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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

무림공적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초연[硝煙]
작품등록일 :
2019.08.30 00:45
최근연재일 :
2023.12.14 07:00
연재수 :
102 회
조회수 :
53,349
추천수 :
565
글자수 :
428,469

작성
19.10.11 08:00
조회
791
추천
12
글자
13쪽

22화. 대법원장.

DUMMY

무림공적


22화


“아니! 갑자기 무슨 절단신공을!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아니, 애초에 그런 신공이 있어요?”


“쿠헤헤. 이건 이 세계의 무공은 아니다. 하지만 뭐, 누군가는 알겠지 으허허.”


알 수 없는 말을 꺼내는 단장.

그런 그에게 장난치지 말라는 단원들의 비아냥이 쏟아진다.

그러자, 그는 장난은 이쯤 할까? 라는 투의 표정을 지으면서도 꿋꿋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흠흠. 아무튼! 어디까지 이야기했더라?”


“그래서 왜 절마검은 그놈을 놔둔건지부터 말하시면 됩니다.”


“아 맞아! 그래, 그렇게 저놈이 본교출신인 것을 알았다면 다음 절차로는 크게 두가지로 갈리네. 죽이거나, 살려서 이용하거나.”


“당연한 거 아닙니까? 그래서요?”


“일단 살아있는 걸 보니 전자는 아니야. 그렇다면 후자인데, 아마도 절마검은 본교를 공격할 수단으로 저놈을 사용하는 것 같네.”


“예?”


갑작스러운 단장의 말로 인해 아무런 연고도 없이 자신도 모르게 신교의 공격수단이 되어버린 백화영이었다.


“보게나! 저놈은 본교의 상승무공을 포함, 거의 모든 무공을 전수받았어!”


“그런데요?”


“이런 답답할데가! 그 말은 곧 본교의 전력을 캐낼 귀중한 기회란 것 아닌가!”


“예?”


윗선으로도 모자라 이제는 아랫선에서도 고구마를 꾸역꾸역 쑤셔담기는 단장이었다.

그의 속은 답답해 미칠 지경이다.


“잘 생각해보게! 저놈의 무공 초식을 알게 된다면 그건 곧 파훼법을 알아낼 수 있다는 것! 만일 그게 가능해진다면 저 마교 놈들이 본교와의 전투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걸세!”


“그...그런!”


뭐, 앞에서는 꽤 잘했다고 볼 수 있지만 여기서 부터는 완전히 헛다리 짚었다.

그래도 한정된 정보로 나름 논리적인 결론을 도출해낸 그에게 작은 박수나마 쳐주고 싶은 심정이다. 짝짝짝.

한편, 이 판단이 먹혀들었는지 단장의 말을 철석같이 믿은 부하들은 충격과 공포에 젖은 얼굴이다.


“그렇다면 무조건 대비해야 하는 게 아닙니까? 지금 여기서 이러고 있을 때가!”


“어허! 경거망동하지 말게!”


이들 중 뒷일은 생각하지 않은 채 일단 몸부터 날리고 보려는 수하를 그는 단 한마디로 멈추게 했다.

그리고는 자신이 생각한 뒤처리를 조심히 내어놓는다.


“우선, 지금은 저들을 보낸다.”


“예?”


“일단은 잠자코 들어! 그리고 나서 전서응을 날려 앞으로 저들이 갈 것이라고 예측되는 경로에 놓여있는 우리가 만든 마을들에 전부 연락을 뿌릴걸세.”


“그래서 후에 저놈이 절마검과 떨어져있을 때 잡자는 말씀이십니까?”


“그렇네. 혹시 모르니 내공을 봉할 수갑과 족쇄를 준비하는 것도 잊지 않고 말이야.”


“그런데... 저놈은 이미 본교의 혈천마겁단을 뿌리치고 달아난 전적이 있지 않습니까?”


“그러니 저놈이 내공을 주천시킬 때를 기다려야지. 그때는 아무런 저항도 할 수 없을테니 말이야. 이 작전의 열쇠는 바로 정보에 근거한 기습일세, 기습!”


“허어... 대단하십니다. 예, 그럼 말씀하신대로 바로 전서응을!”


“야이 답답한 놈아! 사람 말은 끝까지 들어! 이건 저들이 완전히 빠져나가고 난 뒤에 해야 한다니까!”


