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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크 님의 서재입니다.

온다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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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이루크
작품등록일 :
2020.10.26 18:50
최근연재일 :
2021.02.22 00:15
연재수 :
87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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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04
추천수 :
380
글자수 :
258,546

작성
21.01.11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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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자
9쪽

66화. 설득

DUMMY

“폐하! 흡으으.. 흐으.”


평원왕의 승하 소식을 듣고 문덕은 매우 비통한 나머지 바닥에 엎드려 손으로 땅을 내려치면서 서러움에 북받쳐 처절하게 오열하며 통곡을 하였다.


그것도 고구려국이 아닌 명나라에서 알게 되어 말할 수 없이 침통했다. 문덕은 무슨 일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맡은 책무와 소명을 다하는 것이 이 나라 고구려와 평원왕의 유지를 받드는 것이라고 판단했다.


평원왕의 제세시에 그토록 학수고대하던 숙원인 수나라를 정복하는 것을 끝끝내 보지 못하고 눈을 감았으니 문덕은 가슴이 아팠다.


**


“뭐라고? 아직도 그자가 돌아가지 않았단 말인가?”


“예! 원수공.”


강이식의 오른팔이자 보좌관인 천룡이 보고 했다. 강이식은 살면서 그토록 뚝심과 아집이 센 자는 처음이었다. 강이식은 거절 의사를 명백히 밝혔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꿋꿋하게 버티고 있었다.


바로 정체불명의 사나이, 을지문덕이라는 청년 때문이었다. 무엇 때문에 문덕이 명나라에 찾아와 자기를 만나러 하는지 간파했기 때문이다.


한때, 고구려 왕실과 깊은 인연이 있었던 강이식은 서기 550년 3월에 출생하였고 부친은 강철상이고 모친은 한재희였다. 이식의 고조부가 제20대 장수왕이며 증조부는 태성태자, 친조부는 고구려 제21대 문자명왕 친조모는 후궁 송자영, 고모는 안학공주, 백부는 고구려 제22대 안장왕, 그리고 제23대 안원왕이기도 했다.


자신의 존재로 하여금 앞으로 고구려 왕실에 엄청난 혼란을 야기 시킬 것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여러 문신들이 강이식을 설득하러 왔으나 한번도 성공한 사례가 없었다.


자신이 옳다고 판단되면 움직이는 사람이었고 될수있으면 초야에 묻혀 조용히 살고 싶었다.

그래야 권력승계에 거센 충돌이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덕은 이곳에 와서 불면불식한지 달포가 지났다. 소나기를 맞고도 비를 피하지 않았고 숨이 턱턱 막힐 정도로 폭염이 기승을 부리는 뙤약볕 아래에서 문덕은 초지일관 꿈쩍도 하지 않고 미동한 채 없이 강이식이 머무는 요새, 성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후, 성문이 열리고 천룡이 나온다. 용병들도 뒤따라 나온다.


“이 자를 포박하여 옥에 가두어라!”


“예! 장군님.”


문덕은 자신의 몸을 포승줄로 묶어 이들이 옥에 가둘 때까지 전혀 경솔한 행동을 보이지 않고 일체 반항하지 않고 순순히 응했다.


이때만 해도 문덕이 비범한 인물이라는 것을 강이식은 전혀 짐작조차 못했다.


문덕은 강이식의 산채 문턱을 넘어서면서 자연스럽게 사위를 살폈다.


강이식을 따르는 자들은 수나라에 끌려온 노예들인데 대부분 어느 부족에도 귀속되지 못한 떠도는 북방유목민이나 고구려 유민들이었다.


을지문덕은 사람들을 풀어 강이식이 어떤 인물인지 꼼꼼하게 조사했을 것이다.


강이식이 왜 고구려와 손을 잡으려 하지 않는 것도 매우 잘 알고 있어서 무슨 일이 있어도 무력이나 강압이 아니라 강이식의 마음을 사로잡아 반드시 설득해서 고구려의 태대형, 대장군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강이식은 그동안 원한을 살 일을 참 많이 한 것 같았다. 대낮에는 산채 밖으로 나오지 않았고 야밤에 활동을 주로 하였다.


