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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

무림공적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초연[硝煙]
작품등록일 :
2019.08.30 00:45
최근연재일 :
2023.12.14 07:00
연재수 :
10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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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327
추천수 :
565
글자수 :
428,469

작성
19.10.0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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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3
추천
11
글자
13쪽

21화. 함정속으로.

DUMMY

무림공적


21화


“아?”


백화영은 그런 그녀의 말에 이세계로 넘어와 처음 받는 감동을 느꼈다.


‘혈교 놈들이랑은 다른... 건가. 시기상조이긴 하지만 이 정도면...’


그런 마음을 안고 백화영은 다시 그녀와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그러던 와중, 또 막사의 문이 열리며 누군가가 들어왔다.


“지금 치사하게 둘만 붙어 노는 건가? 노부도 좀 껴주게!”


“하아, 아저씨... 사리분별은 좀 해주세요!”


“아가씨, 지금 저랑 놀기 싫으신 겁니까? 어릴 때부터 제가 아가씨를 어찌 키웠는데! 그런 아가씨가 이제 외간 남자놈과..... 이거 참. 돌아가면 그놈, 아니 교주님이랑 울면서 술 한 잔 해야겠습니다.”


“그런 말이 아니잖아요!”


장난스럽게 치고 들어오는 신범의 말에 발끈한 그녀는 빼액 소리쳐 보지만, 그의 노련함을 이길 수는 없었다.


“그럼, 뭐 그런 말이 아니라고 하시니 한 번 앉아 볼까요? 자네도 괜찮지?”


“그럼요, 와서 앉으시지요.”


이렇게 자연스레 자리를 꿰차고 앉은 신범, 백화영은 그가 앉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허락을 구한다.


“앉는데 말입니다. 조건이 있습니다.”


“음? 조건이라니 허허, 말해보게나.”


“제가 남는 시간에 무공을 수련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응?”


이런 말이 나올 줄은 몰랐던 건지, 그의 입에서는 의문이 흘러나온다.


“그럼 앉으셨으니 허락하신 걸로 알겠습니다?”


“뭐...? 푸하하! 이리 당돌할 줄이야!”


처음 보는 그의 능청스러운 면모에 신범은 웃음을 터트렸다.

어제까지만 하더라도 뭔가 경계하는 고양이마냥 그르릉거리던 그가 이제 와서 갑자기 태도를 유하게 바꾸니 처음 보는 모습에 신기함을 느끼게 된 것이리라.


“그럼요! 당연히 가능하죠!”


또 옆에서는 같은 이유로 신난 그녀가 신범보다 먼저 요청을 용인하는 태도를 보인다. 이미 얽혀도 뭔가 단단히 얽힌 모습에, 그 역시도 빙그레 웃음 지으며 답을 건넨다.


“알겠네. 그리 하도록 하게나.”


“감사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수련을 시작할 수 있겠어!’


백화영은 크게 기뻐하며 의지를 다져나갔다.

이후, 짧은 허가가 떨어지고 난 뒤의 막사에서는 즐거운 대담만이 밤새 끊이질 않았다.


...


“흠흠, 그럼 오늘도 힘차게 출발해 볼까?”


“예, 그럼 가볼까요?”


다음날 아침, 채비를 마친 백화영과 신교 일행은 먼 길을 재촉했다.


다그닥 다그닥. 덜컹, 덜커덩!


말발굽소리와 마차의 바퀴가 요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러기를 얼마나 지났을까, 지친 기색이 역력한 말들을 쉬게 하기 위해 신범은 잠시 선두에서 정지한다.


“정지!”


이히히잉!

말들이 속으로 ‘살았다’라는 말을 하는 것 같은 모습으로 기쁘게 멈춰선다.


“저 앞에 마을이 보인다! 일단 저 곳에서 말들을 조금 쉬게 한 후 다시 움직이도록 하지.”


“예!”


그렇게 일행은 마을로 들어갔다. 어느 조용한 시골마을의 풍경이 펼쳐지기를 잠시, 누군가가 그들의 앞을 막아선다.


“뉘시우?”


“음! 그냥 지나가는 객이올시다. 혹시 잠시 쉬어갈 수 있겠습니까?”


