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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

무림공적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초연[硝煙]
작품등록일 :
2019.08.30 00:45
최근연재일 :
2023.12.14 07:00
연재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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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8,469

작성
19.09.02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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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글자
14쪽

5화. 깨달음과 면담.

DUMMY

무림공적


5화


휘이이이...


백화영의 몸은 한 순간 환히 타올랐다가 원래의 모습으로 빛이 사그라든다.

백화영의 입장에서는 눈이 부시다 못해 타들어가는 정도의 빛이었지만, 밖의 그 누구도 이 빛을 눈치 채지 못하였다.


“하아아...아름답다.”


그의 눈에 비로소 떠다니는 빛 송이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게 바로 “기”라는 것이다.’


“뭐...뭐야! 뭐지? 왜 내 머릿속에 이런 생각이 떠오르는 거야?”


백화영은 매우 당황했지만, 이내 사라지는 소리에 환청을 들은 것으로 치부하며, 몸이 허하니 그럴 수도 있다고 받아들이고 계속해서 관찰을 시작한다.


“그럼... 이걸 만져볼 수도 있나?”


그는 아름다운 것을 만져보기 위해 손을 뻗지만, 그것은 손아귀를 부드럽게 헤엄칠 뿐, 손아귀에 꽉 쥘 수는 없었다.


“음... 내 배꼽에도 뭔가가 느껴지네?”


그의 몸에도 비로소 단전이라는 것이 만들어졌다.

새로운 것에 흥미가 동한 백화영은 이를 사용해 보려 노력한다.


“움직여라... 움직여!”


마치 아이가 걷기 시작하며 즐거움을 느끼듯이, 백화영은 그도 모르게 내공을 움직이며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이를 무림에서는 소주천이라고 표현하지만, 백화영은 아직 그런 용어를 자세히는 모르는 상태이다.


“우와! 이게 내 몸에 막 돌아다니는 것 같잖아? 흠...피가 돌아다니는 느낌을 느낀다면 이럴까?”


본래라면 백화영의 무공은 갓 무공을 깨우친 3류 무인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시공을 초월해 넘어오며 본능이 새로운 감각에 눈을 뜬 것에 더해 신공이라 불리는 요결의 시너지 효과가 발휘되어, 그는 벌써 2류의 경지를 앞에 두고 있었다.


똑똑똑.


“계시옵니까?”


“네? 아 네! 들어오셔도 됩니다.”


“그러면 소녀 들어가겠사옵니다.”


말을 마치며 시비, 아니 산화여지가 들어온다. 그 모습을 지켜 보며 백화영은 말을 건넨다.


“무슨 일이신가요?”


“아, 예 다름이 아니오라 본교의 하늘을 배알하고 돌아오는 길이옵니다. 그 분께서 구원자님의 알현을 허락하셨사옵니다.”


“아? 그래요? 언제 가면 된다고 합니까?”


“지금이옵니다. 구원자께서는 채비하시옵소서.”


“응? 저는 이 상태 그대로 가면 됩니다. 바로 가실까요?”


“예, 따라오시옵소서.”


헐레벌떡 뛰어가 혈마에게 새로운 사안에 대한 보고를 마치고 온 산화여지였다. 혈마는 보고를 듣고, 바로 일정을 정리한 후 그를 바로 만나기로 결심했다.


“오... 되게 넓은 곳이네요?”


“이곳은 혈교의 본단, 전 무림을 통틀어 이와 비견될 만한 곳은 황궁과 무림맹, 그리고 마교의 십만대산 정도뿐이옵니다. 사파의 본단인 사도주림은 본래는 이와 비견될 만 하였지만, 전쟁으로 인해 지금은 이 정도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사옵니다.”


“흐음... 이런 곳이 4군데 정도나 더 있다니, 이곳이 꽤 큰 대륙인가 봅니다.”


이제야 맨 정신으로 혈교 본궁의 마당을 걷고 있는 백화영이다.

과거 중국여행을 갔을 때 본 자금성이나 천안문 광장이 떠오를 만큼 큰 광장을 백화영은 지금 걷고 있다.


“예, 괜히 이곳을 무림천하라 부르는 것이 아니옵니다. 강호의 물결은 도도히 흐르며 드넓은 평야와 산맥의 끝을 모두 본 자는 그 아무도 없다고 전해져 내려옵니다.”


