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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

무림공적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초연[硝煙]
작품등록일 :
2019.08.30 00:45
최근연재일 :
2023.12.14 07:00
연재수 :
102 회
조회수 :
53,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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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5
글자수 :
428,469

작성
19.09.15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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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21쪽

12화. 철명곡.

DUMMY

무림공적


12화


한편, 백화영이 탈출한 혈교의 본궁은 문자 그대로 난리가 났다.


“무슨 소리야! 구원자... 아니 백화영 그놈이 탈출했다고?”


“예! 혈마님! 그를 감시하던 문지기가 당한 모양입니다!”


“대체 어떻게! 내공의 운용을 막는 사슬을 끼워놓지 않았나!”


“그... 그것이, 죄송합니다! 지금은 저희도 어떻게 풀었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일단은 풀고 탈출했다 하옵니다!”


“탈출한 시각은?”


“예! 기절했다가 일어난 문지기의 말에 따르면, 약 5시진 전 쯤 이라고 합니다!”


“뭐? 5시진? 그러면 이미 본궁을 나간 지 오래일 것 아니냐!”


“그... 그런 것으로 현재는 판단되옵니다.”


“이런 미친! 어서 빨리 추격대를 편성하라! 그놈은 절정 후반의 경지인 놈이니 추격대에는 절정 6에 초절정 4명으로 이루어진 십인대를 편성해 추격하고! 이렇게 십인대 10개를 허용하마, 총 100명의 고수들을 내릴 것이니 무조건 잡아오도록!”


격분한 혈마는 혈교의 고급인원들까지 동원해가며 그를 잡아올 것을 명령하였다.


“예! 그런데... 그 문지기들은 어찌할까요?”


“지금 그딴 것들을 신경 쓸 때인가? 일단 그 놈들은 참수하여 저 아무데나 걸어놓거라. 지금은 백화영, 그놈의 신병확보가 최우선이다!”


“예!”


이렇게 잔혈대마와 휘하의 수하들이 바쁘게 움직여 추격을 시작하는 와중, 산화여지가 혈마의 집무실로 들어왔다.


“혈마님.”


“음? 산화여지, 자네가 무슨 일인가? 왜 추격조에 들어가지 않았지?”


“아뢰옵기 황송하오나, 본녀에게도 따로 휘하의 추격조를 하나 편성해 주시면 아니되겠사옵니까?”


“뭐야? 너는 그의 감시를 제대로 하지도 못하였지 않느냐! 하다못해 이를 원만하게 무마할 생각을 하지는 못할망정!”


그녀의 도를 넘는 태도에, 평소 아끼는 그녀에게도 화를 내는 혈마였다. 하지만, 산화여지의 태도는 혈마의 분노에도 불구하고 강건하게 이어진다.


“그를 제 손으로 직접 잡고 싶어서 그러하옵니다! 혈마님께서는 존귀한 몸이시기에 본궁 밖으로는 나갈 수 없으시겠지만, 본녀에게 혈교의 혈천마겁단 단원 10명만 내려주신다면 그놈을 꼭 잡아오겠사옵니다!”


“존귀하기에 나가지를 못한다? 하! 그게 아니라 있을지 없을지도 모를 마교 첩자의 눈치를 보느라 어쩔 수 없이 나가지 못하는 것이겠지! 그리고 혈천마겁단? 그 단원들은 하나하나가 전부 절정의 후반에 다다른 이들이다. 너는 절정의 중반밖에 안되니, 그들을 이끌 자격이 없느니라! 4대 마귀라는 업적도 실력이 아니라 비겁한 협작질로 단 것이 아니더냐?”


“혈마님! 본녀가 물론 무공은 떨어질 수도 있사옵니다! 그러나 본녀의 주특기는 무공이 아닌 두뇌이옵니다! 무력이 강한 혈천마겁단의 대원 몇 명만 내어주신다면 본녀, 4대 마귀의 명예를 걸고 그 누구보다 빠르고 확실하게 그를 다시 잡아오겠사옵니다!”