“아? 예 알겠습니다.”


“후우... 참자 참아.... 자, 그럼, 일단은 준비를 마쳐놓게나. 나는 저들을 따라다니며 동태를 파악하겠네.”


그 말을 끝으로 이장 역할놀이 중인 혈교의 단장은 밖으로 나간다.

지금은 일개 암살단의 단장이지만 낭중지추라고 했던가.

먼 훗날, 그는 철혈책사라는 이명을 얻고 무림의 역사에 자신의 이름 석자를 남기게 되지만 그건 아주 아주 먼 뒷날의 이야기...


***


한편, 멀리 떠난 백화영은 깊숙한 산들 사이 놓여진 야트막한 산자락 어느 동굴에 자리를 잡았다.


“흐음... 일단은 내단전부터...”


화악!

어두컴컴한 동굴 깊은 곳, 그의 내공이 발하며 쏟아지는 빛을 통해 쏜살같이 밝아진다.


‘그래, 내공을 잔혈, 진혈, 갑자혈 순으로 운용...’


“어이 당신. 전에 나한테 사념이라고 했었지?”


‘음?’


오래간만의 등장인데 나오자마자 갑자기 말을 건 백화영 때문에 당황한 사념이었다. 그러나 백화영의 질문은 계속된다.


“너, 마교 6대 수장이었다며?”


‘네...네놈이 그걸 어찌!’


“약은 팔지 말고, 내 머릿속에서 기생하는 거면 당연히 그 때 신범이 말한 정보도 들었을 거 아니야.”


‘크...크크큭. 이런 이런, 이래서 약삭빠른 변호사는 싫다니까.’


“호오, 변호사가 뭔지도 아는 걸 보니 확실히 내가 살던 세상에 살다온 게 맞나보군.”


‘흠, 대화가 길어질 것 같으니 장소를 바꿔볼까? 내공을 하혈, 진혈, 추자혈 순으로 운용하며 소주천 시켜보게.’


“흐음... 잠시만.”


백화영이 순순히 그의 뜻에 따라 기를 순환시켜보자

화악!

어느새 그는 별이 쏟아져내리는 밤하늘, 어느 대평원 위에서 그를 마주보고 있었다.


“뭐야! 분명히 낮이었는데? 여긴 어디야!”


“이곳은 그대와 나의 사념이 구현한 세계일세. 앞으로 우리가 더 깊은 대화를 나눌 곳이기도 하고 말이야.”


“그런가... 아니 그렇..습니까?”


“허허, 막상 내 얼굴을 마주하니 바로 말을 올리는 겐가? 확실히 내 얼굴이 늙기는 했나보이.”


“그...그게 아니라 당신께서는 설마!”


“음? 나를 아는가?”


“지...진영태 전 대법원장?”


“하하하하하하!”


그렇다. 6대 천마였으며 수 백 년 전 무림을 경악으로 몰아넣었던 그의 정체는 바로 대한민국의 대법원장을 역임하였던 진영태라는 법조인이었던 것이다.


“허어, 그 이름을 들어보기는 정말 오랜만일세. 어째, 그 곳에서는 많은 시간이 흐르지 않았나보이.”


“예. 당신께서 갑자기 실종되신 후 약 7년도 채 흐르지 않았습니다. 설마 이곳 분이셨을 줄은!”


“흐음, 고작 7년이라. 거 참, 이런걸 보면 신이 대체 무슨 장난을 치는 건가 싶기도 하고. 아니, 어쩌면 신의 시스템에 우리가 크래킹을 거는 건가? 이거 이러면 정보통신망보호법 위반인데? 허허.”


시스템, 크래킹, 그리고 이런 법조문까지, 무림인이라면 절대로 모를 용어들을 자연스럽게 말하는 것으로 보아 그는 확실히 대한민국의 대법원장을 지낸 사람이 확실하다는 사실을 백화영은 이 짧은 대화를 통해 확신하였다.


“아니! 그럼 혹시... 저, 기억나지 않으십니까?”


“응? 설마 우리, 저쪽 세계에서도 본 적이 있었나?”


