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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게임 속 나혼자 플레이어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이찬솔
작품등록일 :
2022.09.15 01:46
최근연재일 :
2024.04.20 20:15
연재수 :
12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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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06.18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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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쪽

왕의 축복과 장군 자넷싱

DUMMY

[동료]왕의 축복 활성화.


동훈의 레벨이 애스톨과 반다르를 추월하게 되자 활성화된 시스템이었다. 잔비어 요새로 오던 중 레벨업 과정에서 떠오른 메시지였고, 닥사 중에는 메시지를 보지 않는 동훈이 메시지를 미뤄뒀다가 묵은 메시지들은 확인하면서


물론 게임에는 없는 시스템이었다. [동료]라는 문구부터 그랬다. 게임 더 벨룸에서 동료는 게임을 같이 하는 또 다른 플레이어였으니 그의 성장에 누군가가 이렇게 시스템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동료]왕의 축복 활성화 시스템의 요는 하나였다.


왕의 축복을 동료 NPC에게도 켜주는 것.


이렇게 되면 왕의 축복 소모량은 반다르와 애스톨만 해도 3배에 달하는 양이니 돈 역시 3배로 든다는 뜻이었다. 나중에 동료가 더 늘어난다면 왕의 축복으로 들어가는 돈 역시 머릿수만큼의 배수가 뛰겠지.


안 그래도 왕의 축복은 돈 잡아먹는 하마로 여겨지는 시스템이지 않았던가.


하지만 역으로 반다르와 애스톨 역시 동훈처럼 3배로 강해질 수 있다는 뜻인데....


일행의 전력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었다.


안 그래도 동훈과 일행의 성장 차이는 벌써부터 유의미하게 벌어지고 있었다.


반다르와 애스톨은 동훈이 처음 이곳에 떨어졌을 때만 해도 경지의 차이, 그러니까 레벨 차이가 10레벨씩은 넘게 났다. 스펙은 딸렸지만 레벨만큼은 동훈보다 높아 그래도 전투에 있어 체면치레는 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지금은?


레벨마저 동훈이 더 높을 지경이었다.


[애스톨 디모톨레오] lv. 20


[반다르 거먼트] lv. 23


보다 레벨이 낮았던 애스톨의 레벨이 20으로 올랐고 반다르는 거의 차이가 없었다.


‘무구를 잡는 느낌이 전과 달라진 기분이에요. 칼과 활을 잡는 게 몸의 연장선이 된 기분이랄까요.’


‘2단계의 경지에 올랐군. 내게도 그럴 때가 있었지. 축하할 일이야. 자네처럼 수련을 등한시하는 사람이 2단계에 오르다니.’


‘하하하! 제게 재능이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다른 사람들처럼 노력하지 않아도 쑥쑥 경지가 상승하니까요! 대장의 말을 들으니 기분이 좋네요!’


반다르와 애스톨은 그렇게 티격대며 웃었다.

반다르는 늘 애스톨을 향해 수련을 등한시하는 게으름뱅이라고 놀리는 걸 좋아했으며 애스톨은 뼈 빠지게 수련하는 자들이야말로 바보라고 말하길 즐겼다.


이렇듯 애스톨이 20레벨에 오른 게 얼마 전이었다. 동훈의 성장 속도와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이었다.


동훈은 한숨을 푹 쉬며 왕의 축복과 관련된 패키지 상품을 열어 확인했다. 캐시를 무작정 때려박는 것보다 패키지 상품을 통해 구매하는 것이 가성비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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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왕의 축복 패키지

유료 재화 킹다이아몬드(왕의 축복 충전에 사용) 7700개

1,550,000캐시(보유 캐시 : 732,662,107캐시)

구입 가능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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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귀한 보석 패키지

유료 재화 킹다이아몬드(왕의 축복 충전에 사용) 3000개

750,000캐시(보유 캐시 : 732,662,107캐시)

구입 가능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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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을 위한 보석 패키지

유료 재화 킹다이아몬드(왕의 축복 충전에 사용) 7000개

1,550,000캐시(보유 캐시 : 732,662,107캐시)

구입 가능 10/10

===


패키지들의 향연은 동훈을 유혹했다. 그동안 ‘왕의 축복’에 쓴 것을 제외하면 모두 모아놓은 캐시는 영롱하게 9자리의 아름다운 자태를 자랑하고 있었다.


