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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연

무림공적

웹소설 > 일반연재 > 무협, 판타지

초연[硝煙]
작품등록일 :
2019.08.30 00:45
최근연재일 :
2023.12.14 07:00
연재수 :
10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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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5
글자수 :
428,469

작성
19.09.24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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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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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글자
13쪽

15화. 일 대 일.

DUMMY

무림공적


15화


“이렇게... 쉽게 풀어준다고요?”


백화영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말을 했다.

확실히 사슬이 풀리자마자, 그의 몸속에서 흘러넘치는 대해와 같은 내공이 다시 느껴지기 시작하였다.


“약속했으니까요! 저도 그 약속에 대한 대가는 드려야 하지 않겠어요?”


그녀는 순수한 표정으로 말을 받았다.


‘허어, 이 여자... 뭐지?’


백화영은 이렇게 말하는 그녀를 보며 이곳에서 처음 맞닥뜨리는 순수함에 속으로 감탄을 뱉었다.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 지난 와중, 밖에서 누군가가 들어왔다.


“자네, 일단 손의 사슬부터 풀어... 뭐야!”


“범 아저씨! 제가 풀어드렸어요! 이 분이 푸신 게 아니에요!”


“아가씨! 어째서....?”


“제가 또 도망가지 않는다는 약속을 확실히 받아 놓았거든요 호호. 무림인의 신뢰와 명예를 걸고 한 약속이니 절대 어기시지 않을거에요!”


그녀의 이 말에, 신범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백화영을 바라보았다.

그 눈빛을 정면으로 받은 백화영은 뺨을 긁으며 시선을 애매하게 돌리면서 웃음으로 그 시선을 넘기려 노력한다.


“자네.”


“아...하하.......예. 어쩌다 보니 이렇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어색한 웃음이 계속되던 와중, 이 기류를 끊은 건 신범이었다.


“일단 자네가 도망가지는 않는다고 하니, 내 믿어 보겠네. 뭐, 설령 도망가도 내 손에 금방 잡힐 테지만 말이야.”


“그건 이미 마음을 굳혔습니다. 저도 짐은 되지 않으려 노력하겠습니다. 이쁘게 봐 주십쇼.”


“그 마음, 끝까지 잘 굳어 있어야 할 거야. 아니면... 뭐 잘 알지?”


스릉.

이러면서 신범은 또 검 집에서 검을 반쯤 뽑는다.


“아유! 아저씨!”


“하하, 아가씨. 지금은 정말 장난이었습니다. 장난. 뭐, 그나저나, 저 자와 잠시 할 이야기가 있으니 자리를 좀 비켜주시겠습니까?”


“예...? 하지만...”


“아가씨.”


“네에.....”


이번에는 제아무리 그녀라고 해도 양보하지 않을 것만 같은 그의 말에 그녀는 순순히 받아들이고 밖으로 나간다.

그녀가 나가자마자, 신범은 갑자기 기를 끌어올려 막사 주변을 뒤덮는다.


“뭐... 뭡니까?”


“자네도 쓸 줄 알지 않는가? 그저 기막을 친 것뿐이네.”


“보통 기막은 자기방어용도로 씁니다만?”


“흐음, 그 말을 듣자하니 확실히 화경은 아닌 것 같고. 초절정 말...쯤 되려나?”


“예?”


“뭐, 자네 같은 천재라면 내가 말하지 않아도 후에 금방 깨닫겠지만, 좀 빠른 이해를 돕기 위해 이 정도는 설명해주지.”


“이걸 말입니까?”


“음, 그렇지. 그런데 그 전에, 자네는 본래 ‘기’라는 것이 무엇이라 생각하나?”


갑작스럽게 묻는 뜬금없는 물음에, 백화영은 순간 당황하였지만 이내 곧 정신을 다잡고 자신이 생각한 답을 내놓기 시작한다.


“기... 라. 저는 이 세상을 움직이는 근간, 혹은 근본적인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음... 거의 정확하군. 그럼 만일 자네의 말대로 ‘기’라는 것이 세상의 근간이라면, 자네 역시도 세상의 근간, 그 속에 속한 것이 아닌가?”


“아...?”


