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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베어의 곰굴

EX급 귀농 라이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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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틴베어
작품등록일 :
2024.05.11 21:02
최근연재일 :
2024.06.16 13:10
연재수 :
6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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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7,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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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5,080

작성
24.05.17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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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3쪽

14화

DUMMY

14화




“히야.”


나는 청량하게 트인 산천 속에 있는, 깨끗한 물이 들어차 있는 논을 보며 흐뭇하게 미소 지었다.


넓디넓은 논의 일부엔 황금빛 벼가 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었다.


사실 일부라고 해도 200여 평이다. 절대로 적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저번에 지었던 쌀농사가 벌써 수확할 때가 된 것이다. 뭐, 고작 며칠 상간의 일이지만.


“도와줘서 고마워.”


꾸악 꾸악!

꾸악 꾸악 꾸악!


“하하하. 귀여운 짜식들.”


손바닥만 한 크기의 샛노란 새끼 오리들이 여기저기 다니며 벼의 수확까지도 도와주고 있었다.


자기 몸체보다 훌쩍 큰 벼까지 베어내서 찰박찰박 오리발로 논을 가르고 한쪽에 잔뜩 수확한 벼를 모아주고 있었다.


“꽈아악!”


“그래그래. 네 덕이다. 고맙다 꽉꽉아.”


“꽈악!”


이게 가능한 이유는 저 샛노란 오리새끼들이 사실은 꽉꽉이, 아니 물의 중급 정령 운디네의 하수인들인 미니언들이었기 때문이다.


본디 중급 정령의 일을 돕기 위한 생명체인 미니언들은 실제로는 새끼 오리가 아니었다.


본모습이 어떤지는 모르겠지만, 여기 작은 사람만큼 큰 크기의 대형 거위로 변한 자신의 주인인 운디네와 나름 모양새를 맞추기 위하여 새끼 오리들로 이 세상에 현신한 거 같았다.


어쨌든 이 귀여운 오리 새끼들은 실제 오리들이 아니었으니 능력은 그야말로 중급 정령을 모시고 과업을 수행해도 괜찮을 정도로 탁월한 이들이었다.


사실은 고작 벼를 키우고 수확하는 단순 업무를 하기엔 과학 실력자들인 셈이다.


“미니언들도 고블린 정도는 이길 수 있으려나?”


“꽈아악!”


커다란 거위가 자신의 날개를 퍼덕대며 무슨 당연한 소리를 하냐는 듯 가슴을 부풀려 보였다.


“흐음.”


정말 생각해 볼 수록 신기한 일이었다. 정작 나조차도 별로 현실감이 없을 지경.


사실 이 지점부턴 나뿐만 아니라, 모두에게 미지의 영역이었다. 왜냐면 내가 알기로 역대 중급 정령과 계약까지 맺는 데 성공했던 이는······.


“딱 한 명이었던가······.”


그 사람은 순식간에 A급 헌터로 성장했으나, 그만 변형 던전에서 있었던 소동 때문에 죽어버려 그 이후에 헌터와 정령관의 관계에 대한 자세한 기록이 남겨지지 못했다.


나 역시도 그 사람과 같은 시대의 헌터가 아닌지라, 문헌상으로만 확인했을 뿐이다.


그 외에는 어떤 헌터가 중급 정령에게 도움을 받았다던가, 그들과 교감 하는데 성공했다던가 하는는 기록정도는 있었지만 막상 계약자는 없었다.


운디네 본신의 힘은 한계가 어떨지 알 수가 없는 일이었고, 그 부하인 미니언 마저도 어지간한 저등급 헌터에는 비견될 것이다.


그러니까 저 귀여운 아기 오리들이!


난 일종의 헌터 군단을 부하의 부하로 두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 분명히 농사나 짓고 있기엔 아까운 힘이겠지만.”


흥.


“뭐 아무렴 어때.”


혹시 시골에 미친개나 내려오면 그거나 때려잡으면 모를까, 다른 애먼 곳에 내 정령들의 힘이 쓰일 일은 없을 것이다.


“이야, 예쁘다.”


마치 잘 가공해 둔 황금 장식물처럼, 예쁘게 빛을 발하는 낱알이 손바닥 안에서 구른다.


쌀로는 할 게 참 많다. 밥도 밥이지만 각종 음료나 간식도 만들어 볼 게 많다.


“그렇지.”