“그럼 이곳은 완벽한 지도도 없다는 말입니까?”


“그렇지는 않사옵니다. 조각난 정보들을 모두 모아 합치고, 서역과의 교류를 통해 만들어진 길들의 지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꽤 정확한 정보를 가진 지도를 만들어 냈사옵니다. 이를 통여지(도)라고 부르옵니다.”


“흐음...그렇군요.”


둘이 이 세상에 관한 이런저런 잡담을 나누며 걷던 와중, 드디어 일행은 혈마의 응접실 앞에 당도하였다.


“여기서 부터는 구원자께서만 들어가실 수 있사옵니다.”


“음? 시비께서는 안 들어가시나요?”


“저 같이 미천한 몸이 감히 혈교의 하늘을 배알할 수는 없는 법, 이전에 보고를 올릴 때에도 저는 그저 이 앞의 문지기에게 보고를 올리고 돌아왔을 뿐이옵니다.”


끝까지 컨셉을 유지하는 산화여지였다.

아마 한국의 연기인들이 이를 본다면, 대본과 배우가 완벽한 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르러야지 가능할 것만 같은 미세한 디테일함을 살리는 연기에 박수갈채를 보낼 것이다.


“음... 알겠습니다. 전 그럼.”


일단 문지기가 열어주는 문을 열고 들어가 보는 백화영이다.

그 방은 의외로 넓었고, 끝에는 두 남자가 한 명은 상석에, 다른 한명은 그 아랫자리에 앉아있다.


“안녕하세요? 혹시 두 분이 제가 오늘 보려한 분들이신가요?”


“그러하오. 본교를 구원할 구원자를 보게 되어 영광이오.”


“흠... 저는 그거에 대해 좀 자세히 이야기를 나눠 보려 왔습니다. 이야기가 좀 길어질 것 같으니 앉아도 괜찮겠습니까?”


“물론이외다. 잔혈대마. 그대도 이 시간 이후로 이 자리에서 발언할 것을 허락한다.”


“은혜에 감사드리옵니다.”


혈마와 잔혈대마 앞 의자에 백화영은 당당하게 가서 앉았다.

이후 잠시동안 어색한 분위기가 흐르는 자리에서, 슬쩍 눈치를 보던 백화영은 대화의 운을 띄운다.


“음... 우선! 왜 저를 이리로 데려 오신건가요?”


“그건 자네가 본교를 구원할 자이기 때문이오.”


말을 받는 혈마. 그에게 백화영은 살짝 어이가 없다는 투로 말을 이어간다.


“제가 대체 이 교단을 어떻게 구원하라는 말씀이십니까?”


“흠...그건 꽤 복잡하네. 그러나 내 천천히 말해주지. 우선 자네는 현재 무림의 상황을 알고 있는가?”


“아니요, 저는 잘 알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내 간단히 설명해주지. 우선 무림은 마도이세와 정파와 사파, 그리고 천산산맥 넘어 세외의 북해빙궁과, 황하위로 세워진 장성 위에서 중원을 항상 노리고 있는 기마민족, 몽구르가 있네.”


“예, 세력이 되게 다양한 가 봅니다.”


“아니, 아직 남았어, 사파의 영역 밑에는 남만이라는 곳이 존재하는데, 그 곳의 원주민들은 급습에 능하지. 또한 해안선을 끼고 남왜가 활동하네. 그들은 비록 내공은 약하지만, 검이 매우 발달한 자들이야.”


“흐음... 벌써 8개나 되는 세력이 존재하네요. 이게... 다겠죠?”


“나도 그러면 좋겠지만, 장성을 넘어 동쪽의 영역에는 동천이라 불리는 자들이 존재하네.”


“동천... 이요?”


“그래. 원래는 그들은 동이라 불렀지만, 과거 몇몇 국가들이 매우 번영하여 그들만의 신비로운 무공을 바탕으로 강대한 세력을 형성하였지. 중원에서도 그들을 여러 번 침략했었지만, 대부분 실패로 돌아갔다네. 소수지만 신비로운 무공을 가진 그들을 우리는 존중의 마음을 담아 동쪽에 있는 하늘, 그러니까 동천이라 부르게 되었다네.”


