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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현대판타지

완결

캐치칼리고
작품등록일 :
2022.01.23 15:00
최근연재일 :
2022.02.09 13:05
연재수 :
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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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108,305

작성
22.01.28 1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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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7화. 토끼탈 살인마(5)

DUMMY

7화. 토끼탈 살인마(5)


컴퓨터실을 빠져나가기 전, 문에 귀를 대고 소리에 집중해봤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다행히 별관 4층에는 사람도, 토끼탈 살인마도 오지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갑자기 저 연결통로 쪽에 있는 계단에서 살인마가 튀어나올지 모르는 상황.

나는 언제라도 도망갈 수 있게 자세를 낮춘 채, 복도를 따라 이동했다.


“후···, 쓰읍···. 후···.”


쿵쾅쿵쾅 뛰는 심장을 심호흡으로 진정시키며 연결통로를 지나, 결국 본관 4층에 진입했다.

별관에는 컴퓨터실이나 미술실 같이 특별활동을 위한 교실이 모여 있었지만, 본관에는 학년별 교실들이 주로 모여 있는 듯했다.


‘1-1반··· 1-1반···..’


지도에서 확인했던 1-1반의 위치로 빠르게 눈동자가 굴러갔다.

찾았다.

확실히 1-1반이라고 적힌 팻말이 있는 것을 확인했다.

아무래도 학교 전체 지도는 가짜가 아니라 진짜인 것 같았다.


‘쉽게 들킬만한 정보를 굳이 거짓으로 만들 필요는 없어. 괜한 걱정 하지 말자.’


의심이 너무 많은 나를 조금 질타하고는, 조심스럽게 1-1반의 출입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내부는 복도처럼 조용했다.

시체가 있으면 조사하는 데 방해가 될 수 있었겠지만, 다행히 이곳에는 없었다.


침을 꿀꺽 삼키고, 본격적인 조사를 시작해야 할 시간.

주위를 둘러보며 어디에 단서가 있을지 탐색했다.


교실의 앞쪽에는 칠판과 교탁, 그리고 구석에 커다란 모니터가 수납장 위에 설치돼 있었고, 중앙에는 학생들의 책상과 의자가 줄지어 정렬돼 있었다.

복도쪽 창문과 뒤쪽에는 사물함들이 설치된 전형적인 교실의 풍경··· 이라고 생각했지만 청소 용구함을 발견하고 그 생각이 바뀌었다.


‘이건 자물쇠?’


뒷문 쪽에 위치한 청소 용구함에는 다이얼 4개로 구성된 자물쇠가 걸려있었다.

분명히 이 속에 단서가 숨겨져 있다고 생각했다.


일단 비밀번호 다이얼을 돌려 특정한 비밀번호를 맞춰봤다.

0000, 1111, 1234 등 누구나 알 수 있을 법한 비밀번호를 시험해 봤지만, 역시 아니었다.


‘그럼, 그렇지. 이렇게 쉬울 리가 있겠냐···.’


무작위로 다이얼을 돌릴까 생각해봤지만, 바로 포기했다.

4개의 비밀번호는 각각 0에서 9까지의 숫자가 가능하니, 총 경우의 숫자는 10000가지가 되기 때문이었다.

1초에 1가지를 시험해 본다고 해도 최악의 경우 10000초.

3시간가량 시험해야 풀 수 있는, 매우 비효율적인 방법이다.


‘잠깐, 저 자물쇠를 굳이 풀 필요가 있을까? 청소 용구함을 의자 같은 걸로 부수는 방법도 있잖아.’


비밀번호를 굳이 풀 필요가 없이, 문을 부수는 것도 생각해 봤다.

하지만 이 단서를 숨긴 입장에서 과연 그런 방법들을 고려하지 않았을까, 하는 불안한 느낌이 들었다.


‘가령 내부에 문을 강제로 열면 발동되는 함정 같은 게 설치돼 있다면? 흠···, 청소 용구함을 부시는 건 나중에 생각하자. 일단 범인들의 의도를 추적하는 거야.’