인생은 참 재미있다. 동훈은 자신에게 돈만 있다면 걱정이 하나도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 있어도 걱정의 무게가 가벼워질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돈은 모아도 모아도 부족하고 쓸 곳만 투성이였다. 돈이 없을 때는 밥 먹을 것이 걱정이었고, 돈이 생기니 뭘 먹을지가 걱정이었고, 돈이 많아지니 어디다 얼만큼 쓸지가 걱정이었다. 그 걱정은 종류만 달라졌지 무게는 전혀 가벼워지지 않았다.


걱정이 끊이지 않는 것이 삶이었다.


동훈은 그나마 이곳에서 쓰는 돈은 버는 건 현실 세상과 연결되어 있지만 쓰는 것은 별개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두 개가 같은 계좌를 공유하는 매커니즘이었다면 동훈은 현실 세상과 더 벨룸 속 세상 중에 하나를 골라야만 했을지도 몰랐다.


동훈은 잠시 고민했지만 이내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렸다.


반다르와 애스톨의 성장은 자신에게 꼭 필요했다. 이건 그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더 벨룸은 혼자서 할 수 있는 싱글플레이 게임이 아니었다. 한 손은 반드시 여러 손을 당해내지 못했다. 잠깐은 한 손이 여러 손을 이길 수 있을지 몰라도 길게 보면 한 손은 언제나 여러 손에 당하고 말았다.


반다르와 애스톨은 동훈이 더 벨룸 세상으로 떨어지고 처음 가진 아군이며 이들을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그렇다면 성장도 끝까지 함께 해야지.


동훈은 시스템을 활성화하며 자신 앞에 놓인 술잔을 들었다.


반다르와 애스톨은 ‘왕 시해’의 목표를 쉽사리 입밖으로 내지 않았다. 잔비어 요새는 명백하게 왕의 영토였기에 신중한 태도였다.


별 의미 없는 이야기를 떠드는 것 같았지만 반다르와 애스톨은 일종의 정보 수집 중이었다.


잔비어 요새 입성 이후의 계획에 대해서는 오는 길에 이미 상의를 해뒀기 때문에 일행의 별다른 상의는 필요하지 않았다.


잔비어 요새에서 잠시 머무른 뒤 왕성으로 가는 것이 중간 목표였다. 잔비어 요새에는 반다르의 동료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연유로 일행은 잔비어 요새에서의 체류가 짧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동훈이 한 용병대와 친해지기 전까지는 그랬다.


***


“...저기 용병대장이 신성왕 휘하에 있던 기사라던데? 정히 용병 찾기 힘들다면 저들에게 의뢰해봐. 가격은 좀 비싸지만 확실하지.”


신성왕? 반왕과 비슷한 참칭자의 이름이었다. 반왕 외의 참칭자라니. 동훈 입장에서는 그들 모두가 경쟁자나 다름없기 때문에 왕 휘하의 기사였다는 용병대장에게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용병대장의 얼굴은 멀어서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그나마 가까운 같은 용병대 용병의 얼굴은 확인할 수 있었다. 같은 용병대의 용병들은 각기 무기나 방패, 옷깃에 용병대의 문양을 간단하게 새겨 자신들의 소속을 공유했다.


하물며 동훈에게는 그들의 소속이 나오는 네임텍까지 볼 수 있었다.


[그라밋 용병대 세나 융케] lv.21


중성적인 외모의 젊은 여자 용병은 용병대에서 서열이 그리 높지 않아 보였다. 가끔 테이블을 떠나 바쁘게 움직이는 걸 보면 용병대의 자질구레한 일까지 처리하는 듯했다.


말단 용병까지 20레벨 초반이라. 동훈은 이곳에서 보기 힘든 수준의 용병대라고 생각했다.


동훈은 그들에게 흥미가 동했다. 술잔을 들고 일어나 용병대 쪽으로 가 말을 걸어볼 생각이었다.


“저 잠시 저 용병들과 이야기 좀 나눠보겠습니다.”