본질적으로 고구려의 피가 어디가겠는가? 오랑캐에게 잡혀있는 고구려 유민이라면 강이식은 구출하기 위해 아마 물불 안가리며 이곳 저곳을 헤집고 다녔던 것이 틀림 없었다.


그로인해 반대세력들이 그를 죽이기 위해 눈을 부릅뜨고 혈안이 되어 있었다.


남경 저자거리 곳곳에 강이식의 용모파기가 붙어 있었고 수배령 고지가 내려진지 한참 되었다.


영락없이 평범해 보이기 위해 보부상으로 감쪽같이 위장한 문덕은 산채 분위기의 낌새가 좋지 않다는 것을 단번에 눈치를 챘고 결국 숨은 본성을 드러낼 수 밖에 없었다.


“그것은 틀림없이 모마혜였다. 산채에서 굳이 왜 그런 신발을 신어야 했을까? 내부 안에 누군가 원수공의 목숨을 노리고 있다.”


모마혜(발자국을 지우는 신발을 뜻한다. 주로 자객들이 사용함)


문덕은 상념에 젖은 표정으로 말했다.


소매 안에 숨겨놓은 화살촉으로 포승줄 끝을 두 세번 흠집을 내어 살짝 두 손에 힘을 주자 포승줄이 툭 소리를 내며 풀어진다.


문덕은 기질을 발휘해 감옥을 지키는 사병을 기절 시키고 빠져 나간다.


수상한 자객들이 월담하여 경계를 지키는 사병을 단숨의 제압하고 강이식이 있는 본채로 향했다.


외곽 경비를 맡고 있는 사병들이 바닥에 널부러진 상태로 절명한 것을 뒤늦게 발견한 천룡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원수공이 위험하시다!”


용의주도한 대여섯명의 자객들이 복면을 쓰고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매우 일사분란해지며 강이식이 머물고 있는 본채 이곳저곳에 횃불을 붙여 방화를 저지른다.


강이식은 저녁에 하인이 올린 보이차를 마시고 깊이 잠들었는데 누군가 의도적으로 강이식을 음해 하기 위해 약을 친 것이 틀림없었다. 강이식은 매쾌한 연기를 마시고도 일어나지 못했다.


방화를 저지른 자객들이 임무를 완수하고 달아날 무렵 다른 사람도 아닌 문덕에게 덜미를 잡히고 말았다.


“웬놈이냐! 저 자를 죽여라!”


흑두건을 두른 문덕은 역시나 명불허전이었다. 순식간에 뛰어와 진검으로 네 사람을 매우 빠르고 신속하게 단번에 제압한다.


그 사이에 천룡이 재빨리 본채 안으로 뛰어들어와 온몸으로 때리며 잠긴 문을 부수고 깊은 수면에 빠진 강이식을 구출한다.


상대가 도저히 되지 않을 것 같았던 두 사람은 위기의식을 느끼고 잽싸게 그곳에서 달아났다. 그러나 그들이 순순히 도망치도록 관용을 베풀 문덕이 아니다.


손이 자연스럽게 등뒤로 향하더니 활통에서 활과 화살을 꺼내 죽기살기로 도망치는 남자에게 겨냥했다. 사정거리는 반경 90미터 밖에 되지 않았다. 이 두 사람은 무시무시한 문덕의 손아귀에 벗어날 수 없다. 아주 빠른 손놀림으로 화살 두 개를 현 중앙에 걸어 힘껏 날린다. 화살은 한치 오차도 없이 정확하게 각자 두 사람의 다리 한 쪽씩 오금에 명중시켜 사로 잡을 수 있었다.


문덕의 도움으로 강이식은 정체절명 위기에서 목숨을 구할 수 있었으니 하루 아침에 생명의 은인이 되어버렸다.


