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캡틴베어의 곰굴

EX급 귀농 라이프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무협

공모전참가작 새글

캡틴베어
작품등록일 :
2024.05.11 21:02
최근연재일 :
2024.06.24 13:10
연재수 :
70 회
조회수 :
250,600
추천수 :
5,507
글자수 :
470,959

작성
24.06.02 13:10
조회
2,746
추천
74
글자
13쪽

45화

DUMMY

45화




“푸하하하하! 간지러워 야야야! 하하하하!”


거의 작은 소만 한 카피바라가 끈덕지게도 자꾸만 달라붙어 날 안아주며 자기 털을 비벼대고 있었다. 좀 꺼슬꺼슬한 느낌의 털이 자꾸만 찔러 와서 진짜로 간질간질한 느낌! 내가 턱을 쓸어주면 묘한 끊어지는 목소리로 껄떡껄떡 웃는 카피바라.


“뀨뀨뀨뀨뀨뀽!”


이 카피바라의 정체는 다름 아닌 웅혼한 대지의 중급 정령인 노움이었다. 이게 노움 이라니, 이미지랑 좀 다른데?


신화적 기록 등을 살펴보면 유추되는 노움의 모습은 성난 바위 같은 모습에 가깝다. 거대한 바위! 혹은 의인화된 모습은 인간보다 작은 키에 힘이 엄청나게 센 난쟁이 같은 모습으로 기록되기도 한다. 하지만 카피바라라니.


“낄낄낄낄!”


자꾸만 간지러운 털이 카피바라가 비벼댈 때마다 찔러와서 나도 모르게 바보처럼 웃게 된다.


카피바라는 인간들에게 소위 ‘인싸 동물’로 유명해진 거대한 설치류 동물이다. 이 녀석이 신기한 건 자연의 그 어떤 동물과도 잘 지낸다는 점이다. 고양이랑도 잘 지내고 개랑도 잘 지내고 악어랑도 잘 지낸다. 어찌 보면 강하기로는 진짜 카피바라도 상당히 강한 게 아닐까? 자연에서 약하면 친구가 되기보다는 잡아먹히니 말이다.


카피바라가 호감인 점은 자기보다 강해 보이는 동물들과도 잘 지내지만, 자기보다 약해 보이는 동물들도 괴롭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떤 상대라도 포용해 줄 것만 같다. 그래. 마치.


“무엇이라도 포용해 주는 대지처럼······.”


난 토굴 바닥에 누워 내 위에 털퍼덕 치대며 누운 카피바라의 등을 토닥여 주고 있었다. 카피바라가 동물계의 인싸라면, 노움은 중급 정령계의 인싸라고 봐도 무방할 듯싶었다. 이렇게까지 친근함을 표현하는 중급 정령은 처음인데?


정령과의 계약은 신기한 면이 있다.


계약하기 직전까지와, 계약한 이후의 느낌이 확연히 달라진다. 그 격차를 더욱 극심하게 느꼈던 건 하급 정령들과 처음 계약했을 때다. 허깨비 같던 그들의 실체가 이제는 진짜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지금 이 카피바라 자체도 그랬다. 오늘 처음 본 사이인데 계약을 한 직후, 마치 10년간 알고 지낸 친구처럼 느껴졌다.

그리고.


“······.그래그래 너희들도 와!”


꺄르르


이제는 계약 직후 때보다도 훨씬 하급 정령들을 실체가 있는 무엇처럼 느끼고 있었다. 그들의 몸이나 머리칼 옷가지가 손끝에 스치면 실제 물건이 닿은 것처럼 생생하게 느껴졌고, 그들의 존재감 역시 이전보다 확실하게 느껴졌다. 이제는 가끔은 눈으로 보지 않아도 정령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을 때도 있었고, 때때로 이들의 격렬한 감정은 내게 그대로 느껴지기도 했다.


그리고 이들이 정말 간절하게 하는 말은 언어의 장벽을 넘어 그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면.


옹알 옹알?

옹알 옹알!


“알았어! 집에 가서 떡볶이 해 먹자!”


특히 간식을 찾는 절실한 부름(?)이라던가 말이다.


