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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 천재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내스키마
작품등록일 :
2024.05.08 12:08
최근연재일 :
2024.06.16 19:39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7,518
추천수 :
304
글자수 :
276,420

작성
24.05.19 16:46
조회
181
추천
7
글자
17쪽

신기한 것, 희귀한 것(1)

DUMMY



조원 아저씨들의 성화에 마석 찾는 걸 도와주기로 했다.

하지만, 곧 문제에 봉착했다.


나도 지혜처럼 눈을 감고 팔을 벌려 타이타닉 흉내를 내야 하는지 심히 고민이 된다.


찰나에 고민을 마치고 판단을 내렸다.


세상이 무너져도 난 내 방식대로 간다.


팔짱을 끼고 가만히 서서 턱을 오만하게 치켜든다.

이것은 ‘지은이 오빠는 대단히 위대하다’라는 자세다.


그러면서 머릿속 이상한 아저씨들에게 이 근방에 마석이 묻힌 곳을 알려달라고 심상을 보낸다.


그러자-,


삐이이이- 핑!


이명이 들리는가 싶더니 심하게 어지러워진다.

둥근 바위가 반갑다고 인사를 하는 것 같다.


“스킬 발현 시 어지러운 증상은 마력 부족 현상이에요. 오늘은 더 이상 하지 마세요.”


내가 잠시 휘청이자 옆에 있던 마녀가 내 팔을 잡아 부축해준다.


“······.”


마녀도 나와 썸을 타고 싶은 걸까?


아직 셋째 아이 이름을 뭐라 지을지 물어보진 않았다.


“이명이 들리는 것도요?”

“이명요?”

“예. 삐이이이- 하는 그런 소리가 들리는 것 같은데.”

“그건 모르겠어요.”

“예. 일단 이거 좀.”

“큼.”


그녀의 손에서 내 팔을 무사히 지켜내고, 계곡 여기저기 흩어져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만 쳐다보고 있는 아저씨들에게 떠오른 심상에 따라 입을 나불댄다.


“거기, 덕수 아저씨는 저기 큰 나무 쪽, 제가 서 있는 곳을 기준으로 이쪽이 12시 방향이라고 쳤을 때 10시 방향에 일곱 걸음, 서른세 걸음 정도 떨어진 곳에 바닥을 살피시고, 한득 아저씨는 11시 방향, 열세 걸음, 스물아홉 걸음쯤을 살피시고, 수익 아저씨는 12시 방향, 열아홉 걸음, 마흔다섯 걸음, 기수 아저씨는 1시 방향, 열두 걸음, 스물세 걸음, 진용이 형님은 2시 방향······, 어-, 사람이 모자란 데?”


“나도! 나도!”

“그래, 지혜 너는 3시 방향······, 어, 그래도 사람이 모자란 데?”

“저도 있어요.”

“그래요. 마녀는-,”

“예?”

“마법사님은 4시 방향······, 어? 그래도 사람이 모자란 데?”


머릿속에 떠오른 심상을 잊기 전에 얼른 방향과 거리를 아저씨들에게 전파했다.

마치 이 계곡에 누군가가 마석을 뿌려놓은 것 같았다.

하지만 떠오른 심상에 비해 사람 수가 너무 적다.


아직도 네 군데 방향에서 비싼 마석이 우리를 기다리고-,


“천천히 해! 천천히! 나 아직 안 죽었어!”

“크큭! 정말 대단한 녀석이네요.”

“지원이, 네가 최고다. 우하핫!”

“쳐 웃지 말고 빨리빨리 움직여. 지원이 마력 다 떨어지면 더는 못 찾아!”


“그런데, 열두 걸음? 그 걸음이 내 걸음이야 지원이 걸음이야? 사람마다 보폭이 다르잖아.”

“달라 봤자 얼마나 다르겠냐-, 는 아니고, 좀 더 정확하게 알면 더 빨리 찾겠지.”

“좋아. 일단 지금 자리 표시해 두고 모여봐. 아마 지원이 걸음 기준 같으니까 재보고, 방향도 정확하게 정해서 다시 찾아보자고.”


내가 말해준 방향대로 사방으로 흩어졌던 아저씨들이 덕수 아저씨의 체계적인 채집 방법에 동의하는 듯 한쪽으로 모이기 시작한다.


저런 체계적인 방법이 있었다니.