“예! 제가 우리 기수 최연소로 합격해서 들어갔을 때 제 전임 교수이셨습니다! 혹시 기억나지 않으신 겁니까?, 심지어 연수원 마지막 수료식 날 제게 검사보다는 변호사가 나을 거라고 말씀 해주셨던 그 말씀은 제가 검사임용을 뿌리치고 펌으로 갔을 정도였었는데...!”


“허어, 그랬나? 미안허이. 내 그 이후로도 일이 참 많고 또 내 기준으로는 수 백 년 전의 일인지라...”


“아!”


그렇다. 백화영의 기준으로는 어림잡아도 고작 10년여의 기간일 뿐이지만, 그의 입장에서는 수없이 많은 시간이 흐르고 난 뒷일 터였다.


“흐음, 정말 미안하네. 혹시 그럼 자네가 연수원 몇 기였지?”


“73기입니다. 어르신.”


“그렇구만. 아! 그럼 그 뺀질뺀질하게 생겨서 세상물정 모르던 꼬맹이가!”


“혹시 기억나신 겁니까?”


“음! 내 어렴풋이 기억이 나는구만. 음음, 그렇다면 혹시 내가 자네에게 검사가 되지 말라고 했던 이유는 알겠나?”


“잘...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지금도 잘 모르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어르신.”


“흐음, 이게 아무래도 자네의 심상을 정립하는 과정일 테니 잘 들어두게나.”


“예? 갑자기 심상이라니요?”


“어허! 일단은 듣게!”


오래간만에 만난 은사가 무림인인 것도 놀라 자빠질만한 일인데 회포를 푸는 중 갑자기 심상이라니, 백화영은 당황하였지만 일단은 들어서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하고 조용히 경청의 자세를 취한다.


“내가 자네를 검사의 길로 가지 못하게 막은 이유는... 부러진 검이 되거나 삭아버린 검이 될 것이 눈에 훤히 보여서 그리하였네.”


“예?”


갑자기 말도 안 되는 그의 말에 반문이 절로 나오는 백화영.

하지만 뒷말을 듣고 나니 그의 머리는 갑자기 띵한 느낌을 받게 되었다.

역시 사람 말은 끝까지 듣고 봐야 한다. 암암.


“자네, 내 기억이 맞다면 분명 처음 내가 어떤 법조인이 되고 싶으냐고 물었을 때 정의를 바로잡는 법조인이 되고 싶다고 말했었지?”


“예. 그렇습니다. 아마 모든 연수원 수료생들이 처음에는 다 그렇게 말하지 않을까요?”


“음, 그런데 자네의 눈에는 무언가 희망을 넘어선 독기마저 보였었네.”


“아...?”


“나는 그래서 자네가 검사의 길로 가는 걸 막았던 게야. 법조삼륜 중, 검사는 분명 정의를 바로잡는 실체적 권력에 다가가기 가장 쉽고 빠른 길은 맞아. 하지만 꽃이 화사하게 피어있는 만큼, 그 꽃은 날카로운 가시나 독을 품고 있다네.”


“부정부패... 말씀이신 겁니까?”


“비슷하네. 정확히 말하자면 ‘집단화된 조직 속에서 타락한 개인’이라는 것이겠지.”


“음!”


“알겠나? 그런 검찰에서 자신을 지킨채로 살아남는 법은 바로 구렁이가 되는 걸세. 칼은 등 뒤로, 얼굴은 웃으며, 숨통을 끊을 때는 확실하게 잡아채는 그런 뱀이. 그런데 자네는 그리되기에는 너무나도 단단해 보였으이.”


“그래서... 튕겨나가거나 그 속에서 좌천되어 썩어가거나, 아니면 신념의 반대급부로 인해 정말 최악의 검사의 모습으로 바뀌게 될 걸 우려하셨던 거군요.”


“그렇다네. 검찰은, 아니 더 나아가 자네와 내가 있던 대한민국이라는 사회의 모든 큰 조직들은, 자신만의 신념에 사로잡혀 그저 그것만을 위해 올바르기만 한 이를 그리 반기지 않는다네. 당시 사회 초년생이었던 자네가 그때의 내 말을 머리로는 어렴풋이 알지언정 가슴으로 깨닫지는 못했던 것처럼 말일세.”


