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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마교의 신녀를 꼬셔버렸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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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人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6.25 11:36
최근연재일 :
2024.07.04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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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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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수 :
51,306

작성
24.07.02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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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09.

DUMMY

무허삼륜심공은 정말 괴랄한 무공이다.

이미 앞서 다른 내공심법을 익힌 자라도, 새롭게 익힐 수 있다.

그것이 어떻게 가능하냐 묻는다면 재계(齋戒)에 있음이다.


몸과 마음을 깨끗하게 만드는 일.


첫 단계가 단전의 재구축이다.

윤곽이 잡혀있던 단전의 경계를 허물고, 단전에 쌓은 기운들이 자연으로 돌아가기 전에 새롭게 단전을 구축한다.

말 그대로 무인으로서 새롭게 태어나는 것이다.

그렇게 새로이 구축된 단전은 특이한 형태를 지니게 되니.


삼륜(三輪).


세 개의 고리를 형성한다.

만들어진 세 고리는 각자 고유의 기운을 품는다.

상단부. 두 개의 륜은 양기와 음기를.

하단부의 륜은 마기(魔氣)를.

부끄러운 고백 하나 하자면, 나는 아직도 그 고리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물론 이유는 있었다.

내가 주로 사용하던 것은 하단부의 마륜(魔輪).

나머지 양륜와 음륜에 관한 것은 천예령이 알려주지 않았기도 했고.

마륜만으로도 신영대주에 오를 수 있어서, 적잖이 만족했던 것이다.


"후우....."


나는 얕은 숨을 내뱉었다.


형성된 단전.

하지만 아직 구체적인 형태를 띄고 있지는 않았다.

그저 좁쌀만큼 응어리진 무언가가 복부에서 느껴질 뿐.

제대로 된 형태를 가지려면, 축기에 익숙해진 이류가 되어야 했다.

즉 지금의 나는 얼추 삼류 마인 정도라는 뜻이다.


'생각보다 수월하네...?'


나는 복부의 응어리진 온기를 음미하며 몸을 일으켰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건대, 아마 전생과 달리 익힌 심법이 따로 없어서인 듯하다.

원래 나는 마교에 입문할 당시, 마영심공(魔影心功)이라는 것을 익혔었다.

대부분 신화전의 무인들이 익히는 심법.


하지만 세월이 흘러 내가 스무 살이 되었을 때.

신영대에 입단하자, 천예령은 선물이라며 내게 무허삼륜심공을 주었으니.


당시의 나는 꽤나 고생을 겪었었다.

구결을 이해하는 것도 어려웠지만, 기존의 단전을 재구축하는 것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나는 단전도 없었으며, 구결의 이해도 완숙했다.

상당히 쉽게 첫 시작을 뗀 것이다.


'이제 이류에만 오르면....'


나는 탁자 위의 마령단을 흘겨보았다.

천예령은 내가 서고에서 적당한 심법을 찾은 뒤에 이걸 복용하고 익힐 거라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최대한의 효율을 위해 마령단을 아끼기로 했다.


영약의 효율을 아는가.


명문세가의 순혈들은 가끔 심법을 익히기 전에 영약을 먹이곤 한다.

하지만 영약이라는 게 먹는다고, 족족 흡수해서 사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 일이 가능하려면 천재 혹은 특이한 체질을 타고나야 했다.

보통은 영약의 기운을 단전에 모아두고, 조금씩 기혈에 녹여내어 온전히 제 것으로 만드려한다.

영약을 흡수하는데 많은 세월이 소요된다는 뜻.


그래도 명문세가는 순혈들에게 뛰어난 영약을 꾸준히 먹여왔으니.

누가 봐도 낭비였지만, 사실 영약을 많이 먹을수록 좋다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밀도의 문제다.

영약으로 인해 몸에 방대한 양의 기운이 한계까지 차오르면, 밀도차에 의해 강제로 단전에 기운이 쌓이곤 했다.

그 최대한의 밀도를 유지하기 위해 영약을 꾸준히 먹이는 것이다.