나도 미처 생각하지 못한 아주 적절한-,


주륵.


“······?”


느닷없이 콧물이 흘러내려 코를 손등으로 쓱 훔치는데.

여전히 내 옆에 있던 마녀가 깜짝 놀라 소리쳤다.


“피! 피!”


콧물을 닦은 손등을 보자 벌건 무언가가 묻어 있었다.


갑자기 코피라니, 이건 아직도 내 성장판은 닫히지 않았다는 증거-,


핑!


마치 마녀가 주문을 외운 듯 심하게 어지러워졌다.


계곡 풍경이 어둠에 잠기고, 둥근 바위가 너무나 반갑다며 인사한다.




* * *




끔뻑끔뻑.


······.


뭐지? 왜 갑자기 안개 꿈이지?

아아, 나 갑자기 졸도한 건가?


하긴, 요즘 웬일로 졸립지 않더라.

가끔 이렇게 정신을 잃어줘야 지극히 정상인데.


그런데, 이 아저씨들은 왜 이러는 걸까?


희미해진 안개 속에서 아저씨들이 저마다 흙바닥에 쓰러져 꿈틀거리고 있었다.


누구는 앓는 소리를 내며 바닥을 기고 있었고, 누구는 눈이 풀려 주저앉은 채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다들 안색이 창백한 게 마치 모든 힘을 다 써 방전돼 버린 배터리 같았다.


······.


피? 코피?


아아, 나 때문인 모양이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

하긴 전신의 마력을 다 써본 적이 없었으니까.


음, 각성자가 자신이 보유한 마력을 다 쓰게 되면 이명과 어지러운 증상이 생기다가 코피를 흘리고 쓰러지게 되는 건가?


이상하다.

내가 알고 있는 마력 탈진 현상은-,


······.


음, 비슷한 전조 증상을 인터넷에서 본 기억이 난다.

이젠 이 느낌적인 느낌도 무턱대고 쓰면 안 될 것 같다.


기면증이야 길바닥에 쓰러지던, 침대에서 얌전히 자던 한숨 푹 자고 일어나면 그만이지만, 마력 탈진은 심하면 전신의 마력이 폭주해 마력 병으로 이어지거나 두 번 다시는 마력을 발현하지 못하는 쓸모없는 몸뚱이로 변해 각성자 자격을 상실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럼 의료보험 혜택도 못 받으니 엄청난 손실이다.


그나저나-,


- 아 아아! 아아 아아아!(나 왔어요! 다들 일어나 봐요!)

- 아아 아아 아아아?(지금 나 때문에 이런 겁니까?)

- 아아, 아아아, 아앙 아아앙?!(아니, 뭐라고 말 좀 해보라니까요?!)


혼자 꽥꽥거리며 아저씨들에게 나 왔다고, 힘내라고 소리를 질러보지만.

흙바닥에서 좀비처럼 꿈틀거리는 아저씨들은 슬쩍 날 쳐다보고는 앓는 소리만 낼 뿐이다.


······.


갑자기 불안해진다.


내 정확하고도 확실한 느낌적인 느낌으로 판단한 건데, 이 아저씨들이 내 머릿속에서 사라져버리면 난 아마도 비루한 F급 각성자로 돌아갈 것만 같은 아주 불길한 예감이 든다.


내 머릿속 뉴런 세포들이 이상한 아저씨들로 변한 것인지, 아니면 진짜 이해할 수 없는 기이한 현상으로 인해 아저씨들이 내 머릿속에 살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지금까지 나에게 단 한 번도 피해를 준 적이 없고-,


환청, 헛것, 기면증, 이명, 두통, Pstd 등등은 모두 이 아저씨들 때문 아니었던가?


······.


그래도!


처음엔 나도 정신 이상이 생긴 것이 아닌가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지금은 이 아저씨들이 전해주는 느낌적인 느낌 없이는 지은이의 마력 병 치료비와 우리 가족이 안락한 노후 생활을 영위할만한 금전적인 수입이 사라질지도 모르는 일이니-,


······?


꿀꺽꿀꺽.


응? 포도 맛?


사아아아-


갑자기 주변의 아지랑이가 벌겋게 물들어 간다.


벌건 아지랑이가 흙바닥에서 꿈틀거리던 아저씨들 몸으로 빨려 들어간다.

