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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캐치칼리고
작품등록일 :
2022.01.23 15:00
최근연재일 :
2022.02.09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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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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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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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1.25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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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화. 토끼탈 살인마(2)

DUMMY

4화. 토끼탈 살인마(2)


체육관의 출입문 손잡이 두 개가 쇠사슬로 여러 번 감긴 채로 자물쇠가 채워졌다.

토끼탈 살인마는 결국 체육관의 외부 출입구를 단단히 봉쇄하는 데 성공한 것이었다.


주변 바닥에는 검붉은 색으로 오염된 시체가 2구.

그녀는 바닥의 시체들을 손으로 잠시 어루만져 준 뒤, 체육관 내부에 남은 사람이 있나 둘러봤다.


“···.”


모두 저 멀리 있는 출입구를 통해 빠져나갔는지, 체육관 내부에 남아있는 사람은 없는 것 같았다.


또각――


그녀의 구두 굽이 소리를 내며 힘찬 발걸음을 예고했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또각――


토끼탈 살인마는 사람들의 발자취를 따라, 체육관을 가로지르며 거침없이 달려가고 있었다.

잠시 뒤, 학교로 통하는 출입구를 시원하게 열어젖히며 그녀도 교실이 줄지어 있는 복도 풍경을 맞이할 수 있었다.

복도 천장에 설치된 형광등 하나가 깜빡이며, 정적을 이루는 분위기를 더 음습하게 만들고 있었다.


살인마는 크게 심호흡을 한 뒤, 또다시 달려가기 시작했다.

그녀의 장대 같은 팔다리가 세차게 흔들렸고, 거센 구두 소리가 1층에 울려 퍼졌다.


***


고작 몇 분 전, 대다수의 사람들은 체육관에서 벗어나고도 단체로 이동했다.

그들은 마치 포식자를 피해 다니는 초식동물 무리처럼 서로서로 안전을 지탱해주는 듯 보였다.

아니면, 무리 속에 있으면 자신이 목표가 될 확률이 낮아질 거라는 이기심이 그들을 지탱해주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 인간무리가 정착한 곳은, 학교 중앙 출입구였다.

역시나 밖으로 나갈 수 있는 희망을 그냥 지나칠 리가 없었다.

처음에는 출입구를 찾아 환호했지만, 어느새 빠져나갈 수 없다는 절망이 그들을 덮치고 있었다.


“혹시 비밀번호에 대해 뭔가 알고 있는 사람?”


“있을 리가 있나. 비밀번호 알고 있으면 제일 먼저 자물쇠 풀고 나갔지.”


출입문 쪽에서는 문에 걸려 있는 디지털 자물쇠를 풀기 위한 비밀번호 찾기가 한창이었다.

사람들이 돌아가며 비밀번호를 맞추려고 했지만 벌써 실패한 횟수도 백번이 넘어가고 있었다.

버튼식이나 다이얼식이었으면 모를까, 문자로 된 비밀번호를 찍어 맞춘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였다.


“비밀번호를 찍어서 맞추는 건 포기하고, 각자 스마트폰 좀 살펴봐! 난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가니까.”


“나도 잘 모르겠어, 누가 좀 설명해 줘!”


비밀번호 찾기를 포기한 나머지 사람들은 스마트폰과 실랑이를 벌이고 있었다.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여러 새로운 기능들을 시험해 보면서, 자신들이 지금 얼마나 위험한지 자각하지 못하는 듯 보였다.


“잠시만! 지금 무슨 소리 들리지 않아?”


누군가의 경고와 함께 사람들이 일제히 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또각―― 또각―― 또각―― 또각―― 또각――


점점 커지기 시작하는 소리.

사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겁에 질린 표정을 지으며 각자 다른 방향으로 달려 나가기 시작했다.

초식동물 무리가 한순간에 뿔뿔이 흩어지고 있는 것이었다.


계단을 통해 다른 층으로 이동하려는 사람, 1층의 반대편 끝으로 달려 나가는 사람, 그리고 근처 어딘가에 숨으려는 사람.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생존 방법으로 발악하고 있었다.