방금 컴퓨터실에서 단서를 얻은 것처럼, 분명 여기도 진짜 단서를 얻기 위한 중간과정이 필요한 것 같았다.

분명 비밀번호에 대한 힌트가 어딘가에 있을 터.

지금부터 그것을 찾아야 했다.


‘바깥 창문이 없다는 걸 빼면, 겉보기에는 평범한 교실 풍경이야. 나라면 어디에 비밀번호에 대한 힌트를 숨길까?’


방금 본 청소 용구함을 제외하면, 특별하게 이상하게 보일만 한 건 없었다.

할 수 없이, 맨 앞부터 닥치는 대로 수색하는 게 빠를 것 같다고 생각하고 실행에 옮겼다.


‘칠판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고, 게시판에도 아무것도 없어.’


‘교탁도 아무런 흔적이 없네.’


칠판과 교탁을 조사했지만 특별한 흔적을 찾기는 힘들었다.

다음은 구석의 커다란 모니터가 설치된 곳.

모니터 아래에는, 몸집이 작은 사람이라면 충분히 숨을 수 있을 정도의 수납장이 설치돼 있었다.


“···.”


딱 숨기 좋은 곳이 보이자, 이 교실에 미리 숨어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이 들어가 숨을 만한 곳은 대충 3곳 정도라고 예상했다.

뒤에 있는 청소 용구함은 자물쇠로 잠겨있으니 제외하고.

방금 확인한 교탁 내부와 지금 보고 있는 수납장, 두 군데가 유력 후보였다.

교탁은 방금 확인했으니, 남은 건 수납장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만약 정말로 숨어있는 사람이 있다면, 나 때문에 불필요한 두려움에 떨고 있을 필요는 없었다.

혹시 내가 교실을 돌아다니면서 생긴 소음에 겁을 먹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이 들어, 나는 수납장에 노크하며 작은 소리로 외쳤다.


툭툭툭――


“난 살인마가 아니니까, 혹시 숨어있으면 수납장 문을 두드려줘.”


“···.”


아무런 반응이 없다.

역시나 이번에도 내 의심이 과했던 것 같았다.

이 수납장 속에는 아무도 없다고 확신한 뒤, 수납장의 손잡이를 잡고 잡아당겼다.


바로 그때,


“우와아아악!”


비명과 함께 어떤 남자가 허우적대며 수납장 밖으로 뛰쳐나왔다.

그는 앞으로 고꾸라질 것과 같이 휘청거리며 교실 뒷문으로 뛰쳐나가기 시작했다.


왠지 내가 살인마가 된 기분.

나는 끝까지 숨어있던 그의 인내심에 감탄하며 굳이 그를 불러세우지는 않았다.

어차피 도움이 안 될 사람.

이대로 다른 교실로 나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수납장에서 튀어나온 남자는 결국 뒷문에 도착해서야 뒤를 돌아봤다.

빨리 사라져 달라는 내 눈빛과 정면으로 마주친 상황.

그는 잠시 나를 응시하더니, 의외로 이쪽으로 발길을 옮겼다.

키가 작고 바가지 머리에 땡그란 안경을 쓴 모습.

순진하게 생긴 데다 꽤 어려 보이는 외모였다.


“너···, 확실히 살인마 아닌 거 맞지?”


그는 나와 일정한 거리를 둔 채, 팔다리를 덜덜 떨며 물었다.

안경 렌즈 속에 비친 촉촉해진 눈을 봐서는, 나 때문에 어지간히 겁을 먹은 모양이었다.


“그래, 메시지로 교실을 조사하자고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바로 나야. 우리가 여기서 살아남으려면 교실을 조사해서 단서를 찾아야 하거든. 그래서 이렇게 돌아다니고 있는 거지.”


“네가 메시지를 보낸 이지훈이구나···. 난, 한우일이라고 해.”


“아···, 그래. 만나서 일단은··· 반가워.”


상대하는 것 자체가 시간 낭비라고 생각은 했지만, 그래도 여기 함께 갇힌 동료이자 살아있는 인간.

