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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마교의 신녀를 꼬셔버렸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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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人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6.25 11:36
최근연재일 :
2024.07.02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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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6.30 1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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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007.

DUMMY

혈교(血敎).

이백여 년 전쯤, 명교에서 떨어져 나간 이단이다.

정확한 그들의 교리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한 가지 알려진 건 예로부터 혈교들은 마교의 신화를 탐내왔다는 것이다.

워낙 은밀하고 폐쇄적인 놈들이라, 그것외에 알려진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약 십오 년 뒤.

혈교의 정체가 드러난다.


입신경(入神境)에 오른 천예령.

그녀가 반신의 반열에 오르자마자 한 일이 바로 혈교의 토벌이었다.

부단한 추적 끝에 결국 혈교 본단의 위치를 알아낸 천예령은 마교를 이끌었으니.

혈교는 쑥대밭이 되었으며, 혈교주는 그녀의 검에 목이 달아났다.

그리고 혈교들의 비밀이 하나둘씩 밝혀지기 시작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무공이다.


혈염(血炎).


혈교의 마인들은 무공은 특이했다.

핏빛을 닮은 요사스러운 열기를 품고 있었다.

그 요체를 살펴본 결과.

그들은 온갖 탁기와 잡기까지 게걸스럽게 익혀 단전에 쌓았다.

물론 그러한 기괴한 축기 때문에 수명이 짧아지긴 할 터.

탁기까지 몸에 쌓다 보니, 선천진기까지 오염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혈교의 무공이 강한 이유는 그 탁기에 있음이다.


탁기와 함께 피를 태워 힘을 얻는다.


그들의 힘에서 알 수 있듯이 혈교를 상징하는 것은 불.

이는 마교에서 떨어져 나간 그들이 호시탐탐 신화를 노려온 이유였으니.

혈교들은 신화 속의 명일신을 데려와, 정당성을 찾으려 했던 것이었다.


"암천봉(暗天峰) 부근에 역병이 돈다는 소문이 있어서 확인해 보았습니다. 부교주께 마침 보고 하러 가는 길입니다만...."


명부마도가 고개를 조아린다.

이에 초위량이 그를 훑고는 시선을 돌려 나를 바라본다.

일단 내가 신호를 줘서 한번 물어는 봤다만, 사실은 긴가민가한 모양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저놈이 간자임은 확실하다.

신화를 노리다 그 앞에서 죽어버린 명부마도.

당시 천예령의 옆에서 직접 보았기에, 이건 정말 확실했다.


스윽-


나는 고개를 저으며 다시 초위량의 소매를 잡아당겼다.

또렷이 눈을 응시하자, 그는 마지못해 다시 입을 열었다.


"그래서 확인해 보니 어떻던가."

"나병이 조금 도는 모양입니다. 다행히도 암천마가에서 알아서 잘 격리했다고 하니, 별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듯합니다."

"....다행이군. 그런데 말일세. 최근 신화전의 호위가 걱정되어서 말이야. 자네 혹시 신영대 쪽으로 적을 옮길 생각은 없나?"


초위량의 제안에 명부마도의 눈이 슬쩍 커진다.

허나 그것도 잠시.


"요새.... 신화전에 별일이 있었습니까?"

"별일이야 있었지. 신녀께서 위험할 뻔하셨네."


슬쩍 초위량의 손이 나의 어깨로 위로 올라간다.

가볍게 올린 것이지만 나에게는 덧없이 무거운 무게.

괜히 뜨끔한 나는 고개를 돌렸다.


"저런.... 그래도 다행입니다. 신녀님께 변고가 없다니요."

"그래서 자네에게 부탁하는 걸세. 오랫동안 마교에 충성해 온 자네라면 믿을 수가 있으니."


잠시 적막이 흘렀다.

명부마도와 초위량의 시선이 찰나간 허공에 얽힌다.

이내 그 시선을 피한 쪽은 명부마도였다.