난 수확한 볍씨를 일부를 가려내서 모내기 판에 다시 작업을 했다.


“이게 자라면 또 200평 정도는 심을 거고.”


그럼 이제 쌀만 400평이다. 자라는 기간이 빠르니 사실상 이 정도만 해도 내가 소소하게 막고 즐길 거리는 된다. 딱히 다른 목적이 없다면 늘릴 이유도 없다.


“뭐 팔아도 되기야 하지만.”


아직 본격적인 농산물 판매 같은 건 모르겠다. 절대로 하지 않겠다고 다짐 한 거야 아니지만, 그리고 돈이야 벌면 좋은 것이지만!


“일단 그건 나중에.”


난 지금 이 작물들의 가능성을 탐고 실험해보는데 더 관심이 있었다 있었다.


“괜히 마구잡이로 풀었다가 어떤 문제가 생길지······.”


조심할 게 없지도 않았다.


이 농작물들은 무려 성좌인 여신님이 내게 내려준 종자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런 걸 행여나 다른 사람들이 가져다가 심고 키우는 데 성공한다면 그것도 골치아파 지는 문제였다. 그러니 확인 해 볼 게 많았다.


그리고 내가 가장 탐구하고 싶은 내용은······.



“이걸로만 막걸리를 해 달라고?”


“네. 가능한가요?”


“그 뭐 빌리는 비용만 주면 해 줄게.”


청청막걸리의 사장인 정씨 아저씨는 별일도 다 있다는 듯하지만 불친절하지 않게 내 쌀자루를 받아 들었다.


“그 정도면 몇 병 정도 나올까요?”


“생각보다 많이 안 나와. 한 열댓 병 나오겠네.”


“좋아요. 그럼 그렇게 해 주세요.”


시험 삼아서 수확한 쌀의 일부는 도정해 막걸리를 만들어 달라고 맡겨놓았다.


“근데 혹시 그······. 어디여?”


“뭐가요?”


“이쪽 동네 사는 가봐?”


“아 네. 저 할아버지가 물려주신 농장에서 살아요.”


“······. 농장에서? 자네 이름이 뭔데?”


“제갈이준입니다.”


내 이름을 들은 정씨 아저씨의 두 눈이 주먹이라도 들어갈 듯 활짝 커진다. 그러더니 반갑게 내 두 손을 맞잡는다.


“아이고! 자네가 제갈형님네 손자구만? 아니 그래! 허어. 그래그래. 어째 이렇게 딱 보니까 잘생겼다 했어! 아하······. 그렇게 됐구만.”


어쩐지 감격스러운 표정의 정씨아저씨.


“저희 할아버지를 아세요?”


“알다마다. 젊은 시절부터 우리 동네에서. 자네도 내가 몇 번 봤을 텐데 분명히? 아, 그리고 원래 우리 청청 막걸리 쌀도 다 제갈형님께서 대시던 건데. 유난히 맛이 좋았거든, 그 양반 가신 뒤로는 영······. 아니 그러고 보니, 이 쌀이 혹시······??”


정씨 아저씨가 내가 가져간 쌀들을 다시 살펴본다.


“네. 할아버지 논에서 기른 거예요. 아마 맛도 제법 있을 겁니다.”


“그려······??”


정씨 아저씨의 두 눈에 어쩐지 생기가 가득 들어찬다.


“그럼 이렇게 딱 맡겨만 놔 봐! 내가 이걸로 아주 끝내주게 맛 좋게 담아줄 테니까.”


“네 그럼 비용은 어떻게······.”


“아이구! 무슨 비용이야 비용은. 우리 사이에. 됐어 됐어 그냥 해 줄게.”


“안 그러셔도 되는데!”


“아유 됐어. 응? 귀농 선물 선물.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그냥 기다리고 있어 봐. 며칠 걸리니까.”


이렇게 든든할 수가.

할아버지의 존재를 듣는 것만으로 나를 반가워하는 사람들이 이리도 많다는 것은 참 복 받은 일이었다

우리 할아버지가 그만큼이나 인망 좋게 사셨다는 증거니까.


연락처까지 교환한 나는 다시 농장으로 향했다. 할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 * *




“너는 그런 데.”


“······. 왜. 뭐.”


“아니 도대체 몇 가지 작물을 기르는 거냐 브라더?”


비닐하우스 설치를 도와주던 추영광이 문득 의문이라는 듯 물었다.