산화여지는 억울하다는 듯이 자신을 변호하며 혈마의 허가를 기다렸다. 그러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마침내 그의 입을 통해 결정이 떨어졌다.


“흐음... 좋아, 그렇게 까지 말하니 내 이번 한 번만 더 믿어보겠다. 목숨이 아깝지 않다면 반드시 내 믿음에 결과로 화답해야 할 것이야!”


“예!”


이렇게 약 백 명이 넘는 추격대가 백화영의 흔적을 조사하며 뒤를 쫒기 시작하였다.


***


약 5일 후.


“잡아라! 지원 요청도 잊지 말고! 여기는 철명곡 제 3숲...으악!”


“하압!”


푹. 백화영의 일격에 혈교의 무사 하나가 맥없이 쓰러진다.

이후 벌어지는 끈질긴 결투.


챙!


백화영은 최대한 도망쳐 봤으나, 혈교의 최정예들이 5일 동안이나 펼친 끈질긴 추격을 따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결국 따라잡혀 필연적으로 일어날 수 밖에 없던 숨 가쁘게 진행된 격전이 벌어지고 얼마의 시간이 지난 후, 겨우겨우 마무리한 백화영은 깊은 한숨을 내뱉는다.


“흐우우... 겨우겨우 마무리는 어찌 했군. 그나저나, 따라잡혀버렸으니 어찌한담... 아직 저 철명곡을 따라 밑으로 가야 하는데... 그나저나... 내공이... 후우...”


이번 전투로, 백화영은 십인대 하나를 겨우겨우 제압하였다.

이 과정에서 백화영은 아직은 미숙한 움직임의 대가로, 다른 초절정이라면 절대 하지 않을 극심한 내공의 소모를 겪었다.


“이놈...! 본교의 은혜를 망각하고 원수로 갚다니! 내 반드시 너를 잡아 죽여주마!”


“아직도 기절하지 않은건가? 일단은 좀 자라.”


정신을 차리고 입을 털며 나대던 있던 혈교의 무사를 제압한 백화영.

그는 인자한 건지 멍청한 건지, 적들을 상대하면서도 이들은 그저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자들이라 생각해 아무도 죽이지 않고 그저 기절시키기만 하였다.


“아무리 나쁜 놈들이라고는 해도 무고한 이를 함부로 죽일 수는 없지. 사람의 생명에 대한 권리는 보장되어야 하는 거니까.”


아직도 한국에서 변호사 혹은 한 시민으로서의 사고방식을 완전히 벗어던지지는 못한 백화영이었다.

그래서 그는 어쩔 수 없이 차선의 방식으로 적들을 두들겨 패서 기절시킨 후, 자리를 벗어나는 방식을 택했다.


“확실히 이런 방식으로 가니 내공의 소모가 극심하군..... 그래도 어쩔 수 없는 건가. 내 복수의 대상은 혈마와 잔혈대마, 그리고 그 아이의 원수인 산화여지, 그자들뿐이니.... 후우...”


단순히 내공의 소모뿐만 아니라 시간이 가면 갈수록 백화영의 몸에는 자잘한 생채기들이 점점 늘어간다.

하지만, 이와는 별개로 금창약과 같은 치료제를 가지고 있지 않은 백화영은 어쩔 수 없이 상처가 쉬이 아물지 못해 몸이 한계에 가까워지게 되었다.


그가 떠나고 난 뒤 근처 어느 수풀 아래.


‘흐음... 아직은 체력이 남아있나 보군, 앞으로 며칠만 가만히 놔둬도 체력이 바닥나겠어. 그렇다면, 일단 다른 놈들에게 걸리지 않게 공작을 하는 게 먼저다. 내 공을 뺏길 순 없지.’


백화영을 관찰하던 이는 바로 산화여지였다.

