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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재입니다.

마교의 신녀를 꼬셔버렸다

웹소설 > 작가연재 > 무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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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人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4.06.25 11:36
최근연재일 :
2024.07.07 13:05
연재수 :
14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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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500
추천수 :
231
글자수 :
68,202

작성
24.07.03 1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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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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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글자
10쪽

010.

DUMMY

마련동(魔鍊同)은 크게 세 개의 구획으로 나누어진다.

하나는 지하의 서고동.

다른 하나는 폐관동.

마지막 하나는 연무동이다.


지하 서고에서 익힌 무공을 숙련하려면 폐관동에.

상대가 있어 비무를 나누고 싶다면 연무동을 이용하는 형국.


연무동에 도달한 마중호는 목검을 쥐고 눈살을 찌푸렸다.


'종잡을 수 없는 놈.'


처음에는 잘 생겼다며 칭찬 일색.

솔직히 말하면 진실을 본다는 혜안의 칭찬은 흡족한 것이다.

하지만 이내 놈이 태도를 바꾸어 건방지게 시비를 거니, 도무지 그의 성정을 가늠할 수 없음이라.

그래도 그 연유를 파악하건대.


'....칭찬이 아니었다. 있는 사실을 그대로 말했을 뿐.'


마중호는 웃어야할지 화를 내야 할지 판단이 서질 않았다.


진실만을 본다는 혜안(慧眼).

그의 잘생겼다는 말은 칭찬이 아니라, 그저 순수한 감상의 일면일 것이다.

호의가 없는 객관적인 사실 말이다.

그리고 이어진 시비는.


'얕보였다는 뜻. 혜안이 보기에 내가 할만해 보였나?'


판단을 마친 마중호는 실소를 머금었다.


건방지다.

아니. 건방지다 못해 우습기까지 하다.

자신이 누구인가?

암천마가의 적자이자, 마교 후기지수 중에는 으뜸이라는 평을 받는 기재였다.

벌써 가전무공인 암천무명검(暗天無明劍)의 초반부를 모두 익혔을 정도.

그럼에도 굳이 마련동을 찾아가던 이유는 아버님의 명 때문이었다.


-마련동에는 지고한 무학이 잠들어있다. 기회가 될 때마다 찾아보거라.


솔직히 마중호는 별 기대를 하지 않고 있었다.

지고한 무학이라 해봤자, 가전무공에 비할 리가.

그리고 그 위대한 무공을 익힌 그였기에.


"이보게. 마지막 기회를 주겠네."


마중호는 어깨 위에 목검을 올리고는 건너편의 단지명을 내려다보았다.


"신녀께서 귀중하게 여기신다고 하나, 비무가 시작되면 나는 책임질 자신이 없네. 그래도! 괜찮겠는가!"


말은 그리해도 자꾸만 소리가 올라간다.

건방진 혜안.

저 안목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내심 거절하지 않기를 바라는 것이다.


"글...쎄요. 책임을 걱정해야 할 쪽은 저인 것 같습니다만."


단지명의 대답에 마중호의 입매가 씰룩였다.


혜안이라는 게 늘 현명하지는 않은 모양이다.

자신의 실력을 가늠하지 못하는 걸 보면 말이다.

원래 제 얼굴은 제가 못 보는 법.

아마 저 비대한 자신감은 스스로를 제대로 보지 못했기 때문일 터.


"뭐...혜안까지야. 척 보면 알지요."

"그런가! 내 오늘 그대가 보지 못하는 것도 있다는 걸 알려주겠네. 하늘 위에 하늘이 있음을....!"


탁-


마중호는 몸을 날렸다.

시작부터 조짐이 좋다.

마전보(魔轉步)의 절묘한 발재간이 평소보다 가볍다.


'얼굴은 때리지 않으마. 앞으로 본교의 행보에 훌륭히 쓰일 눈일 테니까.'


장차 아리따운 신녀의 부군.

즉 천마가 될 자신에게 있어 결국 혜안은 중히 쓰일 물건이다.

스스로 생각해도 하해와 같은 자비가 기특했다.

적어도 마중호의 의중은 그러했다.


가볍게 내디딘 걸음.

어느새 단지명과 거리를 좁힌 마중호의 목검이 허공을 가른다.


휘이이이익-


암천무명검(暗天無明劍)의 첫 번째 초식.