하지만 나는 달랑 한 개다.

최대한의 효율을 위해서는 제대로 단전이 형태를 띠우고 난 뒤에 복용하는 것이 옳을 터.


덜컹-


나는 다음 차례를 위해 방문 밖을 나섰다.


잠시 후.


한결 가벼워진 몸.

뇌리에 떠오르는 의지에 육신이 반응하는 속도가 전보다 빠르다.

미세한 차이였음에도 나에게는 분명 선연한 감각이다.

행동감각이 예민해졌다는 뜻.

그 외에도 오감 또한 선명해지니.


"나를 보신 것 같은데?"


"어머머. 이 기집애. 나를 보신 거야."


신화전을 가로지던 동안.

한켠에 삼삼오오 모여, 꺄르르 웃는 시비들.

나는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좋을 때다.


대부분 열다섯, 열여섯쯤.

과년쯤 되면 뭐가 그리 즐거운지, 바람 불어도 웃는다.

하물며 신화전에 있는 사내라고는 모두 장정들.

어린 사내가 있는 것이 신기한 모양이다.

소매로 얼굴을 가리고 뭐라 떠드는 그들을 무시하고, 걸음을 옮길 찰나.


탁-


나는 그대로 멈추었다.


신화전의 정문.

그곳에서 일련의 무리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하나같이 절제된 기도.

약 스무 명가량의 무인들이 걸어온다.

보아하니 신영대(神影隊)들인 듯 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유독 한 소녀만이 눈에 들어온다.

천예령.

신영대들의 호위를 받으며 신화전으로 되돌아오는 그녀의 시선이 나를 향한다.

모든 것들은 사라지고 오로지 그녀만이 또렷하다.


"....."


하지만 그 시간은 그리 길지 못했다.

그녀는 무심히 나에게서 시선을 떼고는 가볍게 나를 무시했다.

그제야 선명해지는 시야 속.

나를 흘겨보는 신영대들의 시선이 보인다.

다시 그들은 천예령을 따라 나에게서 멀어져간다.

이에 나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저 멀어지는 거리만큼이나.

그들의 무심한 시선만큼 지금의 나와 그녀의 지위 차이는 여실하다.


나름 쓸모가 있어 신화전에 거주하고는 있다만.

현실은 현실이다.

그녀는 마교의 신녀요. 나는 이제 마교에 투신한 어린 소년에 불과했다.


그리고.


그 벌어진 거리를 가늠하던 나의 귓가에 그녀의 목소리가 떠오른다.

나에겐 과거이자, 지금의 그녀에게는 미래의 목소리였다.


-단지명. 그거 알아?


황실의 탄압을 피해 천산에 자리 잡으신 초대 천마.

그에게는 여덟의 충신이 있었다고 하니, 그중 일곱은 모두 칠대마가의 시조이다.

하지만 단 한 명만큼은 자손을 남기지 못했다.

뿐만이 아니라 마교에서 금기시되는 이름이 되었으며, 모두에게서 잊혀져 갔으니.


검마(劍魔). 위소천.


불경하게도 천마에게 검을 들이댄 변절자.

왜 그가 반역을 일으켰는지는 모르나, 그와 천마께서는 삼일밤낮을 싸웠다고 전해진다.

위소천의 무위는 다른 충신들과는 궤를 달리하여, 그의 뛰어난 검공은 천마에게도 닿을 정도라고 했다.

하지만 결국 위소천은 패했고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마련동(魔鍊同)에는 검마의 무공이 있어.


검 하나로 천마에 닿은 자.

그의 무공이 마련동에 잠들어 있다.

천예령은 그것을 익혀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으니.

신월요혼검(神月妖魂劍)이 바로 그것이다.


'.....찾아볼게.'


나는 까마득한 점이 되어버린 그녀를 보며 걸음을 옮겼다.


지금의 그녀는 모르겠지만.


나에겐 과거의 그녀가.

너에겐 미래가 나에게 끊임없이 속삭이고 있다.


어서 자신에게 와달라고.


무허삼륜심공(無虛三輪心功).

