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캐치칼리고 님의 서재입니다.

데스 게임 공략하기

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현대판타지

완결

캐치칼리고
작품등록일 :
2022.01.23 15:00
최근연재일 :
2022.02.09 13:05
연재수 :
19 회
조회수 :
1,019
추천수 :
52
글자수 :
108,305

작성
22.02.04 14:05
조회
40
추천
3
글자
12쪽

14화. 토끼탈 살인마(12)

DUMMY

14화. 토끼탈 살인마(12)


“후···, 단서 5도, 마저 확인해 보자.”


이제 조금만 더 손을 뻗으면 되는 상황이었지만, 강소희는 단서 3에 대한 해석에 실패한 것에 대한 미련이 남아 있는 듯 보였다.


[단서 5]


[그녀가 가장 아끼는 것과 마주할 때, 당신의 노력이 보답받는다.]


신문이나 잡지의 글자를 하나씩 오려 붙인 메모.

한눈에 봐도 ‘그녀가 가장 아끼는 것’을 찾으면 비밀번호를 알아낼 수 있다는 얘기.


하지만 ‘그녀’가 토끼탈 살인마를 뜻하는지, 선생님을 뜻하는 지 조차 아직 명확하게 결정할 수는 없었다.


“결국 다른 단서들을 해석해야 여기 나오는 ‘그녀가 가장 아끼는 것’에 대해 알 수 있을 것 같아.”


“그렇네···, 단서 3만 해석할 수 있으면 되는데··· 하···, 난 이 정도도 빨리 못 푸는 거야?”


강소희가 입술을 깨물며 또다시 단서 3을 해석하지 못한 자신을 질책하는 듯한 혼잣말을 했다.

단서 1, 2, 4번은 얼추 해석되는 듯 싶었지만, 문제는 단서 3.

그 토끼 사진에 대한 해석이 완료돼야 단서 5에 대한 해석이 가능할 것 같았다.


우리 둘이 끙끙 앓고 있는 와중에, 한우일은 열심히 자신의 역할에 집중했다.

하지만 활발히 의견을 나누던 대화 소리가 더 들리지 않는 걸 알아차렸는 지, 이쪽을 흘끔 쳐다보는 게 아닌가.


‘조금 전에는 저 한우일에게 자신 있게 말했지만, 진전이 없는 모습을 보여주니 부끄럽네. 하지만, 우리라고 빨리 탈출 안 하고 싶겠어? 단서 3에 대해 해석하기가 어려···.’


“혹시 내···, 내가 한번 봐도 될까?”


“···응?”


갑작스러운 한우일의 태도에 우리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그의 흘겨보는 모습에서, 분명히 우리의 무능함을 책망하고 있는 줄 알았다.

하지만 그 행동은 사실, 우리에게 말 걸기가 두려워 우물쭈물 눈치를 보던 행동이란 걸 깨달았다.


“야, 저 사람 믿을만한 거 맞지?”


강소희는 내게 가까이 다가와 귓속말로 물었다.

아마 처음 보는 사람과 단서들을 공유하는 게 꺼림칙 한 모양이었다.


혹시나 그가 다른 사람들에게 단서들을 퍼뜨린다거나 하는 돌발행동을 하진 않을까, 걱정하고 있을 게 뻔했다.

하지만 지금은 지푸라기라도 잡아야 할 때.

근거는 없었지만, 한우일이 목숨을 구해준 나를 배신하진 않을 거라 믿었다.


“내 말이라면 잘 따를 거야. 믿을 만 해. 혹시 도움이 될지도 모르니까, 단서를 보여주는 게 최선의 수 아닐까.”


“음···, 그러면···.”


그녀는 한우일을 잠시 노려보다가 팔짱을 끼고 고민하기 시작했다.

결국 모든 단서를 공유하지는 않고, 해석할 수 없는 단서 3만 공유하기로 합의했다.


나는 한우일에게 사진을 건네주며 단서 3에 관해 설명했다.


“상자 속에 이 사진이랑 토끼 모형 같은 게 들어있었거든. 네 생각엔 어떤 의미인 것 같아?”


“어···, 음··· 잠시만···. 아!”


그는 사진의 앞뒤를 돌려보며 골똘히 뭔가를 생각하다, 뭔가를 떠올린 듯 보였다.

그의 갑작스러운 태도에, 나와 강소희의 시선이 그에게로 향했다.


