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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캐치칼리고
작품등록일 :
2022.01.23 15:00
최근연재일 :
2022.02.09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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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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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2
글자수 :
108,305

작성
22.01.27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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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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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6화. 토끼탈 살인마(4)

DUMMY

6화. 토끼탈 살인마(4)


단서를 숨겨놓은 범인들과의 정면 대결이라고 생각하니, 불안함으로 얼어있던 몸과 마음이 승부욕으로 인해 갑자기 녹아내렸다.


‘우선 숨겨진 폴더나 파일들을 볼 수 있게 설정하고, 특이한 이름의 폴더나 파일명을 찾는 게 기본이겠지.’


나는 인터넷에서 본 갖가지 방법들을 떠올리며, 필사적으로 내부의 파일들을 탐색해봤다.

디스크 내부에 저장된 여러 폴더와 파일들을 훑어봤지만, 깊숙하게 숨겨놨는지 바로 찾을 수는 없었다.


‘이러다간 끝도 없어. 차라리 검색기능을 이용하자.’


나는 폴더를 일일이 확인하는 방법을 포기하고 곧바로 검색 기능을 사용했다.

새하얀 도화지 같은 검색창.

이곳에 어떤 검색어를 적느냐가 중요했다.


당장 생각나는 키워드들을 닥치는 대로 집어넣어 검색해 봤다.

‘토끼’, ‘살인’, ‘학교’, ‘생존’, ‘게임’, 등등.

하지만 매번 검색 결과는 0였다.


‘뭐지? 내가 생각하지도 못한 키워드인가? 아니면 영어로 검색해야 하는 건 아니겠지?’


필사적으로 머리를 짜냈지만 결국 실패를 거듭하자, 지금하고 있는 행동들이 무의미하게 느껴졌다.


‘이 컴퓨터에 있는 힌트가 정말로 저 ‘학교 전체 지도’파일 뿐이라면? 내가 너무 깊게 생각한 게 아닐까. 내가 시간을 헛되이 쓰고 있는 게 아닐까?’


지금 이 시각에도 토끼탈 살인마가 나를 죽이러 찾아올지 모른다.

그런 초조한 생각이 내 머리를 강하게 억누르는 듯했다.


자신에 대한 믿음이 점점 깨지는 상황.

나는 고개를 좌우로 세게 흔들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내가 나를 믿지 않으면 여기에서 생존할 수 없다.

단 한 번, 단 한 번만 더 나를 믿어보기로 했다.


‘내가 힌트를 숨긴다고 하면···.’


또다시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생각해 보는 나.

그리고 새롭게 떠오른 방법.


모든 것에 의도와 의미가 있다면, 처음 발견한 휴지통의 ‘학교 전체 지도’라는 파일에도 의미가 있을지 모른다.


범인들은 어딘가에 있는 이 지도 이미지 파일을 삭제해서, 바탕화면의 휴지통으로 일부러 넣었다.

그렇다면 거기에 담긴 의미와 의도는 무엇인가?


‘바탕화면에 새 폴더를 만들어 넣어도 되는데, 왜 굳이 휴지통에 넣었지?’


휴지통에 뭔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 나는 휴지통을 이용할 방법을 골똘히 생각했다.


휴지통, 삭제한 파일들을 보관하는 곳.

일부러 그곳에 넣어둔 이미지 파일.

어떤 위치에 있든 이미지 파일을 삭제해서 휴지통에 넣었다.

휴지통의 기능···.

···


순간, 머릿속에 번개가 치며 눈이 번뜩였다.


‘그래···, 휴지통에 삭제된 파일들은 삭제되기 전의 경로를 알 수 있어. 이건 그 기능을 이용하라는 의미야!’


휴지통에서는 파일의 원래 경로를 알 수가 있다는 사실을 불현듯 떠올렸다.

휴지통에 삭제된 ‘학교 전체 지도’라는 이미지 파일의 원래 경로를 찾아라.

그것이 내가 생각해낸 상대방의 의도였다.


만약 이 방법도 실패하면, 교사용 컴퓨터를 조사하는 건 깔끔하게 포기하고, 다른 곳을 조사하기로 다짐했다.