비록 그를 가장 먼저 찾아낸 자는 그녀였지만, 그녀는 날카로운 눈빛으로 먹이를 노리는 암 여우처럼 그를 바로 덮치기 보다는 조심스럽고 신중한 사냥꾼의 자세로 서서히 숨통을 조여가고 있었다.


...3일 후


백화영은 이들의 끈질긴 추격을 받으면서도 결국 철명곡의 정상에 도착하였다.


“흐음...좋아, 이제 저 아래 강을 따라 밑으로 가기만 하면 마교의 식민지가 나오는 건가.”


방향을 정한 백화영이 경공을 펼치려 하는데, 그의 발밑으로 암기가 쉬익! 하며 날아든다.


“호호! 어딜 그리 바삐 가려 하십니까?”


“이... 목소리는? 산화여지! 네년이구나!”


“호오... 소녀의 목소리도 다 알아봐주시고, 영광입니다 구원자님? 아니, 이제는 더러운 본교의 배신자인가? 한 번 뉘우치고 은혜를 갚을 기회까지 주었는데, 이걸 뿌리쳐?”


“잡아다 고문하고, 머리를 헤집은 것도 네놈들에게는 기회인가보지?”


“히히히! 이제 와서 그 따위 소리를 지껄여봤자 아무 소용없다! 자! 얌전히 투항하도록!”


말은 그렇게 내뱉었지만, 이와 동시에 산화여지와 휘하 15명의 고수들은 백화영에게 달려들며 일검을 내지른다.

이에 분노한 백화영은 검들을 피하며 그 동안 숨겨놓았던 비장의 기술, 형법요결을 펼친다.


“형법요결 제 29장! 체포와 감금의 죄! 후안무치!”


백화영은 연무장에서 몰래 몰래 형법요결을 연무하던 중, 4성에 다다름을 느끼자 요결 속에서 단순한 글씨가 아닌, 무공과 같은 몸의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머릿속으로 전달받았었다.


몇 달 전.


‘호오, 오랜만에 잠에서 깨는군. 자네가 내 후인인가?’


‘뭐... 뭐야! 또 내 머릿속에서 누군가가 말하는 것 같은데?’


‘놀랐는가? 이계에 넘어와 처음 벌어지는 신비한 일이니 그럴 만도 하지. 그렇다면 우선 내 소개부터 하는게 나을 것 같군. 나는 이 책 속에 남아있는 상념이네. 뭐, 이 몸이 이렇게 남아있는 이유는 자네가 본 신공을 대성하기 위해 도와주는 보조자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이지.’


‘잠시만! 내가 다른 세상에서 넘어왔다는 건 어떻게 알았지?’


‘그건 아직 자네가 알 필요는 없네. 내가 보기에 자네는 그걸 알려줄 정도의 경지에는 도달하지 못한 것 같군.’


‘그런가... 좋아. 그렇다면 너는 나한테 뭘 보조해 주겠다는 건데?’


‘별건 아니다. 다만 지금의 너에게는 아마도 이 초식이 가장 적합한 것 같군.’


‘뭐?’


‘잘 들어라. 이 무공은 너의 상념과 책의 구결이 같은 방향을 바라볼 때 비로소 그 무공을 몸으로 익히게 되는 방식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이전까지의 부분에서 두 책들에 대한 이해를 강조했던 것은, 이 초식을 사용하기 위한 내공의 증진과 책의 구결을 명확히 인지하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래서, 뭐가 나한테 적합하다는 거야 대체?’


‘형법 29장, 체포와 감금의 죄. 어때, 지금 너한테 딱 들어맞는 상황이지 않나?’


‘확실하군! 딱 내 상황이 그렇잖아?’


‘그래, 자네가 이를 머리뿐만 아니라 몸으로 이해했을 때 나는 그대에게 이 신공의 각 초식을 전수할 것이네. 지금처럼 말이지.’