“상관은 없습니다만... 우리도 딱히 먹을 건 없어서 말입니다. 물... 정도면 마을 우물이 저 곳에 있으니 마음껏 이용하셔도 됩니다.”


“그거면 충분합니다. 그럼 잠시 공터라도 빌릴 수 있을까요? 사례는 여기 드리리다.”그러면서 신범은 품속에서 자그마한 돈주머니를 꺼내 이장에게 던진다. 그걸 받아본 이장은 평생 만져본 적도 없을 것만 같은 큰 액수에 입을 환하게 벌리며 고개를 숙인다.


“아니 뭘 이렇게 까지야... 허허, 저를 따라오시지요.”


이렇게 일행은 그를 따라 공터로 안내를 받았고, 도착하자마자 이장은 편히 쉬시다 가라는 말을 하며 고개를 깊숙이 숙이고는 빠른 걸음으로 사라진다.


“자! 그럼 다들 말에서 내리시게!”


한편, 계속 일행을 따라가고 있던 백화영은 무언가 이상한 기시감을 느꼈다.


“저, 신범 무사님?”


“응? 갑자기 왜 그러는가?”


“이 마을, 무언가 좀 께름칙하지 않습니까?”


“흐음... 저 이장을 포함해 지나가는 사람들마다 내공이 느껴지는 거 말인가? 나도 살짝 그런 건 느끼고 있네만. 그렇다고 해서 지나가는 마을주민들로부터 딱히 살기는 느껴지지 않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우물에 독을 풀었는지 정도는 확인해 보라고 전하지.”


“예,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어제 약속해 주신대로 잠시 떨어져있다 오겠습니다.”


“그러게. 혹시 뭐 호법 같은 건 필요하지 않은가?”


“괜찮습...” “제가 가도 될까요?”


그들에 대화에 또 그녀가 끼어든다. 백화영과 떨어지기 싫은 건지, 계속해서 붙어 있으려 하는 그녀를 사방에서 말린다.


“아가씨! 절대 안 됩니다!”


“그건 무리이신 듯합니다.”


“안됩니다!”


“저도 그건 허락 못합니다.”


애초에 이들은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 모인 자들이다. 그런데 보호의 대상인 그녀가 다른 이를 보호하기 위해 자리를 비운다? 그들의 입장에서는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맞습니다. 그리고 저는 정말 괜찮으니, 잠시 여기서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백화영역시도 나름 눈치는 있는 듯 바로 빠져 조용한 곳으로 갈 채비를 한다.


“잠깐!”


“예?”


그런 백화영의 등 뒤로 무엇인가가 던져진다.


착!


백화영은 포수가 투수의 공을 깔끔하게 잡아내듯이 던져진 물체를 손에 꽉 쥔다. 그리고 잠시 눈을 돌려 그것을 보니, 무언가 동그란 구슬이 눈에 잡힌다.


“이건 뭡니까?”


“자말석일세. 한 쌍의 검은 구슬로, 두 구슬이 일정 거리이상 멀어지면 서로를 찾아 갈 수 있게 방향을 알려준다네.”


“아, 그럼 일종의 위치추적기 같은 거군요.”


“그렇지. 물론 자네가 어디 가서 당하고 있을 것 같지는 않으나,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기 위함이니 우리와 멀리 떨어질 때는 항상 소지하고 있게나.”


“예,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이만.”


쐐액!

그 말을 끝으로 백화영의 신형이 사라진다. 그리고 이후 일행이 그의 위치를 파악했을 때에는 이미 그가 저 언덕 너머로 사라지고 있는 것만이 눈에 잡히고 있었다.


“후우... 저놈 물건은 물건이야. 어이! 뭣들하나! 다들 말에 물을 주고 식사 준비나 하자고!”


신범은 나지막히 한 마디를 내뱉고는 다음 여정을 위한 채비를 시작한다. 아, 물론 밥 먹는 것도 빼놓을 수는 없고 말이다.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인데 당연히 먹어야지 암암.


***


한편, 마을 이장의 방.

이곳에는 이장을 포함해 여러 남자들이 모여 있었다.


“이런 젠장!”


“아쉽습니다. 찾았는데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일이란 말입니까?”