“그래요? 저도 갈까요? 아니에요, 제가 먼저 가겠습니다. 디오르 경은 잠시 계시죠. 제가 분위기를 잡아놓겠습니다.”


사람 사귀길 좋아하는 애스톨이 동훈을 따라 일어나 흥얼거리며 먼저 용병들의 테이블로 향했다. 쾌활하게 인사하는 애스톨은 잘생긴 외모 덕에 무리 없이 그들과 섞여들었다. 사람을 좋아하는데다 유쾌한 그의 성격은 맘먹고 싫어하지 않으면 거부하기 힘든 매력이 있었다.


잠시 웃고 떠든 애스톨은 동훈을 향해 손짓하며 됐다고 눈짓도 줬다.


“여기요! 디오르 경! 이분이 용을 물리친 대기사! 우리의 영웅이지. 오세요, 오세요. 다들 디오르 경을 보고 싶어해요.”


동훈은 단숨에 용병들과 친해진 애스톨을 신기하게 쳐다봤다. 그의 친화력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덕분에 동훈 역시 그들과 수월하게 섞여들었다. 옆을 슬쩍 보니 애스톨은 벌써 그들과 수년은 알고 지낸 친구처럼 굴었다.


펍에서의 술자리가 무르익자 동훈 역시 용병대와 친해져서 그들의 세밀한 이야기까진 아니더라도 대략적인 이야기까지는 나눌 수 있게 되었다. 이를테면 용병대에 누가 속했는지 같은 이야기들 말이다.


“우리는 계약 용병단이죠. 베로니카 상단과 전적으로 엮인 건 아닙니다. 그러니 저희 나름대로 의뢰를 받죠. 실력이 모자라서 그런 건 아니고 저희 대장 성격이 까다로워서요.”


“성격이요?”


“예. 아무래도 대장은 기사 출신이거든요. 무슨 전속계약을 모실 군주님 정하는 걸로 생각하더라니까요? 고리타분하죠. 으.”


동훈은 넓은 테이블에서 홀로 술을 홀짝이고 있는 용병대장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올랜도 그라밋] lv.29


기사 출신의 용병 대장은 시인처럼 우두커니 앉아 홀로 술잔을 기울였는데 그 모습이 퍽 분위기 있었다. 비록 그의 외모가 험악했지만 주변에 흐르는 우수가 있어 그를 노동에 지친 노동자처럼은 보이지 않게 했다.


레벨이 29라. 30에 다다른 고수였다. 베로니카 상단의 상행을 담당하는 이의 무력이 30도 되지 않는다는 걸 생각하면 그는 인정할만한 고수라고 할 수 있었다. 베로니카 상단이 이들과 전속계약을 원하는 게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동훈은 그에게 시선을 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군요.”


용병 세나는 대장을 바라보는 동훈의 눈빛이 어딘지 변태 같아서 얼른 화제를 돌렸다. 취향이 그런 쪽은 아니겠지?


“아무튼, 건수 있으면 우리 좀 불러줘요. 실력이 대단하시다면서요? 우리도 꽤 해요. 한 손으로 감당 못 하는 일은 우리 전문이죠.”


인재를 보면 손에 넣고 싶은 동훈의 마음이 왜인지 오해를 불렀다.


***


한편 동훈이 궁전으로 착각했던 요새 내성의 화려한 방.


남부에서 보기 어려운 섬세하고 정교한 느낌의 테피스트리와 고풍스러운 장식용 검이 벽에 걸린 내성의 뽐내지 않으면서도 고아한 분위기를 잘 보여주는 듯했다.

벽에 거리를 두고 박힌 촛대는 은으로 만들어져 절로 작은 창으로 들어오는 빛을 반사했는데 그것들이 자아내는 빛이 아스라이 방을 비춰 교묘한 그림 같은 것을 그려냈다.


고급스러운 장식품들과 작은 창, 은으로 된 촛대까지 있는 이 방은 마치 감옥 같으면서도 부유한 이가 머무는 쉘터 같기도 했다.


바로 이곳이 장군 자넷싱의 집무실이었다.


