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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루크 님의 서재입니다.

온다르

웹소설 > 자유연재 > 퓨전, 드라마

완결

이루크
작품등록일 :
2020.10.26 18:50
최근연재일 :
2021.02.22 00:15
연재수 :
87 회
조회수 :
4,706
추천수 :
380
글자수 :
258,546

작성
20.12.31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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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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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9쪽

58화. 유일한 안식처

DUMMY

“어머니.. 소자, 잘 다녀왔습니다.”


효심이 지극한 온달은 레오나를 눈 앞에서 마주하자 마자 누가 보든 말든 주위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검을 바닥에 내려놓고 경건하게 예를 갖추며 바닥에 엎드려 큰절을 한다.


온달이 고구려 사절단과 수나라로 원정에 오르고 나서 돌아오는 길에 말갈족 기습으로 실종이 되고 연해주에 억류 되어 있다가 그곳에서 온달의 안위와 신변이 위태로웠던 적도 있었고 그 다음에는 소그드왕국을 장악하여 그라쿠스 왕을 처단하고 유폐 시켰다. 또한 그라쿠스를 추종하는 반군 세력들을 모두 굴복 시켰다.


그리고 선황제를 끝까지 받들려고 했던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라쿠스 왕은 이들에게 무기노동교화형을 선고하였다. 하루 아침에 노예로 전락한 것도 억울할 판에 감옥에 갇혀 노환으로 죽을 때까지 노동을 해야하는 잔인한 형벌이었다.


인간 취급을 받지 못할 정도로 말로 다 못할 참혹하고 심한 고초를 겪은 영주들과 충성스러운 신료들과 재장들이 해방되고 자유를 누리게 했으니 온다르 왕자는 이제 그들의 구원이자 진정한 태양, 영웅이었다.


온달은 거의 6개월 반만에 고구려 도성에 있는 레오나를 만날 수 있었다. 레오나는 이미 온달이 그동안 어떻게 지내고 있었는지 평원왕에게 줄기차게 소식을 들었다.


온달은 겉으로 표현을 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말할 수 없이 힘이 들었을 것이다. 온달은 레오나 앞에서 특히 속마음을 숨길 수 없었는지 레오나 품 안에 그대로 몸을 내 맡기고 꺼이꺼이 소리내면서 오열했다. 과묵한 온달의 마음을 매우 잘 알고 힘들어도 웬만해선 내색 조차 하지 않기에 레오나는 아무런 말 없이 온달의 등을 두 팔을 포개어 따뜻하게 어루만진다.


얼마만에 맡아보는 체취일까... 어머니의 살냄새가 안식을 찾아준다.


온달은 1시진 넘게 울다가 수분이라는 수분은 몽땅 밖으로 배출되어 눈물샘이 메말라갈 때가 되자 긴장이 풀어졌는지 탈진이 오고 그동안 누적된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던 것이다.


그래서 온달은 이틀 동안 깨어나지 않고 긴 수면에 빠졌다.


**


“낭군님.”


온달이 눈이 떠지고 어디서 맡아 본 냄새와 익숙한 환경을 보고 자신이 예전에 살던 집이라는 것을 알아챈다.


레오나의 베 짜는 솜씨는 아무도 흉내낼 수 없다. 손수 직접 만들어서 선물한 것이다. 호청은 광목이고 한땀한땀 바느질을 한 꽃자수와 황금색 비단이 마치 왕족들이 쓰는 이불처럼 화사했다. 순백에 목화솜을 넣어 사계절 내내 마약처럼 포근한 잠자리를 만들어준다. 베갯잇에도 좋은 말리꽃 향기가 났다.


“소첩이 조반상을 준비했습니다. 그만 일어나셔요?”


“부인.”


온달은 이불을 걷어차고 벌떡 일어난다. 온달은 이렇게 누워서 평강의 문안을 받는 것이 적응이 안 되는지 생시가 아니라 꿈인 줄 알았다.


온달은 얼마나 울었는지 눈두덩이는 퉁퉁 부어 있고 눈꼽도 보이고 아직도 잠이 덜 깨서 온달의 눈동자가 몽롱했다.


온달의 긴 머리칼이 베게에 눌려 부시시하고 헝클어져 있어도 평강은 세상에서 온달을 지극히 사랑한다.