“뭐?”


화아악!


그가 뭐라 미처 말할 새도 없이, 백화영은 자연스럽게 형법 29장이라는 초식과 더 세부적인 내공의 운용에 대한 방식을 전달받았다.

그리고 혹시 모를 감시를 피해 머릿속으로만 연마하던 무공이, 오늘에 와서야 제대로 펼쳐지게 되었다.


후욱!


시공은 다시금 현재, 철명곡. 굽이치는 강 위로 우뚝 솟을 절벽위에서 백화영의 검을 타고 신공이 펼쳐진다.


화아아아!


검신에 모인 기는 거대한 원을 그리며 커지더니, 어느새 높이 들어 올려져 하늘에서부터 그들을 향해 쏟아내려진다.


“으...으아악!”


“기...기막!”


“혈천수막쇠 3장! 억첩혈봉진!”


누군가는 비명을 지르고, 또 누군가는 자신의 선천진기까지 쥐어짜며 기막을 펼치고, 그나마 정신이 남아있는 자들은 그 공격을 봉인하기 위해 모여 봉쇄진을 펼쳤다.

그러나, 백화영의 공격이 쇄도하자, 그들의 노력은 모두 수포로 돌아간다.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기가 하늘에서 찍어 누르는 모습은, 마치 판사가 최종 공판장에서 판결을 선언하며 판결봉을 내리칠 때의 장엄함을 연상시킬 정도이다.


“후우우...”


자욱한 흙먼지가 휘날리고 있는 절벽 위, 바람을 타고 점점 가시는 먼지 사이로 힘없이 나자빠진 혈교의 무인들과 헉헉대며 서있는 한 남자의 신형이 드러나고 있다.

이렇게 단 한 개의 초식만으로 절정과 초절정 고수 열다섯을 모두 제압한 백화영은 쓰러져 바닥을 구르는 이들에게 말을 건넨다.


“후안무치... 어떤가, 이건 딱 네놈들을 대변하는 것 같지 않나?”


“후웁...후으읍.”


일행들이 그 공격을 직접적인 범위 내에서 막는 동안, 약삭빠르게 뒤로 도망친 산화여지만이 정신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마저도 그 공격의 여파에 휩쓸려 맥없이 기침만을 내뱉고 있을 뿐이다.


‘이런 젠장. 뭐 이리 무식한 초식이! 저놈은 대체 뭐야! 분명 혈마님께서는 저놈도 나와 같은 절정이라 하셨는데? 그런데 초절정 고수까지 있는 우리 조가 전멸한 게 상식적으로 가능한 일인가? 그럼 이전까지는 전력을 다하지도 않았다는 말인가 설마?’


산화여지의 머릿속이 혼란으로 가득 찬 와중, 백화영 역시도 겉으로는 의기양양하게 말을 뱉었지만, 속은 경악으로 가득 차 있었다.


‘말도 안돼! 고작 1개 초식이 1갑자의 내공을 잡아먹는다고? 이건 너무하잖아! 심지어 급하게 출력을 끌어내느라 내상도 입은 것 같군. 하지만 결과는 확실하다. 그렇다면 이제 내가 할 일은...’


눈앞에 쓰러져있는 산화여지에 대한 복수심이 가득가득 차오르는 백화영이었다.

그런 복수심을 가득 안은 그는 그녀에게 한 발자국, 한발자국, 서서히 다가가기 시작한다. 물론 단순히 다가가는 것에 더하여, 그는 산화여지에게 내공을 실은 일검을 날린다.


‘혈비검 2식! 제룡천기!’

검신을 따라 붉게 물든 내공이 몽글몽글 거리더니, 어느새 쇄도하는 용이 되어 그녀에게 날아간다. 이를 보며 아연실색한 그녀는 모든 내공과 선천진기까지 끌어올려 초식을 펼친다.


‘철마수기 6식! 혈수막쇠!