마치 아저씨들이 온몸으로 벌건 아지랑이를 흡수하는 것처럼 보인다.


갑자기 포도 맛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괴이한 일이 벌어졌다.




* * *




“······했으니 곧 깨어날 겁니다. 근데 이거, 우리도 하나밖에 없는 건데······.”

“값은 공동 정산 비용에서 차감해서 치르겠네. 그래도 무척이나 고맙네, 마법사 아가씨.”

“뭐, 아깝긴 해도 투자라고 생각하죠. 위급한 상황이었으니까 오빠들도 이해할 거예요. 그런데 왜 탈진이 되도록 마력을 발현했을까요? 분명 중간에 전조 증상이 있었을 텐데.”

“초짜라서 그렇겠지. 나도 몇 번 당해 본 적이 있네. 그때는 정말 죽는 줄 알았는데-, 그래도 이 녀석은 복에 겨운 거지. 바로 마력 포션을 복용했으니까 금방-,”


끔뻑끔뻑.


누군가가 내 옆에서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양이다.


화려한 빛무리가 하늘을 덮고, 두 개의 심장이 한쪽으로 기울어진 하늘을 멍하니 쳐다보다 천천히 상체를 일으켰다.


“오! 깨어났어? 괜찮냐?”

“한지원 씨, 괜찮아요?”

“포도 맛.”

“예?”

“빨간 포도.”

“꿈꿨냐? 뭔 소리야?”


“······어떻게 된 겁니까?”


계곡 주변, 거목 밑 바위 위에서 난 그렇게 정신을 차렸다.


전혀 이해 못 할, 뜬금없는 꿈을 꿔서 그런지 머리가 멍- 하다.


그래도 팔다리가 다 붙어 있으니 심각한 상황은 아니다.


“어? 지원이 깨어났다! 괜찮아?”

“걱정하게 만들지 좀 마라!”

“쉬고 있어! 아무것도 하지 말고 철수할 때까지 그냥 가만히 있어. 나머지는 우리가 할 테니까.”


내가 정신을 차린 걸 알아챘는지 계곡 여기저기서 조원 아저씨들이 손을 흔들며 괜찮냐고 물어본다.


나 역시 아직은 팔다리가 잘 붙어 있다고 손을 흔들어줬다.


“인기가 많네. 뭐, 어떻게 되긴. 너 마력 발현할 때 그냥 무턱대고 하냐? 아무리 초짜라고 해도 자신이 보유한 마력량도 몰라? 그리고 좀, 탈진할 것 같으면 중간에 그만두던 가 해야지, 왜 고집을 부려서 이런 상황을 만들어? 조원들이 얼마나 놀랐는 지 아냐? 이게 다 자신들 때문이라고-,”


아아, 코에서 피가 멈추니 이젠 귀에서 피가 나는 것 같다.


손가락으로 진짜 피가 나는지 귓구멍을 확인하자, 그제야 덕수 아저씨 잔소리가 멈췄다.


“큼, 마법사 아가씨한테 고마워해라. 마침 마력 포션을 가지고 있어서 그거 복용했다. 그러니까 네가 지금 멀쩡하게 귓구멍이나 후비고 있는 이유가-,”

“고맙습니다.”

“뭐, 상응하는 금액은 받을 거예요. 그러니까 너무 고마워할 필요는 없어요.”

“그럼, 그게 포도 맛입니까?”

“예?”


아닌가?


분명 포도 맛이었는데.


“크음, 우선 미안하다. 괜히 우리가 오지랖을 떨어서 네가 마력 탈진하게 만든 모양이다. 마력 포션 값은 우리 공금에서 치루는 걸로 하자. 그리고 너 누워있을 때 가만히 있기도 뭐해서 네가 ‘감지’한 대로 대충 거리 가늠해서 다들 마석 찾고 있다. 좀 더 있으면 끝날 것 같으니까-,”


덕수 아저씨가 자꾸만 내 귀에서 피를 흘리게 만든다.


피해자가 원치 않는 사과를 계속하는 것은 안 하는 것보다 못하다.

더군다나 아버지뻘 아저씨에게 이런 얘기를 계속 듣는 게 뻘쭘하기도 하다.


그래서 시크한 척, 아무 상관 없는 척 숲속 마녀에게 궁금한 걸 물었다.


“그 마력 포션, 포도 맛입니까?”

