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서재입니다.

마교의 신녀를 꼬셔버렸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새글

카페人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6.25 11:36
최근연재일 :
2024.06.30 12:5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1,973
추천수 :
59
글자수 :
31,057

작성
24.06.28 12:50
조회
252
추천
9
글자
10쪽

005.

DUMMY

신화전의 어느 내실.

천예령의 커다란 눈망울이 끔뻑였다.


"그놈을 받아들이자고요?"

"예. 신녀. 그놈이 알고 있다는 사천당가의 비리. 확실히 허튼소리는 아닌 듯합니다."


초위량이 고개를 숙이자, 그녀의 눈썹이 파르르 떨린다.


"사지를 자르고 실토하게 만들면 되잖아요. 그 건방진 놈을...."

"차라리 혀 깨물고 죽겠답니다. 성정을 보아하니 분명 그리할 놈입니다."


그의 비호에 천예령은 미간을 찌푸렸다.


'.....뭐지?'


분명 이야기를 듣고는 놈의 팔을 자르러 간 광명좌사였다.

그런데 만나고 오더니 하루 만에 코가 꿰인 듯 그를 비호한다.

어떤 대화를 나누었기에 그의 태도가 이렇게 바뀌었을까.

한편으로는 궁금하면서도, 얼얼한 볼을 생각하면 도저히 용서할 수가 없다.


역시 그놈. 무언가가 있어.


마교에서 가장 박학다식한 광명좌사.

그 역시 그놈에게서 무언가를 본 게 틀림이 없었다.


"광명좌사. 그놈에게 무언가를 보았나 보네요?"

"참으로 재미있는 아이입니다."


천예령의 질문에 초위량이 얕게 웃었다.

그녀의 동공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좀처럼 칭찬에 인색한 그가 누군가를 칭찬하는 것은 드문 일이기에.


"세상에는 다양한 체질과 능력을 타고난 사람들이 있습니다. 혹시.... 신녀께서는 혜안이라고 들어보셨습니까?"


혜안(慧眼).

사물을 밝히 보는 안식.

진실만을 보며 사물을 꿰뚫어 보는 뛰어난 안목과 식견을 말한다.

소위 진실안이라고 말하는 이능의 이야기를 듣자, 천예령의 눈에 이채가 떠올랐다.


"그럼.... 그놈이 혜안을 타고났단 말인가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놈. 한눈에 저의 성정을 파악했습니다. 한낱 무공도 익히지 않은 소년이 이 초위량을. 그리고 그에 맞추어 교묘한 언사를 일삼더군요."

"착각이 아닐까요?"

"신녀님. 저 광명좌사입니다."


초위량의 분위기가 무겁게 가라앉았다.


"혜안을 타고난 자들은 모든 것이 눈에 선연하다고 하지요. 처음 본 것도 낯설지 않으며, 오로지 진실만이 눈에 보이니 부동을 유지한다고 합니다. 제가 본 그 아이가 그러했습니다."


고작 열두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다.

아무리 반골의 기질에 담대하다고 한들, 한낱 아해가 보일 면모는 아니었다.

분명 그는 혜안으로 자신을 파악하고, 당장 죽이는 것보다 여지를 두려는 속내를 읽었을 터.

초위량은 그의 담대함을 그리 이해했다.


'....틀림없다. 진실을 보는 눈.'


그렇게 확신하자, 그가 알고 있다는 사천당가의 비리도 이해가 된다.

필시 혜안으로 비리의 흐름을 읽었을 것이다.

어린 아해임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레 비밀에 닿을 수 있었던 연유임이 틀림이 없다.


진흙 속에 묻힌 진주를 발견한 듯.

초위량의 손바닥에 습기가 흥건히 차오른다.

낭중지추(囊中之錐)라 하였다.

비록 혜안에 비할 수는 없겠으나, 주머니에서 송곳이 뛰어나오기 전에도 그 기미를 알아챌 수 있다고 자부하는 그였다.


'영악한 놈. 계속 숨기려 했겠지만 나까지는 속일 수 없을 터.'