그렇다. 기라는 것은 세상 만물의 근원. 그렇다면 이 세계 속에 속해있는(자의든 타의든) 백화영 역시도 이러한 기의 대상 중 하나임에는 틀림없다.


“만일 그러하다면, 자네의 의지가 ‘기’로 치환되어 나타낼 수 있다고는 생각해 본적이 없나?”


“선천진기...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아니, 아닐세. 선천진기는 자네의 생명의 원천이며 분명 세상을 구성하는 ‘기’중 하나인 것은 맞아. 그러나 내가 말하는 것은 좀 더 거시적인 ‘기’. 즉 자네 자신일세.”


“그렇다면..... 단순히 응축, 발산을 넘어 기를 자신의 생각대로 구현시켜 다룰 수 있다... 이 말씀이신 겁니까?”


“음! 그렇지.”


뭔가 대견하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는 신범이었다.

그러나 그를 바라보며 백화영은 의문이 머릿속에 꼬리를 물고 퍼져나간다.


“그런데... 우선 말입니다.”


“응?”


“왜 저한테 이런 가르침을 주신 겁니까?”


“그건 자네가 내게 묻지 않았나?”


“.....예?”


그의 답변에 어이없어하는 백화영.

그러나, 그의 말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자네는 방금 내게 왜 기막을 펼쳤는가 묻지 않았나?”


“그랬지요.”


“그러고 거기에 더해 기막은 오로지 방어 용도로만 쓰인다고 말 했었고.”


“예, 그것도 맞습니다.”


“바로 그걸세. 나는 그거에 대한 대답을 한 거야.”


“예? 갑자기 이게 왜 이렇게 연결됩니까?”


“허허... 이건 설명으로 알 수 있는게 아니야. 자네가 직접 깨달아야 하네.”


“고작 이런 것만 주고 어떻게 깨달으라는 겁니까?”


“흐음, 시간이 좀 필요할 것 같구만. 어차피 오늘은 여기서 야영할 것 같고. 시간은 많으니 내 술이나 몇 병 가져오지. 그 동안 생각이나 하고 있게.”


이 말을 마지막으로, 그는 백화영에게 생각할 시간을 준 후, 밖으로 쌩하니 나가버렸다.


“대체 뭘 어떻게 이해하라는 거야!”


그가 나간 후, 어이없음에 소리쳐보는 백화영이지만, 이미 그는 저 멀리로 떠난 지 오래다.


“하아. 기... 자연의 근간... 나의 근간... 의지...”


백화영이 이렇게 생각을 하고 있는 시간이 좀 지나갔음에도, 그는 여전히 답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이에 생각을 포기한 그가 막사 침대로 벌러덩 드러누운 와중, 그는 갑자기 머릿속에서 뭔가 생각이 났는지 그대로 벌떡 일어난다.


“잠시만! 밖의 소리가 들리지 않잖아!”


이제야 무엇인가를 눈치 챈 백화영.

그는 다시 골똘히 이전의 상황을 상기하기 시작한다.


“분명, 저 사람은 내게 조용히 말할 것이 있다고 했다. 그것도 모시는 아가씨를 내보내면서까지. 그렇다면, 조용히 말 할 것에 집중한다면...!”


백화영이 무엇인가 깨닫자, 타이밍 좋게도 신범이 술상을 들고 들어온다.


“이제야 이해가 되었는가?”


“하... 하하. 이거... 설마, 이런 것이었습니까?”


“그래, 자네는 내게 그 답을 들려줄 수 있겠는가?”


“예.”


백화영은 자신에 찬 어조로 말을 이어간다.


“기라는 것은 세상 만물을 유지시키는 근간. 그렇다면 그 속에 포함된 ‘나’라는 자의 의지역시도 기로서 치환되어 사용될 수 있는 것. 이런 말씀이 아니셨습니까?”


“후후. 이제야 이해하는가.”


“이 정도면 오히려 겨우 이해한 거 아닙니까?”


“큭큭. 내 장난을 함 쳐봤네. 확실히 자네정도면 정말 비상한 편이야. 저 어디 정파나 본교에서 태어났으면 천하에 다시없을 기재로 불렸을 걸세.”