“아, 왜 자꾸 포도 타령을 해?”

“아, 아뇨? 포션이 무슨 맛이 있어요? 그냥 물맛이죠.”

“······.”


이상하다.

상당히 많이 이상한 것 같다.


이젠 꿈속 내 혓바닥에도 문제가 생긴 건가?


뭐, 포도 맛이던, 사과 맛이던, 상관없다.

그걸로 머릿속 아저씨들이 쌩쌩해졌으면 됐다.


꿈속에서 맛이 느껴지는 것도 의문이긴 하지만, 뭐, 내 꿈에 이상한 점이 어디 한 둘이던가.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덕수 아저씨는 면목 없다고, 괜찮냐고, 내가 기절해 있는 동안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를 쫑알쫑알 계속 얘기했다.


진짜로 귀에서 피가 날 것 같아 또다시 귓구멍을 후빌 무렵, 삼마니 한득 아저씨가 바위 위로 올라왔다.


그리고 새끼손톱만 한 마석 조각을 덕수 아저씨에게 넘기며 나에게 괜찮냐고 물었고, 난 지극히 정상이라고 대답했다.


그리고-,


“이것 좀 확인해 주쇼. 맞는 것 같긴 한데.”

“오! 하나 찾았네?”

“쥐똥만큼 한 걸 가지고 무슨.”


아마도 내가 알려준 지점에서 찾은, 조그만 돌멩이 조각이 측정기 위에 올려졌고, 이내 측정이 완료되었다.


삐삑.


“106mp, 25g.”

“25g이면-,”

“대충 38만 원쯤 하겠네.”

“큼, 이건?”

“둘 다 찾았어?”

“누가 그렇게 무리해가면서 얘기해줬는데, 못 찾으면 X신이지.”

“······.”


이거 칭찬일까, 욕일까?


한득 아저씨가 겸연쩍은 표정으로 날 쳐다보며 뒷머리를 벅벅 긁는다.

두 분 다 아버지뻘 아저씨들인데, 자꾸 이러니 내가 더 무안해진다.


삐삑.


“108mp, 16g”

“하-, 뭔가 기분이 이상하구만. 원래 이 정도 캤으면 좋아해야 할 텐데, 이 녀석이 그렇게 고생해서 찾은 마석인데-,”

“포션 값은 공동 정산 비용으로 지출할 거니까, 쓸데없는 생각 말아. 그리고 오늘 하루만 채집해서 시마이(마무리, 끝) 할 거 아니면 생각 고쳐먹고.”

“하긴, 오늘만 날이 아니지.”


뭔가 이상야릇한 분위기다.


계속 이곳에 있다가는 내가 무안함에 못 이겨 다시 정신을 잃을 것 같아 자리를 뜨려고 하는데, 갑자기 수풀 뒤쪽에서 나타난 채집 전문가 수익 아저씨가 검은 비닐 봉지를 나에게 내밀었다.


“이거 캠프 돌아가서 달여먹거나 해.”

“이게 뭡니까?”

“큼, 이건 도라지, 이건 알지? 칡이고, 이건 오미자, 이건 헛개나무-,”


내가 검은 비닐 봉지에 들어있는 내용물을 살피며 묻자 아저씨가 그걸 하나씩 꺼내며 무엇인지 설명을 해준다.


“그걸 그렇게 주면 애가 어떻게 먹냐? 직접 먹을 수 있게 만들어 주던 가, 달여주던 가 해야지.”

“아니, 내 마누라한테도 안 해주는 걸 내가 왜-,”

“싫음 말어. 내가 해 줄라니까.”

“에헤이-, 이거 왜 이래. 이거 내가 캔 거야. 몸 약한 애한테 내가 주는 건데, 형님이 왜?”

“······.”


덕수 아저씨, 수익 아저씨가 내 앞에서 억지로 실랑이를 하는 것 같은데, 뭔가 이상한 소리를 들은 것 같다.


애?

누가? 설마 내가?


내가 지금 몇 살인데,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다 겪어 본.

숨만 쉬는 마네킹 시절과 물리, 약물치료까지 겪으며 깨달은 세월이 얼마인데, 누굴 애 취급-,


“······.”


얼핏 봤다.

아니, 그냥 보였다.


수익 아저씨 무릎과 신발에 흙이 가득 묻어 있는 것을.


