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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마교의 신녀를 꼬셔버렸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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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人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6.25 11:36
최근연재일 :
2024.07.07 13:05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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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93
추천수 :
231
글자수 :
68,202

작성
24.07.04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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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10쪽

011.

DUMMY

타닥- 타닥-


'.....흐음. 이건 아닌 것 같고.'


횃불이 간헐적으로 타오르는 마련동의 지하.

서고동에는 낡은 책 냄새와 적막이 가득하다.

석벽을 깎아 만든 책장 내부에 빼곡히 들어선 무공서들이 병풍처럼 줄지어있었으니.

천장 위에서 야명주들이 아래를 비추는 가운데, 나는 그곳을 돌아다니며 서책을 하나씩 꺼내어 보고 있었다.


검마의 무공.


전생에도 그것을 찾으려는 시도해 본 적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마신녀의 지고한 무공. 그 원류가 마련동에 있다는데 가만히 있을 수가 있겠는가.

하지만 마련동에 있는 이 수많은 무공서들을 전부 훑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게다가 대부분은 삼류무공과 잡서들.

그래도 분명 상승의 무공은 존재하며, 어떤 것은 진흙 속에 가려진 진주처럼 숨어있음이라.

찾아내는 것은 오로지 본인의 몫이란 뜻.

당시 나는 무음극살공(無音極殺功)이라는 무학을 발견해 익혔지만, 결국 검마의 무공은 찾지 못했었다.


"....이걸 다 언제 보지?"


광활한 서고동을 보자 허탈함이 물밀듯이 밀려온다.

과연 전생에서도 찾지 못했는데, 이번 생에 가능할지는 확실치 않았다.


게다가 검마의 무공은 난해하다고 들었다.

평범한 내가 그것을 발견해도 이해할 거라는 보장은 없다.

첩첩산중. 벌써부터 산처럼 빼곡한 여러 난관이 선연하다.

나는 괜히 머리를 긁적였다.


'.....그래도.'


천예령이 내게 요구한 경지는 이류.


적어도 그정도는 되어야, 특무대의 말단 무인으로 받아도 이견이 없을 터.

까놓고 말해 지금의 내가 삼류라 해도 왠만한 이류 정도는 거뜬하지만.

그래도 그녀가 요구한 것이기도 했고, 빠르게 강해져서 나쁠 것은 하등 없었다.


나의 기준은 무척 높다.

하물며 이번 생에 그녀와 한 첫 약속이었기에.


'일단 찾아보자. 일단 발견하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


스윽-


나는 다시 책을 꺼내어 읽기 시작했다.









#






그 시각.

신화전의 내실,

두 중년인과 한 소녀가 앉아 서로를 바라보니.


"분명 무공을.... 익히지 않았던 것 같은데."


광명우사, 파군성.

팔짱을 낀 그가 동조를 구했다.

이에 천예령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이틀 만에 무공을 익히고 마중호를 이긴다니 말이 될까요."

".....첫째날에 서고동의 심법을 하나 골라 하루 만에 마령단으로 단전을 구축한다? 오성이 뛰어나다는 것만으로는 설명이 안 되네."

"그것만이 아니에요. 마중호가 이제 이류에 올랐다는 해고, 평범한 이류가 아니잖아요. 암천마가의 진전을 이었는데...."


천예령의 대답에 파군성은 턱을 긁었다.


"신녀. 그래서 나도 쉽게 믿기 어렵다는 걸세. 물론 뛰어난 영약을 복용한다면, 심법의 이해가 열하해도 강제로 단전을 형성할 수는 있겠지. 그래서 마령단을 준 것이기도 하고. 허나 암천마가의 적자를. 그것도 이제 갓 삼류에 오른 녀석이 경지의 격차를 극복하다니, 그 이상의 무언가가 있다는 뜻일세."


침묵이 내려앉았다.

내실에 모인 세 남녀 중 그 누구도 쉽게 입을 떼지 못했다.

이제 갓 무공에 입문한 소년에게서 본 새로운 일면이 그리 만든 것이었다.

허나 그것도 잠시.


"신녀님."


드디어 초위량이 입을 열었다.


"혹시 신녀님이시라면 가능하시겠습니까?"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파군성이 눈살을 찌푸렸다.

너라면 가능하겠냐.

초위량의 언사에 담긴 의도가 뻔히 보이기 때문이었다.


"물론 우리 어여쁜 신녀라면 가능하실 터. 헌데 설마.... 자네 지금 그 녀석을 우리 신녀와 나란히 두려는 겐가?"


천무지체(天武之體).

작금의 하늘은 각각 중원과 마교에 천무지체를 내려주었으니.

체질 중엔 으뜸이라. 그 어떠한 무공도 쉽게 익히며, 축기에 있어서 그누구보다 탁월한 면을 보인다.

뛰어난 기의 친화도.

심법을 익힌다면 내공이 빠르게 쌓이고, 영약이라도 먹는다면 그 기운을 바로 온전히 습득한다.


그런 천예령의 경지가 벌써 일류를 넘어간다.

곧 절정에 오른다는 뜻.

그녀의 성장추이를 본다면 스무 살이 넘어가기 전에 초절정.

스무 살이 넘어가면 화경(化境). 즉 마인들이 말하는 극마(極魔)에 오를 거라는 기대를 받고 있음이다.

즉 마교 역사상 천마도 이루지 못했던 최연소 극마가 태어날지도 모르는 일.

어쩌면 중원을 통틀어도 그런 기사(奇事)는 없을 터였으니.

분명 그녀의 재능은 지고했다.


'.....얼핏 보건대 녀석의 체질은 평범해 보였다.'


초위량은 대답없이 지그시 눈을 감았다.