“예. 확실히 당시의 저로서는 이해하지 못했을 것 같군요. 좀 구르고 난 이제야 겨우 받아들일 준비가 된 것이니 말입니다. 솔직히 법인에서 생활할 때도 외로이 말라가는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흐음... 그걸 몇 년이나. 이걸로 내 판단이 확실하다는 것을 알았네.”


“예?”


“범이에게 들었을 거 아닌가?”


“누구요?”


“신범! 그 친구 말이야.”


그의 입에서 나온 신범의 이름은 백화영의 머리를 땅! 치는데 제격이었다.

그는 어버버하며 새어나오는 말로 질문을 던진다.


“그그그...그를 어떻게 당신께서...?”


“음? 아아, 그건 말이야. 천마옥을 통해 아주 오래전부터 자연스레 봐왔다네. 뭐, 자네는 모르겠지만, 이 나이 먹고 나면 남는 건 세상구경 아니겠나?”


“천마옥이... 뭡니까?”


“음! 그건 차치하고, 쨌든 자네도 화경의 경지에 오르려면 심상의 완전한 개방을 깨달아야 한다는 것은 들었겠지?”


“아, 예 그렇습니다. 심상을 열라고 분명히 그분이...”


“뭐, 이번 대 혈마 그놈도 비슷한 말을 했고.”


“예. 그놈도 분명 비슷한 말을 했지요.”


“그럼 내 질문하나 하겠네.”


“심상을요?”


“그래. 심상이란 무얼 의미하는 것 같나?”


“음, 세상에 대한 나의 생각? 정도랄까요.”


“범이의 눈이 정확하구만. 확실히 초절정의 후경에 달한 게야. 그러하네. 심상이란 거창하게 말하자면 세상에 대한 나의 철학, 즉 자네 자신의 관념일세.”


이제야 서서히 풀리기 시작하는 기의 경지에 관한 비밀.

그렇다. 심상은 곧 세상의 일부인 기를 사용하며 동시에 하나의 세상을 구성하는 개개인의 사고 동력. 그 자체인 것이다.


“그렇다면 저의 것은... 제가 생각하는 게 맞습니까?”


“그 전에, 우선. 범인들은 자신이 추구하는 바가 뚜렷하지 않다네. 처음에는 정인을 지키기 위한 사랑, 혹은 생존에 대한 갈망, 또 누군가는 정욕, 혹은 금욕, 더 구체적인 것을 생각해 본 이는 명예욕이나 권력욕을 추구하는 자들도 있지.”


“흐음. 이제 좀 확실해 졌습니다. 그렇다면 저의 경우는 ‘정의관’을 제 관념으로 잡고 싶습니다.”


“잡고 싶은 게 아니라 이미 잡았네. 허허, 아마 돌아가 보면 그 증거를 확인해 볼 수 있을 걸세.”


“예?”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진영태 전 대법원장, 아니 마교 6대 천마. 그런 그의 미소를 뒤로 한 채 백화영은 어리둥절할 뿐이었다.


22화 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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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화경. 19.10.15 797 8 16쪽
» 22화. 대법원장. 19.10.11 792 12 13쪽
21 21화. 함정속으로. 19.10.08 794 11 13쪽
20 20화. 달라 달라. 19.10.04 817 13 14쪽
19 19. 망했어요. 19.10.01 856 11 13쪽
18 18. 딜! 19.09.29 864 13 15쪽
17 17화. 난장판 19.09.27 928 13 14쪽
16 16화. 신범 19.09.25 950 13 13쪽
15 15화. 일 대 일. 19.09.24 971 13 13쪽
14 14화. 신교인들과. 19.09.20 1,137 14 13쪽
13 13화. 구출. 19.09.17 1,069 13 14쪽
12 12화. 철명곡. +1 19.09.15 1,163 16 21쪽
11 11화. 탈출. 19.09.13 1,191 15 14쪽
10 10화. 돌아온 탕아. 19.09.12 1,346 16 13쪽
9 9화. 협성대법 19.09.11 1,295 17 14쪽
8 8화. 고문실에서 19.09.08 1,314 18 15쪽
7 7화. 고문. 19.09.06 1,323 17 13쪽
6 6화. 배신. 19.09.03 1,491 21 14쪽
5 5화. 깨달음과 면담. 19.09.02 1,744 23 14쪽
4 4화. 서고에서. 19.08.31 1,906 2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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