진기를 머금은 목검이 부단히 수련해 온 검초를 따라 올곧은 궤적을 그린다.

무거운 중검의 묘리가 담긴 묵직한 검격이 상대의 복부를 정확히 노렸다.

완벽했다.

이토록 깔끔하게 펼친 적은 정말 오랜만이었으나.


따아아악-


목검이 부딪힌 것이라고는 믿기 어려울 소리가 울려 퍼졌다.

손바닥을 타고 상당한 충격이 느껴진다.

그 얼얼한 감각에 마중호의 눈이 부릅 떠졌다.


'....뭣이?'


분명 내공의 양에서는 앞설 터.

이것만은 확실했다.

암천마가에서 수많은 영약을 섭취해 온 그가 이제 마교에 투신한 애송이보다 내공이 적을 리는 없었으니까.

하지만 놀랍게도 단지명이 뻗은 목검은 그의 것과 동수를 이루었다.

뿐만이 아니었다.

한 발짝 더 나아가, 반격까지 일삼으니.

마중호의 안면에 기다란 그림자가 드리웠다.

그 찰나간 마중호는 다급히 목검을 비스듬히 세워 그것을 막아내었다.


따아아아악-


경쾌한 소리 끝에 목검이 이마를 강타했다.

막는다고 목검을 들어올렸지만, 상대의 목검에 실린 검력을 이기지 못한 것이었다.


"....크윽."


얼얼한 이마를 부여잡을 새도 없이, 마중호는 거리를 벌렸다.

그 이해되지 않는 결과에 고통은 느껴지지 않았다.


도대체. 이게 어떻게 가능하지?


그 짧은 시간 사이 마중호는 단지명의 검초를 복기했다.


'.....노련하다?'


보통 검을 맞대기 전에 전조라는 것이 있다.

어디쯤 검이 부딪힐 것인지.

그 찰나의 시간이 어느 정도일지 예상하는 것이다.


놀랍게도.


그 전조를 파악함에 있어 단지명이 우위였다.

아무리 더 많은 진기가 목검에 실렸다 한들.

검초를 펼칠 때 가장 힘이 강성할. 상대에게 치명적일 순간이 있다.

단지명은 그 전조를 보다 빠르게 읽은 것이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풍부한 경험이다.

즉 뻗은 검격이 미처 힘이 강성하기도 전에 먼저 부딪혀 차단해 버렸다는 뜻.

수없이 검을 맞대고 다양한 검법을 상대한 뒤에 체득한 감각이었다.


'....혜안. 아니. 혜안으로도 부족하다. 이건 오랫동안 쌓아온 전투경험이 아니고서야....'


마중호의 동공이 부단히 흔들린다.


비단 그뿐만이 아니었다.

자신의 무공에 대한 이해.

그 이해도가 지극히 높다.

그래야 적재적소에 원하는 시점에 검을 제대로 위치할 수 있는 것이다.

그 사실을 인지하자, 마중호의 솜털이 곤두서기 시작한다.

알 수 없는 의구심이 마중호를 지배했다.

서늘한 기운이 등골을 스친다.

그래서였을까.

마중호는 단지명의 뒤에 서 있는 어느 고수의 그림자를 보았으니.


'누구냐. 넌....!'


마치 또래가 아닌 높은 연배의 고수에게 지도를 받는 느낌.

그리고 그 찰나간의 방심 속.


휘이이이익-


단지명의 목검이 그의 품을 파고들었다.






#





"후우....."


나는 호흡을 고르며 바닥에 대자로 뻗어진 마중호를 바라보았다.


"도... 도련니이이임!"


뒤늦게 늙은 종복이 달려와, 그의 안색을 살핀다.

이미 눈깔을 뒤집고 혼절한 그가 답할 리가.


그 모습을 보던 나는 간지러운 입매를 긁었다.


어린 교주를 팼다.

그 사실에 묘한 배덕감과 희열이 가슴에 차오른다.


가슴에 한 방.

배에 두 방.

양쪽 어깨는 고루고루 두 방씩.

마지막은 뒤통수를 제대로 가격했다.

물론 제가 아끼는 얼굴은 때리지 않았다.

그것은 가혹한 일일 테니까.


'통해서 다행이네.'


아직 마중호는 어렸다.

벌써부터 첫 초식에서부터 그의 미숙함이 드러난다.

실전 경험은 부족한 풋내기.