“흠... 그럼 그들이 중원을 침공한 적은 없나요?”


“음! 그들이 먼저 장성을 넘어 중원으로 들어온 적은 없다네. 그러나 만일 그들의 유려하면서도 패도적인 무공이 중원의 것과 부딪히게 된다면, 중원 무림은 큰 화를 입을 것이 자명하지만 말이야.”


“그렇군요. 그런데 여기는 그럼 정부란 것이 없는 상황인가요?”


“정부? 아하! 국가를 말하는 것 이구만! 국가의 세력을 우리는 관이라고 부르네. 그러나 그들에 대해서는 별로 걱정하지 않아도 좋아. 관과 무림은 서로의 영역을 탐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매우 오래전부터 내려오고 있다네.”


‘흐음... 정부는 존재하나 이들의 영역에 간섭하지 않는다. 이거 완전 남미 카르텔이랑 정부 관계 아니야? 나 그러면 카르텔 영역에 잡혀온 거야? 으악!’


속으로 비명을 지르는 백화영이었다. 그러나 그는 겉으로는 전혀 내색하지 않은 채, 말을 이어간다.


“음... 좋아요. 좋습니다. 그렇다면 저를 왜 구원자라 부르시나요?”


“그건 말일세, 우리 혈교가 매우 극한의 상황에 몰려있기 때문이네.”


“극한의 상황이요?”


“그래. 지난 시간동안 우리 무림은 매우 큰 풍파를 겪었네. 사소한 은원관계가 쌓여 촉발된 정사대전은 우리 혈교에게 기회를 가져다주었고, 우리는 사파 영역을 점령해 들어가기 시작했네.”


“침공을... 했다고요?”


“침공이 아니야! 우리의 세력을 위한 대두보를 마련하고자 하기 위함이었지. 암튼, 우리가 사파와 전쟁을 치르자, 정파와 마교놈들이 우리를 압박하기 시작했네. 특히 우리가 전쟁에서 승리할 기미가 보이자, 정파는 대놓고 우리에게 선전포고를 하며 전쟁을 벌였고.”


“그렇다면 전선을 이분화하여 혈교와 사파, 혈교와 정파, 이렇게 전쟁을 벌였단 말입니까?”


“그랬네. 그러나 사파는 이전 대전으로 인해 약해질 대로 약해져 있었고, 정파 역시도 전쟁 이전의 세는 회복하지 못하여 꽤 비등비등한 상황이었지. 물론 우리도 역시 전 교의 전력을 털어 넣은 총력전이었지만 말이야.”


“흐음... 꽤나 치열한 전투였겠습니다.”


“그럼! 특히 사파의 심장인 사도주림에서 정사혈이 뒤엉켜 싸우던 모습은 장관이었지! 피와 살이 튀며 바닥에는 죽은 시체들 사이로 피가 졸졸졸 흐르고 있었고, 그 위로는 살아있던 사람들의 병장기가 부딪히던 그 모습은! 크흠...”


자기도 너무 갔다는 걸 아는지 자제하려는 혈마였다.


“흠흠! 어찌되었든 전쟁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네...그런데, 하필 마교가 군세를 본교의 심장 쪽으로 군세를 이동하지 뭔가! 이는 분명 직접 개입하려는 의도였다고 우리는 생각했네.”


“전선을 양분하는 것도 무리인데... 삼분할이라, 이건 무조건 휴전이 답이지 않을까요?”


“정확하군! 우리도 자네와 똑같이 생각했네. 그래서 바로 사파와 정파에게 휴전을 신청했지.”


“그들이 받았나요?”


“아마 그들도 어쩔 수 없었을 거야. 전쟁이 조금만 장기화 되었으면 그들의 총 전력 중 약 4할 이상이 갈려나갔을 테니까. 그들은 이전에 비하자면 약 8할의 세력만을 유지하고 있네.”


“그렇군요.”


“단순히 그런 것이 아닐세! 마교놈들은 본교의 위기를 기회로 삼아 우리의 영토까지 꿰차고 앉아 점령했단 말일세! 심지어 그곳은 우리의 본단인 여기 근처야! 그곳에 십만대산의 정예 중 최정예라 불리는 철혈마전단을 배치했단 말일세! 이건 우리 본교가 세워진 이래 최대의 위기야!”