마서고에 잠든 검마의 무공.


그리고 그 길은 나와 그녀와의 추억이 다질 것이기에.


탁-


나는 신마전으로 걸음을 옮겼다.





#





신마전은 넓다.

진짜 넓다.

게다가 복잡하게 얽힌 수많은 담벼락 탓에 길은 미로와 같다.


'하필 제일 구석에 만들어놔서는....'


제일 외진 곳에 위치한 마련동.

전생에 자주 들락거리던 곳이라 지리는 익숙했다.

어제 한 차례 들르기도 했고.


하지만 길이 복잡한 것과 아는 것은 별개였다.

한참 동안 신마전을 돌아다니던 나는 양쪽의 담벼락을 번갈아 보았다.


월담해버려?


하지만 그것은 생각만 해야 했다.

신마전의 법도는 지엄하다.

부득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함부로 무공을 펼쳐선 안 되며 담을 넘어서도 안된다.

이는 내래하실 천마를 향한 경외이자 예의.

결국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쳐다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내 다시 걸음을 옮기려던 찰나.


나는 뒤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소년 하나와 노인 하나.

두 노소가 나를 향해 다가오니, 소년의 차림새가 심상치 않았다.


금실로 수놓아진 검은 비단옷.

척 보아도 고급진 그것이 명문의 자제임을 뜻한다.

소년의 뒤에서 노인이 연신 고개를 숙이는 걸 보니, 아마 노인은 종복인 모양.

마련동에 출입할 수 있는 마교의 자제라면 딱 일곱 군데가 있음이라.


칠대마가(七大魔家).


소년은 칠대마가의 자제임에 틀림이 없었다.


탁-


소년이 나의 앞에 멈추었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너는 누구인가!"


꽤나 점잖으나 목청을 높여 부르는 것이 벌써부터 거만하다.

나는 그를 보며 눈을 가늘게 좁혔다.


내가 할 말이다.

누구지?


처음 본다.

분명 칠대마가의 순혈들은 모두 기억하는 나였다.

그런데 아무리 기억을 되새겨봐도 저런 놈은 본 적이 없었다.


곱상한 외견.

피부는 하얗고 코는 오똑하다.

진한 눈썹에 각진 턱선이 미남임을 의미했다.

이런 놈은 본 적이 없으니, 나의 고개가 절로 기울어졌다.


그 순간.


"도련님. 아마 이번에 마교에 투신했다던...."


늙은 종복이 소년에게 속삭였다.

모종의 이야기를 나누더니, 소년의 눈이 흠칫 떠진다.


"뭐라...! 그분이 계신 신화전에....?"


놀라움도 잠시.

녀석은 인상을 찌푸리며 나를 노려보니, 놀랍게도 그마저도 잘생긴 놈이었다.


".....우선 통성명이나 하지. 나는 마중호다."

"저는 단지명이라고 합니...."


잠깐.

지금 이놈이 뭐라고 했지?


나는 입을 쩍 벌리며 반문했다.


"....예?"


마중호.

암천마가의 적자이자, 훗날 교주에 오른 녀석.

하지만 나병에 걸려 신녀와의 첫날 밤부터 소박맞고, 가면을 쓰게 된 놈이다.

실제로 내가 그를 처음 본 것은 나병에 걸린 후였기에, 어릴 적의 모습은 본 적이 없었으니.


"마중호요?"


나는 눈을 휘둥그레 뜨며, 그를 이리저리 뜯어보았다.


잘생겼다.

물론 어릴 적에 미남이었다는 이야기를 듣긴했다.

게다가 자기애가 무척 강한 편이라, 자신의 잘생긴 외견을 그 누구보다 자랑스레 여긴다고도 했다.


-내가 왕년에....


하지만 추억은 항상 미화되는 법.

백문이 불여일견이다.

말이야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다.

하물며 지엄하신 교주의 어린 날을 칭송하는 입바른 말은 더욱이.


그런데 실제로 잘생긴 외견을 보자, 절로 입이 떡 벌어진다.