아직 이 컴퓨터실에는 수많은 컴퓨터가 남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시도라고 생각하며, ‘학교 전체 지도’ 이미지 파일을 바탕화면으로 이동시킨 행동을 실행취소 단축키로 되돌렸다.


다시 휴지통으로 돌아간 파일.

나는 곧바로 휴지통의 설정을 조작해 파일의 원래 위치가 보이도록 만들었다.

마침내 ‘학교 전체 지도’ 파일의 원래 위치가 나타났다.

꽤 복잡한 경로.

그 경로를 따라 들어가자, 또 다른 이미지 파일을 발견했다.


그 파일의 이름은 ‘ㄷㅏㄴㅅㅓ1’.

의도적으로 검색을 피하고자 ‘단서’라는 글자를 자음과 모음으로 나눴다는 걸 단번에 눈치챘다.

역시나 이 컴퓨터에는 지도 말고도 단서가 더 숨겨져 있던 것이었다.


‘이 학교에 단서들이 어떤 식으로 숨겨져 있는지, 대충 감을 잡은 것 같아. 단순히 눈에 띄지 않는 곳에 숨겨진 게 아니라, 의도적으로 찾을 수 있게 만들어 놓았어.’


마치 깜깜한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발견한 느낌이었다.

상대방의 의도를 꿰뚫고 승리한 기쁨에 취한 채, 떨리는 손으로 마우스를 다시 쥐었다.

과연 이 이미지 파일에는 어떤 내용이 들어있을지 궁금했다.

마음 같아서는, 토끼 살인마를 물리칠 방법이나 중앙 출입구의 비밀번호에 대한 힌트가 나오길 간절히 기대했다.


따닥――


마우스 클릭 소리와 함께, 화면에는 어떤 사진이 나타났다.


‘이건···, 일기··· 인가?’


상단에 있는 날짜, 날씨, 제목, 내용이라는 항목들.

일기장의 한 페이지처럼 보였다.


날짜와 날씨는 새카맣게 칠해져 보이지 않았지만, 제목과 내용은 선명하게 보였다.


누구의 일기인지 모르겠지만, 분명 이런 단서를 남긴 이유가 있을 터.

나는 일단 스마트폰으로 사진을 찍은 뒤, 천천히 읽어나가기 시작했다.


제목은···, [선생님]


[친구들한테 놀림당하는 내 얼굴을 보고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에게 친절한 미소를 보여주시는 선생님. 덕분에 자살을 시도하는 것도 그만뒀다. 나도 선생님처럼 되고 싶다. 그리고 선생님과 평생 함께하고 싶다.]


“뭐야···, 이런 게 단서라고?”


조용히 혼잣말로 불만을 터뜨렸다.

중앙 출입구에 있는 비밀번호나 토끼탈 살인마를 처치할 수 있는 힌트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단순히 어떤 선생님에 대해 적은 일기 내용.

아직은 무슨 단서인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머리를 손으로 감싸며 일기의 내용을 뚫어지게 쳐다봤지만, 특별히 이상한 점은 눈에 띄지 않았다.

맨 하단에 쓰인 부분을 빼고.


하단에 ‘-6-‘이라는 페이지 표시 오른쪽에 ‘▶1-1반’이라고 쓰여있는 게 보였다.

일기는 손글씨로 쓴 원본 같아 보였지만, 이 글씨는 컴퓨터로 편집해서 넣은 게 틀림없었다.


‘마치 다음 단서가 1-1반에 있다고 말하는 듯하네.’


단서는 내게 노골적으로 말하고 있었다.

‘다음 단서를 찾아 1-1반으로 가라’고.

함정일지 모른다고 생각은 들었지만, 결국 나는 그 의도에 따라주기로 했다.


함정인지 의심하고 가는 것과 모르고 가는 것은 천지 차이.

언젠가 마주해야 할 함정이라면, 미리 경계한 채로 진입하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곧바로 스마트폰에 대고 강소희에게 내 행동방침을 알렸다.


- 강소희, 방금 단서를 하나 찾았어. 메시지로 공유해 줄게. 그리고 다음 단서는 1-1반에 있는 것 같으니까, 나는 그쪽으로 가겠어. 넌 어떻게 행동할 건데?