"허허허. 광명좌사께서의 명이라면 따라야 하겠으나.... 그래도 제가 신마전에 적을 둔 지 벌써 삼십 년입니다."

"그렇다면..."

"솔직한 심경으로는 끝까지 신마전에 있고 싶습니다. 언젠가... 신마전에 내림하실 분을 직접 보고 싶은 마음에...."

"그런가? 아쉽게 됐군. 그럼 없던 일로 하세."

"헤아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허허허."


나는 찰나간 스친 초위량의 표정변화를 읽었다.

아마 기껏 함정을 팠지만 소득이 없어서 아쉬운 모양.

확실히 명부마도 역시 간자답게 쉽게 빈틈을 보이지는 않았다.


"암천마가는 나병환자들을 어떻게 격리했던가."

"따로 모아 관리하는 모양입니다. 최대한 청결히....."


초위량과 명부마도가 다시 대화를 나눌 동안.

나는 바닥을 훑어보았다.

그리고 그중 가장 날카로워 보이는 돌멩이 하나를 주워들었다.

조각난 파편.

한쪽은 둥그스름하나, 반대쪽은 깨진 단면이 날카롭다.


'.....혈교를 구분하는 법.'


천예령이 혈교를 토벌하기 전까지는 온통 비밀투성이었지만.

십오 년 뒤에는 아니었다.

앞서 말했듯 혈교의 무공은 피와 탁기를 태워 혈염을 피우기에, 혈교인들은 자연스레 피를 탐하게 된다.

그 자연스러운 이치를 마교에서 알아채지 못한 이유는 하나.

피를 탐하는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마교가 상대해 온 혈교인들은 대부분 전쟁터에서였다.

그들은 항상 혈염으로 타오르고 있었으며, 그동안은 피에 대한 갈구심보다 오로지 투쟁심이 가득하다.

게다가 그들이 탐하는 것은 평범한 피가 아니었음이라.


동혈(童血).


순수한 아이들의 피에만 반응한다.

혈교와의 전투에서 아이가 있을 리는 극히 드물었을 터.

그리고 지금 분명 나의 육신은 아이였기에.


서걱-


나는 들어 올린 돌로 손바닥을 그었다.

화끈한 통증과 함께 손을 움켜쥐자, 핏물이 뚝뚝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말없이 초위량과 대화를 나누는 명부마도를 바라보았다.

이내 점점 그의 얼굴이 붉게 물든다.

마치 취한 사내의 안면처럼 홍조가 떠오른 것이다.

하지만 점점 시간이 지나자, 그의 늙은 동공이 충혈되기 시작한다.


"오독맹가에서 의원을 몇몇 보내...."

"....이보게. 명부마도."

"예...?"


초위량의 눈이 묘한 곡선을 그린다.


"자네 눈이 왜 그런가?"


그순간.

명부마도가 그제야 시선을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나의 손을 보고는 두 눈을 부릅 떴다.

그제야 피에 반응했다는 것을 깨달은 듯했다.


"네.... 네놈?"


붉게 충혈된 혈안(血眼)과 달아오른 뺨을 더듬은 그의 얼굴이 분노로 물들었다.

하지만 이미 늦었다.

벌써 초위량이 허리춤에서 검을 꺼낸 뒤였다.


스릉-


뒤늦게 명부마도가 도를 꺼낸 찰나.


쐐애애애액-


초위량의 검이 올곧은 궤적을 그리며, 명부마도의 목을 향했다.

다급히 도를 꺼내 가슴깨로 들어 올리자, 병장기가 부딪히는 금속성 대신 폭음이 울려 퍼졌다.


콰아앙-


순식간에 뒤로 밀려 나간 명부마도.

바닥에 길게 이어진 발자국의 선 끝에, 어느새 그의 가슴에 들어 올린 도신 너머로 핏빛 혈기가 자욱하게 피어오른다.

초위량은 검을 들어 그를 겨누었다.


"아서라. 본좌는 마교의 광명좌사다."


어깨 위로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마기.

