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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교의 신녀를 꼬셔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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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人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6.25 11:36
최근연재일 :
2024.06.30 12:50
연재수 :
7 회
조회수 :
1,969
추천수 :
59
글자수 :
31,057

작성
24.06.25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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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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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7쪽

002.

DUMMY

나는 무림공적이었다.


사천성의 단가장(段家莊).

나는 그곳의 사생아로 하인 취급을 받으며 자랐다.

욕심 그득한 늙은 장주놈이 부인 세 명을 둔 것도 모자라, 미색이 고왔던 어미에게 손을 대었다.

그 결과 태어난 것이 바로 누님과 나였다.


하지만.


이미 세 명의 이복형제들이 있는 상황에서 다른 부인들의 시선이 고까운 것은 당연했다.

장주놈도 어미에게서 나를 보더니, 흥미가 시들해진 모양이다.

어미를 향한 부인들의 괄시와 괴롭힘을 내버려두는 걸 보면.

또 사생아인 나와 누님이 하인 취급을 받게 방관하는 걸 보면 말이다.

내가 태어난 뒤로 몸이 약하셨던 어머니는 금방 돌아가셨다.

그렇게 누님은 자연스레 나에게 어머니가 되었으나.


사실 누님의 기억은 그리 많지는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것이 흐릿해진다.

원래 유아기도. 유년기의 기억도 그렇게 선명하지 않은 법이다.

하물며 다섯 살 터울이었던 누님이 내가 일곱 살 때, 어느 졸부의 첩으로 팔려 갔기에 더욱 그러했다.


시간이 흘러 열세 살이 되었을 때.

나는 장주의 고희연(古稀宴)에 맞추어, 상석에 올라갈 음식에 독을 풀었다.


어머니를 방치하고 누님까지 내게서 앗아간 장주놈을 향한 복수였다.

나의 가족을 두고 온갖 멸시와 학대를 하던 부인놈들 또한 마찬가지.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어리석은 치기였지만, 이미 일어난 일.

게다가 나는 본의 아니게 건드려서 안 될 인물까지 건드리고 말았다.


사천당가(四天唐家).


늙은 장주놈은 무공은 변변치 않으나, 인맥이 넓었다.

특히 사천에 있어서는 최고의 인맥을 지니고 있다고 과언이 아니었다.

사천당가뿐만이 아니라, 청성파(靑城派), 아미파(峨嵋派)에게도 연을 대고 있었으니까.


그날의 고희연에는 사천당가의 장로가 있었다.

나의 독살은 실패로 돌아갔다.

당가의 장로가 죽어가던 장주놈을 살린 것이다.

이에 나는 정신없이 사천 밖을 향해 도망쳤다.


죄목은 사천당가의 장로를 향한 독살 시도.

나는 그렇게 사천무림의 공적이 되었다.


-어린 마두의 싹을 잡아 잘라라.


온 사천의 무림이 나를 잡기 위해 천라지망을 펼쳤다.


지독한 놈들.

그렇게 할 짓이 없나.

고작 무공 하나 익히지 않은 하인 한 놈을 상대로.


하지만 원래 무림이란 그렇다.

이름 혹은 체면에 목숨을 거는 곳이 무림이다.


사천성과 청해성의 경계.

미리 위험을 인지하고 도망친 덕에 도달할 수 있었지만, 나는 끝내 사천당가의 무인들에게 잡히고 말았다.

어린 몸으로 그곳까지 도달한 것이 기적이라 해야 할 것이었다.

그러나 진짜 기적은 다음에 일어났다.


청해성에 잠복하던 마교의 척후조.


사천의 무림인들이 어린아이를 쫓는 것을 보니 흥미로웠던 모양이다.

뭔가 중요한 것이라도 가지고 있는 줄 알고 나를 구해주었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우습기 그지없는 상황.

하지만 그들은 결국 마인(魔人)들이다.

나중에 나에게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알아채고는 나를 죽이려 들었다.

당시의 나는 살아남으려 발버둥 쳐야 했다.

없는 사실도 만들어내야 할 판에 나는 단가장의 비리를 알고 있었다.

다행히도 사천 무림의 유력 인사들과 관련이 있었다.

그렇게 쓸모가 있어진 나는 살아남을 수 있었고, 마교에 투신하게 되었다.


그러니까.


나는 어쩔 수 없이 마교에 투신했던 어설픈 무림공적이었다.








#






"그래서. 사천 무림의 비리를 알고 있다고?"


나는 익숙한 목소리에 눈을 떴다.

