖의 말을 중얼거렸다.


“거기, 누구야?”

“뭐?”


자신 쪽을 보고 한 질문에 노아가 반사적으로 경계태세를 갖추고 뒤를 돌아보았지만.

당연하게도 뒤엔 아무도 없었다.


애초에 용사인 노아와 동료들도 스크롤이 없으면 들어올 수 없는 이곳에 누가 있겠느냔 말이다.


하지만 셀은 정말 뭐가 보이기라도 하는 건지,

이젠 눈을 가늘게 뜨고 노아의 어깨쯤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면 안 보이는 것도 보이기라도 하는 것처럼.


“으.. 잘 안 보여.”


이제 셀은 눈을 벅벅 문지르곤 다시 노아의 어깨쯤을 보다가,

못 견디겠는지 아예 식탁을 돌아와 노아를 올려다보았다.


“아빠! 뭐가 있어!”

“대체 뭐가..”

[설마, 내가 보이나?]

“어?”


목소리만 들어도 믿을 수 없다는 기색이 역력한 톤에,

노아도 그럴 리 없다고 스스로를 설득시키려는 것처럼 중얼거렸지만.


“아빠, 안아줘! 내가 없애줄게!”


너무 당황한 나머지 얼어붙은 노아가 가만히 있자.

그 잠시를 못 참은 셀이 의자를 이용해 식탁 위로 올라간 뒤 노아의 어깨에 손을 뻗었다.


“잡았다! ..어라?”

[대단한 꼬맹이야. 능력이 벌써 활성화 된 건가.]

‘무슨 소리야?’

[일단은 물러나야겠어.]

“어, 간다!”


노아에겐 보이지 않았지만.

정말 일리오스가 거리를 두고 있는 것처럼 셀도 버둥거리며 급하게 식탁에서 내려오려 했고,

셀이 식탁을 내려와 벽으로 돌진하는 동안.


[잘 얼버무려둬라. 내가 나중에 설명해주마.]

‘아니, 이렇게 가버리면 어떡하라고?’

[...]

‘..일리오스?’


이런다고 나타나거나 보이진 않겠지만.

노아가 속으로 일리오스를 부르면서 주변을 둘러보는 사이.

셀이 벽에서 불안할 정도로 쿵! 소리가 나게 양 손바닥을 내리쳤다.

모양새만 보면 무슨 벌레라도 잡는 것처럼.


“아.. 없어졌다.”

“셀, 뭐가 있다는 거야?”

“아빠는 안 보였어?”

“어.”


노아의 표정에서 진실임을 읽어낸 셀이 본인도 갸우뚱한 표정을 지었다.


“왜 안 보이지? 무슨 구름 같은 게 있었단 말이야. 이만했는데.”


팔을 벌려 본인이 보일 수 있는 가장 거대한 크기를 설명하던 셀이 갑자기 노아의 주위를 빙빙 둘러보았다.


“응, 확실히 없어졌어. 아빠가 안 보인다면 어쩔 수 없지. 다시 나타나면 내가 없애줄게.”

“어어..”


순간 신이라는 존재를 벌레 잡듯 없앨 수 있는 건가 의아하긴 했지만.

일단 잘 얼버무려두라는 일리오스의 말에 노아가 삐그덕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이어 자신의 자리에 돌아가 마저 밥을 먹으려던 셀이 별안간 소리를 질렀다.


“아, 맞다! 나 밥 다 먹었어! 산책가자!”


다 먹은 접시를 들어 보인 셀의 모습에 노아는 일단 일리오스에 대한 생각은 머리에서 지웠다.

어차피 나중에 설명해준다고 하기도 했고 말이다.


그렇게 셀이 고대하던 산책을 위해 같이 이곳저곳 금이 간 성의 후문을 나오던 무렵.


멈칫.


잔뜩 기대하는 표정을 짓고 노아의 손을 꼭 잡고 있던 셀이 별안간 딱 멈춰 서서는 한 발짝도 움직이지 않는 게 아닌가.


“셀?”


그리고 그런 셀의 모습에 노아도 덩달아 멈춘 직후.

그도 무슨 일이 생긴 건지 바로 깨달았다.


“..왔구나.”


익숙한 기운이다.

레이첼의 바람과 닮은, 잔잔하면서도 때때로 거친, 확실한 존재가 있는 기운 말이다.


“...”


의외였던 것은 셀의 반응이었는데,

마치 철천지원수를 보는 듯 잔뜩 일그러뜨린 얼굴을 한 채.

이를 까득, 깨무는 모습에 더 당황한 것은 노아일 수밖에 없었다.


“왜 그래?”

“싫어. 저건 안 돼.”


신을 봤을 때도 이런 반응은 아니었으면서.


셀이 무언가를 이렇게 거부하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인지라,

당장 레이첼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향하려 했던 노아는 일단 무릎을 굽히고는 셀과 정면으로 마주했다.


“저건 ..아빠 친구야.”


노아 스스로가 셀에게 아빠라고 표현하는 일은 굉장히 드물었는데,

그만큼 이런 때에 한해 그가 셀에게 진심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기 때문에.

셀은 이제 화난 것 보다는 뚱한 것에 가까운 표정을 짓고는 노아를 마주봤다.


“꼭 만나야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셀이 보기 싫다면 아빠만 보고 올까 하는데. 괜찮아?”

“..돌아오는 거지?”

“당연하지.”

“..알았어.”


표정은 절대 가지 말라고 하면서도.

노아를 잡고 있던 손을 놓았던 셀은 노아가 몇 발짝 멀어지자마자, 짧은 보폭으로 달려와 노아의 옷자락을 잡았다.


“..나도 갈래.”

“그래.”


그 모습이 꽤 귀여웠기에.

노아는 셀의 기분을 생각해 비집고 튀어나오려는 웃음은 간신히 삭히고,

다시 셀의 손을 잡고는 레이첼의 기운이 느껴지는 곳으로 향했다.


그곳은 마왕과의 전투가 있었던 거대한 홀 문 앞이었는데,

반파된 홀을 그대로 방치해둔 바람에 문은 그 의미를 상실한 채였다.


“노아!”


노아와 마찬가지로 도착하자마자 그가 있는 곳을 감지해냈던 레이첼은 그곳에 얌전히 서 있었는데,

평소 그녀의 성격이라면 이런 기다리는 행동은 하지 않았겠지만.


그녀의 시선이 닿은 끝에 셀이 뚱한 표정을 짓고 있는 것을 감안해보면,

아무래도 당장 움직이는 것보단 상황을 파악하는 데에 주력한 듯 싶었다.


“오자마자 녀석이 살아있다는 걸 알았어.”

“...”

“내가 뭘 어떻게 이해해야 쪼그라든 마왕이 네 손을 잡고 있을 수 있는 거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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