강이식의 측근들 중 적대세력과 내통한 첩자가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문덕이 도망치는 자객을 죽이지 않고 생포 했기에 그 원인을 조만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강이식은 문덕이 돌아가면 이 문제를 숙고하여 처결할 생각이었다. 그토록 냉정했던 강이식은 모든 내막을 듣고 마음이 바뀌었는지 문덕을 만나기로 했다.


“그럼 들어볼까? 내가 왜 고구려를 위해 충성을 해야하는지 어디 그대가 나를 설득해 보시오?”


강이식은 태연자약한 표정으로 말했다.


“초야에 묻혀 살지 마시고 이제 그만 입성 하십시오! 원수공께서 품은 원대한 큰 그림을 비로소 실현하실 때가 온 것입니다.”


문덕이 담담한 표정으로 말했다.


“그대 뜻은 고마우나.. 나로 하여금 조정은 언젠가는 큰 시련이 닥칠 것이오.”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소신이 막겠습니다.”


문덕은 냉철한 눈빛으로 말했다.


“뭐라고?”


강이식은 눈빛이 민첩하게 동요한다.


“양견이 황제로 옹립 된 후 집요하게 세작들을 보내 고구려를 침공하려는 모사를 꾸민다는 전갈을 듣고 그 이후부터 소신은 눈도 멀고 귀도 멀었습니다. 원수공이 필요하시다면 소신을 방패 삼아 밟고 올라서십시오. 지금에 고구려는 연태조가 권력을 좌지우지 하고 있으나 소신은 이 나라와 백성을 위해선 누구와도 그 손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소신은 수나라를 정복 할 수만 있다면 이 한 목숨 기꺼이 바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소신의 주검이 이 하늘 아래 가장 빛나고 강대한 나라로 만드는 데 거름이 되고 초석이 될 수 있다면 죽어도 여한이 없습니다.”


이미 강이식은 을지문덕의 뛰어난 지혜와 협상능력에 반하고 화술의 현혹이 되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알겠네. 자네가 원하는 대로 일조하겠네. 그럼 이제부터 나는 무엇을 하면 되겠는가?”


“감사합니다.”


그 말을 듣고 문덕은 안도하며 낯빛의 화색이 돌고 살포시 미소가 번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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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80화. 참회의 시간 +2 21.02.06 32 2 7쪽
80 79화. 남자의 순애보 +4 21.02.05 34 2 7쪽
79 78화. 카르델의 위기 +6 21.02.04 34 3 7쪽
78 77화. 숨은 전략 +6 21.02.03 43 3 7쪽
77 76화. 가짜 금합 +4 21.02.02 31 2 6쪽
76 75화. 추격 +6 21.01.29 46 3 10쪽
75 74화. 선전포고 +6 21.01.28 42 3 5쪽
74 73화. 미끼 +6 21.01.25 39 3 11쪽
73 72화. 고우열의 분노 +8 21.01.21 47 4 6쪽
72 71화. 고민상담 +8 21.01.21 38 4 5쪽
71 70화. 형제의 동침 +9 21.01.19 48 4 12쪽
70 69화. 필연적인 조우 +7 21.01.18 39 3 11쪽
69 68화. 진정한 위엄 +8 21.01.15 35 4 5쪽
68 67화. 양견의 권세 +8 21.01.13 36 4 9쪽
» 66화. 설득 +8 21.01.11 42 4 9쪽
66 65화. 비상하는 고구려 +7 21.01.09 41 3 6쪽
65 64화. 마성의 귀공자 +7 21.01.08 52 5 4쪽
64 63화. 숙명 +7 21.01.06 42 4 7쪽
63 62화. 도피처 +10 21.01.04 47 5 5쪽
62 61화. 견제 +10 21.01.04 41 5 7쪽
61 60화. 벼슬자리 +8 21.01.01 55 4 5쪽
60 59화. 연인 +7 21.01.01 44 5 5쪽
59 58화. 유일한 안식처 +9 20.12.31 46 5 9쪽
58 57화. 음해 +10 20.12.28 52 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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