이에 나도 모르게 가슴 속에 차오른 충격을 입 밖으로 꺼내고 말았다.


"잘 생겼습니다?"


그 순간.


".....!"


어린 마중호의 표정이 묘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입매가 씰룩이더니, 찌푸린 인상은 온데간데없이 웃음을 띄우는 것이 아닌가.


"그래.... 진실만을 본다더니 듣던 대로군."


마중호가 흡족한 기색을 띄웠다.

그리고 나를 향해 손을 내밀었다.


"실로 뛰어난 안목. 탁월한 심미안이네."

"....."


이놈. 뭐 이리 쉬워?


칭찬 한번에 입이 귀에 걸리도록 웃는다.


교주가 칭찬에 약했던가.

생각해 보니 그건 아니었다.

오히려 마중호는 항상 음침했다.

항상 그의 눈은 퇴색되어 빛 한 줌 없는 검은 눈자위만이 가득했다.

웃지도 않고 말수도 극히 적었으며, 싸늘한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뿐.

지금의 모습과 전혀 다르다는 뜻이다.


교주의 색다른 일면을 보는 느낌.

하지만 그의 외견에 대한 놀라움이 가시자, 치밀어오는 감정은 분노였다.


'.....모자란 놈.'


뿌드득-


나는 부러져라 손을 움켜쥐었다.


천예령에게 사랑받지 못한 자.

천마신공을 대성하지 못하고서, 치기에 중원으로 나가버린 전생의 교주.

그의 무능함 때문에 결국 마교는 멸망했다.

그리고 그 끝은 그녀와 나의 죽음이다.


그가 조금만 강했더라면 마교가 그리 허무하게 몰락했을까?

그녀와 내가 그렇게 처절하게 죽어야 했을까?


아무리 아내에게 사랑받지 못했다한들.

그는 엄연한 교주요. 천마였다.

나에게 있어 그 막중한 책임을 저버린 그는 절대 교주가 아니었다.

아니. 될 수가 없었다.


'확 패버려...?'


당장이라도 저 웃는 낯짝에 주먹을 날리고 싶다.

하지만 이건 꿈이 아니었다.

아무리 무능했다고 해도 엄연히 그는 교주였으니, 마교에서 가장 강한 자라는 뜻이다.

비록 천예령보다는 뒤떨어지나, 그 재능이 이루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결국 그의 재능은 나보다 한참 위에 있다는 의미.


그러다 문득.


'.....어?'


묘한 생각이 뇌리를 스친다.


잘 생각해 보니 지금의 그는 교주가 아니다.

교주가 아닐 뿐만 아니라, 마교에서 가장 강한 자도 아니다.

지금은 뛰어난 후기지수에 불과할 뿐.


아무리 높게 쳐줘 봐야 이류.

지금의 나는 삼류.


'....할만한데?'


원래 좆밥싸움이란게 그렇다.

일류를 넘어 경지가 올라갈수록 차이가 여실하겠지만, 삼류가 이류에게 비빌 구석은 분명 존재하는 것이다.


수많은 생사를 넘나든 전투감각.

무공의 이해.

나는 초절정을 넘어 화경을 바라보던 영마.

즉 신영대주로서의 경험을 모조리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뛰어난 안목이라니 말씀은 감사합니다만...."


나는 그가 내민 손을 빤히 바라보며, 그의 안면을 훑었다.


"훤칠하신 만큼 실력 또한 있으신지?"

"....뭐라?"


마중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찰나간 그의 모습에 장성한 교주가 겹쳐지자, 나는 손이 떨렸다.

하지만 내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순 없다.

오히려 시야에서 교주를 지우고 어린 후기지수라 생각하자 마음이 편해진다.

이에 입매가 절로 가려워진다.


"예전부터 마교의 수준이 궁금했습니다. 강자존...이라지요? 제 또래를 본 건 신녀님 외에 마중호님이 처음이라서 말입니다만."


전생의 교주.

천예령의 전남편.


"비무 한번 하시겠습니까?"


나는 이혼남 아닌 그에게 기강을 한 번 잡아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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