“장난 두 번이면 제 머리가 뽀개지겠습니다.”


백화영이 투덜거리며 말을 튕겼다.

신범 역시도 뭔가 삐죽거리는 듯한 태도였지만 그건 미미한 정도에 불과했다.

이렇게 서로가 알 수 없는 삐죽함을 느끼는 둘이었다.

그러나, 둘 다 속으로는 알 수 없는 뿌듯함이 솟아오르는 이상한 동질감 역시도 가볍게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럼, 지금은 단순히 저와의 대화를 나누기 위해 이런 것을 치신 겁니까?”


“맞네. 그리고 진짜 이야기는 지금부터지.”


꿀꺽.

백화영은 무심결에 침을 삼키고 본격적으로 들어가는 그와의 대화에 집중할 준비를 한다.


“우선, 자네도 기본은 이해한 것 같으니 아까의 것에 조금 세부적인 것 까지 더하여 이야기 해주지.”


“감사히 듣겠습니다.”


“호오, 눈빛부터가 바뀌었구만. 좋아. 우선, 내가 친 기막은 나를 보호하는 것이 목적이 아닌 바깥에 우리의 대화가 새어나가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네. 아마 여기까지는 자네도 이해했을거야.”


“예.”


“그러나, 내 의지를 구현하는 데에는 단순히 그 한가지의 목적만이 들어가지 않지.”


“...예?”


“간단히 말하자면 이런거네. 내가 구현시킨 이 기막. 원래는 안과 바깥의 소리를 격리시키려는 목적으로 친 것이지만, 나는 이미 구현된 의지에 이후 한 가지를 더 추가시켰네. 바로 ‘나는 들을 수 있다’라는 것이지.”


“그렇다면 안에서 제가 생각하는 걸 다 듣고 계셨던 겁니까?”


“미안하지만, 그렇다네.”


“흐음... 다른 사람이라면 화부터 내는게 정석이겠지만, 뭐, 싸워도 질 것 같고. 그렇다면 저도 질문 한 가지를 더 드려도 되겠습니까?”


“음? 뭔가?”


“만일, 제 의지를 타인에게 구현시키게 해도 되는 겁니까? 예를 들어, 이 상황에서는 들리는 대상이 ‘당신과, 당신이 지정한 누군가’처럼요.”


“하하하하하하하!”


이 질문을 듣자마자 갑자기 호쾌하게 웃는 신범이었다.

그러나 백화영은 이 웃음을 비웃음으로 오해하고 얼굴이 잠깐 붉게 달아오른다.


“너무... 터무니없기는 하죠...?”


“아니! 정답일세!”


“예?”


“그게 맞네. 나의 의지를 구현시키는 것. 그것이 곧 심상의 발현이며 화경의 경지에 접어들었다고 말하는 것이지.”


“허어...? 그... 그렇군요.”


백화영은 지금까지의 짧은 대화를 통해 자신의 것이 갈 길을 어렴풋이 찾을 수 있게 된 듯한 시야가 막 트이는 감을 느낀다.

이어 그의 머릿속에서는 그러한 기회를 자연스럽게 접하게 해준 신범에 대해 이에 대한 감사가 맨 처음 나타나긴 했지만, 이내 곧 그보다 더 강한 의문이 그의 머리를 세게 관통한다.


“그런데, 왜 제게 이런 걸 알려주시는 겁니까?”


“음? 그냥?”


“예???”


“하하, 이것도 이 늙은이의 농일세. 음, 그리고 굳이 말해야 한다면... 천재인 무림 후학을 본 선배의 입장으로서 이 정도는 해주고 싶었달까?”


“하... 이게 말로만 듣던 강호의 도리...라는 겁니까?”


“푸하하하하하!”


이번에는 신범이 진짜로 신명나게 웃어제끼기 시작했다.


“왜...왜 그러십니까?”


“하하하...크큭... 아니 아니, 거 무슨 정파나 할 소리를 마교인한테 하는지 원. 오랜만에 자네 덕에 대차게 웃었네, 푸풉.”


“웃지 마십시오!”


부끄러워진 백화영이 목소리를 높이자, 그는 이제야 웃음을 줄이고 말을 이어간다.