아마 부드럽게 지도해주는 가문의 어른들 혹은 가상의 상대로 수련했던 모양이다.

정직하기 그지없는 그의 검초가 그리 말한다.

죽음이 오가는 생사결에 있어, 때로는 그 흐름에 변주를 주어야 한다.

상대는 정직한 초식을 기다려주지 않을 테니까.


"의원.... 의워언!"


나는 늙은 종복에 업혀 가는 마중호를 흘겨보고는 어깨를 으쓱였다.

굳이 미안해하지는 않기로 했다.

그도 나름 얻어가는 게 있을 터.

물론 그에 대한 걱정보단.


'아오.... 시원해.'


이십 년 묵은 체증이 싹 가시는 느낌이다.

저놈 때문에 마교가 얼마나 허망하게 무너졌는가.

제 재능에 취해 시련의 상처만이 중했던 전생의 교주를 팼다.

특히 천예령의 전남편을 두들겨 패주었다는 사실이 묘하게 감흥이 돋는다.

허나 그것도 잠시에 불과했다.


"....."


나는 손바닥에 흐른 습기를 털어내며, 마중호가 사라진 방향을 쳐다보았다.


'.....그래도 천재라 이건가.'


공수의 균형이 무너지기 직전.

마지막으로 그가 보여주었던 절묘한 한 수.

자칫하다간 판도가 기울어질 뻔한 치명적인 수였다.

그가 익힌 무공이 뛰어난 것도 있거니와, 그의 재능이 그 짧은 경험을 흡수하고 개변한 것이다.

그 놀라운 재능에 나는 눈을 가늘게 좁혔으니.

마냥 이겼다고 좋아할 일은 아니었다.


더 강해져야 해.


마중호가 따라잡기 전에.

아니. 그보다 훨씬 멀어져 그 괴물 같은 천예령까지 넘어서야 한다.

천마가 되려면.

예견된 마교의 멸망을 바꾸기 위해선.


나에겐 안주할 시간이 없었다.






#





"시.... 신녀님."


한 시비가 다급하게 달려와 변고를 알린다.


후릅-


내실에서 차를 음미하던 천예령의 동작이 우뚝 멈추었다.

그리고 눈만 돌려 시비를 흘겨보았다.


"무슨 일이지."

"그... 그게...."


복잡한 표정의 시비였다.

정확히는 당황한 것이었다.

한참 뜸을 들이던 그녀는 결국 힘겹게 가져온 소식을 토로하였으니.


"그... 신녀님께서 이번에 들이신 사내아이요."

"단지명?"

"예. 그 단지명이란 분이 암천마가의 적자분과 비무를 했대요...."


천예령의 눈썹이 들썩였다.

이내 그녀는 입술을 대던 찻잔을 조용히 내려놓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암천마가의 적자. 마중호.

무공 수련이나 하라고 마련동에 보냈더니, 그와 마주한 모양.

반골이었던 단지명이 기어코 사달을 낸듯했다.


'억센 녀석이긴 해도 멍청한 것처럼 보이진 않았는데.'


가볍게 한숨을 내쉰 천예령이 입술을 열었다.


"그래서 얼마나 다쳤지."

"엄청.... 심하게 다쳤대요."

"당연한 일이야. 그러니까 얼마나."

"갈비뼈 두 대가 나가고, 어깨가 탈골되었다고 해요. 머리 쪽 충격도 상당했던지 일어나자마자 노련한 무인이니 뭐니 횡설수설했다고...."


확실히 들어보니 많이 다친 것 같다.

하지만 결국 제가 제 무덤 판 꼴이다.

굳이 그녀가 그를 걱정해야 할 이유는 없을 터.

그래도 굳이 한 가지가 있다면.


"눈은."

"....네?"

"눈은 멀쩡해?"

"네. 따로 시력에 문제는 없다고 한 것 같아요."

"그나마 다행이네. 멍청한 놈. 내가 판단을 잘못한 모양이야. 그래서 지금 어디에 있지?"

"암천마가...겠지요?"

"뭐? 그놈이 왜 암천마가에 있어."

"당연히 암천마가의 적자분이시니까요...."


찰나간 천예령의 몸이 굳었다.

문맥에 괴리가 생기자, 머리로 이해하려 애를 썼다.


"잠깐. 누가 다친 건데?"

"암천마가의 적자분요."


천예령의 왼쪽 눈이 일그러졌다.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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