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

전쟁 게임 속 나혼자 플레이어

무료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이찬솔
작품등록일 :
2022.09.15 01:46
최근연재일 :
2024.04.20 20:15
연재수 :
122 회
조회수 :
53,813
추천수 :
1,137
글자수 :
928,341

작성
22.09.16 22:10
조회
2,736
추천
31
글자
6쪽

프롤로그

DUMMY

와아아아아!

물러서지 마라!

쏴라! 쏴!

더러운 역도들이 올라오지 못하게 해라!


전장의 거친 함성이 아스라이 들려왔다. 병장기 부딪히는 날카로운 쇳소리와 그것이 피륙을 가르는 섬뜩한 소리가 BGM처럼 밀려난다.


갈색의 덥수룩한 수염을 기른 드워프가 고함치며 전쟁도끼를 휘둘렀다.

귀가 긴 요정들이 신경이 곤두서는 소리를 내지르며 화살을 메겼다.

칼에 푸른 기운을 두른 인간 기사는 장검을 힘차게 내리쳤다.


크라라라라!


하늘을 활공하며 포효하는 용이 성을 향해 쇄도하고 주둥이에서 토해내는 화염이 땅을 불살랐다.


불꽃과 파열음에 하늘이 붉게 달아올랐다.


투웅! 투웅! 쾅! 콰광!


성 안에서는 발리스타와 투석기가 거대한 화살과 돌을 토해내며 거센 저항을 했다.


화살과 돌덩이들은 맹렬하게 날아가 성벽을 향해 다가오는 병사 그리고 거대한 인영에 부딪혔다.


쿠궁! 쿵!


거대한 인영, 그것은 성벽과 성문을 부수기 위해 존재하는 소환병기인 공성골렘이었다.


쿠우우웅!


공성골렘이 성벽에 돌진해 성벽에 부딪히고 성벽이 크게 흔들린다.

성벽의 체력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이 모습을 보았다면 지금 이 공격으로 성벽의 체력이 뭉텅이로 깎인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마치 장대하고 실제적으로 만들어진 판타지 게임 시네마틱 영상이 재생되는 것만 같았다.


그래, 판타지 게임.


그냥 판타지 게임이 아니라 전쟁이 주컨텐츠가 되는 ‘더 벨룸’이라는 MMORPG게임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누군가에게는 아주 익숙한 게임일 것이다.


한국에서만 근 20년 동안 서비스된 게임인데다 전쟁 게임으로서 독보적인 위상을 점하고 있어 ‘더 벨룸라이크’라는 게임 장르의 한 축을 형성하고 있을 정도이니 그 이름을 한 번도 들어보지 못했다고 말하기란 어려웠다.


모니터 안에서는 고작 1080p 60fp로 움직이던 게임 속 캐릭터들을 5억 화소를 넘나드는 육안으로 확인한다는 건 가슴 떨리는 일이었다.


후방에서 이 모든 걸 눈에 담던 남자, 동훈이 숨을 낮게 내뱉었다.


‘더 벨룸’만 15년을 넘게 플레이한 손동훈에게는 더욱 감회가 새로웠을 것이다.


주변으로 펼쳐진 광활한 곡창지대, 그 위의 드높은 성벽은 황금빛 물결 가운데 우뚝 선 외로운 거선(巨船) 같다.


우리는 바로 그 거선을 노리고 달려드는 사나운 상어떼고.


전장의 열기가 이젠 후방까지 끼쳐왔다. 분명 기온은 이전과 그대로인데 피부로 와닿는 공기는 후끈하다고 느껴졌다.


BGM에 불과하던 전장의 소란은 코앞까지 와서 일렁였다.


“기어올라! 물러서면 살 수 있을 것 같아? 도망치면 죽음밖에 없다! 죽기 싫으면 죽여!”

“저기만 함락시키면 된다! 저기만!”

“가자! 가라! 가자!”


독전관과 병사가 뒤엉키고 적아가 모호해지는 전선에서는 오로지 무기를 휘두르고 스킬을 난사하며 성에 가까워지겠다는 일념으로 전진할 뿐이다.


이런 난장판이 벌어지면 길드 챗창과 디스코드는 ‘앞으로 붙으세요!’, ‘앞에부터 채우세요! 앞에 비었잖아요!’ 하는 소리로 범벅되어 정신없었는데.


밀고 밀리는 전선. 군계일학처럼 빼어난 장수, 과금러 형님들이 최전선에서 활약한다. 이곳에서는 기사들이 그 역할을 맡아 판금갑옷의 장갑을 믿고 양떼를 학살하듯 병사들을 썰어젖혔다.


콰광! 투캉, 투캉! 푸카아악!


각양각색의 스킬들이 뿜어내는 빛에 눈이 어지러웠다.


모니터 속 게임으로만 보던 광경이라지만 15년을 봐왔더니 익숙하다는 착각이 들었다. 아닌가. 게임을 오래해서만이 아닌가.


‘그래, 이 짓도 1년이면 익숙해질만도 하지. 전쟁도 말이야.’