뚱뚱한 몸의 자넷싱은 특별히 제작된 커다랗고 푹신한 나무 의자에 앉아 업무를 보고 있었다. 널찍한 책상에 가득 쌓인 각종 문서는 자넷싱이 아무리 처리해도 줄어드는 것 같지가 않았다.

자넷싱은 한숨을 크게 푹 쉬고는 잠시 자신에 깃펜을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옆에 숨죽이고 서 있는 학자풍의 남자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가 죽은 듯이 서 있는 이유는 그의 경지가 고강하여 자연과 동화된 것도 아니고, 특수한 술법을 익혀 죽은 사람처럼 조용히 있을 수 있어서도 아니었다.

그저 이 유약한 학자풍의 남자는 심할 정도로 존재감이 없게 태어났으며 몸을 움직이는 일과는 담을 쌓고 지내 닭 모가지를 비틀 힘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자넷싱의 시선이 학자풍의 남자에게 닿자 남자는 작게 고개를 숙이고 부시럭거리며 품 안의 문서를 펼쳐 해야 할 말을 골랐다.


잠시 시간이 흐르고 학자풍의 남자가 장군을 향해 보고했다.


“갈라그루드가 어느 기사에게 패해 달아났다는 소식입니다. 직접 눈으로 봤다는 증언도 많습니다. 요새의 정찰병들이 갈라그루드가 서쪽으로 멀리 날아가는 걸 보았다고 했으니 제 영역을 떠난 놈은 누군가에게 호되게 당했다는 건 분명해 보입니다. 베로니카 상단과 함께 들어온 기사가 갈라그루드를 물리쳤다고 성문 경비병들이 보고를 받았다는군요.”


거기까지 말한 남자는 이것을 말하는 데도 힘에 부치는지 이마에 맺힌 땀방울을 닦으며 장군의 답을 기다렸다.


유약한 학자풍의 남자, 요새의 행정관 벤슨은 머리가 반쯤 벗겨진 젊은 남자였다. 30대밖에 되지 않았지만 넓어지는 이마와 숱이 점점 사라지는 정수리에 벤슨은 항상 한숨지었다.


자넷싱 장군은 많은 나이에도 머리가 풍성했고 벤슨의 고민을 전혀 이해해주지 않았다. 그러니 벤슨에게 수없이 많은 일을 맡겨온 것 아니겠나.


아무튼 벤슨은 자넷싱의 심복이었으며 자넷싱이 많은 일을 믿고 맡기는 인물이었다.


잔비어 요새의 지배자, 장군 자넷싱의 눈썹이 들려 올라갔다.


갈라그루드라니. 그 이름을 이렇게 들을 줄은 몰랐다는 듯이.


“그 갈라그루드를? 기사 하나가?”


“예. 기사가 칼을 휘두르자 용이 피를 흘리며 달아났다고 합니다.”


갈라그루드가 어떤 용인가. 근방에서 골치를 썩는 젊은 용으로 이 주변에서 패악질을 부리는 걸로 유명한 탕자였다.


용들은 날 때부터 강대한 힘을 약속받고 태어나는 불합리한 존재들이었다. 인간들이 아등바등 경지를 올려 나갈 때, 엘프들이 세월로 축적된 자연의 힘을 받아들일 때 용들은 그들에 비하면 대가도 없이 손쉽게 힘을 쟁취한다.

드래곤하트라는 신체기관은 마르지 않는 마력을 그들에게 주며 그들이 내쉬는 숨 또한 무기가 되는 무시무시한 존재들이 아니던가.


그들이 개인적인 성향을 지녔다고는 하지만 어떤 젊은 용을 건드렸을 때 그의 일파나 무리의 연장자가 어떻게 나타날지 모르기에, 자세히 말하자면 그 연장자가 어떤 탐욕을 지닌 드래곤인지 모르기에 용은 젊든 어리든 건드리기 까다로웠다.


그래서 잔비어 요새의 장군 자넷싱도 자신의 구역에서 패악질을 부리는 갈라그루드에게 손 쓰기 곤란한 상황이었는데 이 소식은 앓던 이가 빠지는 소식이라고 할 수 있었다.


