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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 님의 서재입니다.

중학인생 역전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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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k2705
작품등록일 :
2018.04.11 21:14
최근연재일 :
2018.08.23 23:39
연재수 :
94 회
조회수 :
410,221
추천수 :
5,849
글자수 :
447,134

작성
18.04.12 20:50
조회
10,425
추천
145
글자
8쪽

2화: 자각몽이냐 현실이냐 (2)

*습작을 겸하고 있으며, 머리 속에 떠오르는 대로 써 볼 생각입니다. 다시 한 번 잘 부탁드립니다.




DUMMY

중학인생 역전 프로젝트

2화 :자각몽이냐 현실이냐 (2)


‘삼산(三山)중학교’, 한자 그대로 교표에 산봉우리 세 개가 떡하니 박혀 있는 이 학교는 고등학교 비평준화 시절 나름 끝발 날리던 학교로 유명했었다. 다만 평준화 이후에도 특목고라는 제2의 대박을 잡은 덕분에 여전히 명문 타이틀을 가지고 있긴 했다. 그러나 이는 부모의 시선이었을 뿐, 학생들에게는 쓸데없이 두발 규정만 엄격하고, 시험 문제만 더럽게 꼬아서 내는 학교에 지나지 않았다.


“하나에 머리를, 둘에 단정히, 실시! 하나.”


“머리를!”


“둘”


“단정히!”


정문 앞의 한 선생의 구령에 따라 두발 검사에 걸린 학생들이 정신 교육을 빙자한 얼차려를 받고 있었다. 확실히 옛날이긴 옛날인 모양이었다. 요즘 같으면 저 정도 길이의 머리도 오히려 양호한 수준이었을 테니··· 잠깐, 아니야 이건 현실이다. 몇 년 후 학생들이 학교에서 모델 뺨치는 수준으로 패션쇼를 벌이는 건 한 중학생의 망상으로 끝나야 했다.


하지만 마음 먹은 바와 달리 지금의 자신과 주변의 모든 것들이 낯설게만 느껴지는 건 어떻게 바꿀 수 없는 노릇이었다. 이는 교실에 들어와서도 마찬가지였다. 이제는 고물상에서도 찾아보기 힘들 프로젝터 TV에 에어컨 대신 천장에 매달려 있는 먼지 쌓인 선풍기까지, 하나 같이 전부 옛날 물건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옛 물건들 주변으로 각자 옹기종기 모여 있는 반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분명 얼마 동안 같이 부대끼게 될, 혹은 부대꼈을 아이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얼굴이나 이름이 확실하게 기억나는 이들은 보이지 않았다. 만일 과거로 돌아온 게 맞다고 가정한다면 그들은 필히 재웅 자신의 인생에 잠깐 스쳐 지나가고 말았을 인연임이 틀림없었다.


당연하게도 재웅은 자기 자리가 어디인지 찾을 수 없었다. 당장 본인이 무슨 말을 했는지도 까먹는 판에 별 기억도 나지 않는 중학교 1학년때 자리를 어떻게 기억하겠는가? 하지만 천만다행으로 각 책상 덮개에 이름표가 붙어있어서 재웅은 별 탈없이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오늘 머리 걸린 애들 나와라.”


신소영 선생님. 지금까지 겪어온 선생님들 중, 그냥 저냥 무난했던 사람이었다. 다만 중학교 첫 담임 선생님이었기에 재웅은 그녀를 곧바로 기억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여기저기 흩어진 기억을 대충 모아보아도 딱히 나쁜 기억을 준 적은 없었던 것 같았다. 그러나 그녀가 고운 심성을 가져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김규홍, 심영진, 황진호. 빨리 안 나와?”


선생이 언성을 높이며 학생들을 날카롭게 쏘아보았다. 그와 동시에 재웅은 오늘이 대충 며칠인지 기억해냈다. 때는 바야흐로 중학교에서의 첫 학기가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은 3월 12일, 그가 ‘왁스’라는 게 뭘 가리키는 건지 처음으로 알게 된 날이었다.


“너희는 벌써부터 교칙 위반할 생각이니? 너희들 점심 시간 전까지 머리 원상태로 복구해, 알았어?”


“네에-”


선생 앞으로 불려 나간 아이들은 대답을 하는 둥 마는 둥 했다. 김규홍, 심영진, 황진호, 그들 역시 신소영 선생처럼 재웅의 기억에 각인 되어 있는 사람들 중 하나였다. 딱히 친해서 그런 건 아니었다. 그들은 이른바 일진이라는 감투를 쓰고 중학교에서 떵떵거렸던 부류였다. 하지만 그 점 말고는 재웅과 딱히 접점이 없었다.


