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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현대판타지

완결

캐치칼리고
작품등록일 :
2022.01.23 15:00
최근연재일 :
2022.02.09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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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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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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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08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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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토끼탈 살인마(16)

DUMMY

18화. 토끼탈 살인마(16)


이 숨겨진 공간에 무엇이 존재하는지 짐작은 갔지만, 아직 확신할 수는 없었다.

혹시 우리의 희망을 박살 내려는 함정인 건 아닐까, 의심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지금은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었다.

나는 눈을 부릅뜬 채, 문의 손잡이를 살며시 잡았다.


‘자, 여기까지 통과했으니 탈출 비밀번호를 얌전히 내놔라고!’


가슴속에 쌓인 불만들을 터뜨리며, 용기 있게 손잡이를 시계방향으로 돌렸다.


끼이익――


상담실을 굳게 가리고 있던 문은, 기분 나쁜 웃음소리를 내며 내부로 안내했다.


“으학, 뭐··· 뭐야?”


문을 열자마자 보인 충격적인 광경에,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손을 올리고 뒷걸음치고 말았다.

어떤 여성이 의자에 앉아있는 채로, 자신을 지긋이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여자와 나 사이에는 테이블이 하나, 그리고 빈 의자가 하나 존재했다.

마치 여기에 앉으라는 듯한 느낌을 받았지만, 우선 마주 보고 있는 여자의 상태부터 확인했다.


처음에는 진짜 사람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여자, 자세히 보니 뭔가 좀 이상했다.

마치 시간이 멈춰버린 것처럼 미동도 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깜짝 놀라 역동적인 동작을 취한 자신과 대비되는 정적인 모습.


그 모습은 냉정이나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마치 살아 있는 인간이 아니라, 사람의 모습을 딴 인형 같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었다.


실제 사람의 모습과 똑같아 보이는 그 인형은, 흰 블라우스와 검은 치마, 그리고 구두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쩐지 익숙하게 느껴지는 저 외모.

단서 4 실종자 포스터에서 본 선생님의 모습과 똑같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숨겨진 곳에 들어오기 전에 각오는 했다.

하지만 실제로 살아 있는 사람의 박제를 마주했다는 사실을 깨닫자, 고요했던 감정의 웅덩이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박물관 같은 곳에서 동물들의 박제들을 봤을 때는, 솔직히 아무렇지도 않았다.

오히려 정말 살아있는 듯한 모습을 보고, 신기하고 대단하다는 느낌이 들었었다.


그런데 그 대상이 동물에서 인간으로 바뀌는 순간, 이렇게 느낌이 달라지는 것이다.

내게 아무런 해도 끼치지 못하는 인형에 불과했지만, 그 눈앞의 존재는 죽음의 기운이 스멀스멀 내뿜으며 내 정신을 흔들기에 충분했다.


“후우···.”


나는 내 앞까지 온 그 죽음의 기운을 멀리 날려버리려는 것처럼, 시원하게 숨을 내뱉었다.

한결 정신이 상쾌해진 느낌이 들었다.


지금은 이곳의 분위기에 취해있을 때가 아니었다.

마지막에 와서 우물쭈물거리다 살인마에게 당하는 결말은 죽어도 싫었다.


눈앞의 박제 인형에게만 고정됐던 시야가 확 하고 넓어졌다.

그리고 이 상담실의 구조와 주변에 있는 물품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이 공간의 분위기는 지금까지 봐왔던 학교 내부와 꽤 많이 달랐다.

지금까지 들렀던 교실에는, 연출을 위해 배치한 것처럼 깨끗하고 무미건조했던 물품들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곳에는, 그와 대조적으로 생활의 흔적이 담긴 물품들이 보관되어 있었다.


문제는 그런 물품들이 보관돼 있는 방법.

벽과 천장에 설치된 수많은 갈고리들.

그 갈고리들에 핸드백이나, 옷, 신발, 기타 잡동사니들이 비닐 팩에 든 채로 걸려 있었다.

비닐팩의 겉에는 군데군데 붉은색 테이프들이 아무렇게나 붙어있어, 안 그래도 복잡해 보이는 풍경을 더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마치 무슨 소장품들을 전시해 놓은, 전시회를 방불케 하는 풍경.

또는 스토커가 상대방의 물건들을 훔쳐서 방을 장식해 놓은 풍경.


여성용 물품들이 많이 전시된 걸로 봐서는, 아마도 내 눈앞에 앉아있는 ‘선생님’의 물건일 게 분명했다.

선생님을 박제로 만들고 주변에는 그녀의 물품들로 잔뜩 전시한 이 공간.

토끼탈 살인마의 비밀공간으로는 손색이 없어 보였다.


‘대충 둘러봤으니, 이제 가장 의심되는 부분부터 조사해야겠지.’


나는 가장 의심스러운 선생님의 박제 모형을 먼저 조사하기로 다짐했다.

의자에 앉아 있는 선생님을 빙둘러가며 살펴본 결과, 그녀의 무릎에 뭔가가 놓여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손바닥 크기의 네모난 물체.

곧바로 그 물체가 사진이라는 것을 깨닫고 손을 뻗어 집어 들었다.