게임 속으로 들어온지 어언 1년. 전쟁과 전투에 익숙해질 시간이었다. 군대도 상병쯤 달 때쯤이면 익숙해지지 않던가.


병사 하나가 패닉에 빠져 적아 구분 없이 칼을 휘둘러댔다. 기사가 공포스러운 위용을 내보이자 자신 또한 죽을 거라는 예감에 빠진 탓이다. 기사는 이런 식으로 전장을 장악했다.


“으아아아! 죽어! 으어억!”


털퍼덕!


동훈은 소년병일 게 분명한 앳된 얼굴을 슬쩍 밀어내고 병사들 사이에서 날뛰는 기사의 등 뒤로 접근했다.


마치 양떼 사이를 누비는 늑대처럼, 물을 만난 물고기처럼 사람들을 헤집어대는 기사를 향해 한칼 먹였다.


쓍! 푸칵!


“끄억!”


단말마를 남기며 레벨이 40쯤 되어 보이는, 분명히 2차 전직도 마쳤을 공포의 대상인 기사가 순식간에 썰려버렸다.

판금 갑옷을 둘둘 두른 기사는 전쟁터의 뭇인간들이 그러하듯 땅에 누워 피로 내를 만들었다.


‘아무리 40렙에 2차 전직이라지만 내가 쓴 돈을 생각하면 내 손에 죽은 게 그리 억울하진 않을 거다.’


기사가 단칼에 죽자 동훈 주변 병사들의 사기가 드높아졌다. 성을 향해 진격하는 발걸음은 빨라졌고 훨씬 자신감 넘쳤다.


동훈은 잠시 멈춰서 40레벨의 죽은 기사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NPC인지라 죽은 뒤에 루팅을 할 수 없었다.


동훈은 루팅을 하고자 그를 본 게 아니었다.

설사 루팅할 수 있대도 저 기사에게서 얻을 아이템이래봐야 동훈이 패키지 하나 사는 것보다 못할 테니.


이 세계에 처음 떨어졌을 때나 했을 법한 나약한 생각이 잠시 고개를 쳐들었기 때문이었다.


아마 현질을 할 수 없었다면 누워있는 건 동훈이었겠지? 그런 생각이.


서슬 퍼런 칼이 주는 묵직함이 믿음직스러우면서도 못내 두려웠다.


겨울에는 웃풍이 치밀고 여름에는 찜통더위를 선사하던, 그의 그리운 한 칸짜리 옥탑방에서 배나 벅벅 긁던 손에 사람 죽이는 무구가 쥐여졌기 때문에.


‘근근이 월급 받아먹고 살던 대한민국 소시민이 어쩌다 이렇게 된 거지.’


이건 분명 네모진 모니터 안쪽으로만 보던 장면일진데.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쟁 게임 속 나혼자 플레이어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22 나를 따르라 +1 24.04.20 19 3 12쪽
121 지저족 +1 24.04.16 20 2 14쪽
120 옳은 쪽에 서라. 천문을 짚고, 지문을 훑어라. +1 24.03.18 24 2 15쪽
119 위대한 탐험가 벨로페스트 +1 24.02.14 26 2 12쪽
118 용병대의 의뢰 +1 23.09.03 37 2 14쪽
117 잔비어 요새의 풍운 +1 23.06.24 58 2 20쪽
116 왕의 축복과 장군 자넷싱 23.06.18 58 2 19쪽
115 잔비어 요새 +1 23.06.16 66 3 19쪽
114 비밀 경매(4) +1 23.05.20 66 2 28쪽
113 비밀 경매(3) 23.05.13 65 2 15쪽
112 비밀 경매(2) 23.05.07 85 2 20쪽
111 비밀 경매 23.05.05 91 2 23쪽
110 갤러리의 비밀 모임(2) 23.04.28 94 2 16쪽
109 갤러리의 비밀 모임 23.04.20 135 2 22쪽
108 나은과 희연 23.04.18 111 2 19쪽
107 승화 갤러리 23.04.13 115 2 14쪽
106 그린드래곤 갈라그루드(2) +1 23.04.08 115 2 22쪽
105 그린드래곤 갈라그루드 +1 23.04.04 122 3 20쪽
104 용종(龍種) 몬스터(2) +1 23.03.30 117 3 14쪽
103 용종(龍種) 몬스터 23.03.25 129 3 20쪽
102 전쟁무새 23.03.22 128 3 19쪽
101 무기 강화 23.03.19 135 3 13쪽
100 기사 라피드 23.03.12 162 3 15쪽
99 약탈 허가증서 23.03.11 143 3 15쪽
98 반왕의 영지 23.03.09 161 3 13쪽
97 중앙지대와 여기사 23.03.05 149 3 20쪽
96 전(前) 군주 형님 23.03.04 159 2 14쪽
95 세원휴먼테크 23.02.26 173 2 16쪽
94 다른 돈벌이 23.02.22 172 1 18쪽
93 보스 컷! +1 23.02.12 216 5 19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