그의 의지에 따라 무형지기가 어울려, 짙은 흑무(黑霧)를 자아낸다.

무겁게 가라앉은 그의 기도는 몹시도 강맹하며 올곧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절로 고개가 숙여질 정도.


지옥마군(地獄魔君), 초위량.


나는 든든한 마교의 광명좌사를 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한편으로는 저런 초위량 앞에서 뻗댄 것이 새삼 뿌듯하기도 했다.


"어떻게 알았더냐."


명부마도의 으스스한 목소리가 메아리치듯 울려 퍼진다.

그리고 그의 혈안이 나를 향한다.


"나를 의심하고 있다는 것도 놀라울진대, 그보다 이해할 수 없는 건 동혈이다. 아이를 데려온 이유가 그것이었더냐? 어떻게 본교의 비밀을..."

"명부마도. 본좌는 자네에게 질문을 허한 적이 없다."

"....그래. 마교의 광명좌사여. 네놈들은 항상 그랬지. 우리를 이단으로 치부하는 오만한 놈들...!"


탁-


죽음을 각오한 명부마도가 몸을 날렸다.

그의 도신에 맺힌 짙은 혈기가 붉은 궤적을 그린다.

길게 이어진 붉은 선이 광명좌사의 왼쪽 다리를 노린다.

나는 순식간에 가까워지는 그를 보며, 슬쩍 뒷걸음질을 쳤다.


콰직-


울려 퍼지는 파육음.

초위량의 검이 명부마도의 왼쪽 어깨를 도려낸다.

절대고수의 강맹한 검력에 어깨죽지부터 왼팔이 날아가 버린 것이었다.

떨어지는 명부마도의 시뻘건 선혈 속에 시간이 멈추었다.


'.....어.'


그 찰나간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대로 초위량을 지나친 명부마도의 불길한 도신이 나를 향하는 것이 아닌가.

게다가 흉흉한 혈안은 오로지 나만을 향한다.

죽음을 각오한 그가 애초에 노린 것은 나였던 것이다.


왜 하필 난데.

정신이 아찔했다.


하지만 그때.


콰드득-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분명 앞에서 도를 내지르던 명부마도였다.

하지만 갑자기 온데간데없이 사라지며, 터져나간 온갖 육편이 우수수 떨어지니.


"....괜찮은가!"


산적처럼 걸걸하고도 호탕한 목소리가 내려앉았다.

정신이 혼미한 가운데, 고개를 들자 거구의 노인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광명우사(光明友史), 파군성.

바로 그였다.


"이보게 좌사. 보아하니 중요한 아이인 듯하네만... 그동안 녹슬은겐가?"

"....실책이다. 살려놓으려다 손속이 느슨했군."

"경황이 없어 죽였다만 간자였나.... 살려둘 걸 그랬구먼."


초위량과 대화를 나누던 파군성이 나를 내려다본다.


"이놈은 누군가."

"....그 건방진 놈일세."

"뭐라?"


순간.

파군성의 표정이 급격히 변하기 시작했다.

웃음은 싹 사라진 채, 흉흉한 기색을 띠운다.

그의 몸에서도 마기가 웅신하며, 기이한 형상을 띄우니 마치 악귀 같은 모습.

찔끔한 내가 눈을 끔뻑일 찰나.


"네놈....."

"우사. 참게. 생각보다 뛰어난 아이일세."

"그래서. 감히 어여쁜 신녀를 능멸한 이놈을 용서하란 말인가?"

"이 녀석이 혈교의 간자를 찾았네. 여러모로 쓸만한 아이지. 본교의 큰 복이 될걸세."


초위량의 비호에 파군성의 눈이 게슴츠레 변했다.


".....이놈이 간자를 찾아냈다고?"

"그뿐인가. 혈교의 간자 속에 깃든 혈귀를 알아보고, 그것을 꺼낼 줄 알았네. 확실히 물건이란 뜻이지."

"자네가 짐작했던 것이 맞은 게로군."

"그런 셈이네."


