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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소설 > 일반연재 > 공포·미스테리, 현대판타지

완결

캐치칼리고
작품등록일 :
2022.01.23 15:00
최근연재일 :
2022.02.09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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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2.02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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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12화. 토끼탈 살인마(10)

DUMMY

12화. 토끼탈 살인마(10)


‘1010번만큼··· 누르는 게··· 정말로 답인가?’


불안과 공포가 등줄기를 따라 스멀스멀 기어오르는 게 느껴졌다.

나는 내가 도출한 정답에 확신을 내리지 못하고 그 자리에 얼어붙고 말았다.


내가 단서를 숨긴 범인이라면, 절대로 1010번만큼 버튼을 누르게 만들지는 않는다.

단서는 우리의 판단력과 행동력을 시험하기 위한 것.

굳이 힌트를 푸는 것 외에, 비효율적인 행동을 시킬 이유가 없다.


이 상자에 있는 버튼을 1010번 누르는 행동은 누가 봐도 비효율적인 방법이다.

나는 범인들을 믿는다.

이런 불필요한 행동을 의도하지 않았을 거라 믿는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

내가 생각한 답이 틀렸다는 것.


‘역시 모든 것을 명확하게 해결해야 답이 나올 것 같아.’


의외로 단순하게 생각했던 내 해결법은 완전히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1조 [ 1 ] [ 0 ] [ 1 ] [ 0 ] > 1010점

2조 [ 0 ] [ 1 ] [ 1 ] [ 0 ] > 110점

3조 [ 0 ] [ 0 ] [ 1 ] [ 1 ] > 11점

4조 [ 0 ] [ 1 ] [ 1 ] [ 1 ] > 111점

5조 [ 1 ] [ 0 ] [ 0 ] [ 0 ] > 1000점

6조 [ 1 ] [ 0 ] [ 0 ] [ 1 ] > 1001점


이렇게 점수표를 가로로 읽는 방법이 틀렸다면, 도대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나는 점수표를 해석하는 또 다른 방법을 찾기 위해 칠판을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다.


눈앞에서는 1과 0이 계속해서 맴돌았고, 귓가에는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는 급훈 내용이 메아리쳤다.


머릿속에서 뒤죽박죽이 섞이는 힌트들.

끈적끈적한 물엿이 내 혈관을 타고 다니는 느낌에, 그 자리에 서 있는 것도 힘들어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위기상황에서 불현듯 떠오른 한 줄기 해답.

정신이 혼미해지려는 찰나, 그 두 가지 힌트가 조화롭게 연결된 모습이 머릿속에서 나타나기 시작했다.


‘이제 알겠어. 일부러 1점만 쓴 것, 그리고 급훈 내용은 서로 연관된 거였어!’


처음에 급훈 내용을 해석했을 땐, 칠판에 적힌 표를 다르게 해석할 수 있다는 줄 알았다.

하지만 또 다른 의미가 숨어있다는 걸 뒤늦게 깨달은 것이었다.


이전 1-1반에서 봤던 [처음과 끝은 하나다]라는 힌트도 1번과 30번이 같은 주번이라는 것 외에, 1번과 30번 사물함에서 얻은 번호를 겹치라는 의미가 포함돼 있었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

하나의 문장에 2가지 의미가 중의적으로 숨겨져 있는 것이었다.


점수 빈칸에 0을 적었던 것이 큰 도움이 됐다.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는 의미는, ‘0과 1,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는 것이었다.


보통 각 자리의 숫자는 0에서 9.

총 10개의 숫자로 모든 수를 표현하고,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힌트에서는 0과 1로 해석하길 원한다.


0과 1로만 표현하고 해석하는 방법.

그런 게 과연 존재할까?


있다.


흔히 컴퓨터 용어라고 생각하는 이진법.

각 자리의 숫자가 0 또는 1인 표기법.

이진법이라는 해석 방법을 얻게 되자, 이상하게 보였던 표의 내용이 단번에 해석되기 시작했다.