혈교의 무공 중 수법으로는 가장 강한 무공인 철마수기의 6식, 혈수막쇠가 펼쳐진다. 손에서부터 뻗어나간 강력한 장법은, 일점을 노리며 마치 기관총처럼 연속적으로 나아간다.


콰앙!


두 공격이 서로 맞붙어 사라진다. 확실히 산화여지는 선천진기까지 끌어다 쓴 만큼 그 공격이 백화영의 것을 집어삼켰지만, 그의 내공을 완전히 소화시키고 역으로 날아가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죽어!”


그 무공이 맞부딪힌 직후, 백화영은 그녀의 뒤로 돌아 검을 내지른다. 비록 아무 내공이 실리지 않은 일검이었지만, 그녀의 간담을 빼놓기에는 충분한 공격이었다.


휘이익!


산화여지는 이 검을 피하느라 뒤로 날아가 맨땅에 꼴사납게 엉덩방아를 찧는다. 그런 그녀의 귓전으로, 발자국 소리가 점점 가까워진다. 이미 대결은 단 한 합 만으로, 아니 그 전부터 끝난 지 오래였다.


저벅. 저벅. 저벅.


슬금... 슬금...


“오... 오지마! 꺄아악! 오지 말란 말이야!”


내공도, 육체적 힘도 모두 다해 그저 볼품없이 나자빠져 있는 그녀에게 아무 말 없이 다가가는 백화영.

점점 가까워지는 그의 표정을 보고 산화여지는 도저히 맞설 엄두를 내지 못한 채 공포와 혼란에 젖어 뒤로 내 빼기 시작한다.

마치 땡강 부리는 어린아이처럼, 이 상황에서 그녀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울며 소리치는 것 밖에는 없었다.


“너는... 건드리면 안 되는 것을 건드렸다.”


“뭐...뭐야?”


백화영은 그런 그녀를 보며 씹어 삼켰던 분노를 되새김질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분노의 시작은... 그 어두운 감옥으로 끌려가던 칠흙 같은 밤길에서부터였다.


“왜 죽였나?”


“무... 무슨 소리야?”


“개도치영, 그 아이 말이다.”


“누군데? 난 그런 애는 몰라! 진짜야! 모른다고!”


“너가 나를 그 지옥으로 끌고 가던 날! 탈출한 그 아이를 니년이 생기를 빨아 죽이지 않았나!”


“아.....?”


그제서야 산화여지는 기억을 더듬어 그 아이를 기억해 냈다.

그러나 그 상황에 대해 생각을 하면 할수록, 그것 때문에 백화영이 탈출을 결심했을 것이라고 오해한 산화여지는 어이없다는 말투로 말을 받는다.


“고작... 그런 것 때문에 이 탈출을 계획했다고? 정말 그딴 이유로?”


‘뭐? 그딴 이유? 네놈들에 대한 복수가 고작 그딴 이유로밖에 해석이 안 되는가 보지? 하!’


이렇게 둘의 생각은 꼬일 대로 꼬여가고 있었다.

이에 이런 대화 자체에 염증을 느낀 백화영은 그냥 죽여 버리기로 결심한다.


“이제 더 말하기도 입 아프군. 죽어라.”


나머지 무사들은 그들이 자결하는 경우를 빼면 최대한 죽이지 않고 제압을 우선시하는 백화영이지만, 이 산화여지만큼은 그 예외이다.


“내... 내가 이런 곳에서...? 시... 싫어. 싫어! 아아악! 죽고 싶지 않아! 꺄아아악! 아아악!”


산화여지는 머리를 부여잡고 부정하며 계속해서 도망을 치려 한다. 그러자,


푸학!

백화영은 그녀의 양 손과 발목의 인대를 베어버려 그녀가 더 이상 움직일 수 없게 만들어 버렸다.


“아아악!”


“죽고 싶지 않다.... 라. 그 말, 어디서 많이 들어봤을 텐데?”


