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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마교의 신녀를 꼬셔버렸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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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人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6.25 11:36
최근연재일 :
2024.07.02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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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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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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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437

작성
24.06.29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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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쪽

006.

DUMMY

"공자. 기침하셨습니까?"


호화로운 방안.

문 밖에서 웬 여인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어젯밤부터 나는 퀴퀴한 감옥을 떠나, 신화전의 어느 별실에서 묶게 되었으니.

시비까지 생긴 모양. 일개 죄수에서 귀인 대접을 받게 된 것이다.


'.....갑자기 이 정도의 대접을?'


얼떨떨했던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이는 미처 전생에서도 겪어보지 못한 일이었기에.


-네 재능이 너를 살렸다.


초위량은 분명 그렇게 말했다.

그 말인즉슨 나에게 어떠한 재능을 보았다는 것이다.


'나에게 무언가를 기대하는 모양인데....'


나는 턱을 괴었다.


분명 그는 간자로 의심되는 자들을 추려보겠다고 말했다.

나를 통해 간자를 솎아내겠다는 의미.

정파 출신이니 한번 구별해보란 뜻인가?

안목. 담대함 운운하는 걸 보니 그럴 확률이 높았다.

얼추 나의 안목을 기대하는 모양.

전생과 달리 초장부터 아마 그의 마음에 들게 말한 것이 통해버린 까닭일 테다.


하지만 기구하게도.


나는 실제로 간자들을 일부 알고 있긴 했다.


신화전의 신영대주.

영마(影魔)로서, 내부의 간자들을 모두 지켜본 것이다.

물론 모두를 아는 것은 아니다.

기억도 흐릿했고, 일개 개인이 그 전부 아는 것은 무리였으니까.

그럼에도 가장 치명적인 간자들. 특히 일곱의 마도명가를 비롯한 마교 수뇌부에 숨어든 자들은 얼추 기억하고 있었으니.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눈을 가늘게 좁혔다.


一. 공을 세운다.

二. 전생보다 빠르게 승진한다.

三. 신녀와 더욱 쉽게 가까워질 수 있다.

四. 나는 천마다.


뭔가 도중에 급격한 비약이 있었지만, 상관없었다.

결국 그놈들을 솎아 마교에서 제거하긴 해야 할 터.

중요한 건 내가 간자들을 알고 있다는 것과 공을 세울 기회가 주어졌다는 것이다.


".....들어오너라."


생각을 정리한 내가 대답하자, 문이 열린다.


덜컥-


머리를 양 갈래로 땋은 시비 하나가 들어온다.

커다란 그릇을 들고서는 다소곳이 고개를 숙이니.


"공자. 세안물을 준비했나이다."


나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여자다.

아무리 어리더라도 여자는 여자다.

여인을 극도로 싫어하는 나에게 있어 시비는 싫은 것이었다.

차라리 사내종이라면 모를까.


"고생했다. 네가 나의 시비인가?"

"예. 소녀. 도화라고 합니다. 앞으로 공자님을 모실 전담시비입니다."

"전담시비라..."

"무엇이든 바라시는 것이 있으시다면, 제 능력이 되는한 따르겠습니다. 편하게 부려주시지요."

"....뭐든?"


나는 흠칫 놀랐다.

도화라는 시비가 슬쩍 입술을 핥는다.


"예. 무엇이든요. 밤에 적적하시다면... 수청이라도 들겠어요."


아무리 정조관념이 없는 마교라해도 이건 과하지 않은가?

전생에서 지겹도록 보아온 풍조이긴 해도, 나에게는 항상 낯설다.

극도로 혐오하는 호색한 단가장주. 그놈처럼 살고 싶지는 않았으니까.

하물며 나는 일편단심 한 여인만 보고 살아갈 것이기에.


"네 마음은 알겠다. 하지만 다음부터 올 필요는 없다."

"....네?"


시비가 고개를 들고는 눈을 끔뻑인다.

이에 나는 짐짓 진중한 얼굴로 그녀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시비따윈 필요 없어."









#







"신녀님. 간파당한 것 같아요."


신화전의 내실.

천예령은 미간을 찌푸렸다.


"자세히 말해봐."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기 위해, 신화전에서 가장 미색이 고운 아이를 보냈으나.

보낸 지 한 식경도 되지 않아, 시비가 돌아온 것이다.


"만나자마자 저보고 전담시비냐고 물었어요. 저는 바라시는 것이 있다면 뭐든 들어드린다고 했지요. 그런데 갑자기 시비는 필요 없다고 나가라고..."

"....설마. 너. 그놈이 마음에 안 든다고, 적극적으로 들이대지 않은 건 아니겠지?"

"아유.... 신녀님 명인데 제가 어떻게 그러겠어요. 아예 대놓고 수청들겠다고 말했지요."

"그런데?"

"처음에는 조금 놀라는 눈치였어요. 그런데 저를 빤히 보는 것이 아니겠어요? 뭔가 제 속내를 알고 있는 것처럼요. 얼마나 가슴이 조마조마했는지.... 그러다가 몸을 홱 돌리더니 뒤도 보지도 않고 나가라고 했어요."


천예령의 이마에는 습기가 맺혔다.


'....정말 혜안이라 이건가?'


어리더라도 사내라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내걸었다.

그것도 신화전에서 가장 어여쁜 도화라는 아이를 보내서 말이다.

그런데 단번에 거절한다는 뜻은 둘 중 하나겠다.


"설마.... 그놈. 고자는 아니겠지?"

"그건 아닌 것 같았어요. 수청들겠다는 소리에 살짝 얼굴이 붉어졌거든요."

"확실해?"

"네. 신녀님. 저 진짜 열심히 유혹하려 했다니까요. 잘생긴 편이잖아요."