“본교의 전력 중 4할 이상을 투입해도 작전의 성사를 가늠할 수 없을 겁니다!”


“다들 일단 닥쳐!”


그 마지막 말을 한 자는 놀랍게도 마을의 이장이었다.


“하지만 단장님! 우리가 이렇게까지 해서 겨우 놈을 찾았습니다. 어떻게든 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죽고 싶으면 무슨 짓인들 못할까. 너는 방금 그 자를 못 보았느냐?”


“뭐 대체 누구를 말입니까?”


“절마검 신범 말이다!”


“예? 그 절마검 말입니까? 천마의 친우이자 화경의 고수인?”


“그래!”


“아니... 그럴 리가 없습니다! 왜 놈이 그런 자랑 동행한다는 말입니까? 애초에, 그가 절마검인 것은 확실한 겁니까?”


“확실하다. 오래전에 전투에서 그가 싸우는 모습을 먼발치에서 지켜본 적이 있어. 그 때의 모습을 잊을 수 없다. 그가 확실하다.”


“아니, 그럼 왜 여기까지 온 거란 말입니까?”


“난들 알겠나?”


“하긴... 마교 내 전술병기라고 까지 불리는 그자의 행방을 우리 단장님 따위가 아실 리가 없겠죠.”


“개기냐?”


“그런건 아닙니다!”


“그럼 일단 닥치고 있어. 확실히 지금 상황에서 나서면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하고 개죽음이다.”


“그래도... 가망이 없는 겁니까? 우리가 이 마을을 만들고 며칠째 여기서 죽치고 있었는데요?”


“맞습니다! 성과뿐만 아니라 보상에, 출세까지 전부 저놈만 잡아가면 보장되는 거 아닙니까!”


그렇다. 이들은 혈마가 직접 내린 혈령아래 백화영을 잡으려 비밀리에 투입된 체포조였다. 이들은 혈마가 직접 명령을 내린 만큼, 엄선된 이들이 뽑혀 투입되었다.

만일 백화영이 홀로 이 마을에 들어왔다면 방심한 틈을 타 바로 잡혀 혈교로 끌려갔겠지만, 같이 동행한 신교인들, 특히 신범을 알아보고 그들은 알아서 조심하려는 태도를 보인다. 확실히 약자는 강자를 알아보고 알아서 고개를 숙이고 조심한다. 암암.


“그래도... 임무는 완수해야 할 것 아닙니까?”


그들 중 패기어린 무사 한 명이 용기를 내어 말을 꺼낸다.


“그건 물론 맞는 말이다. 그러나 내가 볼 때는, 분명 기회가 올 것이다.”


“예?”


“그놈이 홀로 마을을 빠져나가 어디론가 사라졌다. 우리는 앞으로 이때를 노려야 할 것이야.”


“하지만 일회성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음, 이건 내 예상이지만 말이다. 저놈은 필시 무공수련을 하러 자리를 비운 걸거다.”


“예?”


놀랍게도, 나름 정확한 단장의 예상에 돌아온 것은 부하들의 의문어린 눈빛이었다. 그들은 마치 ‘저 단장이 반 백살도 안 먹었구만 젊은 나이에 노망이 났나...?’라는 듯한 말을 속으로 하고 있음이 분명했다. 그러나 단장의 얼굴은 진지하다 못해 확신에 찬 얼굴이었다.


“단장님.”


결국 그 확신어린 얼굴에 의문이 생긴 수하 한 명이 총대를 메고 질문을 하게 된다.


“대체 뭔 자신감으로 그런 예측을 하신 겁니까?”


“응?”


“예?”


“하아... 이런 머저리들. 그걸 굳이 설명을 해야 알겠나? 작전 전에 받은 쪽지에 적혀있던 그놈의 기본적인 정보는 다 까먹은 게야?”


“확실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럼, 그 중에 아직 그놈이 본교로부터 전수받은 무공을 대성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당연히 알고 있겠지?”


“예! 그렇다면 설마 일행을 빠져나가서 그걸 익히고 있다는 말씀이신 겁니까?”


“그래!”


“마교 놈들이 그걸 순순히 놔둘까요?”


“음... 그건 말이야.”


“예!”