- ···고생했어. 나는 여기 미술실을 조금 더 조사하다가 4층에 있다는 다른 교실부터 차근차근 조사할게.’


아무래도 강소희는 옆 교실부터 차근차근 조사하는, 가장 안전한 방법을 택한 것 같았다.

합리적인 선택이지만, 우리에게는 제한 시간이 존재한다.

처음 봤을 때는 12시간 정도인 거로 기억한다.

지금은 게임이 시작되고 얼마나 지났을까?

그런 의문에, 스마트폰의 [스테이지 정보]기능에서 제한 시간을 확인해 봤다.


[스테이지 정보]

STAGE 1-1 : 학교의 토끼탈 살인마

학교에 출몰하는 토끼탈 살인마, 그 비밀을 밝혀라!


[목표]

제한 시간 내에 다음 중 최소 1가지를 완료하십시오.


○ 비밀번호 획득 후 학교 탈출 [NORMAL] [미완료]


○ 토끼 살인마 처치 [HARD] [미완료]


[제한 시간 : 11시간 20분 15초]


벌써 40분 가까이 지나간 상황.

입술이 바짝바짝 말라갔다.

머릿속으로는 교실을 모두 조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대략 계산하고 있었다.


‘강소희랑 처음 만났을 때 11시간 45분 남은 걸 확인했어. 그녀랑 대화하고 여기까지 올라오느라 걸린 시간을 빼면, 한 교실을 조사하는데 10분? 20분? 20분이라고 잡자.’


단순하게 한 교실을 꼼꼼히 조사하는데 20분이라고 가정했다.

그리고 이 학교에서 조사해야 할 교실의 개수를 확인하기 위해, 스마트폰의 [갤러리]에서 학교 전체 지도를 확인했다.


‘이 지도에서 보건대, 조사해야 할 교실의 개수는 대략 40개 이상이야.’


본관과 별관을 다 합친 교실의 개수는 대략 40개 이상.

단순 곱셈으로 봐도 800분, 즉 13시간이 소요된다.

더군다나 토끼탈 살인마가 추격해오는 것까지 고려하면 더 걸릴 게 분명한 상황.

12시간이라는 제한 시간이 처음에는 무척 길어 보였지만, 이 속도라면 모든 교실을 조사하기에 충분한 시간은 아니었다.


‘아, 혹시 나와 강소희처럼 교실을 조사하고 다니는 사람은 없나?’


나도 모르게 조사하는 인원을 나와 강소희, 둘로만 한정했다.

만약 우리처럼 교실을 조사하는 인원들이 존재한다면, 조사 시간을 2배 3배 단축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런 생각에, [메신저]를 켜고 모든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내려고 했다.


[메신저]를 켜자, 5개의 검붉은 목록이 더 추가됐다.

우측 상단에는 [23/30].

5명이 더 사망했다는 걸 알게 됐다.

이제 남은 인원은 23명.

나는 강소희를 제외하고 살아있는 모든 사람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 나는 지금 단서를 찾아 교실을 조사하는 중이야. 혹시 너도 교실을 조사할 생각이라면, 같이 분담해서 조사하는 게 어때?


떨리는 마음으로, 사람들의 답장을 기다렸다.

2명, 아니, 적어도 1명이라도 더 인원이 늘어난다면 전체 교실을 조사하는 것도 가능할지 몰랐다.


스마트폰 화면에 새롭게 생성된 22개의 대화방.

곧이어, 몇 개의 대화방에서 답장이 왔다.


- 너무 무서워서 조사는 못 하겠어.


- 제한 시간까지 생존하는 게 이 게임의 목적 아니야?


- 내가 조사하다가 들키면 너만 도망가려는 거지?


만족스럽지 못한 답변에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졌다.

결국 답장을 주지 않는 사람도 많았지만, 답장이 온 것 중에서도 조사하겠다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보이지 않았다.

설마 했지만, 이 23명 중에서 교실을 조사하는 사람이 나와 강소희 단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인정하기 싫었지만, 생각해보면 특별히 이상한 현상은 아니었다.

오히려 당연한 현상.