정신 차려보니 친숙한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신강의 천산(天山).

광활한 위용을 자랑하는 마교의 신화전(神火殿).


타닥- 타닥-


저 멀리 타오르는 거대한 횃불.

그 앞에는 아름다운 소녀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열네 살쯤 되었을까.


아직 피지 않은 꽃봉오리였으나, 벌써부터 미색이 심상치 않다.

새하얀 피부와 커다란 눈동자.

오똑 솟은 코.

도톰한 입술과 아래로 내려다보는 오만한 시선까지.


마신녀(魔神女), 천예령.


어린 시절의 그녀가 나를 보고 있는 것이다.


'.....꿈인가?'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분명 그녀가 죽은 뒤.

수십 명의 중원인들에게 둘러싸여, 장렬히 산화했던 것이 방금 전이었다.

목에 화끈한 통증이 느껴지던 것이 아직도 선명했다.

그 감촉에 괜히 등골이 서늘하다가도, 눈앞의 천예령을 보니 뭔가 기분이 묘했다.

무릎을 꿇고 있던 나는 몸을 일으켰다.


'....와. 진짜 같네.'


꿈치고는 정말 생생했다.

모든 감각이 선연하다.

그래도 나는 이게 꿈이란 걸 알았다.

죽은 마신녀가 어린 모습으로 되돌아올 리는 없고.

죽어버린 나 역시 여기에 있을 이유는 없다.

과거로 돌아갔다면 모르겠지만, 그런 게 가능할 리가.


....주마등인가?


그나마 합리적인 판단이었다.

저승으로 떨어지기 전, 마지막으로 보는 주마등임이 틀림이 없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나는 천예령을 빤히 바라보았다.


".....너 건방지구나. 일어서라고 한 적은 없는데."


스산한 눈빛이 어린 그녀의 동공에 담긴다.

찌푸려진 미간은 확실히 그녀가 화났다는 것을 의미했다.

천예령의 분노는 크게 다섯 개로 나뉜다.


극소노(極小怒), 소노(小怒), 중노(中怒), 대노(大怒), 극대노(極大怒).


미간이 찌푸려졌다는 것은 극소노에 해당한다.

나는 충분히 대노까지 감당할 수 있는 유일한 자였기에, 별로 그녀가 무섭지 않았다.

하물며 어린 시절의 그녀는 아직 입신경(入神境)에 들지도 않았을 터.


-나를 연모해 줄래?


그녀의 마지막 목소리가 떠오른다.

그녀는 죽을 때가 되어서야 고백했지만, 사실 오래전부터 나를 향한 그녀의 호감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나는 여자가 싫다.

물론 누님을 제외하고 말이다.


계모들과 누이들로부터 원체 구박도 많이 받았다.

게다가 사천에서 나를 쫓아온 것은 독나찰(毒羅刹). 사천당가의 여고수였다.

아직도 제 숙부를 죽이려 했다며, 칼 들고 달려오던 그 모습이 잊히질 않았다.


나의 기억에 깊게 박힌 여성에 대한 거부감은 그녀의 호감을 무시하게 만들었다.

물론 가장 큰 이유는 따로 있겠다.

그녀의 오만한 성정 때문.

뭐든 제 손에 올려두고 이리저리 가지고 놀아야 직성이 풀리는 무서운 여자다.

그런 여자에게 휘둘리는 것 질색이다.

천예령뿐만이 아니라 모든 여자가 그렇다.

만약 천예령을 연모하게 된다면, 그건 내가 그녀보다 강해졌을 때겠다.


결국 마교는 강자존(强者尊).

강한 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니까.

이는 적어도 휘둘리지 않으려면, 그녀보다 강해야 한다는 뜻.

하지만 이는 불가능에 가깝다.

죽어버린 교주이자, 마교 최고의 기재인 마중호도 저 무시무시한 마신녀를 넘어서진 못했으니.

결국 나와 그녀는 이어질 수 없는 운명이란 의미였다.


'하지만 뭐 어때. 어차피 꿈이라면.'


그녀와 약조한 것이 있다.

그녀도 허락한 것이 있다.

무엇보다 괘씸했다.

내가 얼마나 누님 소식을 찾는지 알면서도 끝까지 누님의 죽음을 숨겨?


"입이 없나? 감히 본녀를 앞에 두고...."


짝-


나는 어린 마신녀의 뺨을 후려쳤다.

화끈한 소리와 함께 그녀의 고개가 옆으로 젖혀졌다.

얼어붙은 천예령의 표정이 아주 볼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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