“하아, 뭘 그렇다고 또 소리를 높이고 그러나. 음음. 내 이제는 돌아왔네.”


“후... 그래서, 소리가 안 들리게 기막까지 쳐놓고 무슨 말을 하시려 했던 겁니까?”


“음! 원래는 자네가 누군지, 이전에 들려준 정보가 맞는지 파악하려 했었지. 그리고 자네의 경지도 말이야.”


“그래서, 저에 대해 파악은 끝나셨습니까?”


“음! 그럼. 어지간한 건 다 끝났네. 나머지는 앞으로의 시간과 오늘 이 친구가 다 말해주겠지.”


그러면서 그는 장난스러운 손짓으로 자신이 들고 온 술병을 가리킨다.


“어... 술입니까?”


“그럼! 허허, 내 이 친구를 앞에 두고 혓바닥이 길었군. 어디... 일단 먹으면서 이야기하지.”


쪼로록.

그러면서 그는 둘의 술잔에 가벼이 술을 따르기 시작한다.


“자 한 잔 할까?”


“예.”


쨍!

술잔이 부딪히며 경쾌한 소리를 낸다.

백화영은 지금까지도 의심의 눈초리를 지우지 않았는지, 그가 술을 먼저 마시고 나자 그제야 자신도 한 잔 속으로 넘긴다.

그러나, 술이 목구멍으로 넘어가자, 놀라울 만큼 강한 향기가 그의 비강을 타고 찌르기 시작한다.


“허!”


백화영은 자신도 모르게 감탄을 뱉어낸다.


“하하! 어떤가! 본교의 명주 화월이?”


“이건... 정말... 훌륭합니다!”


진심이었다. 예전에 모종의 이유로 술을 잠시 끊은 후로 그는 술에 대해서는 별 관심 없이 살아왔으나, 이 화월은 잃었던 관심을 다시 찾게 해 줄만큼의 가치가 있었다.


“이리 좋아해주니 권한 나도 참 뿌듯해지는구만! 좋아, 좀 더 할까?”


“좋습니다!”


이렇게 술잔이 돌며 담긴 술과, 그 속에 자연스레 섞인 대화가 어울려 들어가며 시간이 그 손을 잡아끄니, 술이 약 3병이 다 비워질 때쯤, 둘은 서로에게 굉장한 친근감을 느끼게 되었다.


“허어, 내 이리 나이차가 많이 나나 친근한 이를 만난 것은 오래간만일세.”


“저도 그러합니다.”


“후후, 아주 좋아. 그러면 내 이제는 아까 전의 이유를 좀 더 상세히 말하고 싶은데, 괜찮은가?”


“이제 와서 뭔들 문제가 되겠습니까. 말씀하십시오.”


“그리 말해주니 내 기꺼이 말하겠네. 우선, 듣고 놀라지나 말게.”


“후아! 대체 무슨 말씀을 하시려고 이러시는 겁니까?”


“음... 아까 낮에 내가 처음 들어와 기막을 펼쳤을 때 말이야.”


“예.”


“만일 그때, 자네가 이렇게 순수한 태도로 진심어린 답을 하지 않고 뭔가 꿍꿍이가 있어 보였었다면 말이야, 난 자네를 죽이려고 했을 걸세. 그리고 이 소리를 차단하는 기막도 원래는 아가씨께 선 조치, 후 보고 하려고 그랬던 거고.”


“.....예?”


15화 完


작가의말

감사합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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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18. 딜! 19.09.29 865 13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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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16화. 신범 19.09.25 950 13 13쪽
» 15화. 일 대 일. 19.09.24 972 13 13쪽
14 14화. 신교인들과. 19.09.20 1,137 14 13쪽
13 13화. 구출. 19.09.17 1,069 13 14쪽
12 12화. 철명곡. +1 19.09.15 1,165 16 21쪽
11 11화. 탈출. 19.09.13 1,191 15 14쪽
10 10화. 돌아온 탕아. 19.09.12 1,348 16 13쪽
9 9화. 협성대법 19.09.11 1,297 17 14쪽
8 8화. 고문실에서 19.09.08 1,317 18 15쪽
7 7화. 고문. 19.09.06 1,326 17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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