“여··· 여기 사진 앞면에, 토끼 주변에 있는 도구들이 뭔지 모른다고 했지?”


“응, 토끼를 죽인 흉기가 아닐까 생각은 했지만, 정확히 뭔지는 잘 모르겠더라고.”


죽은 것 같이 보이는 토끼 주변의 정체불명의 도구들.

한우일은 그것들에 대해 알아낸 듯 보였다.

방금까지 그를 무시하던 강소희도 아무 말 하지 않고 조용히 귀를 기울이며 지켜보는 가운데, 한우일은 충격적인 말을 시작했다.


“이··· 이건 지방을 긁어내기 위한 벤젠, 이건 가죽을 벗기기 위한 도구, 이건 나프탈렌이랑 소금일 거야···. 아마도···.”


약품이나 도구들을 하나씩 손가락으로 짚으며 설명하기 시작하는 한우일.

계속해서 듣고 있었지만, 결국 뭘 하기 위한 도구인지 이해하기 어려웠다.

강소희도 나와 같은 생각을 했는지, 주변 도구에 대한 설명을 연달아 읊어대는 한우일을 보며 말했다.


“그래서, 결론은 뭐야? 그런 이상한 도구들이 왜 토끼 사체랑 같이 있는 거지?”


“여··· 여기 있는 도구들은 모두 동물을 바··· 박제하기 위한 도구들이야.”


“뭐···?”


박제.

살아있는 동물의 가죽을 벗기고 그 속에 발포우레탄이나 솜 같은 걸 넣어 만든 모형.

박물관 같은 곳에서 몇 번 본 적이 있었다.


사진 속에 토끼는 죽은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주변에는 박제를 하기 위한 도구들.


뒷면에는,


[단서 3]


[귀여운 토끼가 너무 좋다.]

[이제 평생 함께 지낼 수 있어.]


토끼가 죽은 것에 대해 슬퍼하기는커녕, 오히려 귀여운 토끼와 평생 함께 지낼 수 있다는 문구.


만약 한우일의 말이 사실이라면···

이 사진의 주인은, 토끼의 모습을 간직하기 위해

일부러 토끼를 죽인 건 아닐까?


그런 기분 나쁜 시나리오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사진과 함께 있던 토끼 모형.

그 정체에 대해 짐작이 갔다.


“옆에 있던 토끼 모형은···, 진짜 토끼 가죽을 이용해서 만든 박제였던 거야···? 제기랄.”


박물관에서 봤다면 귀엽다고 생각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토끼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가질 수는 없었다.

그 기분 나쁘게 까끌까끌했던 털의 감촉이 기억나며, 불쾌하고 메스꺼운 느낌이 덮쳐오기 시작했다.


머리가 잘 돌아가지 않는 와중 강소희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녀는 아주 침착한 눈으로 스마트폰을 응시하며 뭔가를 고민하는 듯 보였다.

감정이 지배된 나와 대조적인 그 태도에, 스스로가 너무나도 부끄러워졌다.


‘하···, 탈출하기 위해 머리를 굴려야 할 때, 별거 아닌 일로 혼란스러워하기는.’


지금은 개인적인 감정보다 단서를 해석하는 게 급선무.

마음속으로 자신을 비난하며,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래···, 모든 단서는 역시 이어져 있었어.”


잠시 뒤, 강소희는 한우일의 발언으로 뭔가를 깨달은 모양인지, 스마트폰 화면을 응시한 채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같은 시간과 같은 정보가 제공됐지만, 상대방이 나보다 더 유능한 상황.

분한 감정이 들었지만, 지금은 한시라도 빨리 정보를 공유하고 행동에 나서야 할 때.

나는 그녀가 깨달은 내용을 설명해 주길 요청했다.


“강소희, 미안하지만 나에게도 알려줄 수 있겠어?”


“···그래. 혹시나 내가 틀렸을 수도 있으니까, 듣고서 이상한 점이 있으면 말해줘.”


나를 오류검사기로 사용하는 태도에 한마디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잠자코 그녀의 의도에 따라주기로 생각했다.

강소희는 처음부터 단서들의 연결고리들을 설명해 주기 시작했다.


“처음부터 다시 정리해 볼까. 단서 2에서 거인증과 말단비대증을 앓는 환자가 토끼탈 살인마라는 것부터. 기억나지?”


고양이 같은 눈으로 날 쳐다보며, 대답을 기다리는 그녀.