이런 정령과의 친화력이야말로 정령과 계약해 본 사람만 알 수 있는 특혜 중 최고라고 생각됐다. 아무래도 인생을 살다 보면 이런 귀여운 친구들과 친해지기는 쉬운 일이 아니니 말이다. 누군가는 정령이 주는 혜택이나 중급 정령의 강력한 힘이 내가 정령들로부터 받은 가장 큰 선물이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난 이 귀여운 녀석들과 지낼 수 있게 된 것 자체가 가장 큰 축복이 아닌가 했다.


“뭐 이것도 귀농을 했으니까······.”


생각할수록 신기한 일이었다.

귀농을 결정한 것은 그냥 한 것에 가깝다. 나는 이득에 의해 모든 것이 결정되고, 사람을 비인간적으로 갈아버리는 메가 서울 시티 자체에 엄청난 염증을 느끼고 있었고, 더 이상 견딜 수가 없게 되었었으며. 단순히 그 타이밍에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편지와 농장이 있었기에 어찌 보면 쉽사리 귀농을 결정한 일이었다. 농촌에 사는 것보다는 서울을 떠나는 데에 목적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다.


그만큼이나 처음엔 별 생각 없이 한 결정이었는데.


“내 인생 최고의 선택 중 하나였네.”


난 내 머리와 팔 등에 붙어 있던 찰떡(햄스터)들을 떼어서 바닥에 놓으며 토굴 바닥에서 일어났다. 간단하게 노움의 토굴을 유지 보수 해 주었다. 하급 정령들과 노움이 토굴의 모양을 보수하는 데 도움을 주었고, 기존의 마법진이 흐트러지지 않고 제 기능을 계속 더 잘 해갈 수 있도록 내가 보수를 해 주었다.


“이 정도면 10년은 끄떡없겠다. 자 이제 집에 갈까?”


옹알 옹알!


해맑게 신나서 대답하는 정령들과 낄낄 웃으며 토굴 밖으로 향하려던 순간이었다.


“어?”


무언가가 느껴졌다.

대지의 중급 정령인 노움과 계약을 한 이후부터 이렇게 땅에 손을 대고 있으면 무언가 감각이 느껴지는 듯했는데, 토굴 밖으로 나가기 위해 출입구의 천장 부분을 만진 순간 무언가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 이쪽 방향이 아니고?”


난 출입구의 반대 방향으로 걸어갔다. 그곳에 있는 흙벽을 살살 허물어보았다.


“뀨뀨뀨뀨뀽!”


노움이 힘을 써 주자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흙벽들이 쉽게 쉽게 물러나 길을 터 주었다.


“보자······.”


난 계속해서 그 감각을 잃지 않기 위해 흙벽에 손을 대고 나아갔다. 분명히 무언가 이상한 게 있는 땅이 있었다. 다른 곳은 아무런 느낌도 들지 않는데, 이상하게 한 쪽에서만 미묘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이 감각을 말로 설명하자면?


“아무 생각 없이 신발을 신었는데 레고가 들어있는 느낌?”


······. 그 정도로 별나고 묘하게 거슬리는 무언가가 저쪽에 있었다.


한참이나 그 이질감을 따라 흙 아래의 통로를 파헤치며 돌아다녔다. 이러자니 카피바라의 토굴에서도 한참이나 멀어진 느낌이었다. 다행히 불의 하급 정령들이 빛의 구슬을 만들어주어 어둡지는 않았다.


“뀨뀨뀨뀽······.”


뒤를 따라오며 흙 통로를 파는 데 도움을 주고 있는 카피바라가 걱정되는 목소리로 울었다. 저 녀석도 이쪽으로 가면 이질적인 무언가에 부딪힌다는 감각이 들은 모양이다.


그러고도 한참이나 더 깊디깊은, 우리가 어디까지 얼마나 멀리 왔는지 가늠하기도 힘든 정도의 지하 통로를 파대고 나서야, 나는 그 이상한 감각의 근원에 도달할 수 있었다.


“으응??? 이런 게 여기 왜······.”


내가 발견한 것은 커다란 금속 케이스였다.

마치 화석이나 유물처럼 금속 케이스가 그냥 땅속에 묻혀있었다. 제법 크기가 되어, 어지간한 기타 케이스만 했다. 물론 자연스레 남아있는 유물 등이라기엔 너무나도 현대적인 물건. 나는 그걸 캐서 들고 다시 한참을 걸어 카피바라의 토굴까지 걸어 돌아왔다.


“뀨뀨뀨뀽······.”


