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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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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내스키마
작품등록일 :
2024.05.08 12:08
최근연재일 :
2024.06.16 19:39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7,522
추천수 :
304
글자수 :
276,420

작성
24.05.29 17:18
조회
127
추천
6
글자
16쪽

3D(1)

DUMMY




“······.”


세상이 3D로 보이던, 4D로 보이던, 인간인 이상 아침에 일어나 물 한 잔 마시면 똥 싸러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지극히 당연한 생리 현상인 모양이다.


화장실로 향했다.




부자의 삶을 살아가게 된 첫날.


어제 10억 현금 이체 영수증이 내 손에 들어왔고, 난 이미 부자가 되었지만, 그렇다고 남은 일정동안 게이트 내에서 탱자탱자 놀 생각은 전혀 없다.


누군가가 그랬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으라고.

즉, 벌 수 있을 때 바짝 벌어야 한다는 뜻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제란 미지의 에너지 영향으로 난 부자의 몸뚱이로 업그레이드됐지만, 그래도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다.

10억 부자보다는 20억 부자가 낫고, 20억 부자보다는 30억 부자가 더 훌륭하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이곳 제주 랜덤 게이트는 내 느낌적인 느낌으로 고수입을 얻을 수 있는 노다지 밭.


센터와 계약했다고 하나 언제 게이트에 다시 들어올지 모르는 일이니, 단 하루라도 허투루 보낼 수는 없는 일.


오늘도 채집을 나가야 한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배낭을 챙겨 메고 일행들과 함께 캠프 정문으로-,


“······?”


정문에 있어야 할 어제의 인원들은 어디로 사라지고 쓸데없는 인원들만 잔뜩 모여 있었다.


캠프 대장은 그렇다 치더라도 20여 명의 일반 군인들은 왜 여기 있는 거지?


더군다나, 아무리 둘러봐도 티타늄 수저가 보이지 않는다.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친해져 보려고 했는데-,


“넌 연상이 좋니?”

“응?”

“네 스타일이야?”

“응?”

“흥!”

“······.”


지혜가 뾰족한 표정으로 헛소리를 한다.


안 그래도 지금 어리둥절한 상태인데, 왜 갑자기-,


“형님?”

“······기태?”


군인 아저씨들 인근에 모여 있던 정체불명의 인원들.

그중에 어디서 많이 봤던 인물이 쪼르르 달려오는가 싶더니, 기태였다.


“여긴 꽃밭입니까?”

“갑자기 뭔 소리냐? 근데, 네가 여기 왜-,”

“형님은 꿀벌이요? 이 아름다운 꽃에서 꿀을 빠는?”

“······?”


이 녀석이 진짜로 미쳤는지, 처음 보는 지혜에게 손가락질하며 X신 같은 소리를 한다.


그런데-,


“풋!”

“아, 꽃이 아니었군요. 착각해서 죄송합니다. 한기태입니다. C급 파이터 계열이고, 이 형님과는 둘도 없는 형제지간이라 할 수 있지요.”

“김지혜라고 해요.”

“와-, 꽃이 말을 하다니. 진짜 믿을 수-,”


후다닥 녀석의 곁에서 도망쳤다.


왠지 나까지 X신 같아 보이긴 싫었기 때문이다.




“······게이트 밖으로 나가는 날까지 최대한의 성과를 올려주길 바랍니다! 지금도 최고 기록을 매일 같이 경신하고 있지만, 어느 채집 조도 깨지 못할 신기록을 세워 제주 랜덤 게이트뿐만이 아니라 전국의 각성자들에게······.”

“······.”


한창 혼잣말을 내뱉던 캠프 대장이 우리 채집 조 일행들 어깨를 두드리며 오늘도 열심히 돈 벌라고 악담 같은 격려를 하고.


“모든 준비가 끝나면 직접 연락하겠다고 하네. 그때까지 잘 부탁하지.”

“예?”

“부랴부랴 ‘분석’ 특수 스킬을 가진 일반 병사들을 소집했네. 좀 미덥지 않고, 못마땅하더라도 잘 이끌어주길 바라네.”

“예?”


“때문에 호위 각성자들도 급하게 수배했지. 안전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야.”

“예?”

“남은 기간 잘 마무리해서 정찰조에서 보세. 연구소장은 자네가 나갈 때까지 들어오지 못할 모양이야. 자네 때문에 준비해야 할 게 아주 많다고 하더라고. 하하핫!”

“······.”


툭툭.


의문의 혼잣말만 잔뜩 내뱉던 캠프 대장이 화통하게 웃으며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린 후 멀어져간다.

난 ‘예?’라고 세 번이나 못 알아듣겠다고 의사 표현을 했지만, 그는 끝내 내 의문을 풀어주지 않았다.


상사 군인 아저씨가 일반 병사들을 이끌며 캠프를 나서기 시작하고, 우리 일행들도 그 행렬을 뒤따른다.


난 여전히 멍청하게 가마니 서 있을 뿐.