잠시 뒤, 토끼탈 살인마는 중앙 출입구에 도착했다.

아무도 없었지만, 사냥감은 흔적을 남기는 법.

그녀는 많은 사람이 남긴 따뜻한 온기를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혹시나 싶어 출입구의 자물쇠를 직접 확인해봤지만, 아직 건재했다.

탈출한 사냥감은 없으니, 남은 사냥감은 28명.


머리통을 부시는 감각과 목을 뎅겅 자르는 감각이 아직도 잊히지 않았지만, 그녀는 더욱더 많은 자극을 원하고 있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그들과의 숨바꼭질이 시작된 것이었다.


주위를 둘러보고 사냥감의 흔적을 추적했다.

그러다, 교무실의 문이 조금 열려 있는 것을 확인했다.

덜떨어진 사냥감은 꼭 이렇게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었다.


드르륵――


토끼탈 살인마가 교무실 문을 시원하게 열어젖힌 채, 가만히 교무실 내부를 들여다봤다.


‘···.’


토끼탈을 쓰고 있는 머리를 교무실 안으로 슬그머니 들이밀어, 반대편 문 쪽을 확인했다.

문 쪽에 몰래 대기하는 인간은 없다.

만약 여기에 사냥감이 있다면···.

어딘가에 얌전히 숨어있다는 얘기.


탁――


교무실 내부로 들어갈까 고민했지만, 이내 문을 다시 닫았다.


사실 교무실 내부에는 2명이 숨어있었다.

한 명은 교무실 책상 아래에, 다른 한 명은 락커 속에 몸을 숨기고 있었다.


두 사람은, 만약 살인마가 사람들을 향해 쫓아온다면, 분명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이동한 쪽으로 갈 것이라 예상했다.

그래서 출입구 근처에서 가장 가까운 교무실에 숨어있는, 일종의 등잔 밑 전술을 구사했다.


그리고 만약 살인마에게 1명이 걸리더라도, 2명이 같은 방에 숨어있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쉽지 않다고 확신했다.


또각―― 또각―― 또각――


문이 열렸을 때는 잔뜩 긴장했지만, 문이 곧바로 닫히고 교무실을 지나치는 듯한 구두 소리가 들렸다.

소리만을 듣고 살인마가 지나갔다는 안도감에, 교무실에 숨어있던 두 사람의 긴장이 단번에 풀렸다.

이 안전한 시간은 굳었던 마음과 신체를 풀어줄 수 있는 귀중한 시간.

그들은 가만히 있느라 굳었던 자세를 조금 고쳐잡았다.


교무실 책상 아래에서, 그리고 락커 안에서 각자 자세를 고쳐잡는다고 몸을 비틀었다.

책상과 락커가 조금 흔들렸다.


그들은 몰랐다.

교무실 창문으로 토끼탈 살인마가 계속 내부를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드르륵――


갑자기 문이 열리는 소리에 숨어있던 두 사람이 깜짝 놀랐다.

그들은 몸을 숨기러 온 다른 사람이길 빌었지만, 교무실에 찾아온 손님은 숨’을’ 곳을 찾는 게 아닌, 숨’은’ 곳을 찾는 존재였다.


토끼탈 살인마는 흔들렸던 지점을 정확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그리고 두 마리의 사냥감을 모두 잡기 위해, 머릿속으로 이미 이동 동선을 짜놓았다.


책상 아래에 숨은 인간은 교무실 중앙에 위치했기 때문에 언제든지 잡기가 수월했다.

반면, 락커 속에 숨은 인간은 반드시 잡는다는 보장이 없었다.

락커가 반대편 출입문과 가까워서 자칫하면 놓칠 수도 있는 위험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또각――


토끼 살인마는 마치 맹수가 사냥감을 향해 천천히 접근하듯, 한발 한발 락커 쪽으로 조심스럽게 이동해 갔다.


숨어있는 사람의 정신은 이미 새하얘졌다.

교무실에 들어오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갈 줄 알았던 괴물이 갑자기 다시 들어오다니.

방금 전에 긴장을 풀고 조금 움직였던 게 들킨 게 아닐까, 이대로 죽는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이 가득했다.