여기 납치된 사람들이 모두 나와 같은 또래라는 건 이미 짐작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부모님이나 선생님들의 지시에 따르기만 한 학생들이 어떻게 주도적으로 행동하겠는가.

갑자기 이상한 곳에 납치되고 살인마에게 쫓기는 상황에서 어떻게 위험한 행동을 자진해서 하겠는가.


굳이 위험한 일을 할 필요가 없어.

가만히 있으면 누군가 해결해 주겠지.

나만 아니면 돼.


지금도 그런 안일한 생각들을 하고 있을 게 틀림없을 것이다.

현실에서는 통할 수 있어도 여기에서는 통하지 않는 생각들.


여기에는 보호자가 없다.

경찰이 없다.

국가가 없다.


오로지 내 생존 능력이 뛰어나야 확실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곳이다.

믿을 건 나 자신뿐.


‘오히려 잘 됐어. 어차피 다른 사람들이 조사했다는 말을 믿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만약 어떤 사람이 교실을 조사했는데 단서가 없었다고 말한다면, 그걸 완전히 믿을 수 있을까?

아니, 나는 믿을 수 없다.

아마 강소희도 마찬가지로 생각하겠지.

믿을 수 없는 사람이 팀에 합류되면 오히려 혼란스러워질 수도 있다.


그렇게 합리화하며 생각의 늪에서 탈출했다.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고 현실을 직시했다.

혹시나 학생용 컴퓨터에 또 다른 단서가 있진 않을까 훑어봤지만, 학생용 자리는 모니터뿐이고 본체가 없다는 것을 뒤늦게 눈치챘다.

이제 다음 목적지로 이동해야 했다.


‘컴퓨터 실에서 너무 지체했어. 바로 다음 1-1반으로 출발해야 해.’


1-1반의 위치를 알기 위해 [갤러리]에 저장된 ‘학교 전체 지도’를 살펴봤다.

그 교실의 위치는 본관 4층.

이 별관의 복도 끝 연결통로를 지나 본관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본관에서는 아마 살인마가 날뛰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긴 팔다리에, 커다란 토끼탈을 쓴 여성 살인마.

그녀는 시작하자마자 손에든 식칼로 사람의 머리를 쪼개고 목을 날렸다.

기억에서 지우고 싶을 정도로 끔찍했던 상황.

나도 그렇게 되지 않으리란 보장이 없었다.


‘무조건 계단으로 이동해야 해. 침착하게 행동하면 분명히 따돌릴 수 있어.’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지만 애써 무시한 채, 본관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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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토끼탈 살인마(17) - 에피소드 1 完 +4 22.02.09 40 4 12쪽
18 18화. 토끼탈 살인마(16) +2 22.02.08 34 2 12쪽
17 17화. 토끼탈 살인마(15) +2 22.02.07 30 2 11쪽
16 16화. 토끼탈 살인마(14) 22.02.06 30 2 14쪽
15 15화. 토끼탈 살인마(13) 22.02.05 33 3 13쪽
14 14화. 토끼탈 살인마(12) 22.02.04 41 3 12쪽
13 13화. 토끼탈 살인마(11) +2 22.02.03 40 3 13쪽
12 12화. 토끼탈 살인마(10) 22.02.02 43 3 13쪽
11 11화. 토끼탈 살인마(9) 22.02.01 49 4 12쪽
10 10화. 토끼탈 살인마(8) 22.01.31 55 3 12쪽
9 9화. 토끼탈 살인마(7) 22.01.30 44 3 12쪽
8 8화. 토끼탈 살인마(6) 22.01.29 50 3 12쪽
7 7화. 토끼탈 살인마(5) 22.01.28 54 2 12쪽
» 6화. 토끼탈 살인마(4) 22.01.27 48 3 12쪽
5 5화. 토끼탈 살인마(3) 22.01.26 53 2 13쪽
4 4화. 토끼탈 살인마(2) 22.01.25 56 3 12쪽
3 3화. 토끼탈 살인마(1) 22.01.24 79 3 15쪽
2 2화. 게임 시작(2) 22.01.23 95 2 14쪽
1 1화. 게임 시작(1) 22.01.23 14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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