“소첩, 가이우스 부사령관에게 들었습니다. 그동안 경황이 없어서 제대로 된 식사 한 끼 편하게 하신 적이 없으셨다고 했습니다. 소첩, 그 이야기를 듣고 낭군님께서 큰 병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필히 염려가 되어 공연히 낭군님의 잠을 깨우게 되었습니다. 용서하십시오.”


평강은 애잔한 미소를 띄우며 온달에게 말했다.


“곡끼를 끊게 된 것은 배가 전혀 고프지 않았기 때문이죠. 저를 도와준 모든 사람들이 감자 두 개로 하루를 버티며 허기를 달랠 수 밖에 없는 것이 안타까워 그리 하였습니다. 거사를 마치고 문득 제일 먼저 떠오르던 사람이 어머니와 부인이었습니다.”


온달은 상냥하게 미소 지으며 평강공주의 손을 잡는다.


“전쟁에 대한 공포와 두려움 보다 반드시 살아서 부인을 이렇게 만나고 싶은 생각만 오로지 간절했습니다.”


평강은 눈시울 붉히며 옅게 미소 짓는다.


“힘없고 가난하고 빈천한 놈한테 시집 와서 눈먼 어머니를 부양하는 것은 매우 고되고 힘든 일입니다. 그렇게 저는 부인을 고생만 시키고 아무것도 해준 게 없었죠. 저는 부인에게 항상 받기만 한 것 같습니다. 부인을 만나지 못 했다면 전 아마도 천지분간 못하는 평양에 사는 바보온달로 쭉 살았을 것입니다. 이제는 제 몫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부부의 연으로 맺어 일생동안 함께 하며 하늘이 허락한 날까지 그 은혜를 갚을 수 있게 저에게도 기회를 주셔야 합니다.”


“낭군님... 은혜라뇨. 당치 않으십니다.”


“회임을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온달은 잔잔하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평강은 수줍게 미소를 지으며 시선을 다른 곳에 둔다.


“예.. 석달이 되었습니다.”


온달은 환희로 가득한 눈빛으로 어느새 평강의 배가 도드라지게 볼록하게 나와서 태를 유지한 것을 잠시 바라보다가 손을 뻗어 평강의 몸을 가슴 쪽으로 끌어안아 얼굴 뺨이 닿게 하여 뒷머리를 천천히 손으로 훑어 내린다.


온달은 자연스럽게 평강의 윗이마에 버드키스를 하며 순수하게 자기 방식대로 애정을 표현한다.


“고맙습니다. 부인.”


평강은 온달에게 그 기쁜 소식을 제일 먼저 알려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데 온달의 뱃속에서 자꾸 눈치없이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시도때도 없이 브레이크를 걸어왔다.


민망한 온달이 뺨이 붉게 물든다. 행여나 난처해 할까봐 평강은 곧바로 행동을 개시한다.


“시장하시죠? 조금만 기다리세요.”


평강은 살풋 웃으며 일어나서 주방으로 향한다.


현미밥, 만성염증에 좋은 어수리나물무침, 칼슘이 풍부한 살이 도톰한 굴비 두 마리, 피로회복과 위와 장을 튼튼하게 해주는 도토리묵무침, 충치예방과 소화를 돕는 동치미, 면역력 향상에 도움을 주는 표고버섯볶음, 안구건조증에 좋은 참나물무침, 기관지에 좋은 더덕장아찌, 약콩 발효시킨 청국장도 보였다.


평강의 현명한 내조는 한결같았다.


제3자가 봤을 때는 너무 소탈하고 야박한 것이 아닌지 의문이 들기도 할 것이다. 평강은 명색이 고구려 황족 신분이기도 한데 돈이 없어서 기름진 육류를 먹이지 않는 게 아니라 수련시절 대식가였던 온달을 소식주의자로 탈피 시킨 장본인으로 이것이 온달의 몸을 고려한 균형잡힌 최상의 식단이었다.


그렇다고 맛이 없는 게 아니다. 두뇌만 명석한 것이 아니라 대장금 저리가라 할 정도로 수준이 높다. 평강의 사전에 대충이란 것은 없다. 다른 사람이 아닌 이 세상에서 오직 한 사람, 소중한 님의 입에 들어가는 것이니 찬 하나 하나에 정성이 깃들어져 있어서 아주 꿀맛이다.


이 시기에 가뭄이 매우 심했기 때문에 그나마 평강이 재료를 준비할 수 있는 길은 산에 오르는 것이었다.


온달에게는 만병통치약이나 다름없었다. 온달은 언제나 편식을 부리지 않았고 영양이 골고루 듬뿍 들어간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을 즐겨 먹었기 때문에 조금만 먹어도 든든할 것이다.