“아무리 귀농한다고 해도 이렇게 다양하고 잡다하게 하는 사람은 너밖에 없을 거다.”


“자꾸 심고 싶은 게 생기는데 어쩌냐?”


“허허······. 뭐 다 잘 자라니까 할 말은 없지만!”


이번에 굳이 하우스까지 설치하는 것은 키우려는 작물이 아주 섬세한 녀석들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각종 정령을 섭렵한 내가 키우면 그냥 밭에다 툭툭 씨 던져놔도 잘 클것만 같은 기분이지만······.


‘진짜로 그럴 거 같은데.’


어쨌든 일단은 정석대로 하려 한다.


그리고 하우스 하나 있으면 예쁠 거 같기도 하고?


장정 여럿이 들러붙어야 하는 일인데 영광이와 내가 손발을 맞추니 금세 뚝딱뚝딱 하우스 설치가 끝나간다.


“야 너 힘 세다??”


“······.나 헌터야 인마.”


어디서부터 테클을 걸어야 할지 모르겠다.

아무리 봐도 여기서 힘이 이상할 정도로 센 사람은 추영광이다.


아무리 내가 퇴물 취급을 당한다지만, 시골에 와서 요양까지 해서 이제는 C급 헌터 수준은 평소에도 가뿐히 넘는데, 쟤는 일반인이 나랑 맞먹고 있다.


내가 의심이 가서 슬쩍슬쩍 마나를 체크 해 보았는데도 추영광은 정말로 순수 무결 일반인이 맞다.


하늘이여!


어찌하여 추영광을 만들어놓고 헌터로 각성시키지 않았는가? 이는 인류에 크나큰 손실일지도 몰랐다.


[ 상쾌 시원 민트 씨앗 ]

여신의 축복을 받은 최고 등급의 민트 씨앗.

>음양오행< 두통, 울렁증, 집중력 저하 등에 탁월한 효과가 있습니다.


[ 화끈 활활 카옌 페퍼 ]

여신의 축복을 받은 알싸한 카옌 씨앗.

>음양오행< 전신 자극제 입니다. 혈액순환, 소화 기능, 신진대사 증가 등에 효과가 있습니다.


[ 휴휴 안심 캐모마일 ]

여신의 축복을 받은 향기로운 캐모마일 씨앗.

>음양오행< 식후소화, 진정작용, 소염작용 등에 효과가 있습니다.


[ 완전 차분한 피버퓨 ]

여신의 축복을 받은 최고 등급의 피버퓨 씨앗.

>음양오행< 열을 내리는 효과와 편두통 감소에 효과가 있습니다.



“진짜 대박들인데 이거.”


거의 풀 세트라고 할 수 있는 허브들!


청청계곡에서 운디네를 데려오는 관련 퀘스트 중에 있었던 보상, 씨앗 세트다.


“이건 거의 약국을 통째로 가져온 거지.”


그냥 먹어도 효과가 있는 허브들인데, 이것들은 성좌의 힘으로 강화된 버전들이니 아마도 정말로 탁월한 효과를 발휘할 것이었다. 어쩌면 어지간약보다 정말로 나을지도 모른다..


“기대가 크다.”


그리고 씨앗 세트에 있었던 것 중 특별한 씨앗.


[ 냥냥 좋아 개박하 (중급) ]

여신의 축복으로 만들어진 신비의 씨앗입니다.

★ 고양이과 동물들이 좋아합니다.

>음양오행< 감기, 독감, 소아 복통, 곤충 쫓기 등에 효과가 있습니다.


“······. 고양이가 좋아하는 게 메인이란 소리는 아니겠지?”


어째 그런 소리처럼 보이는데.


개박하는 흔히 캣닢이라고 불리는 식물이었고, 이건 고양이들이 유난히 좋아한다고 붙여진 이름이기도 했다.


어찌되었던, 이 많은 허브 중 어떤 것은 밭에서 키워도 되고, 어떤 것은 하우스에서 키우는 게 좋은 작물이었지만 난 그냥 모두 하우스에 때려 넣었다.


자그맣게 조금씩 심어 채운 허브들이 하우스 한가득 해 졌다.


“······ 너 몰랐는데 완전 감성적이구나?”


“응? 뭐가?”


“아니 뭔 허브들한테 말을 그렇게 많이 하고 있어?”