카피바라가 울자, 내가 돌아온 지하 통로가 흙으로 자연스럽게 다시 메꿔지며, 처음부터 그런 길은 뚫은 적도 없었다는 듯 바뀌어 가고 있었다. 이게 땅의 중급 정령의 위용!


‘금고 털기 딱 좋겠네.’


이상한 발상을 하며 토굴로 돌아와선 케이스를 살폈다.


“흠······.”


매끈한 금속, 스테인리스와 유사한 듯한 하얀 빛을 내는 금속으로 만들어진 케이스 가방의 가운데엔 밝은 데서 보니 은은한 빛을 내는 은빛의 로고가 새겨져 있었다.


얼음으로 만든 왕관을 그림으로 그려둔 듯한 로고!


“빙궁의 물건인가?”


아이스캐슬 코퍼레이션의 로고였다.

이 물건 자체가 아이스캐슬 코퍼레이션의 것이거나, 아니면 최소한 물건을 담은 케이스 가방을 아이스캐슬 코퍼레이션에서 만들었단 소리였다.


달칵.


의외로 거창한 잠금장치는 없어서 케이스 가방을 연 순간. 나는 입을 쩍 벌릴 수밖에 없었다.


어째서 이 물건이 그토록 감각에 거슬렸는지도 알 수 있었다. 서늘한 냉기를 여기저기 힘차게 뿜어내고 있었으니까! 얼음보다 더 차갑고 드라이아이스나 액화 질소랑은 다른 한기가 절절히 끓어오르고 있는 물건이 잔뜩 들어있었다.


“비······. 빙정이다!”


옹알 옹알


꺄아??


정령들도 눈을 화들짝 크게 뜨고 놀란다. 물의 정령인 팀장님은 빙정이 신기한지 자꾸만 손끝으로 만졌다가 떼었다 하고 있다.


“이건 북해빙궁이 원래 있던 곳에서도 없어졌다고 그랬었는데??”


빙정!

북해빙궁 그 자체를 상징하는 물건이라고 해도 과언은 아닌 물건이었다. 자연에서 만들어진, 있을 수 없는 수준의 지엄한 냉기를 담은 이 물건은 다양한 전설과 신화와 연관이 있는 물건이었다.


이 세상의 날씨가 추워지는 것은 빙정이 늘어났기 때문이며, 더워지는 것은 빙정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는 식의 이야기는 굉장히 흔한 이야기였다.


어떻게 만들어지는진 아무도 모르지만, 북해빙궁이 자리한 혹한의 대지 어딘가 깊숙이 묻혀있다는 게 전해지는 전설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현대에 와서 빙정을 찾기 위해 빙궁의 일대를 각종 장비를 들고 가서 들쑤셨지만,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던 게 지금까지 알려진 상황이었다. 하지만 그 뜬구름 같은 소문 속의 물건이, 바로 내 손에 있었다.


“하하하하하. 하하하하하하하! 세상에! 빙정이야 빙정!”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빙정은 각종 신비로운 약을 만드는데 재료로 들어간다. 그런 이야기들에 나오는 약은 대부분 현실에는 없는 재료들이 들어가니 환상 속의 이야기일 따름이나, 그 재료 중 하나가 내 손에 들어온 것이었다.


언듯 보면 이것은 마치 절대로 녹지 않는 얼음을 쥐고 있는 것만 같았다. 투명한 빙정은 끝으로 갈수록 뾰족해지고 가운데로 갈수록 둥그러지는 고드름처럼 생겼고, 그 가운데엔 붉은빛을 내는 빙정의 핵이 있었다.


예전에 본 고사 속 빙정의 형태와 거의 정확히 일치하는 모습이었다.


토굴에 들어온 은은한 빛을 빙정이 예쁘게 반짝반짝 부숴낸다.


“이건 뭔가······. 씨앗인가?”


케이스에 잔뜩 들어있는 빙정. 그 한쪽 옆에는 작은 손바닥만 한 붉은 주머니가 한 개 있었다.


“······. 무슨 씨앗인진 잘 모르겠지만. 이것도 귀한 거겠지?”


무언가 작물의 씨앗처럼 보이는 것이 주머니에 열댓 개 들어 있었다.


“······. 이렇게 모르는 사람의 물건을 주우면 돌려주는 게 상식이지.”


다른 것도 아닌 북해의 보물인 빙정이다! 아마도 남들의 눈에 숨기기 위해 깊게 깊게 땅속에 숨겨둔 게 틀림없었다. 그리고 난 우연히 그걸 발견해서 들고 온 것이고 말이다.