1조 [ 1 ] [ 0 ] [ 1 ] [ 0 ] > 1010⑵ > 10

2조 [ 0 ] [ 1 ] [ 1 ] [ 0 ] > 0110⑵ > 6

3조 [ 0 ] [ 0 ] [ 1 ] [ 1 ] > 0011⑵ > 3

4조 [ 0 ] [ 1 ] [ 1 ] [ 1 ] > 0111⑵ > 7

5조 [ 1 ] [ 0 ] [ 0 ] [ 0 ] > 1000⑵ > 8

6조 [ 1 ] [ 0 ] [ 0 ] [ 1 ] > 1001⑵ > 9


1조가 1등인 것에 위배되지 않으면서, 버튼을 비효율적으로 많이 누를 필요가 없어졌다.


10번.

이제 1조의 상자에 있는 버튼을 10번만 누르면 된다.


‘모든 힌트를 사용해서 얻은 해답은 이것밖에 없어.’


모든 것이 명확하게 드러난 순간, 나는 나 자신을 믿고 버튼에 손을 올렸다.

그리고는 심폐소생술을 하듯이 혼잣말로 숫자를 세어가며 버튼을 누르기 시작했다.


하나, 둘, 셋, 넷

···

아홉, 열.


‘···.’


열 번을 누른 뒤, 상자를 누르던 손을 뗐다.

상자는 마치 내가 버튼을 1번만 더 누르길 기다리는 듯이, 나를 쳐다보며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10초 정도의 시간이 흘렀을 때, 상자는 내 정답을 인정했다.


차칵――


기계장치가 풀리는 소리와 함께 상자의 뚜껑이 열리기 시작했고, 내부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


나는 내부를 잠깐 보자마자 소스라치게 놀라 뒷걸음을 치고 말았다.

정확히 확인하진 못했지만, 털이 달린 동물 같은 게 보였기 때문이었다.


‘놀랄 필요 없어. 저 안에든 건 단서야. 빨리 확인해야 해!’


가슴에 손을 얹고, 놀란 가슴을 진정시켰다.

다시 상자 가까이에 접근한 뒤, 그 정체불명의 물체를 다시 조심스레 확인해봤다..


상자 안을 다시 확인하자, 안에는···


조그마한 토끼가 있었다.

그 모습이 너무나 현실적이라, 처음에는 살아있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토끼는 털 하나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결국 토끼 모형이라는 걸 깨닫게 됐다.


‘이런 모형은 왜 넣어둔 거야? 제기랄.’


의도적으로 나를 놀라게 한 범인들의 악의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하지만 그들에게 화를 낼 수도 없는 상황.

나는 범인들의 의도에 따라 상자 내부를 꼼꼼히 살펴보는 것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그들의 의도에 따를 수밖에 없는, 쓰디쓴 현실에 주먹만 꽉 쥘 뿐이었다.


다행히 상자 내부에 단서는 있었다.

사진 한 장.

나는 꽉 쥐고 있던 주먹을 풀고 사진을 집어 들었다.


사진 속에는


토끼 한 마리가 누워있었다.


생기를 잃은 눈과 축 늘어진 다리.

사진이지만 알 수 있었다.

사진 속의 토끼가 이미 죽은 상태라는 걸.


책상 같은 곳에 누워있는 토끼의 사체, 그리고 주변에는 알 수 없는 도구들과 약물들이 즐비한 광경.


계속 보고 있자니 기분이 좋지 않아, 얼른 사진을 뒤로 돌렸다.

사진 뒷면에는, 펜으로 단서 3이라고 휘갈겨 놓은 것과 두 문장의 글이 쓰여있었다.


[단서 3]


[귀여운 토끼가 너무 좋다]

[이제 평생 함께 지낼 수 있어]


[1-1반◀ -4- ▶6번 화장실]


‘평생 함께 지낼 수 있어? 무슨 소리지?’


토끼는 죽었는데 어떻게 평생 함께 지낼 수 있다는 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단서를 얻은 직후 반복되는 패턴.

단서 1과 단서 2도 개별적으로 보면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


나는 해석하는 건 뒤로 미루고, 강소희에게 단서를 공유하기 위해 스마트폰을 꺼냈다.

토끼가 죽은 사진, 그리고 그 뒷면의 글씨까지 사진을 찍었다.


그리고 곧바로 강소희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나.

단서 공유는 끝이라 생각하고 스마트폰을 쳐다보던 고개를 들어 올렸다.


“···.”


상자 안에 있던 토끼 모형과 눈이 마주쳤다.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섬뜩할 정도로 진짜 토끼와 닮은 모형.