온달은 매사 신중하고 조급함이 없고 태만하지도 않고 주위가 산만하지도 않다. 집중력과 위기 대처 능력이 뛰어나고 결단력이 빠른 것도 식습관이 사람에게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 한다.


그래서 온달이 시베리아 연해주 혹한기에서도 감기를 걸리지 않은 것도 아마 그 이유 때문일 것이다.


온달은 청국장 냄새, 참기름 냄새, 생선 굽는 냄새가 코를 찌르니 영혼이 털리는 것 같았다. 얇은 벽창호가 냄새까지 막아 줄 수 없었다. 온달을 10분~15분을 기다리게 한 것은 거의 고문 수준이나 다름없었다.


정신이 혼미해져 네 발로 기어 나오려는 것을 평강의 시야에 걸리고 온달의 눈이 어린아이처럼 반짝반짝 빛이난다.


“부인.. 반찬이 세 개가 더 늘었습니다. 굴비...”


평강은 태연하게 밥상을 들고 들어오려 하자 배려심이 깊은 온달이 눈치 빠르게 튀어 나와서 누가 봐도 꾀 무게가 있어 보이는 밥상을 얼른 가로채 가더니 방으로 옮겨준다.


“낭군님을 위해 밥을 한 되나 하게 되었습니다. 부족하면 더 말씀하세요.”


“홀몸도 아닌데.. 앞으로 이런 일은 저한테 시키셔야 됩니다.”


온달은 덤덤한 표정으로 말했다.


“예. 조심하겠습니다.”


“반찬을 언제 이렇게 다 준비하셨습니까? 너무 맛있을 것 같습니다. 부인도 함께 들면 좋겠습니다.”


온달은 매우 행복한 미소를 짓고 몹시 감동한다.


“내일 아바마마께서 궐에서 서방님을 위해 모든 대소신료들이 참석하는 연회를 베푸신다고 하십니다.”


“안 그러셔도 되는데...”


술을 여전히 약한지 온달이 갑자기 커다란 술 항아리가 생각이 나서 덜컥 겁을 먹기 시작했다. 지나친 애정표현, 장난을 즐기는 평원왕이 내려주는 하사주가 이번에도 온달은 사양하지 못하고 코가 삐뚤어질때까지 술을 마시고 취하는 것은 안봐도 비디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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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83화. 아단성 +4 21.02.13 35 2 8쪽
83 82화. 사랑 +2 21.02.11 39 2 7쪽
82 81화. 건무의 활약 +2 21.02.09 41 2 6쪽
81 80화. 참회의 시간 +2 21.02.06 32 2 7쪽
80 79화. 남자의 순애보 +4 21.02.05 34 2 7쪽
79 78화. 카르델의 위기 +6 21.02.04 34 3 7쪽
78 77화. 숨은 전략 +6 21.02.03 43 3 7쪽
77 76화. 가짜 금합 +4 21.02.02 31 2 6쪽
76 75화. 추격 +6 21.01.29 47 3 10쪽
75 74화. 선전포고 +6 21.01.28 42 3 5쪽
74 73화. 미끼 +6 21.01.25 39 3 11쪽
73 72화. 고우열의 분노 +8 21.01.21 47 4 6쪽
72 71화. 고민상담 +8 21.01.21 38 4 5쪽
71 70화. 형제의 동침 +9 21.01.19 48 4 12쪽
70 69화. 필연적인 조우 +7 21.01.18 39 3 11쪽
69 68화. 진정한 위엄 +8 21.01.15 35 4 5쪽
68 67화. 양견의 권세 +8 21.01.13 36 4 9쪽
67 66화. 설득 +8 21.01.11 42 4 9쪽
66 65화. 비상하는 고구려 +7 21.01.09 41 3 6쪽
65 64화. 마성의 귀공자 +7 21.01.08 52 5 4쪽
64 63화. 숙명 +7 21.01.06 42 4 7쪽
63 62화. 도피처 +10 21.01.04 47 5 5쪽
62 61화. 견제 +10 21.01.04 41 5 7쪽
61 60화. 벼슬자리 +8 21.01.01 55 4 5쪽
60 59화. 연인 +7 21.01.01 44 5 5쪽
» 58화. 유일한 안식처 +9 20.12.31 47 5 9쪽
58 57화. 음해 +10 20.12.28 52 5 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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