공범이 눈을 이상하게 떠 내가 진짜 가마니로 변신했는지 콕 찌르며 테스트를 한다.


“안 가?”

“······.”


움직일 수도, 대답할 수도 없었다.

난 지금 가마니 상태니까.


‘예?’라고 분명 반문했는데, ‘예!’라고 긍정으로 들은 건가?


내 혓바닥이 잘못됐나?


이해할 수 없었다.




“······전방 호위 인력 먼저 나가고, 후방 인력은 대기! 특수 스킬 각성자는 한지원 씨를 따른다. 2열 종대 해쳐 모여!”


“······이동하는 도중에도 수시로 한지원 씨의 ‘분석’ 스킬 노하우를 배울 것이다. 사소한 것 하나까지 유심히 관찰하고, ‘분석’, ‘직감’, ‘반응’, ‘영향’ 등, 특수 스킬 각성자들은 자신의 스킬 발현 시 궁금한 점을 차후에······.”


“······.”


채집 조 일행들은 저 앞에서 키득거리며 자기들끼리 이동하고 있었고, 기태가 내 오른쪽에서, 공범이 왼쪽에서 같이 걸어가고 있다.

그리고 열두 명의 일반 병사들은 내 뒤를 졸졸 따르며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날 주시하는 중이다.


내가 들판의 잡초를 뽑아 둘둘 만 후 귓구멍을 막으면, 뒤따르는 병사들 중 누구는 잡초의 생김새를 분석, 관찰하고, 누구는 날 따라 귓구멍을 막고, 누구는 잡초를 입에 넣어 씹어보기도 한다.


잠시 흙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네잎클로버가 있는지 살필 때면 열두 명의 신체 건장한 군인들도 날 따라 바닥에 쭈그리고 앉아-,


“군인들, 왜 저러는 거야? 특수 스킬이 가르친다고 배워지는 거였어?”

“센터에서 훈련받다가 오늘 새벽에 급하게 투입됐는데, 이게 다 뭔 일이요?”

“······.”


양쪽에서 질문하지만 난 대답할 수 없었다.

토실토실한 올챙이들이 한없이 빙글빙글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도대체 연구소장은 캠프 대장에게 무슨 말을 한 걸까?

지금 이 상황은 대체 뭐고?


눈앞의 올챙이들을 치워버리고, 지극히 합리적인 3단 논법으로 추론해본 결과.


연구소장이 게이트 밖으로 나간 이유는 아마도 내가 정찰조로 소속을 변경하기 전에 말했던 지은이와 관련된 일이 분명할 것이고, 아마도 그 전제조건을 미리 충족시키기 위해서-,


“슬라임이닷!”

“오오! 유마석이다!”

“뛰어!”


“······.”


저 앞, 초록 슬라임이 있는 곳으로 후다닥 뛰어가는 일행들이 이제는 슬라임을 유마석이라고 부른다.

참 바람직한 현상이다.


내 망상과 함께 그런 바람직한 현상이 계속 이어졌다.




네잎클로버를 캐는 이유.

다람쥐 점심인 도토리를 슬라임에게 주는 이유.

보석 취급 전문점인 까마귀 독수리 둥지를 찾는 이유.

토끼 세수 전용 옹달샘을 찾는 이유.

옹달샘에 네잎클로버를 담그는 이유 등등.


계곡으로 이동하는 중간에, 산기슭 너머 계곡에 도착해 산을 오르며, 그 다양한 이유를 소신껏 설명해줬지만, 날 졸졸 따라다니는 일반 병사들은 전혀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상사 군인 아저씨는 아랑곳하지 않고, 내가 하는 모든 행동에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병사들을 세뇌시킨다.


사실, 이유가 없진 않다.

그저 머릿속에 사는 이상한 아저씨들이 보내준 심상을 따라 하는 것뿐.


물론, 그 심상이 조금 추상적이기에 내 나름대로 대가리를 굴려야 하지만, 그래도-,


“그건 또 왜?”

“염색되는지 확인하는 중.”

“······에효-.”


공범이 이상한 한숨을 내쉰다.


혹시나 도토리도 염색이 되는지 옹달샘 물에 담가 테스트를 하는 중이다.

하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다. 염색도 되지 않고.


이번에는 오전에 계곡에서 캔 마석을 옹달샘에 담가본다.

역시나 아무런 반응이 없다. 염색도 되지 않고.


이 옹달샘은 네잎클로버 염색 전문점인 모양.


유마석도 담가 보고 싶고 다른 무엇들도 다 담가 보고 싶지만, 아마 염색은 되지 않을 것-,


“······.”


혹시?


배낭 제일 깊숙한 곳에 넣어둔 벌건 돌조각을 슬며시 꺼내 그것도 옹달샘에 담가 본다.

하지만, 역시나 아무런 반응이 없다.


이 옹달샘은 네잎클로버 염색 전문점이 확실하다.




여러 테스트를 마치고 계곡으로 내려왔다.