분명 나와 대화를 통해 자신의 추리에 허점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은 거겠지.

나는 그녀의 의도에 따라, 스마트폰을 힐긋 쳐다보며 차근차근 단서들을 되짚어갔다.


“분명 의사 소견서로 보인 내용에서는, 토끼탈 살인마의 신체적 특징을 말해주며 정신적인 문제도 같이 언급했었지.”


“맞아. 누군가에 대한 강한 의존과 집착을 가지고 있다고 적혀 있었어. 거기에 연결되는 게 단서 1.”


“단서 1은 선생님을 좋아하고 동경하는 사람의 일기였어. 여기서, 단서 1의 좋아하고 동경하는 감정을 단서 2의 의존과 집착에 연결하면···.”


“일기의 주인이 토끼탈 살인마라는 걸 유추할 수 있었지. 여기까지는 방금과 같아. 문제는 그다음부터.”


아마 다음에 나올 내용은 내가 알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

나는 침을 꿀꺽 삼키고 그녀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한우일의 말대로 단서 3이 죽은 토끼를 박제하는 과정이라고 가정해보자. 그리고 사진 뒷면의 문구를 다시 한번 봐봐.”


“아, 그건 나도 생각해 본 내용이야. 박제로 만들어 평생 함께하기 위해, 일부러 토끼를 죽인 게 아닐까 하고 말이야.”


“뭐야···, 알고 있었잖아. 그럼 더 설명하기 쉽겠네. 방금 내용을 단서 4와 연결해봐.”


단서 4는 어떤 선생님이 귀가 중 실종됐다는 걸 알려주는 포스터였다.

토끼를 박제된 것과 선생님이 실종됐다는 것에 무슨 연결점이 있는 건지, 나는 눈을 감고 생각에 빠졌다.


토끼와 선생님의 공통점?

박제와 실종의 공통점?


잘 떠오르지 않았다.

강소희가 결정적인 힌트를 던져주기 전까지는.


“단서 1의 마지막 문장.”


“응···?”


생각에 빠져있다 갑작스럽게 들린 목소리.

내 눈동자는 본능적으로 단서 1의 문장을 훑어보고 있었다.


[친구들한테 놀림당하는 내 얼굴을 보고서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에게 친절한 미소를 보여주시는 선생님. 덕분에 자살을 시도하는 것도 그만뒀다. 나도 선생님처럼 되고 싶다. 그리고 선생님과 평생 함께하고 싶다.]


마지막 문장인 ‘선생님과 평생 함께하고 싶다.’···.


‘어디서 비슷한 문장을 본 것 같은데···.’


평생 함께하고 싶다는 문구를 분명 봤었다.

바로 단서 3.

토끼 사체 사진 뒷면에서 ‘이제 평생 함께 지낼 수 있어.’라는 문구를 봤다.


‘토끼와 평생 함께하고 싶어서 토끼를 죽이고 박제했어. 그렇다면··· 선생님과 평생 함께하고 싶다고 생각을 하면?’


갑자기 등골이 서늘해지며, 기분 나쁜 분비물이 전신에 맴돌았다.

단서 4에서 선생님은 실종됐다.

학교 근무가 싫어져서 사람이 없는 산속으로 도망갔다거나, 성형수술 후 다른 삶을 살고 있다는 결말이라면, 단서로 언급되지 않았을 거다.


그렇다, 여기 있는 단서들은 서로 연결돼 있다.

단서 2에서 토끼탈 살인마가 주인공이라는 걸 보여줬고, 단서 1에서 그녀가 선생님에게 집착하고 있다는 걸 보여줬고, 단서 3에서 좋아하는 대상을 박제하는 걸 보여줬다.


단서 4에서 실종된 선생님은 여기에 어떻게 연결될까.

답은 정해져 있었다.


토끼탈 살인마가 선생님을 납치한 거야.

뭘 위해?

평생을 함께하기 위해.

어떻게?

박제로 만들어서.


‘···.’


사람을 납치하고, 살해하고, 배를 갈라 내장을 들어내고, 피부를 벗겨냈겠지.

선생님의 신체를 본떠 만든 모형을 조각하고, 그 위에 피부를 입혀 나만의 장난감이자 소유물로 만들었겠지.


그 역겨운 과정들이 절로 상상되자, 메스꺼움과 어지러움으로 머리가 핑핑 돌았다.