“몰라! 난 아무것도 몰라! 살려줘... 아니 살려주세요...”


이제는 말까지 올려가며 구차하게 비는 산화여지이지만, 이미 백화영의 이성은 잠시 여행을 떠난 뒤였다.


“너가 죽인 자들도 그런 말을 하며 죽어갔겠지. 네년의 손에 말이야.”


“나... 나는 그런 건 몰라요! 아아악, 꺄아악! 거기 누구 없어요?”


이제는 정말 공포에 실신직전까지 가버린 산화여지였다.

그도 그럴 만한 게, 그녀를 내려다 보는 백화영의 표정은 가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분노와 증오에 일그러져 있었다.

그러나 백화영은 그 말을 듣자마자, 머리에 뭔가를 떠올린 듯이 잠시 가만히 골똘한 표정으로 생각하더니 갑자기 이런 말을 뱉는다.


“살려달라... 라. 좋아, 살려는 주지.” “에...예?”


“너 같은 년은 쉽게 죽는 것도 용납할 수 없다.”


파파파팍!

말을 마치며 백화영은 그녀의 모든 손목과 발목을 날려버렸다.


“으아아악!”


갑작스런 고통에 산화여지는 비명을 지르지만, 그녀에게는 불행하게도 아직 그의 행동은 멈추지 않았다.


“다음은 눈이다.”


푸학!

무심하게 말하며 그녀의 양 눈에 내공을 주입해 터뜨려버리는 백화영.

한국에서라면 상상도 못했을 이런 잔인한 짓을 분노로 점철된 이곳에서 한 그는, 아직까지도 끓어오르는 복수심을 주체할 수가 없었다.


“사지와 눈을 뺏었으니, 이젠 무림인으로서 그 근간을 끊어놓아주지!”


이미 너무 큰 고통을 이기지 못하고 기절해버린 산화여지.

그러나 백화영은 기절한 그녀의 배를 찌르며 혼절해버린 그녀에게 말을 내뱉는다.


“단전과 기경팔맥을 모두 끊어버렸다. 다시는 무림인으로서 살아가지 못하겠지. 팔다리와 눈마저 잘리니 민간인으로서도 살기 어려울 거다. 너는 한 방에 편히 죽는 것도 사치다, 그저 평생을 고통 속에 몸부림치며 살아라.”


이미 말을 들을 수 있는 상태가 아닌 그녀에게 백화영이 이런 말을 마치고 다시 신형을 날리려는 찰나, 그에게 강한 내공이 실린 수백 개의 암기가 날아든다.


휘휘휘휘휙!


퍽. 퍼억.


“윽! 으윽!”


백화영은 이제는 얼마 남지 않은 내공을 사용해 최대한 막아보려고 열심히 검을 놀렸으나, 몇 개의 암기는 결국 그의 방어막을 뚫고 살을 헤집는다.


“설마, 벌써... 후발대가 당도한 건가.”


백화영이 이전에 사용했던 형법요결의 초식을 보고, 모든 추적대가 이곳으로 모였다.

쌩쌩한 모습의 그들과는 달리, 며칠 째 제대로 자지도, 먹지도 못하고 도망만 치던 지금의 백화영은 이미 내공도 거의 다 소진하여 기진맥진한 상태였다.


“클클클. 이제 그만 투항 하거라. 더 이상은 무의미한 반항이 될 듯하구나, 하하하!”


추적대는 이렇게 그를 조롱하며 회유 아닌 회유를 해본다.

그러나 절벽 끝에 서서 뒤를 내려다보는 백화영은 아무 말이 없었다.


“흐흐흐, 분명 본교의 십인대 하나와 이년과 일행들을 제압한 것은 칭찬해주지. 그러나 지금! 네놈에게 우리 모두를 상대할 기력이랄 게 남아있나?”