그러면서도 덕수 아저씨와 진짜 심각하게 실랑이를 하는 것처럼 액션을 취한다.


아마, 덕수, 수익 아저씨도 뻘쭘해서, 아직은 그렇게까지 친해지지 못해 속 깊은 말을 하자니 민망해서 이러는 것이리라.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나 수풀 쪽으로 움직였다.


‘아픈 놈이 어딜 가?’라고 덕수 아저씨가 물었지만, 난 마치 볼일 보러 가는 듯이 허리춤만 추스렸다.


인근 수풀에 들어가 소변을 보는 자세를 취했다.

그냥 잠시 가만히 서 있었다는 말이다.


그러면서 좀 전의 그 민망하고 뻘쭘한 느낌을 되새겨본다.


“······.”


지금까지 나에게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해준 이는 단 한 사람, 이모밖에 없었는데.


이론 교육을 받으며 조금 친해지기도 했고, 기숙사에서 저녁에 다 같이 회식을 하며 좀 더 가까워졌다고 생각은 했지만, 엉뚱한 사고로 아저씨들의 진정한 속내를 확인하게 된, 그런 이상야릇한 기분이다.


뭔가 심장이 간질간질하면서도, 두근두근거리고, 온몸이 따뜻해지면서도 얼굴이 화끈거린다.


“······.”


뭘까? 이런 느낌은.


이 세상에 우리 세 사람, 지은이, 나 이모만 살아가고 있었던 것은 아닌 모양이다.


이상야릇한 감정을 추스리며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뒤쪽에서는 다른 아저씨들도 마석을 다 캤는지, 누구는 얼마, 누구는 몇 g 등등의 소리가 들려온다.


그러면서도 내가 괜찮은지, 어디 아픈 데는 없는지 계속해서 묻고 또 묻는다.

왠지 코끝이 시큰거린다.




‘살아있어요?’


심상으로 머릿속 아저씨들이 괜찮은지를 묻는다.


오늘 하루, 내 멍청한, 무모한, 안일한 행동으로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난 것 같다.

그래도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이고, 누가 첫술에 배부르겠는가.


이런 경험도 나중에는 다 노하우가 되는 것이고, 두 번 다시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면 된다.

그리고 이런 짓도 가끔은, 아주 가끔은 한 번씩 해볼 필요가 있다.


결과야 모르는 일 아니겠는가.

잘 될지, 정말 X 될지는 해봐야 아는 거다.


그러니-,


‘이제부터 절대 무리하지 말고, 안 될 것 같으면 미리 얘기를 해요. 알겠죠?’


머릿속 아저씨들에게 오늘 난 마석을 캐지 못했다고, 다른 아저씨들은 다 마석을 캤는데 나만 유마석이라고 투정을 부리며.

가급적 무리하지 말고, 조심해서 마석이 있는 곳을 알려달라고 뜻을 전해 본다.


이러는 이유가 있다.

일종의 테스트다.


내가 기절했을 때 마력 포션을 복용했다고 한다.

그런데 포도 맛이 아니라고 하니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한 번 더 ‘감지’ 스킬인지 그냥 느낌적인 느낌인지 모를 심상을 발현했을 때 내가 쓰러지면 포션을 복용하지 않은 것이 되는 것이고, 쓰러지지 않으면 마력 포션을 복용한 것이 되는 거다.


결국, 그에 따라 포션 값을 지불하거나 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씀.


이 얼마나 정확하면서도 지극히 합리적인 3단 논법인가.


역시나 난 천재적인 머리를 가진, 그저 배운 게 조금 부족한-,


“······.”


머릿속 아저씨들이 잘 살아남았는지 껄껄껄 웃는 것 같다.


- 3시 방향, 서른세 걸음, 40cm, 파.

- 3시 방향, 서른세 걸음, 40cm, 파.


“······.”


포션 값은 지불해야 할 것 같다.


느낌적인 느낌에 따라 수풀 안으로 더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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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 흔적(2) 24.05.24 142 5 14쪽
22 흔적(1) +4 24.05.23 154 5 13쪽
21 신기한 것, 희귀한 것(7) +1 24.05.23 151 6 14쪽
20 신기한 것, 희귀한 것(6) +2 24.05.22 158 6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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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신기한 것, 희귀한 것(3) 24.05.20 166 7 1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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