평범한 녀석.

허나 담대한 반골이자, 혜안을 지닌 아이.

이에 당연히 초위량이 비교해 볼 수 있는 대상은 똑같은 혜안의 소유자겠다.


북숭소림(北崇少林).


예로부터 소림의 무공은 심오하여 다른 문파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고 전해진다.

집대성한 그들의 무학을 일컬어 소림칠십이예(少林七十二藝).

그중 가장 심오한 열여덟 개의 무공을 가리켜 십팔예(十八藝)라고 하니.


현 방장인 신승, 혜명대사.

그는 그러한 역사상 칠십이예를 가장 깊게 통달했다고 전해지는 자다.

무공을 재창안하고 집대성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님이라.

그가 따로 정리하여 한 십팔예의 요체는 현 황궁 금의위들이 익히는 십팔반무예(十八般武藝)의 기반이 되었으니.


'....틀림이 없다.'


마침내 진실에 닿은 초위량이 눈을 떴다.

확신에 차오른 그의 강렬한 안광이 방안을 찰나간 비추었다.


"여아득수(如魚得水).....!"


그의 외마디에 파군성이 고개를 기울였다.


"물 만난 물고기다?"

"보통 그런 자가 있지."


초위량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제가 물고기인 줄도 모르고 땅에서 걸어 다니고 있었다. 결국 물을 만나 지느러미가 드러났다. 이렇게 보는 것이 옳다."

"....그러니까 그놈이 천재다? 허나 그놈의 근골은...."

"이보게. 우사. 세상에 재능이란 체질만이 있는 것이 아닐 터. 혜안이 무공을 만나 뛰어난 무재(武材)로 승화된 모양인 듯하네."

"과한 생각 같다만."


이에 초위량이 눈살을 찌푸렸다.


"내가 누군가."

"....광명좌사?"

"맞네. 나 광명좌사일세. 내가 허언이라도 한단 말인가?"

"아니... 그건 아니네만...."

"소림의 방장이 그러하네. 그 녀석 역시 혜안이고. 확실히 공통점이 있음이야. 자네도 알고 있겠지만 신승은 무공을 재창안하고 정립하는데 뛰어난 자일세. 이것이 뜻하는 바가 무엇이겠는가."


이쯤 되니 파군성도 무언가를 짐작한 모양.

한 단어가 그의 뇌리에 스치니.


"설마...."


박학다식한 광명좌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는 대종사(大倧師)의 그릇이네."








#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대자로 뻗어누웠다.


'한.... 삼분지 이는 살펴본 것 같은데.'


머리가 지끈거린다.

하도 글을 읽었더니, 눈앞에 글씨가 아른거릴 정도.


전생을 포함해 지금까지 살펴보아도 마련동의 무공서들을 전부 읽지 못했다.

내게 주어진 시간은 일 년.

속독으로 읽는다고 해도, 나머지 삼분지 일은 절대 무리일 터.


"......"


나는 눈을 끔뻑였다.

천장 위의 야명주들이 빛난다.

드문드문 박힌 그것들을 이어보자, 왠지 별자리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잠깐.'


선을 잇는다?


나는 벌떡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천장 위를 빤히 바라보았다.

자세히 보니 야명주 사이에 홈이 패어져 있었다.

정말 말 그대로 선이 이어져 있던 것이다.

이내 석벽을 깎아 만든 책장을 사다리 삼아 올라가자, 멀리 떨어진 천장의 선들이 더욱 선명해진다.


이건 검흔(劍痕)이다.


천장 위에 빼곡히 수놓아진 실선들.

어떤 것은 깊게 파여있어 요란한 굴곡을 자아낸다.

나는 그것을 하나씩 더듬으며 살펴보았으니, 놀랍게도 그것들은 천장에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석벽의 책장.


그 외곽의 형태에도 홈들이 파여 있다.

그것을 하나하나 추적하며, 나는 한참을 돌아다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도 모르겠다.

하염없이 검흔을 더듬어 살핀 결과.


'......미친.'


나는 마련동의 중심에서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마련동 전부가 검흔이었다.

누군가가 말도안되는 검공으로 이런 공동을 만들어낸 것이었다.

입신경에 이른 자.

아니. 그것만으로는 부족했다.

검 하나로 이 정도 규모의 공동을 만들었다면, 전설속의 신화경(神化境)에 근접한 자만이 가능한 일일 터.

그 지고한 경지에 나는 경악을 금치 못했으니.


'.....이게 검마의 무공?'


나는 이 검흔이 검마의 것임을 직감했다.

하지만 이내 나의 두 눈이 암담하게 물들었다.

저 검흔만으로 무공을 깨우친다는 것은 나에게 불가능에 가까웠으니까.


천예령.


천고의 기재였던 그녀만이 가능했다.

특별한 재능의 천재가 아니고서야.

대종사의 그릇이 아니고서야, 검흔만으로 무공을 깨우칠 순 없었다.

즉 나에게는 그림의 떡이었다.


'하지만....'


포기할 순 없었다.

나는 다시 고개를 들어 마련동의 검흔들을 이해하려 시도해 보았다.

보고 또 보기를 반복.

한참을 그렇게 쳐다본 결과, 나는 끝내 한 가지를 알아챌 수 있었으니.


보통 검술에는 흐름이란 게 있다.

패인 홈과 분위기가 미묘하게 다른 지점들이 있었다.

그렇게 구분 지어보자 크게 세 곳으로 나누어진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니, 유난히 시야에 크게 담기는 선들이 있음이라.


크게 구분되어지는 세 개의 원.


삼륜(三輪).


그것은 분명.

내가 익힌 심법의 요체를 닮아 있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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