아침 조회가 끝난 뒤, 재웅은 가방에서 수학책을 꺼냈다. 그러지 않기를 바랬지만, 만에 하나 그가 과거로 돌아온 게 맞다면 중학교 교육과정 문제 정도는 굳이 머리 싸매지 않고도 풀 수 있을 터였다. 그는 저마다 떠드는 애들을 뒤로 하고 숙제로 내주었다는 문제들을 보기 시작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난관이 그에게 찾아왔다.


‘땅! 땅! 땅!’


“야! 수업 준비 안 하냐? 다 자리에 앉아! 다 책 꺼내!”


별안간 들리는 목소리에 재웅은 고개를 들어 교탁 쪽을 쳐다보았다. 그런데 정작 교탁에 서있는 건 선생님이 아닌 1학년 15반 날라리 3인방이었다. 그리고 출석부를 교탁에 집어 던지며 조용하라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게 그들의 일상이었다. 또한 그의 기억에 의하면 그 중 단연 최악은 김규홍이었다.


“자, 다 여기 봐, 여기 보라고!! 오늘은 내가 사회 선생님 대신 수업 할 거야.”


누가 해달라고 했나··· 교탁 앞에 선 김규홍은 별안간 분필을 집더니 칠판에 무언가를 그렸다. 그는 확실히 재웅의 기억 속에 남아있을 자격이 있었다. 김규홍이 칠판에 그린 조잡하기 짝이 없는 그림들은 당시 그들이 가장 열심히 들으려 하던 성교육 관련 그림들이었다.


‘하- 저 새끼는 진짜.’


자지러지게 웃는 규홍을 보며 재웅은 한숨을 내쉬었다. 교탁 앞에서 깽판 치는 일은 김규홍이 벌인 쓰레기 짓 중 극히 일부에 불과했다. 그는 이제 만만해 보이는 몇 놈을 때릴 것이고, 타겟 한 두 명을 삼아서··· 잠깐, 내가 이런 걸 다 기억한다고···? 단순한 망상이라 할 수 없는 구체적인 기억이 나열되면서 재웅은 눈을 크게 뜨고 규홍을 다시 보았다.


김규홍, 심영진, 황진호, 김규홍, 김규홍··· 3인방 중 그는 유난히 최근에도 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에 비해 나머지 두 명은 딱히 관심도 가지 않았다. 하지만 기억에 의하면 김규홍은 3인방 중 가장 약했다. 아니 애초에 그는 강한 적이 없었다. 그는 그저 소위 빽이라고 할 수 있던 친구들을 등에 업고 남들보다 더 설쳤을 뿐이었다.


그런데 왜 유독 그의 존재만이 내 기억 속에 강하게 남아있는 것 인가. 수학 문제를 풀던 재웅은 펜을 내려 놓고··· 김규홍을 다시 쳐다보았다. 분명히 재웅은 그에 대해 무언가 다른 걸 더 알고 있었다.


“야, 너 그거 벌써 다 풀었어?”


“뭐라고? 뭘 다 풀어?”


옆에 앉은 짝의 말에 재웅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김규홍의 한심한 작태만 쳐다보면서 펜만 대충 끄적인 게 다인데 뭘 다 풀었다는 거지? 그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수학책을 쳐다보았고, 이내 중대한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너 수학 잘하나 보다?”


“어? 어, 그냥 좀 하는 정도···? 별로 잘하는 건 아니야. 하하..”


사실 별로 잘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는 딱 인서울이라는 허울 좋은 타이틀에 간신히 미칠 정도의 수학 실력만 가지고 있었다. 그나마도 수학의 성적 비중이 적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모든 대학들이 언수외에 공평한 비중을 두었다면 그는 인서울 타이틀도 달지 못했을 게 뻔했다.


각설하고, 지금 중요한 건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 첫 짝궁의 칭찬이 아니었다. 중요한 건 그가 정말 손쉽게 숙제를 풀었다는 것이었다. 딱히 책 내용을 세세하게 읽어 본 것도 아니었고, 문제 풀 때 집중 했던 것도 아니었다. 그냥 개념 설명을 좀만 읽었을 뿐인데, 머리 속에 파묻혀 있던 수능용 회로가 가동된 것 밖에 없었다.


더 이상 부정하고 행복 회로 돌리고 할 것도 없었다. 대학생 이재웅은 이제 중학생 이재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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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4화: 자각몽이냐 현실이냐 (4) +3 18.04.14 9,706 150 7쪽
4 3화: 자각몽이냐 현실이냐 (3) +1 18.04.13 9,925 139 8쪽
» 2화: 자각몽이냐 현실이냐 (2) 18.04.12 10,426 145 8쪽
2 1화: 자각몽이냐 현실이냐 (1) +1 18.04.12 11,465 144 8쪽
1 프롤로그: 잃어버린 금 공강 +4 18.04.12 12,694 142 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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