한 손으로 머리를 부여잡고, 이 잔인한 스토리에 대해 한탄했다.


“이딴 걸 왜 우리에게 보여주는 거지? 도대체 이유가 뭐야? 제기랄···.”


“우리들의 반응을 보며 낄낄거리는 단순한 악취미일 수도. 하지만 그런 걸 알아도 우리가 저항할 수는 없어.”


내가 인상을 잔뜩 쓰고 범인들을 욕하자, 강소희는 얼음같이 차가운 표정과 말투로 냉정한 현실을 짚어줬다.

그 덕분에 나는 감정적인 소용돌이에서 겨우 탈출하고 냉정함을 되찾을 수 있었다.


“지금은 그저 범인들의 의도대로 따를 수밖에 없는 건가···.”


“그래. 보아하니 너도 다 알게 된 것 같네. 이제 단서 5가 뭘 의미하는지 알겠지?”


[단서 5]


[그녀가 가장 아끼는 것과 마주할 때, 당신의 노력이 보답받는다.]


단서 1부터 4까지의 내용으로 봤을 때, 모든 사건의 주체는 토끼탈 살인마였다.

그러므로 단서 5에 나오는 ‘그녀’도 토끼탈 살인마를 뜻하는 걸 알 수 있다.


토끼탈 살인마가 가장 아끼는 것.

그것은 바로 선생님.

아니, 정확히 말하면 선생님의 모양을 한 박제 인형이 틀림없다.


“그러면 우리는 선생님을 박제한 인형과 마주해야 하는 거네.”


“그래. 지금 어디에 그걸 보관했을까 고민하는 중이야.”


아직 조사하지 않은 곳 중에 선생님 박제 인형과 비밀번호가 숨겨진 장소가 존재한다.

이제 스마트폰에 저장된 학교 지도 이미지를 들여다보며 최종 목적지를 알아내기만 하면 된다.


‘내가 범인이라면 어디에 숨겼을까?’


범인의 입장에 서서, 이 학교 스테이지를 설계한 입장에 서서 마지막 장소를 추적해 나갔다.

잠시 뒤, 갑자기 내 머릿속에서 퍼즐이 맞춰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내 눈에는 한 번에 보였다.

그 목적지가.


“···내가 범인이었으면 여기에다 숨겨놨을 것 같은데.”


나는 스마트폰 화면에 띄운 학교 지도에서 한 곳을 가리켰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데스 게임 공략하기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재 중지 공지. 더 좋은 글로 찾아오겠습니다. 22.02.09 32 0 -
공지 제목 변경 예정 : 생존 수학능력 게임 > 데스 게임 공략하기 22.02.06 18 0 -
공지 연재 시간 : 매일 오전 11시 ~ 오후 5시 22.01.23 31 0 -
19 19화. 토끼탈 살인마(17) - 에피소드 1 完 +4 22.02.09 40 4 12쪽
18 18화. 토끼탈 살인마(16) +2 22.02.08 34 2 12쪽
17 17화. 토끼탈 살인마(15) +2 22.02.07 30 2 11쪽
16 16화. 토끼탈 살인마(14) 22.02.06 30 2 14쪽
15 15화. 토끼탈 살인마(13) 22.02.05 33 3 13쪽
» 14화. 토끼탈 살인마(12) 22.02.04 41 3 12쪽
13 13화. 토끼탈 살인마(11) +2 22.02.03 40 3 13쪽
12 12화. 토끼탈 살인마(10) 22.02.02 43 3 13쪽
11 11화. 토끼탈 살인마(9) 22.02.01 49 4 12쪽
10 10화. 토끼탈 살인마(8) 22.01.31 55 3 12쪽
9 9화. 토끼탈 살인마(7) 22.01.30 44 3 12쪽
8 8화. 토끼탈 살인마(6) 22.01.29 50 3 12쪽
7 7화. 토끼탈 살인마(5) 22.01.28 54 2 12쪽
6 6화. 토끼탈 살인마(4) 22.01.27 47 3 12쪽
5 5화. 토끼탈 살인마(3) 22.01.26 53 2 13쪽
4 4화. 토끼탈 살인마(2) 22.01.25 56 3 12쪽
3 3화. 토끼탈 살인마(1) 22.01.24 79 3 15쪽
2 2화. 게임 시작(2) 22.01.23 95 2 14쪽
1 1화. 게임 시작(1) 22.01.23 145 2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