아마 이 보물이 없어진 걸 나중에라도 북해빙궁 사람들이 알게 되면 너무나도 슬퍼할 것이다.


“······.만?”


자기들이 식량 산업 사업에서 앞서가겠다고 게이트의 오염 물질을 퍼다 나른 미친 짓을 해 놓고, 이를 발견한 나를 이를 악물고 죽이기 위해서 발악하던 빙주환과 그 부하들의 모습이 머릿속에 스쳤다. 그들이 빙정이 없어졌다고 세상 무너진 표정을 할 걸 상상하니 마음이······.


“알빠인가? 엣헴······.”


퍽이나 훈훈해지는 게 아닌가.

나는 헛기침을 몇 번 하고 토굴 밖으로 나갔다. 제갈이준 왕꿈틀이가 되어 고전하며 들어왔던 것과 다르게 카피바라가 터주는 길로 쉽게 쉽게 나갔다.


“원래 땅에 떨어진 건 줍는 놈이 임자지.”




* * *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난 더러워진 옷 대신 아이스캐슬 워터파크의 기념 티셔츠를 입고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아, 아저씨. 아저씨 이거 보세요!”


“뭔데 그게.”


“그, 그게 아까 아저씨 영상 제가 숏츠로 편집해서 올렸거든요??”


“뭐? 무슨 영상을 올렸어?”


내가 놀라서 묻자 주사랑이 알지 않았냐는 듯 반문한다.


“아, 아저씨가 알아서 하랬잖아요!”


“내가??”


그랬던 거 같기도 하고.

아무튼 무슨 사고를 쳤나 하고 주사랑의 휴대폰을 들여다보니, 영상은 의외로 별거 아니었다.


상의를 벗어 던지고 괴성을 지르며 기운을 끌어올리는 빙주환이 초반에 나온다. 그리곤 바로 몇 초 지나지 않아 그렇게 길길이 목소리를 높이는 빙주환에게 날아간 내가 이단 옆차기로 빙주환을 날려버린다.


“······.영상 제목이 청청리 드루이드 째트킥?”


“조, 조회수 보세요!!”


덜덜덜 떠는 주사랑의 말에 눈을 가늘게 뜨고 조회수를 확인했다.


[ 조회수 14,980,000+ ]


대한민국 국민의 절반 가까이 본 영상의 조회수가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EX급 귀농 라이프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바꿨습니다! 24.06.03 383 0 -
공지 연재시간 -> 오후 1:10 (매일 1개) 24.05.17 4,730 0 -
70 69화 NEW +3 9시간 전 675 42 14쪽
69 68화 +2 24.06.23 1,113 55 17쪽
68 67화 +3 24.06.22 1,223 51 15쪽
67 66화 +3 24.06.21 1,401 55 14쪽
66 65화 +5 24.06.20 1,458 66 13쪽
65 64화 +5 24.06.19 1,452 69 14쪽
64 63화 +5 24.06.18 1,537 67 16쪽
63 62화 +2 24.06.17 1,611 56 19쪽
62 61화 +2 24.06.16 1,734 65 17쪽
61 60화 +5 24.06.15 1,856 60 13쪽
60 59화 +5 24.06.14 1,808 68 15쪽
59 58화 +2 24.06.13 1,929 57 13쪽
58 57화 +3 24.06.12 1,969 64 18쪽
57 56화 +2 24.06.11 2,073 64 17쪽
56 55화 +3 24.06.10 2,132 62 13쪽
55 54화 +2 24.06.09 2,280 57 14쪽
54 53화 +2 24.06.08 2,357 66 19쪽
53 52화 +3 24.06.07 2,413 67 16쪽
52 51화 +2 24.06.06 2,446 68 15쪽
51 50화 +2 24.06.05 2,595 68 16쪽
50 49화 +2 24.06.04 2,659 75 14쪽
49 48화 24.06.04 2,653 66 14쪽
48 47화 24.06.03 2,713 70 13쪽
47 46화 +1 24.06.03 2,747 70 12쪽
» 45화 +1 24.06.02 2,747 74 13쪽
45 44화 +1 24.06.02 2,787 76 12쪽
44 43화 +1 24.06.01 2,815 70 15쪽
43 42화 24.06.01 2,829 68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