나는 최대한 상냥한 말투로 그를 대했지만, 상대방은 여전히 겁에 질려 있었다.


“넌 살인마가 있는데, 왜··· 돌아다니는 거야? 넌 안 무서운 거야? 난 아직도 잊을 수 없어. 체육관에서 내 앞에 있던 사람의 머리가 순식간에 터지는 모습을 말이야.”


그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괴로운 표정을 지었다.

아무래도 체육관에 처음 눈을 떴을 때, 닫힌 출입구에 몰려있던 사람들 중 하나인 것 같았다.

멀리서 본 나도 충격이었는데, 가까이서 직접 본 사람은 얼마나 두려웠을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팔다리를 부들부들 떨며 어쩔 줄 모르는, 마치 작은 새끼동물처럼 보이는 녀석.

그는 마치 내게 도움을 요청하는 듯, 온몸을 비틀고 흐느끼고 있었다.


‘이 사람에게도 토끼탈 살인마의 약점을 알려줘야 하나···.’


강소희와의 대화에서 토끼탈 살인마의 약점인 ‘내리막 계단’에 대해 깨달았다.

하지만 곧바로 사람들에게 알리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모두 살인마를 두려워하고, 각자 최선의 수를 짜내 도망치거나 숨고 있을 것이다.

만약 여기서 내가 토끼탈 살인마는 계단을 내려가기 힘들다는 약점을 모두에게 말한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나와 강소희가 했던 것처럼 모두 4층으로 모일 게 분명했다.


숨을 공간은 한정돼 있지만, 23명의 인간이 모두 4층에 모여 있는 상황.

4층에 잠깐 들린 살인마는 눈에 띄는 사냥감들이 풍부한 4층 위주로 배회할 게 분명했다.

그러면 곤란하다.

나와 강소희는 처음에 4층부터 조사하기로 계획했기 때문이었다.


이기적으로 보일 수 있다.

아니, 충분히 이기적인 결정이 맞다.

조사할 시간을 벌기 위해 다른 사람이 위험에 빠지는 상황을 방치하는 나.

그 행동으로 인한 죄책감을 지금까지 애써 외면했다.

내 가슴을 쿡쿡 찌르는 것을 참아왔다.

하지만 이 겁에 질린 남자를 직접 만나면서 그 죄책감은 더욱더 세차게 내 가슴을 찌르고 있었다.

나는 마지못해 눈앞에 보이는 한 사람 만에라도 도움을 주고 싶은 위선을 행했다.


“나도 토끼탈 살인마가 무서워. 하지만 도망가는 방법을 알 것 같기도 해.”


“뭐? 나···, 나에게도 좀 가르쳐 주면 안··· 될까? 부탁이야. 나는 죽기 싫어···.”


나는 결국 눈앞의 작은 새끼동물에게 포식자로부터 달아날 방법을 알려주기로 했다.

눈앞의 사람을 구해주는데 무슨 이유가 필요하랴.

다른 사람은 무시했으면서, 우연히 만난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나를 위선자라고 욕해도 할 말은 없었다.


“다른 사람에겐 지금은 비밀로 해줘. 약속해 줄 수··· 있겠지?”


“다···, 당연하지. 무슨 일이 있어도 말하지 않을게.”


이유 같은 건 물어보지 않은 채 나에게 복종하는 모습이 더 애처롭게 느껴졌다.

이 생존 수학능력 게임에서는 생존 전략이 곧 힘.

내가 이 한우일이라는 사람의 목숨 줄을 쥐고 있는 듯한 상황에 자그마한 희열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나는 선심 쓰듯 그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토끼탈 살인마는 하이힐 같은 구두를 신고 있었으니까, 아마 계단을 내려갈 때 중심을 잡기 힘들 거라고 생각해. 도망칠 때는 계단으로 내려가는 게 도움이 될 거야.”