두근 두근 두근

그 방의 모든 사람의 이목이 그에게로 집중된다. 수십 개의 눈이 오로지 그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에서 나온 그의 말은...


“그렇겠지?”


“하?”


“예?”


아무런 근거 없이 뱉은 그의 말에 당황하여 앞뒤로 엎어지는 수하들이었다.


“아니 그러면 근거도 없이 그런 말을 하신 겁니까?”


“근거라기에는 그렇지만... 아까 그놈이 저 뒤의 언덕을 넘어 산맥으로 들어가는 것을 어렴풋이 보았네. 그것도 칼을 차고 말이야.”


“그게 대체 무슨 의미란 말입니까? 무림인이 칼을 차고 다니는 건 당연하지 않습니까?”


“그래! 바로 그걸세!”


“에?”


“보통 무림인들만이 칼을 차고 다니지. 그 말인 즉슨, 저 마교 놈들이 그가 무림인인 것을 알고 있다는 말이 된다네.”


“허어... 그래서요?”


“내 질문하나 하지.”


“에? 갑자기요?”


“만일 자네가 누군가를 데려왔다고 가정하자고. 그런데, 그가 칼을 차고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 다시 말해 그가 무림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어떻게 대처하겠나?”


“더 말할 것도 없이 죽이겠죠? 아니면 괜히 얽히기 싫으니 그냥 그 자리에 버리고 가던지요.”


“바로 그걸세. 그러나 저 자가 살아있는 걸로 보아서는 아마 절마검, 그 자가 저놈을 데리고 와 일행에 껴 넣었을 거야.”


놀랍게도 거의 근접한 추리였다. 대체 왜 혈교는 이 정도의 추리력을 가진 자를 책사로 안 쓰고 암살자라는 엉뚱한 보직에 잡아다 놓는단 말인가? 이래서 혈교가 안 되는거다, 암암.


아무튼 각설하고, 그의 놀라운 추리는 계속해서 이어진다.


“천하 십대고수 중 하나인 절마검이기에 그를 데려온다는 건 이해가 간다. 무슨 일이 터지면 자신이 바로 제압할 수 있으니 말이야. 그리고 그 이후에는 무얼 하겠나?”


“출신을 캐 묻지 않을까요?”


“그래. 그러면 이 세상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 그놈이 절마검의 눈을 속이기에는 쉽지 않을테고, 고문을 당했든 언변에 감화되었든 사실만을 불었겠지. 지금처럼 운신을 자유로이 놔두는 경우라면 말이야.”


“호오... 일리 있으십니다.”


“그렇다면 절마검은 저놈이 본교 출신이란 걸 알고도 놔둔다는 결론이 도출되지.”


“아하! 그래서 그게 저놈이 무공수련을 하게 떠나보낸다는 것과는 무슨 관계가?”


“그건 말이야... 에잇! 받아라 절단신공!”


21화 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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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23화. 화경. 19.10.15 797 8 16쪽
22 22화. 대법원장. 19.10.11 791 12 13쪽
» 21화. 함정속으로. 19.10.08 794 11 13쪽
20 20화. 달라 달라. 19.10.04 816 13 14쪽
19 19. 망했어요. 19.10.01 855 11 13쪽
18 18. 딜! 19.09.29 862 13 15쪽
17 17화. 난장판 19.09.27 927 13 14쪽
16 16화. 신범 19.09.25 949 13 13쪽
15 15화. 일 대 일. 19.09.24 970 13 13쪽
14 14화. 신교인들과. 19.09.20 1,136 14 13쪽
13 13화. 구출. 19.09.17 1,068 13 14쪽
12 12화. 철명곡. +1 19.09.15 1,162 16 21쪽
11 11화. 탈출. 19.09.13 1,190 15 14쪽
10 10화. 돌아온 탕아. 19.09.12 1,345 16 13쪽
9 9화. 협성대법 19.09.11 1,294 17 14쪽
8 8화. 고문실에서 19.09.08 1,313 18 15쪽
7 7화. 고문. 19.09.06 1,322 17 13쪽
6 6화. 배신. 19.09.03 1,490 21 14쪽
5 5화. 깨달음과 면담. 19.09.02 1,743 23 14쪽
4 4화. 서고에서. 19.08.31 1,905 2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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