사진 속에는, 여기 선생님과 토끼탈 살인마가 마주 앉아 있는 모습이 찍혀있었다.


마치 ‘상담실’이라는 장소에 걸맞게, 두 사람이 서로 얘기하고 있는 듯한 모습.

두 사람이 평범한 사람이었으면 모르겠지만, 한쪽은 박제 인형에, 한쪽은 토끼탈을 쓴 거대한 몸집의 살인마.

왠지 공포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 같았다.


이 사진이 힌트라는 것은 명백했다.

하지만 그 힌트가 곧바로 해석되지는 않았다.


‘이게 정말로 마지막 관문일 텐데, 이것만 해석하면 탈출할 수 있을 텐데! 이 사진은 내게 뭘 말하고 있는 거지?’


나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입술에서부터 퍼져나가는 고통이 신경을 타고 머릿속을 잠시 청량하게 만들었다.


‘이 사진의 배경을 보니 분명 이 상담실에서 찍은 사진이 분명해.’


그리고 침착하게 사진을 분석해 보니, 의자나 테이블, 그리고 뒷 배경들이 이곳의 풍경과 일치했다.

결론적으로 이 사진은 상담실에서 찍은 것이 틀림없다고 판단했다.


왜 이 상담실에서 토끼탈 살인마가 앉아있는 사진을 힌트로 남겼을까?

그런 물음에 대한 답은 정해져 있었다.


나는 사진에 나온 것처럼, 빈 의자에 앉아 선생님과 마주했다.

상대방의 공허한 듯한 눈동자를 지긋이 지켜보며, 주위의 변화를 느끼려 시도했다.


“···.”


아무런 변화도 없었다.

사진대로 재현하면, 뭔가 특수한 장치가 작동해서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가 나오지는 않을까 기대했다.

하지만 아무런 변화도 느끼지 못했다.


혹시나 자신이 사진대로 재현한 게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 앉아 있는 채로 다시 사진을 들여다봤다.

사진 속에서 토끼탈 살인마는 분명 이 의자에 앉아 있다.

다른 거라곤, 살인마와 자신의 체형 차이뿐이었다.


‘응···?’


뭔가 이상한 점을 새로 발견했다.

분명 처음 사진을 봤을 땐, 서로가 마주 보며 얘기하는 듯한 연출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게 아니었다.

토끼탈 살인마는 의자에 앉아 선생님을 응시하는 게 아니라, 선생님 너머의 무언가를 응시하고 있다.

선생님의 뒤쪽에 뭐가 있는 걸까?

그렇게 생각한 나는, 자리에 앉은 채로 선생님 너머를 응시했다.

하지만 선생님의 머리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 않았다.

할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선생님의 뒤쪽으로 걸어가 직접 확인해 봤다.


벽이나 천장에 주렁주렁 걸린 물품들, 그리고 덕지덕지 붙은 붉은 테이프들.

비밀번호에 대한 힌트는 눈에 띄지 않았다.

급격하게 실망감이 밀려왔지만, 접근은 나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분명 사진에서 토끼탈 살인마의 시선은 부자연스럽다.

그 부자연스러움이 의도된 연출이라면, 거기에 무언가가 비밀이 있다는 것.


자신이 놓친 점을 생각해봤다.

사진에 나온 토끼탈 살인마처럼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그 너머를 응시했지만 선생님의 머리에 가려져서 잘 보이지도 않았고, 실제로 직접 확인해봐도 별게 없었다.


나와 토끼탈 살인마의 차이는?

체형밖에 없다.

사진에 나온 토끼탈 살인마는, 커다란 키 덕분에 앉아있어도 시야가 높았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그것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인가?

나는 사진과 의자를 번갈아 쳐다보다, 한쪽 발을 의자 위에 턱 하고 올렸다.


‘시선의 높이만 맞추면 되는 거잖아. 굳이 앉을 필요는 없어.’


나는 상체를 앞으로 기울이며 마치 계단을 올라가듯이 성큼 의자 위로 올라갔다.

시선의 높이가 바뀌자, 상담실 내부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질 정도로 다르게 보였다.


천장에 걸려있던 물품들이 내 눈높이에서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게 보였다.

이제 고개를 올리지 않아도 모두 볼 수 있게 됐다.

아래를 보니, 앉아있는 선생님 박제 인형이 보였다.

이제 얼굴보다는 정수리가 더 잘 보이게 됐다.


드디어 사진처럼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한 나는,

토끼탈 살인마가 한 것처럼 뒤쪽의 벽면을 집중해서 쳐다봤다.

천장에 매달린 물건들이 이리저리 얽혀있는 모습만 보일 뿐, 특별하게 눈에 띄는 것은 없었다.


‘혹시 눈높이까지 정확하게 맞춰야 하나?’


지금 자신은 의자 위에 서 있는 상태라, 눈높이가 토끼탈 살인마보다 더 높았다.

다리를 조금씩 구부려서 사진에 나온 것과 유사한 눈높이를 맞춰나갔다.