"....뭐? 그놈이 잘생겼다고?"

"그 정도면 잘생긴 거 아닌가요? 진중한 모습이 사내답기도 하고요."


이에 천예령의 표정이 오묘하게 변했다.

그의 외견에 대해 한 번도 제대로 생각해 보지 못한 까닭이다.


'백번 양보해서 사내답다고는 치자. 하지만.... 잘생긴 건 아닌 거 같은데.'


뭔가 도화가 칭찬한 것만으로도 기분이 나쁘다.

가슴 속에 피어난 묘한 거스러미가 그녀의 심정을 긁는다.

하지만 그 감정은 오래가지 않았다.

본론으로 돌아온 천예령은 입술을 깨물었다.


북숭소림(北崇少林)의 방장.

신승(神僧), 혜명대사.


중원이 마교에 간자를 보내듯, 마교 역시 중원에 간자를 심으려 들곤 했다.

하지만 수황청(守皇廳)만큼은 간자를 심을 수 없었으니, 신승의 혜안 앞에 모든 진실이 드러나기 때문이었다.

만약 그런 혜안이 마교에도 있다면, 틀림없이 도움이 될 터.


"......"


천예령은 고개를 들어 창문 밖을 바라보았다.

저 멀리 신화전을 넘어 기립해 있는 거대한 전각.

신마전을 힐끗거리고는 손을 휘휘 저었다.


"물러가 봐."






#






마교의 구조는 다음과 같다.


신화전(神火殿).

온갖 의식과 제례를 담당하며, 천마가 강림하시기 전까지 그곳의 신녀는 교주의 역할을 대임한다.


신마전(神魔殿).

부교주와 두 명의 광명사들이 소속된 곳으로, 신녀와 같이 교주를 기다리며 마교의 대소사를 결정한다.


또한 신마전과 신화전 아래에는 세 개의 기관이 그들의 명을 받으니.

장로원(長老院), 호법원(護法院), 집행원(執行院)이 그들이다.

그 휘하의 수많은 부서와 무력 단체들을 나눈다면 한도 끝도 없겠다

즉 마교의 수뇌부들을 가볍게 통칭하면 이전삼원(二殿三院)이란 뜻.


"저자는 어떠한가."


초위량이 말했다.


오늘 아침부터 나는 광명좌사를 따라, 신마전을 돌아다녔다.

신마전 소속의 간자로 의심되는 자들을 나에게 보여주는 것이다.


"....아닌 것 같습니다."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내가 기억하는 간자라 해봤자 많아 봐야 스무 명.

그래도 앞서 담대하게 굴었기에, 나는 애써 덤덤한 어조로 말했다.


"그런가. 다음으로 넘어가지."


초위량은 저 멀리 정문을 지키던 호위로부터 시선을 떼었다.

이내 나는 그를 따라 담벼락을 지나, 조금 더 외진 곳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거... 위험한 것 같은데.'


나는 고개를 들어 슬쩍 초위량을 흘겨보았다.

벌써 그를 따라 열 명 정도를 보았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간자들은 아니었다.

거듭된 나의 부정에 나는 점점 그의 기대감이 시들어가는 것을 엿보았으니.


물론 억울한 면이 있긴 했다.

고작 안목 좀 있다고 한 번에 간자를 추려내면, 그것은 분명 천재이자 기인이사일 테니까.

허나 초위량은 나에게 그것을 바라는 눈치였다.

억울하다면 억울한 것.

그래도 어쩌겠는가 까라면 까야지.

그보다 중요한 건 이대로라면 공을 세울 기회가 사라진다는 점이었다.


'그냥 일일이 아는 놈 죄다 말해?'


하지만 이제 마교에 들어온 놈이 조직을 세세히 꿰고, 한꺼번에 간자를 색출했다간 더한 의심을 받을 수도 있었다.

저 사실 과거로 돌아왔는데요? 라고 말할 순 없지 않은가.

답답하더라도 초위량이 보여주는 자들 중에서 간자를 고르는 게 옳았다.


잠시 후.

최대한 기억을 곱씹으며, 걸음을 옮길 무렵.


"광명좌사를 뵈옵나이다."


한 늙은 무인이 다가와 초위량을 향해 고개를 숙였다.


"명부마도(冥府魔刀). 이제 임무에서 돌아오는 길인가 보군."

"예. 헌데 이 아이는....?"


늙은 무인의 시선이 나를 향한다.

주름진 얼굴에 가느다란 실눈.

그것을 마주하자 입매가 간지럽다.


스윽-


나는 조용히 초위량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분명 명부마도는 내가 기억하는 혈교의 간자였기에.


"....흐음."


내가 소매를 당기자 초위량의 표정이 모호하게 변한다.

아마 그들이 생각하는 간자 중엔 명부마도가 없는 모양이다.

사실 그도 그럴 것이 명부마도는 천산에서 태어나 지금까지 쭉 마교에서 자라온 자다.

나 같은 외부인이 아니란 뜻.

게다가 거의 육십 년 평생을 마교에 헌신한 자이니.

과연 이제 갓 들어온 나의 지목 하나가 그의 평생보다 신뢰가 있을까?


".....명부마도. 무슨 임무를 맡고 있었나?"


놀랍게도 있었다.


초위량은 명부마도로부터 나를 가리고는 그를 흘겨보았다.

이에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이 양반.

도대체 날 얼마나 믿는 거지.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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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008. 24.07.01 259 10 12쪽
7 007. +1 24.06.30 344 10 13쪽
» 006. +2 24.06.29 352 10 9쪽
5 005. 24.06.28 365 9 10쪽
4 004. 24.06.27 404 8 10쪽
3 003. 24.06.26 433 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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