덜컹――


멀리 있는 다른 락커가 열리는 소리.

그리고 점점 가까워지는 소리.


덜컹――


바로 옆에 있는 락커까지 열렸다.

다음은 바로 자신이 숨어있는 락커 일 게 분명했다.


“···.”


잠시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자, 혹시 포기한 건 아닐까 하는 희망적인 생각이 잠시 들었다.

하지만


덜컹――


캄캄했던 락커가 밝아지면서 헛된 희망이 사라졌다.

눈앞에는 커다란 토끼탈 살인마가 식칼을 머리 위로 든 채, 자신을 노리는 모습이 나타났다.


“으아아아아악! 컥!”


역수로 쥔 커다란 날붙이가 어마어마한 속도로 사냥감의 머리를 관통했다.

그 충격이 얼마나 큰지, 사냥감의 목이 뒤틀리고 피와 살점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축 늘어진 머리에서는 검붉은 피와 알 수 없는 액체들이 뿜어져 나왔고, 물감처럼 락커 바닥을 칠해갔다.

락커 속에는 이제 살아 숨 쉬는 사람이 아닌, 머리에 대각선으로 구멍이 뚫린 시체가 축 늘어져 있는 것이었다.


“···.”


토끼 살인마는 가만히 시체를 쳐다본 뒤, 정성스레 어루만져 줬다.

그리고 다음 목표로 시선을 돌렸다.


책상 밑에 숨어있는 사람은 제발 이대로 살인마가 나가길 빌었다.

하지만 책상 아래에 갑자기 등장한 토끼탈의 모습에 기겁하고 결국 웅크린 채로 기절하고 말았다.


사냥감이 기절한 것을 눈치챈 토끼탈 살인마는, 기다란 팔로 웅크린 사냥감의 머리를 붙잡았다.

그리고 웅크려 있던 인간을 그대로 끄집어냈다.


그녀는 한 손에 인간의 머리를 잡은 채, 질질 끌며 복도로 나갔다.

중앙 출입구까지 도착한 토끼탈 살인마는 식칼을 내려놓은 채, 두 손으로 기절한 인간의 머리를 들어 올렸다.


양 손바닥으로 머리를 짓누르는 그녀.

우지끈하는 소리와 함께 순식간에 한 인간의 머리통이 박살 나 버렸다.

머리의 형체를 알아볼 수 없는 잔인한 시체가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현장.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던 중앙 출입구가, 어느새 웬만한 사람들은 근처에도 갈 수 없는 참혹한 현장으로 변해버렸다.


***


한편, 강소희는 이 학교를 조사할 방법이 있다고 선언했다.


“무슨 방법인지 물어봐도 될까? 나도 조사하는 데는 찬성이니까, 위험을 최대한 줄이고 싶어.”


나는 어떤 방법인지 궁금해서 간절한 눈빛으로, 거듭 알려주기를 요청했다.

살아남기 위한 방법을 위해서라면 어떤 정보라도 필요했다.


“그전에, 아까 그 토끼탈 살인마의 모습··· 봤지?”


갑자기 토끼탈 살인마의 모습에 대해 질문하자, 나는 팔짱을 끼고 눈동자를 위로 움직이며 토끼탈 살인마의 모습을 떠올렸다.


“체육관에서 확실히 보긴 했지. 커다란 분홍색 토끼탈을 머리에 끼고, 한 손에는 커다란 식칼을 든 장신의 여자처럼 보였는데. 그게··· 왜?”


“하···, 중요한 게 빠졌잖아. 그녀가 뭘 신고 있는지··· 못봤어?”


그녀는 실망한 듯 한숨을 쉬다가, 결국 내게 힌트를 줬다.

토끼탈 살인마가 신고 있던 것.

분명 하이힐같이 굽이 있는 커다란 구두를 신고 있었다.


“아, 굽이 있는 구두를 신고 있었어. 사람들 목소리 때문에 선명하게 들리지는 않았지만, 또각하는 발소리도 났던 것 같고.”


“맞아, 네가 만약 살인자면, 사람들을 쫓아가야 하는데 굽이 있는 구두를 신고 오겠어? 아니지?”