‘이 토끼 모형도 여기 넣어둔 이유가 있을 텐데···.’


혹시나 내부에 뭔가가 들어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그 토끼모형을 양손으로 쥐고 들어 올리려 시도했다.

하지만, 다리가 상자에 고정됐는지 전혀 움직이지 않았다.

자세히 보니 다리의 털 사이로 나사가 박혀 있는 게 보여, 모형을 들어 올리는 건 포기했다.

대신 토끼 모형을 손으로 더듬거리며 숨겨진 장치가 있지는 않은 지 확인했다.


손가락 마디마디마다 느껴지는 까끌까끌한 털의 감촉.

그 기분 나쁜 촉감을 견디며 모형 전체를 더듬거렸지만, 결국 겉면에 특이한 점은 발견하지 못했다.


나는 마지못해 토끼 모형의 사진도 찍어 강소희에게 메시지로 공유했다.

그리고 이제 볼일이 없어진 이 교실을 떠나기 위해, 발걸음을 문 쪽으로 향했다.


‘자 이제 나는 단서를 3개 찾았어. 남은 건 단서 4, 단 한 개!’


다음 조사할 곳은 사진 뒷면에 쓰여 있는 대로, 6번 화장실.

학교 지도를 보니, 여기 본관 3층의 우측 끝에 있는 화장실이었다.

제법 가까운 거리란 것을 확인한 뒤, 스마트폰을 끄기 위해 전원 버튼을 누르려고 했다.


하지만 바로 그때, 강소희로부터의 메시지가 도착했다는 알람이 화면에 표시됐다.

황급히 [연락처] 기능을 열어본 결과, 나는 드디어 마지막 수수께끼를 풀 시간이 왔음을 짐작했다.


[단서 4]


[실종자를 찾습니다]


[실종 일자 : xxxx년 xx월 xx일]

[신체 특징 : 신장 160cm, 마른 체격, 긴 머리]

[착용 의상 : 흰 블라우스, 검은 치마, 구두]

[실종 상황 : 학교 교사 업무를 마치고 귀가 중 실종]


[2-6반◀ -7- ▶미술실]


강소희가 찾아낸 단서 4.

꽤 예쁘게 생긴 외모의 여자 사진이 붙어있는 실종자 포스터 사진이었다.


사진에 적힌 단서 4라는 문구가 내 마음을 요동치게 했다.

내가 단서 1, 2, 3번을 찾아냈고, 강소희가 4, 5번을 찾아냈다.

이제 5개의 단서 모두를 얻은 것이다.


‘이로써 단서 5개가 모두 모였어. 이제 중앙 출입구의 비밀번호를 알 수 있는 건가?’


이제 이 지옥 같은 학교를 빠져나갈 수 있다.

살인마가 쫓아오는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런 희망찬 미래가 벌써 눈앞에 아른거렸다.


- 이지훈, 이제 단서 다 모았으니까 4층으로 와. 안전한 곳에서 함께 의논하는 게 좋겠어.


강소희의 호출.

비밀번호를 벌써 알아냈나 기대했지만, 강소희도 이번 문제는 혼자 풀기 어려운 모양이었다.


- 알았어. 4층 어디?


- 중앙계단 쪽이 도망가기 수월하니까 1-3반이나 1-4반에서 만나자.


- 오케이.


해당 교실이라면 바로 위층에 위치한 교실.

계단을 한 층만 더 오르면 도착한다는 사실에, 괜스레 안도감이 들었다.


‘가까이 있는 장점을 살릴 생각을 하자. ···4층에 살인마가 있는지 정찰부터.’


강소희의 임무가 별관에서 본관 4층까지 무사히 도착하는 것이라면, 내 임무는 미리 4층을 정찰하는 것이었다.


나는 단서 3 사진을 접어 바지 주머니 깊숙이 넣은 뒤, 이 피비린내 나는 교실을 빠져나왔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고요한 본관 3층 복도.

하지만 복도가 조용하다고 방심해선 안 된다.

갑자기 옆 교실에서 살인마가 튀어나올 수도 있는 거니까.


나는 복도에 진동이라도 울릴까 봐 까치발을 든 채, 살금살금 계단으로 향했다.