“흐음. 아무튼 골칫거리 갈라그루드를 물리친 건 칭송받을 일이지. 잔비어 요새의 자넷싱이 은인 대접을 소홀히 했다는 소문이 퍼지는 건 안 될 말이야. 그에게 내 만찬에 초대한다고 전하게. 이틀 뒤로 하지.”


“그리 전하겠습니다.”


공손하게 고개를 숙이는 벤슨. 점점 비어가는 그의 정수리가 애처로워 보였다.


자넷싱 장군은 코를 킁킁거리며 괜히 그의 정수리에서 시선을 피했다.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 때마다 머리를 쥐어뜯는다고 하던가. 쥐어뜯지 못하게 하려고 손을 묶어놓을 수도 없고. 그럼 일을 못 하게 되지 않겠나. 자넷싱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며 애써 무시했다.


벤슨은 손에 쥔 문서를 좀 더 바스락거리며 뒤적이더니 또 보고해야 할 일을 생각해내곤 물었다. 이 물음에는 약간이지 따져 묻는 기색이 있었다.


풍선 같은 풍채에 여유롭게 늘어진 눈, 항상 너그럽게 머금은 미소 같은 것은 자넷싱에게서 어디 옆집 아저씨 같은 친근함을 풍기게 했다. 하지만 그런 아저씨라도 요새, 이 땅의 지배자의 신분이라면 어떤 표정을 지어도 내면에서 올라오는 위압감은 어쩔 수 없었다.


이 요새에서 장군인 자넷싱에게 이런 식으로 말할 수 있는 남자는 정말로 몇 없으리라.


벤슨은 몸이 약했지 마음이 약한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자넷싱 앞에서도 제 할 말을 다 하는 편이었다.


“장군, 기사 위세프의 죽음은 어찌 처리하실 생각이십니까? 알망을 패배시킨 기사가 부기사단장 위세프를 죽인 동일범이라 여겨지지 않습니까. 아직도 편성한 추적대를 출동시키지 않은 게 무슨 다른 깊은 뜻이 있으셔서 그런 것인지.... 요새 내 유용할 수 있는 크로네가 바닥을 보이고 있습니다.”


행정관 벤슨에게 가장 골치는 언제나 예산이었다. 어디서나 돈이 문제지.


특히 군대는 생산하는 것 없이 예산을 먹어대기만 하는 하마 같은 조직인지라 그런 조직의 행정가인 벤슨에게 예산 문제는 머리털 다섯 번은 쥐어뜯을 만큼 민감한 문제였다.

돈을 어디에 쓰는지, 어디서 버는지, 어디에 얼마만큼 들어가야 하는지는 벤슨이 자면서도 고민하는 문제였으므로 몇몇 골 아픈 문제들은 앓는 이를 안고 있는 것처럼 벤슨을 히스테릭하게 만들었다.


특히 이렇게 편성되었지만 출동하지 않는 잉여 병력은 벤슨이 학을 떼는 것 중 하나로, 이렇게 장군에게까지 다이렉트로 와 따져 물어볼 정도였다.


자넷싱은 출신이 전쟁상인 출신이라 지금은 군대를 이끄는 장군이지만 행정가의 조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이었다. 돈, 돈! 게다가 부하의 고민은 곧 장군인 자신의 고민이지 않겠는가.


두툼한 턱을 손가락으로 두들기며 그는 고민했다.


“범람으로 방어전을 위해 소모되는 크로네가 너무 많아. 본작도 고민이 크네. 그쪽도 문제로군. 부기사단장 위세프는 3단계의 기사였어. 그도 죽었고, 악적들의 힘에 오염된 지옥체 역시 죽었네. 심상치 않아.... 어딘가 일이 요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거야. 추적대장은 누구지?”


“장군님의 가문 기사 에돌프 경입니다.”


“에돌프의 세심한 성정은 추적대장에 적합하겠군. 하지만 실력이 모자란 게 흠이야. 3단계 경지에만 올라도 바랄 게 없었을 것을.”


자넷싱을 오래간 모셔온 벤슨으로서는 이 시그널이 추적대 출동의 시그널임을 알아보았다. 한결 편안해진 표정으로 벤슨은 다시 물었다.


“더하실 명이 있으십니까?”