이내 떨떠름한 얼굴로 파군성이 나를 바라본다.

그는 광명좌사와 달리, 엇대는 걸 싫어한다.

오히려 묵묵히 따르고 사내답게 조용히 제 할 일 하는 쪽을 좋아하는 편.

이에 나는 입을 닫기로 했다.

죽을 뻔했다는 사실에 머리가 어지럽기도 했고.


".....피와 육편이 낭자한데 아무렇지 않은 걸 보면, 담대하긴 하구나."

"죽음에 익숙한 모양일세. 반골이기도 하고."

"그렇다고 해도 나는 쉽게 넘어가지 않을걸세. 저 아이의 치료가 끝나면 다시 추궁하겠네."


치료라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내가 고개를 기울이자, 파군성의 못마땅한 시선이 조금 누그러진다.


"쯧. 그래도 강골이긴 하구먼. 도에 찔리고도 저리 덤덤하니...."

"아마 오기로 참고 있는 모양일세. 그래도 의원을..."


도에 찔렸다.

그 사실에 나는 그제야 몸을 더듬었다.

그리고 나의 복부에서 피가 묻어나온다.


'....피?'


명부마도의 피가 아니었다.

왠지 아까부터 정신이 혼미하다고 했다.

아마 명부마도가 죽기 전, 그의 도신 끝이 나의 복부를 얕게 찌른 모양.

하지만 찔렸다는 사실을 인지하자, 뒤늦은 통증과 함께 지독한 현기증이 찾아온다.


아니. 미친놈들아. 뭐해.

빨리 의원 불....


나의 몸이 기우뚱하더니 뒤로 넘어갔다.






#






나는 꿈을 꾸었다.


-천마신공은 평범한 무공과 달라. 깨달음이자 심득. 그리고 힘이기도 하지.


그녀가 말했다.


마신(魔神).

천마신공은 몸에 마신을 받아들이는 무공.

한낱 인간의 몸으로 신을 몸에 강림시키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강인한 육체와 정신력. 뒷받침할 내공까지.

즉 그녀는 심기체(心氣體)가 고루 발달해야, 마신을 감당할 수 있다고 했다.


-천마가 될 마인은 강인해야 해. 본교에서 가장 강한 마인만이 천마가 될 자격이 있지.


그래서요?


나의 반문에 그녀가 피식 웃었다.


-신녀가 부군을 선택하는 일은 연모의 감정이 되어선 안 돼. 신녀가 부군에게 전달할 힘은 받아들일 마신을 중화시키기 위한 것이니까.


하고 싶으신 말이 뭡니까.


-나 내일 혼인해.


나는 잠시 말문을 멈추었다.

그래도 잠시일 뿐.

고개를 숙이며 그녀를 향해 넙죽 엎드렸다.


경하드립니다. 천마천세. 만마앙복. 본교의 큰 흥복입니다.


-할 말은 그게 다야?


....예. 더 해야할 말이 있겠습니까.


-.....알았어. 가봐.


그녀의 하문에 나는 몸을 일으키고는 고개를 숙였다.

다시 몸을 되돌려 내실 밖을 나서려 했다.

하지만 아직 그녀는 할 말이 있는 모양이었다.


-단지명.


나는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렸다.


예.


-내가 너에게 준 무공 있잖아.


무허삼륜심공(無虛三輪心功)요?


-.....아니야. 가봐.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왠지 발걸음이 무거웠지만, 어렵게 떼어냈다.

그녀를 뒤로하고 방문을 나섰다.


그리고 다음날.


그녀는 마중호와 혼례를 올렸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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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008. 24.07.01 259 10 12쪽
» 007. +1 24.06.30 344 10 13쪽
6 006. +2 24.06.29 351 10 9쪽
5 005. 24.06.28 365 9 10쪽
4 004. 24.06.27 404 8 10쪽
3 003. 24.06.26 433 9 10쪽
2 002. 24.06.25 461 9 7쪽
1 001. 24.06.25 509 9 1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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