살인마로부터 도망갈 수 있는 마지노선인 3층 계단.

다른 사람 눈에는 평범한 계단처럼 보일지 몰라도, 내 눈에는 피난처이자 안전지대처럼 보였다.


살금살금 한 걸음씩.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돌았다.

이제 단서를 해석하는 마지막 고지를 앞둔 상황을 앞두고 허무하게 죽을 순 없었다.

주위의 조그마한 변화라도 놓치지 않기 위해 온몸의 감각 신경을 곤두세운 채, 계단과 조금씩 거리를 좁혔다.


“후···.”


옷이 식은땀으로 젖었다는 걸 깨달았을 때쯤, 계단에 도착하는 데 성공했다.

이제 반쯤 안전한 상황.

이제 계단을 하나씩 올라가며 모든 신경을 청각에 집중하기만 하면 된다.


들리지 않는다.

들리지 않는다.

들리지···


또각――


‘···!’


아주 작은 소리지만 위험 신호가 들렸다.

그 발생지는 4층.

소리의 크기로 유추하건대, 살인마는 꽤 멀리 있다.


‘소리는 작아. 겁내지 말고 4층을 확인해 보자.’


4층에 다다르자, 복도에 모습을 비추지 않고 계단 쪽 벽에 달라붙었다.

바로 그 때,


“으···, 으아아아아아악!!!”


누군가의 비명이 복도에 울려 퍼졌다.

마치 죽기 직전의 단말마와 같은 포효.

그 포효 이후, 복도에는 또각거리는 살인마의 구두 소리만 은은히 퍼졌다.


점점 멀어지는 살인마의 구두 소리.

나는 조심스럽게 스마트폰을 꺼내, 거울처럼 복도를 비춰봤다.


액정 거울로 확인한 결과, 역시나 토끼탈 살인마가 반대편으로 걸어가고 있는 게 보였다.

얼마나 많은 사람을 죽였는지, 스마트폰 액정 속의 그녀는 더는 흰색 블라우스를 입고 있지 않았다.

얼룩덜룩한 검은색으로 물든 저 무늬는, 분명 죽은 사람들이 뿜어낸 염료일 거라 짐작했다.


토끼탈 살인마가 저 멀리 있는 계단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나는 그녀가 내려갈 충분한 시간을 기다린 뒤, 고개를 빼꼼 내밀고 주위를 살폈다.


방금까지 살인마가 머무른 4층은 이제 고요했다.

이제 강소희를 기다리면 되는 시간.

중앙계단 앞 복도에 우두커니 서서 그녀를 기다리자, 저기 멀리 연결통로를 통해 살금살금 걸어오는 누군가의 실루엣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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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 19화. 토끼탈 살인마(17) - 에피소드 1 完 +4 22.02.09 40 4 12쪽
18 18화. 토끼탈 살인마(16) +2 22.02.08 34 2 12쪽
17 17화. 토끼탈 살인마(15) +2 22.02.07 30 2 11쪽
16 16화. 토끼탈 살인마(14) 22.02.06 30 2 14쪽
15 15화. 토끼탈 살인마(13) 22.02.05 33 3 13쪽
14 14화. 토끼탈 살인마(12) 22.02.04 41 3 12쪽
13 13화. 토끼탈 살인마(11) +2 22.02.03 40 3 13쪽
» 12화. 토끼탈 살인마(10) 22.02.02 44 3 13쪽
11 11화. 토끼탈 살인마(9) 22.02.01 49 4 12쪽
10 10화. 토끼탈 살인마(8) 22.01.31 55 3 12쪽
9 9화. 토끼탈 살인마(7) 22.01.30 44 3 12쪽
8 8화. 토끼탈 살인마(6) 22.01.29 50 3 12쪽
7 7화. 토끼탈 살인마(5) 22.01.28 54 2 12쪽
6 6화. 토끼탈 살인마(4) 22.01.27 48 3 12쪽
5 5화. 토끼탈 살인마(3) 22.01.26 53 2 13쪽
4 4화. 토끼탈 살인마(2) 22.01.25 56 3 12쪽
3 3화. 토끼탈 살인마(1) 22.01.24 79 3 15쪽
2 2화. 게임 시작(2) 22.01.23 95 2 14쪽
1 1화. 게임 시작(1) 22.01.23 145 2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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