잠시 생각을 더 한 자넷싱은 자신의 명령을 보완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부족한 전력을 그대로 보내기에는 걸리는 게 너무 많았다. 평소 같은 안일한 대처는 문제를 더 크게 만들기 마련이었으니.


“흠, 산테는? 지금 어디에 있지?”


“로타니엘의 산테 말씀이십니까?”


로타니엘 가문의 이름을 부를 때 그는 불길한 이름을 부르듯 인상을 찌푸렸다.


붉은 왕 휘하에 있는 이들이라면 반역의 이름인 로타니엘 가문을 불길하게 여길 수밖에 없었다. ‘로타니엘의 난’이라 불리는 몇 년 전 참사를 기억하는 이들에게는 더욱 그랬다.


당시 사람이 얼마나 죽었으며 그 근방에서 벌어졌던 불길하고도 기이막측한 일들은 얼마나 두려웠는가.


벤슨 역시 당시 로타니엘의 난 때 주변에서 피의 비가 내린 것을 직접 본 바 있었다.


자넷싱 장군은 고개를 끄덕이며 언급하기도 꺼리는 그것이 맞다고 확답을 해줬다.


“그래. 아직 왕의 밀명을 수행하고 있는가?”


로타니엘 가문에 대한 악감을 차치하고 벤슨은 자신의 본분을 다 하는 사람이었다. 산테는 벤슨에게 꺼려지는 사람이었지만 그의 행적은 기밀에 해당하므로 벤슨이 파악하고 있어야 했다.


벤슨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예. 듣기로는 요새에서 그리 멀지 않을 겁니다.”


“그에게 추적대를 보조하라고 이르게.”


“과연 그가 말을 들을까요?”


자넷싱 장군은 하고 싶지 않으면 왕명 말고는 듣지 않는 산테의 성정을 기억했다. 수틀리면 상대의 작위가 어떻게 되든 콧방귀도 뀌지 않고 무시해버리는 산테는 붉은 왕의 나라에서 가장 제멋대로인 인간이라고 할 수 있었다.


자넷싱 장군의 말이라고 그가 들을 거라는 보장이 없었다. 괜히 명령했다가 듣지 않으면 장군의 면만 상하는 셈이니. 그래도 자넷싱 장군은 어쩔 수 없었다.


“잘 구슬려 보게. 내 부탁이라고 하면 내 체면을 고려해줄 걸세. 그리고, 베로니카 상단에도 사람을 보내 만찬 초대하는 것도 잊지 말고.”


갈라그루드를 쫓아낸 기사가 대체 누구인지 자넷싱 장군은 궁금했다. 대륙이 요동치는 지금 새롭게 등장한 신진 영웅인지, 누군가를 모시는 강자가 목적을 가지고 남부로 온 건지. 어느 쪽이든 자넷싱 장군은 환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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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7 잔비어 요새의 풍운 +1 23.06.24 58 2 20쪽
» 왕의 축복과 장군 자넷싱 23.06.18 59 2 19쪽
115 잔비어 요새 +1 23.06.16 67 3 19쪽
114 비밀 경매(4) +1 23.05.20 66 2 28쪽
113 비밀 경매(3) 23.05.13 65 2 15쪽
112 비밀 경매(2) 23.05.07 85 2 20쪽
111 비밀 경매 23.05.05 91 2 23쪽
110 갤러리의 비밀 모임(2) 23.04.28 94 2 16쪽
109 갤러리의 비밀 모임 23.04.20 135 2 22쪽
108 나은과 희연 23.04.18 111 2 19쪽
107 승화 갤러리 23.04.13 115 2 14쪽
106 그린드래곤 갈라그루드(2) +1 23.04.08 115 2 22쪽
105 그린드래곤 갈라그루드 +1 23.04.04 122 3 20쪽
104 용종(龍種) 몬스터(2) +1 23.03.30 117 3 14쪽
103 용종(龍種) 몬스터 23.03.25 129 3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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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 무기 강화 23.03.19 136 3 13쪽
100 기사 라피드 23.03.12 162 3 15쪽
99 약탈 허가증서 23.03.11 143 3 15쪽
98 반왕의 영지 23.03.09 161 3 13쪽
97 중앙지대와 여기사 23.03.05 149 3 2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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