초위량은 착잡한 표정의 천예령을 보며, 슬쩍 실소를 머금었다.


"여러모로 쓸모가 많은 아이입니다. 넓은 아량으로 신녀께서 품으시지요. 억센 만큼 길들이는 맛이 있지 않겠습니까?"

"그래도...."

"또 혹시 모르지 않습니까. 본교에 스며든 간자들을 저놈이 색출해 낼지도."


마교의 오랜 숙적인 수황청(守皇廳),

이단으로 떨어져 나가, 마교를 호시탐탐 노리는 혈교(血敎)까지.

교묘히 스며든 간자를 모두 색출하기란 어렵겠지만.

초위량의 말대로 혜안을 가진 녀석이라면 도움이 될지도 모르긴 했다.


'혜안이라....'


천예령은 턱을 괴고는 눈을 가늘게 좁혔다.


그러고 보니 그놈과 독대했던 날.

마교의 신화가 뜨겁게 타올랐다.


명일신(明日神).


신화에 담긴 힘의 근원.

분명 명일신께서는 분노하셨다.

무자비하시며 오만하신 분. 그런 명일신께서 노하신다?

소년이 혜안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이제야 조금 이해가 된다.


'그러면 말이 되긴 하지만.....'


한낱 인간의 눈으로 신을 보았다.

태양은 무엄하게도 꼿꼿이 응시하는 자를 용서치 아니하신다.

그 주제넘은 행동에 신께서 노하신 것이 틀림이 없을 터.


".....일단 그놈 좀 다시 만나봐야겠어요."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





전생에 처음 만났을 때.


-확실히 쓸모가 있겠어.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사천당가의 비리를 말했지만, 확실한 증거가 없는 이상 무용지물.

그럼에도 그녀는 바닥에 납작 엎드린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단지명이라고 했지?


눈부셨다.

비단 그녀의 뒤에서 타오르는 신화 때문만은 아니었다.

태어나자마자 어미를 여의고.

누님까지 잃어버린 내게 손을 내밀어준 건, 그녀만이 전부였다.

아름다운 소녀의 눈웃음이 내게는 빛이었다.

무림인들이 손가락질하는 마교에서 분명 나는 빛을 본 것이다.


빛이 있다면 그림자가 있음이라.


그날 이후 나는 그녀의 그림자가 되었다.

이유는 몰라도 그녀는 나를 무척이나 아껴주었다.

나 역시 그녀의 곁에서 성심성의껏 보필했다.

합이 나름 잘 맞았다는 뜻.

물론 괘씸하게도 누님의 죽음을 숨기긴 했지만, 그래도 이번 생은 다르지 않을까.

마교에 녹아들려 정신이 없었던 그때와 달리.

지금은 빠르게 적응해 그녀는 물론. 졸부의 첩에서 도망친 누님까지 찾아낼 수 있지 않을까.


철컹-


문이 열린다.

누워있던 나는 상체를 일으켰다.

이내 복도 끝에서 두 명의 인기척이 느껴진다.


하나는 작은 발소리.

다른 하나는 묵직한 발소리.


그리고 그 소리들은 점점 짙어지다, 끝내 나의 감옥 앞에서 멈추었다.


".....일어나."


어린 그녀가 말했다.

창살의 세로선 너머, 나는 그녀를 보며 몸을 일으켰다.

그녀의 뒤에는 어제 보았던 초위량이 있었다.


신녀와 광명좌사.


사실 무릎을 꿇는 것이 맞았다.

신영대주직을 맡았을 때도 마찬가지.

그만큼 그들의 직책은 어마어마한 것이었으니까.

하지만 이번엔 다르다.

나 단지명은 신녀를 꼬시고 천마가 될 사내.

행동부터 마음가짐까지 달라야한다.

시키는대로 해도 무릎을 꿇지 않는 것은 최소한의 자존심일 터.


"꿇어."


그녀가 말했다.

그 단 한마디에 나의 무릎에 저절로 힘이 빠졌다.

오랫동안 각인된 행동양식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이에 무릎이 구부러질 찰나.


"예....니오?"