“······.”


하긴, 허브들을 보며 중얼중얼 무언가를 중얼거리는 모습이 영광이에겐 내가 얘들한테 말을 거는 거처럼 보였을 수도 있겠다.


“마! 인마! 다 정성이고! 어이? 그래야 허브들이······.”


난 괜히 민만해서 자리를 떨치고 일어났다.


“야, 그래 네가 진짜 농사꾼이다. 짱이다 짱.”


놀리는 게 분명한 추영광이 엄지를 치켜들고 따라왔다.


그리고.


“어? 누구······.”


추영광이 멍청하게 되물었고, 나는 아까부터 느끼고 있었던 기척의 주인공을 말없이 바라보았다.


“선배. 안녕?”


“그래.”


기운이 없어 보이지만 당차게 지어 보인 미소, 마치 위태위태하게 피어난 백합 같은 얼굴, 고요한 바다 같은 눈빛. 마치 태어나기를 그렇게 태어난 것만 같은 우월한 기럭지, 평범한 연예인은 따라올 수 없을 정도의 미모를 가진 여자가 서 있었다.


하긴, 이제는 뭉뚱그려 연예인이라고 표현하는 것도 애매하긴 했다. 실제로 다수의 헌터는 연예인처럼 생활하는 녀석들도 있었으니까.


건강한 신체에 건강한 미모가 깃드는 법.


남자고 여자고 일단 헌터인 사람들은 특히나 고 등급일수록 외모가 수려한 편이었다. 설사 원래는 그렇지 않던 사람이라도 헌터로서 오래 생활하면 몸이 점점 그렇게 변했다.


이걸 헌터 마사지라고 부르던가.


수아는 원래 예전에도 예뻤지만, 더더욱 헌터로 오래 생활하면서 점점 더 미모에 물이 올라 이제는 뭇 남자들의 마음을 단박에 빼앗을 정도가 되어버렸다.


TV CF도 몇 건 정도 찍은 걸로 아는데.


“어! 어? 나 아는데? 그러니까 그 이름이······. 정수아. 정수아 씨 아녜요?”


추영광이 호들갑을 떨며 말을 붙였다.

짜식 촌티 나기는.


“내 친구.”


“아. 반갑습니다. 이준 오빠 친구분······.”


“아니, 아니 정수아 씨가 얘랑 아는 사이에요?? 아니 세상에. 너 너 도대체 서울에서 얼마나 유명한 주방장이었던 거냐?”


영광이가 이토록 호들갑을 떠는 것도 당연했다.

A급 헌터였으나 S급 헌터보다도 더 유명한 헌터가 바로 정수아였으니까.


“잘 왔어.”


나는 옆에서 쩍 벌린 영광이의 턱을 손으로 밀어 올리며 수아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보고 싶었어요 선배.”


날 보며 반갑다며 소녀처럼 웃는 수아.

그런 수아의 손목에, 분명 그것을 가리기 위해 찼을 듯한 커다란 손목시계형 스마트 워치 줄 아래로, 마치 팔찌를 찬 것만 같은 짙은 보라색의 멍 같은 상흔이 보였다.


내가 아주 잘 아는 형태의 상처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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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 54화 +1 24.06.09 1,831 53 14쪽
54 53화 +2 24.06.08 1,913 61 19쪽
53 52화 +3 24.06.07 1,974 64 16쪽
52 51화 +1 24.06.06 2,004 63 15쪽
51 50화 +2 24.06.05 2,157 62 16쪽
50 49화 +2 24.06.04 2,239 68 14쪽
49 48화 24.06.04 2,247 61 14쪽
48 47화 24.06.03 2,296 65 13쪽
47 46화 +1 24.06.03 2,337 64 12쪽
46 45화 +1 24.06.02 2,339 67 13쪽
45 44화 24.06.02 2,391 70 12쪽
44 43화 +1 24.06.01 2,409 64 15쪽
43 42화 24.06.01 2,420 63 12쪽
42 41 화 +1 24.05.31 2,575 66 13쪽
41 40화 24.05.31 2,627 62 14쪽
40 39화 +4 24.05.30 2,598 67 15쪽
39 38화 24.05.30 2,625 66 14쪽
38 37화 +3 24.05.29 2,782 75 13쪽
37 36화 +1 24.05.28 2,876 74 13쪽
36 35화 +2 24.05.28 2,814 68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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