사진에 나온 주변 사물들을 참고해 눈높이를 적당히 맞춘 뒤, 다시 한번 선생님 너머의 벽을 응시했다.


“···!”


나는 무언가를 보고,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이 상담실에는 거창한 기계장치 같은 건 없었다.

처음부터 메시지가 숨어있던 것이었다.


이 상담실의 천장과 벽에는, 여러 물품들이 투명한 비닐팩에 싸인 채로 걸려 있다.

처음에는 그것들이 단지 전시회를 방불케 하기 위해, 또는 좁은 공간을 효과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사용한 방법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리고 그 비닐팩에 덕지덕지 붙어있는 빨간 테이프들.

그것들에 대해서는 깊게 생각하지도 않았다.

비닐팩에 구멍이라도 난 걸 감추기 위한 용도일 거라 생각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정확하게 이 좌표에서, 이 높이에서만 확인할 수 있는 사실.

아무렇게나 진열된 물품들과 거기에 붙여져 있는 테이프는, 사실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것임을 깨달았다.


내 시야 속에서, 저기 벽에 붙어있던 테이프와 액자에 붙어있던 테이프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그리고 천장에 매달려 있는, 다른 물품들에 붙어있는 테이프들과도 이어진다.

결국··· 어떤 문자가 완성된다.


어렸을 때 흥미롭게 느꼈던 착시현상이 떠올랐다.

특정한 시야에서 봤을 때, 이 방 곳곳에 붙은 테이프들이 교묘하게 연결돼서 메시지를 만들고 있었다.

그리고 그 메시지는 중앙 출입구의 탈출 비밀번호가 틀림없을 거라 믿었다.


“···.”


탈출 비밀번호를 알아냈으니, 미소를 짓고 기쁨의 환희를 느껴야 했다.

하지만, 이 메시지를 보고 환호할 수는 없었다.

나는 미간을 찌푸린 채, 중앙 출입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도대체 왜 이런 메시지를?’


발걸음을 돌리면서도 그 꺼림칙한 메시지가 마음에 걸렸다.

하지만, 지금은 이 메시지가 탈출 비밀번호가 맞는지 확인하는 것이 우선.


나는 상담실을 빠져나와, 교무실을 빠져나와, 드디어 중앙 출입구로 향했다.

중앙 출입구에는 머리가 찌그러진 캔처럼 뒤틀린 시체가 한 구 놓여 있었다.

그리고 그 시체로부터 퍼져있는 거무칙칙한 점액들.

그 검은 핏덩어리들은 더욱더 내 기분을 불쾌하게 만들었다.


일반적인 상황이었다면, 이 잔인하고 비현실적인 풍경에 겁을 먹었을 게 분명했다.

그러나 지금도 위층에서 살인마에게 쫓기고 있는 한우일과 이지훈을 생각하면, 이런 공포쯤은 아무것도 아닌 일.


쓸데없는 주변의 풍경을 시야에서 지우고, 시선을 중앙 출입문에 달린 자물쇠에 고정했다.

그리고 피로 얼룩진 출입구 쪽으로 재빨리 접근했다.


비밀번호를 요구하는 견고한 디지털 자물쇠가 눈앞까지 다가왔다.

나는 문자를 입력할 수 있는 키패드에 손을 올린 채, 심호흡을 반복했다.


떨리는 손가락이 키패드에 닿았다.

그리고 위에서 마치 춤을 추듯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내가 얻은 비밀번호가 틀리진 않을까 하는 불길한 상상력이 내 목을 조르는 가운데, 드디어 마지막 문자까지 입력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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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토끼탈 살인마(17) - 에피소드 1 完 +4 22.02.09 40 4 12쪽
» 18화. 토끼탈 살인마(16) +2 22.02.08 34 2 12쪽
17 17화. 토끼탈 살인마(15) +2 22.02.07 30 2 11쪽
16 16화. 토끼탈 살인마(14) 22.02.06 30 2 14쪽
15 15화. 토끼탈 살인마(13) 22.02.05 33 3 13쪽
14 14화. 토끼탈 살인마(12) 22.02.04 40 3 12쪽
13 13화. 토끼탈 살인마(11) +2 22.02.03 40 3 13쪽
12 12화. 토끼탈 살인마(10) 22.02.02 43 3 13쪽
11 11화. 토끼탈 살인마(9) 22.02.01 49 4 12쪽
10 10화. 토끼탈 살인마(8) 22.01.31 55 3 12쪽
9 9화. 토끼탈 살인마(7) 22.01.30 44 3 12쪽
8 8화. 토끼탈 살인마(6) 22.01.29 50 3 12쪽
7 7화. 토끼탈 살인마(5) 22.01.28 54 2 12쪽
6 6화. 토끼탈 살인마(4) 22.01.27 47 3 12쪽
5 5화. 토끼탈 살인마(3) 22.01.26 53 2 13쪽
4 4화. 토끼탈 살인마(2) 22.01.25 56 3 12쪽
3 3화. 토끼탈 살인마(1) 22.01.24 78 3 15쪽
2 2화. 게임 시작(2) 22.01.23 95 2 14쪽
1 1화. 게임 시작(1) 22.01.23 14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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