강소희의 말은 토끼탈 살인마가 의도적으로 구두를 신었다는 것.

만약 이것이 클리어가 가능하도록 만든 게임 스테이지라면, 살인마가 가지고 있는 페널티가 아닐까 의심이 들었다.


“살인마가 일부러 불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우리를 납치한 범인들은 그것을 이용하라고 말하고 있는 것 같네.”


“이제서야 깨달았네. 그럼 다시 질문. 구두를 신어서 생기는 페널티는 뭐라고 생각해?”


“아마 소리겠지? 가까이 오면 또각또각하는 발소리가 날 테니까.”


구두 소리.

그것으로 토끼 살인마가 접근하는지 알 수 있었다.

만약 발소리가 나지 않고 있다면, 그것은 안전하다는 증거였다.


“그것도 맞아. 구두 소리가 들리지 않을 때는 안전한 시간이니까, 마음껏 조사할 수가 있다는 거지.”


나는 생각지도 못한 전략.

역시 이 강소희라는 여자는 제법 도움이 됐다.


“토끼탈 살인마의 발소리가 들리면 숨고, 발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조사한다. 심플하네··· 어? 잠시만···.”


문득 이 작전의 허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작전이 성공하려면 전제 조건이 필요하다.

바로 토끼탈 살인마에게 숨은 걸 들키지 않는다는 보장.

만약 들키게 된다면, 그대로 죽은 목숨이었다.


방금까지 기발한 생각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한심했다.

조사하는 타이밍을 알더라도, 결국 살인마에게 숨어있는 곳을 들키면 죽는다.

달리기로 따돌릴 수 있을지도 의문.

아무리 구두를 신고 있다고 해도, 저렇게 팔다리 가긴 괴물을 달리기로 따돌릴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기발한 작전인 줄 알았지만, 숨어있는 게 들키면 꼼짝없이 죽을 것 같은 작전인데? 달리기로 도망가기도 힘들 것 같고···.”


이번에는 오히려 내가 눈살을 찌푸리며 그녀를 노려봤다.

실망했다는 걸 온몸으로 표현하는 나를 향해, 그녀는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흥, 나는 네가 말한 것‘도’ 맞다고 했어. 구두에 대한 페널티는 소리뿐만이 아니라는 거지. 따라와! 가면서 설명해 줄게.”


“···?”


나는 얼떨결에 그녀에게 팔을 붙잡힌 채, 어디론가 끌려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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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토끼탈 살인마(17) - 에피소드 1 完 +4 22.02.09 41 4 12쪽
18 18화. 토끼탈 살인마(16) +2 22.02.08 34 2 12쪽
17 17화. 토끼탈 살인마(15) +2 22.02.07 30 2 11쪽
16 16화. 토끼탈 살인마(14) 22.02.06 30 2 14쪽
15 15화. 토끼탈 살인마(13) 22.02.05 33 3 13쪽
14 14화. 토끼탈 살인마(12) 22.02.04 41 3 12쪽
13 13화. 토끼탈 살인마(11) +2 22.02.03 40 3 13쪽
12 12화. 토끼탈 살인마(10) 22.02.02 44 3 13쪽
11 11화. 토끼탈 살인마(9) 22.02.01 49 4 12쪽
10 10화. 토끼탈 살인마(8) 22.01.31 55 3 12쪽
9 9화. 토끼탈 살인마(7) 22.01.30 44 3 12쪽
8 8화. 토끼탈 살인마(6) 22.01.29 50 3 12쪽
7 7화. 토끼탈 살인마(5) 22.01.28 54 2 12쪽
6 6화. 토끼탈 살인마(4) 22.01.27 48 3 12쪽
5 5화. 토끼탈 살인마(3) 22.01.26 53 2 13쪽
» 4화. 토끼탈 살인마(2) 22.01.25 57 3 12쪽
3 3화. 토끼탈 살인마(1) 22.01.24 79 3 15쪽
2 2화. 게임 시작(2) 22.01.23 95 2 14쪽
1 1화. 게임 시작(1) 22.01.23 14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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