확실히 그 말 대로다. 백화영은 지금은 최소한의 내공인 10년의 내공만이 단전에 남아있었고, 그의 팔다리는 암기에 찔려 잘 움직이지도 못하는 상태였다.


‘복수를 완성하지 못한 게 한이구나... 그래도 저놈들에게 끌려가 치욕을 당하느니... 차라리...’


속으로 뭔가를 결심한 백화영은 갑자기 절벽 아래로 몸을 던진다.


“어! 어엇! 저! 미친놈!”


당황한 혈교의 추적대들이 절벽으로 달려가 보지만, 그의 몸은 이미 철명곡에 삼켜져 보이지 않았다.


“이런 젠장! 이러면 보고를 제 어찌 올려야 한다는 말이냐!”


당황한 추적대들은 어찌할 줄을 모른 채 절벽 위에서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


한편, 철명곡 근처 어느 막사.


“아가씨! 대체 어디로 가셨던 거에요! 이 유모가 한 참 찾았지 않습니까!”


“유모! 저것 좀 봐! 마른하늘에 번개가 치고 있어!” “네?”


백화영이 싸우던 모습이 이 먼 곳에서까지 보였는지, 그녀와 유모는 멍하니 하늘을 보며 놀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음... 저건 내공인가? 그렇지 않나요 범 아저씨?”


“예, 아가씨. 저도 저게 기라고 느꼈습니다. 누군지는 몰라도 저게 전부 사람의 내공이라면, 그는 정말 대단한 자임은 틀림없을 것 같군요.”


뒤에서 그녀를 호위하고 있던 범이라 불린 자는 자도 멀리서 느껴지는 심후한 내공에 내심 감탄을 표하며 말을 받았다.


“흐음... 한 번 구경이라도 가볼까?”


“아이고 아가씨! 그런 무모한 짓은 말도 꺼내지 마세요! 가셨다가 봉변이라도 당하시면 어쩌시려구...”


“괜찮아 유모! 저기 아버지께서 배치해주신 분들은 다 철혈마전단인걸?”


“그래도! 잠깐! 아가씨! 어딜 가시는 거에요!”


“잠시 산책 좀 하고 올께!”


그녀를 걱정하느라 애처로이 우는 유모를 뒤로하고, 그녀는 경공을 펼쳐 그곳이 최대한 잘 보이는 평탄한 평야 옆 어느 강으로 달려간다.



12화 完


작가의말

어느덧 추석연휴의 마지막 날입니다.

다들 얼마 남지 않은 연휴 조심히 보내시고 평안히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 봅시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초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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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화경. 19.10.15 797 8 16쪽
22 22화. 대법원장. 19.10.11 791 12 13쪽
21 21화. 함정속으로. 19.10.08 793 11 13쪽
20 20화. 달라 달라. 19.10.04 816 13 14쪽
19 19. 망했어요. 19.10.01 855 11 13쪽
18 18. 딜! 19.09.29 862 13 15쪽
17 17화. 난장판 19.09.27 927 13 14쪽
16 16화. 신범 19.09.25 949 13 13쪽
15 15화. 일 대 일. 19.09.24 970 13 13쪽
14 14화. 신교인들과. 19.09.20 1,136 14 13쪽
13 13화. 구출. 19.09.17 1,068 13 14쪽
» 12화. 철명곡. +1 19.09.15 1,162 16 21쪽
11 11화. 탈출. 19.09.13 1,190 15 14쪽
10 10화. 돌아온 탕아. 19.09.12 1,345 16 13쪽
9 9화. 협성대법 19.09.11 1,294 17 14쪽
8 8화. 고문실에서 19.09.08 1,313 18 15쪽
7 7화. 고문. 19.09.06 1,322 17 13쪽
6 6화. 배신. 19.09.03 1,490 21 14쪽
5 5화. 깨달음과 면담. 19.09.02 1,743 23 14쪽
4 4화. 서고에서. 19.08.31 1,905 2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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