“위기라... 음... 일단 말씀은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를 데려오신 이유는 뭔가요?”


격양된 혈마의 어조와는 달리, 침착함과 냉정함을 유지하는 백화영이었다.

그런 그의 말을, 감정이 북받친 혈마 대신 부주, 잔혈대마가 받는다.


“그건 본마가 설명하겠네.”


“당신은...?”


“자네를 이곳으로 소환한 비술을 실행한 자가 본마이네.”


“아. 그럼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뿌드득. 그 말을 듣자마자 속으로는 그에 대한 증오심을 드러내는 백화영이었다.

그러나 겉으로는 절대 내색하지 않고, 조용하게 안으로만 칼을 가는 주인공이다.


“음... 우선 자네가 소환된 이유는 말이야, 그 비술의 선택을 받은 자이기 때문이네.”


“무슨 소리... 를?”


“그 비술은 본래 다른 곳에서 무공의 천재라 불릴 재목 중 하나인 천공대무지체를 하나 뽑아 무작위로 데려오는 술법이라네. 자네는 천부적으로 무공을 익히기에 탁월한 몸이야. 혹여 자네가 있는 세계에서도 그런 것을 못 느꼈나?”


그 말을 들으니 백화영은 지난 과거를 회상하게 된다.

취미로 배우는 격투기마다 다 선수로 나갈 것을 권유받을 정도였고, 공부의 재능이 강했기에 적극적인 권유는 받지 않았지만, 학창시절에도 체육선생으로부터 체대에 갈 것을 은근히 종용받았던 기억이 그의 뇌리를 어렴풋이 스쳐지나갔다.



“그... 그래서 그게 뭐 어쨌단 말입니까?”


“자네 같은 인재가 우리의 교의 뜻을 따른다면, 우리는 지난 치욕을 딛고 일어서서 천하재패를 도모할 수 있게 될 것이야! 본 교는 아낌없이 지원하겠네. 돈? 술? 무공? 여자? 원한다면 무엇이든 말하게! 우리가 다 지원해 주겠네.”


‘아하...알겠다. 그러니까 이것들이 나를 무슨 전술 및 전략적으로 다 사용 가능한 만능 무기처럼 키워서 쓰겠다 이 말이지? 심지어 그것도 명령에 따라 사람 도축하는 인간백정으로. 누구를 호구로 아나...’


이미 이들 주장의 요지를 눈치 챈 백화영은 거부할 준비를 마쳤다.


“말씀은 알겠습니다.”


“오오, 그렇다면?”


“그러나 저는 아쉽게도 당신들의 뜻에는 동참할 수 없을 것 같네요.”


“뭐라?”


“음, 우선 당신들이 저한테 한 짓이 제가 있던 세계에서는 무슨 죄에 해당하는지는 아십니까?”


“무슨 죄? 장난하나? 우리가 무슨 죄를 지었다고!”


이들은 혈교인. 그들의 목적을 위해서 인간적인 양심과 역지사지에 기반한 측은지심, 지혜와 자비 등은 이미 엿 바꿔 먹은 지 오래인 자들이다.

그런 그들을 백화영은 한심하게 쳐다보며 말을 이어간다.


“이건 납치, 협박, 살인교사 등등! 수 개의 죄에 대해서 경합범에 해당하는 사안입니다! 만일 한국이었으면 당신들 전부 최소 40년 형 이상은 받았을 거란 말입니다!


5화 完


작가의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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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 15화. 일 대 일. 19.09.24 972 13 13쪽
14 14화. 신교인들과. 19.09.20 1,137 14 13쪽
13 13화. 구출. 19.09.17 1,069 13 14쪽
12 12화. 철명곡. +1 19.09.15 1,165 16 2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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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9화. 협성대법 19.09.11 1,297 17 14쪽
8 8화. 고문실에서 19.09.08 1,317 18 15쪽
7 7화. 고문. 19.09.06 1,326 17 13쪽
6 6화. 배신. 19.09.03 1,496 21 14쪽
» 5화. 깨달음과 면담. 19.09.02 1,750 23 14쪽
4 4화. 서고에서. 19.08.31 1,911 25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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