“그래, 마···, 맞아. 그런 방법이 있었구나! 사건 파일에서 본 것 같아. 하이힐 같은 구두를 신고 계단에서 실족사한 사례가 꽤 있었어.”


“뭐···?”


눈앞의 남자는 갑자기 눈알을 번뜩이기고는, 사건 파일이니 뭐니, 이상한 소리를 중얼거렸다.

나는 그 이해할 수 없는 태도에 당황했다.

상대방도 내 구겨진 표정을 봤는지, 황급히 입을 다물고는 곧바로 사과했다.


“아···, 미···, 미안해···. 신경 쓰지 말아줘. 내 이상한 습관이야···. 토끼탈 살인마가 내리막에 약하단··· 소리지? 정··· 말 고마워. 정말 고마워. 흑흑···.”


사뭇 진지하던 상대방이 다시 벌벌 떠는 겁쟁이로 돌아왔다.

고개를 숙이고 눈물까지 흘리는 모습을 보니, 내 조언에 진심으로 고마워하는 것 같았다.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고맙다는 인사를 들은 건 생전 처음인지라, 기분이 묘했다.


“이제 됐지? 난 이제 교실을 계속 조사해야 겠어. 이제 방해하지 말아줘.”


“그···, 그래 알았어···.”


한우일은 교실을 나가기에는 무서웠는지, 내가 조사하는 모습을 그대로 물끄러미 지켜보고 있었다.

방해라도 하지 않으면 다행인지라, 그를 무시한 채로 교실 조사를 이어 했다.


아까 조사하려다 만 큰 수납장 조사하기 위해 허리를 숙이고 내부를 들여다봤다.

아무것도 없이 깔끔하게 비어있었다.

비밀번호에 대한 힌트가 나오지 않는 상황에, 조금씩 조급함이 밀려왔다.


그때, 나를 멀뚱멀뚱 쳐다보던 그 남자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그···, 내가 숨어있으면서 본 건데, 그 수납장 천장에 뭐가 적혀있더라고. 혹시 그게 네가 찾는 게 아닐까?”


“뭐···?”


그의 말을 듣자마자, 수납장 속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천장을 훑어봤다.

그리고, 찾았다.


‘[처음과 끝은 하나다]? 뭐야, 이건.”


일부러 바깥에서는 잘 볼 수 없게 작은 글씨로 적어 놓은 듯했다.

‘처음과 끝은 하나다’라는 이상한 힌트.

이제 그것에 대해 풀어나가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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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토끼탈 살인마(17) - 에피소드 1 完 +4 22.02.09 41 4 12쪽
18 18화. 토끼탈 살인마(16) +2 22.02.08 34 2 12쪽
17 17화. 토끼탈 살인마(15) +2 22.02.07 30 2 11쪽
16 16화. 토끼탈 살인마(14) 22.02.06 30 2 14쪽
15 15화. 토끼탈 살인마(13) 22.02.05 33 3 13쪽
14 14화. 토끼탈 살인마(12) 22.02.04 41 3 12쪽
13 13화. 토끼탈 살인마(11) +2 22.02.03 40 3 13쪽
12 12화. 토끼탈 살인마(10) 22.02.02 44 3 13쪽
11 11화. 토끼탈 살인마(9) 22.02.01 49 4 12쪽
10 10화. 토끼탈 살인마(8) 22.01.31 55 3 12쪽
9 9화. 토끼탈 살인마(7) 22.01.30 44 3 12쪽
8 8화. 토끼탈 살인마(6) 22.01.29 50 3 12쪽
» 7화. 토끼탈 살인마(5) 22.01.28 55 2 12쪽
6 6화. 토끼탈 살인마(4) 22.01.27 48 3 12쪽
5 5화. 토끼탈 살인마(3) 22.01.26 53 2 13쪽
4 4화. 토끼탈 살인마(2) 22.01.25 57 3 12쪽
3 3화. 토끼탈 살인마(1) 22.01.24 79 3 15쪽
2 2화. 게임 시작(2) 22.01.23 95 2 14쪽
1 1화. 게임 시작(1) 22.01.23 14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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