나는 대뜸 억지로 무릎을 폈다.


잘생각해보니 내가 누군가.

신녀의 뺨까지 때린 놈이 아닌가.

이제 와서 넙죽 기겠다는 것도 웃긴다.

신녀가 얼마나 우습게 나를 볼까. 당당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옳았기에.


"....."


그렇게 한동안 멈춰서서 그녀를 바라보자, 그녀의 표정이 떨떠름해진다.

그리고 시의적절하게 옆에 있던 초위량이 거들었다.


"신녀. 어쩔 수 없습니다. 이놈. 반골입니다."

"....알아요. 그래도 괘씸해."

"찾아온 연유가 그의 태도 때문은 아니지 않습니까."

"정말 우리의 예상이 맞을까요?"


이에 초위량이 가슴을 툭툭 두드렸다.


"저 광명좌사입니다. 한번 믿어보시지요."


호언이 가득한 목소리였다.

결국 천예령은 얕은 한숨을 내쉬며, 나를 노려보았다.


"너. 나를 본 날. 신화에게서 무엇을 봤지?"


그녀의 하문에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신화요?"

"그래. 네가 나를 처음 만났던 곳. 뒤에 있던 제단에서 타오르던 불 말이야."


보긴 뭘 봐.

당연히 네 말대로 그냥 타오르는 불이지.


하지만 나는 속내를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았다.

분명 그녀가 저렇게 말하는 의도가 따로 있을 터.


'.....신화는 결국 천마를 위한 안배.'


신녀에게 간택받은 자가 천마로 거듭나는 방법은 다음과 같다.


첫 번째.

당연히 천마신공(天魔神功)이겠다.

무척이나 심오하고도 난해한 학문으로, 명교 역사상 그 누구도 제대로 통달하지 못했다는 절세신공.

오죽하면 마교 제일의 기재였던 마중호도 대성하지 못했겠는가.


두 번째 바로 신녀의 이능이다.

정확히는 그녀가 이어받은 천산의 힘.

모종의 방법으로 신녀는 권능을 부군인 교주에게 넘겨준다고 했다.


마지막 세 번째는 신화(神火).

명일신이 잠들어있다는 그것을 흡수해야 한다.

즉 이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비로소 천마가 강림하는 것이니.


"태양을 닮은 일신(日神) 말씀이십니까?"


나는 한 번 신화를 다르게 표현해 보았다.

천마가 되는 법은 전생에 신녀에게서 귀가 닳도록 들은 내용이기도 했고.


그런데 신녀와 광명좌사의 반응이 이상했다.

초위량과 천예령을 서로를 마주보니 묘한 시선을 교환했다.

이내 초위량은 흡족한 기색을 띠우며 고개를 끄덕였고, 천예령은 떨떠름한 얼굴로 인상을 찌푸렸다.


"......역시."

"그래도 이것만으로는 부족해요."

"그럼 한 번 간자로 의심되는 자들을 추려보겠습니다."

"....알아서 해요."


뭐가 그리 기분이 나쁜지, 천예령은 몸을 거칠게 돌린 채 감옥을 떠나버렸다.

나는 홀로남은 초위량을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간자는 갑자기 왜...."

"더이상 숨길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초위량의 눈이 곡선을 그린다.


"한 번에 나를 파악한 안목. 그로 인한 담대함. 한낱 어린 몸으로 사천당가의 비리에 닿은 것까지. 게다가 본교의 신화에게서 명일신(明一神)을 보았다? 이래도 발뺌할 테냐."


그가 나의 두 눈을 가리켰다.


"네 재능이 너를 살렸다."


이에 내가 반문했다.


".....예?"


내 재능이 뭔데요.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마교의 신녀를 꼬셔버렸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7 007. NEW +1 21시간 전 197 9 13쪽
6 006. +2 24.06.29 240 9 9쪽
» 005. 24.06.28 253 9 10쪽
4 004. 24.06.27 289 8 10쪽
3 003. 24.06.26 308 8 10쪽
2 002. 24.06.25 330 8 7쪽
1 001. 24.06.25 357 8 10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