오전에 내가 ‘감지’한 곳에서 마석을 다 캔 일행들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지혜의 ‘서치’ 스킬 보다 내 ‘감지’ 스킬이 훨씬 낫다고 나에게 따봉을 선물한다.

그럴 때마다 지혜의 두 어깨가 축 처진다.


한득 아저씨가 다른 일행 모르게 슬쩍 비닐봉지를 찔러준다.

나중에, 아무도 없을 때, 혼자서 다 먹으라며 그렇게 귓속말을 한다.

무슨 약초 같은 걸 또 캔 모양.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계곡에서 마석을 캐고 다시 캠프로 돌아가며, 도토리를 줍거나, 다람쥐 핫스팟이 어디인지 구경하거나, 슬라임을 발견해 우르르 뛰어가거나, 토끼를 만나면 옹기종기 모여 구경을 한다.


가끔 까마귀 떼가 날아다닐 때도 있었고, 자잘한 짐승들이 출몰할 때도 있었다.

하지만, 인원이 많으니 쉽사리 놈들이 위협을 가할 순 없었다.


그렇게 하루하루 채집을 하며 열심히 돈을 벌었고, 어느덧 2주간의 채집 생활이 끝났다.


새끼 오리처럼 날 졸졸 따라다니는 일반 군인 아저씨들 얼굴과 이름이 하나, 둘 매칭되기 시작할 때였다.




* * *




오늘은 게이트에서 퇴소하는 날.


이른 아침부터 캠프 대장의 음파 스킬 공격에 다시 한번 내 두 귀가 제대로 붙어 있는지 확인하는 중이다.


장장 20분 동안 아쉽다고, 얼른 다시 들어오라고, 그동안 참 잘했다고, 밖에 나가서 소주 한잔하자고 했던 말 또 하는 캠프 대장에게서 탈출한 우리 일행들은 호위 각성자들과 군인 아저씨들의 가이드를 받으며 게이트 입구 쪽으로 이동했다.


게이트를 나오는 순서는 들어갔던 절차의 역순.


한 줄로 서서 앞사람 등만 바라보며 걷다 보면 어느새 게이트를 빠져나오게 된다.


“우에엑!”


물론 게이트 출입에 따른 후유증은 별개의 문제.


후유증을 잠시 다스린 후 개인물품보관소에서 잠들어 있던 내 핸드폰을 챙겨 전원을 켠 순간.


우웅. 우우웅. 우웅.


문자와 파톡이 쉼 없이 울린다.


아마 지은이가 이 위대한 오빠가 보고 싶어 부재중 메시지를 남긴 모양.

그나마 배터리가 남아 있어 다행이다.


메시지는 나중에 확인해보기로 하고, 일단 일행들과 다 같이 통제구역 밖으로 나가는데-,


“······.”


짝짝짝!


‘(환) 제주 랜덤 게이트 채집 C1조 그동안 고생하셨습니다! (영)’


빛나는 머리에 훌륭한 검술 실력을 보유한 검객과 특수 스킬 검사 담당자, 그 외 몇몇 공무원들이 현수막을 펼쳐놓고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헬지 게이트 지원팀 나경식 과장입니다! 여기 명함-,”

“태강 인사팀 팀장 고유석이라고 합니다. 한지원 씨를 저희가 이번에-,”

“제롬 게이트 기획관리팀-,”

“우성 기업 미래전략본부-,”


한쪽에서 멀뚱멀뚱 서 있던 몇몇 사람들이 나에게 달려와 어디선가 들어봤던 기업 명칭을 외치며 허리를 접어 인사를 하거나 서둘러 명함을 내민다.


느닷없는 상황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몰라 가마니로 변신하는 중인데, 담당자와 공무원들이 그들을 만류하며 우리를 어디론가 끌고 간다.


낚싯줄에 꿰인 물고기처럼 그들이 이끄는 대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지금은 가마니 상태이기 때문이다.




게이트 센터장, 무슨 부서 과장, 빛나는 머리를 지닌 검객, 담당관 등이 자리한 대강당에서 표창장 수여, 사진 촬영, 꽃다발 증정 등으로 여전히 가마니 노릇을 하고.


각성자 협회 제주지부장, 무슨 부서 팀장 등이 자리한 곳에서 차를 마시며 또 가마니 노릇을 한참이나 한 후에야 우리 일행들은 센터 건물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동안 엄청난 혹사를 겪은 내 소중한 두 귀는 어느새 사라져버린 상태.


음악 치료를 할 잡초가 없기에 티슈로 귓구멍을 막으려 했지만, 그때마다 공범이 뭐 하는 짓이냐고 화장지를 뺏어가 어쩔 수 없이 피를 철철 흘려야만 했다.


그렇게 귀 없는 가마니 상태에서 센터 건물을 빠져나오자, 이번에는 새로운 세상이 우리를 반긴다.


“······.”


도대체 게이트에 들어간 2주일 동안 여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센터 주변이 온통 공사판이다.


측량을 하는 곳, 터 다지기를 하는 곳, 경계석, 자갈, 모래, 시멘트 등등의 자재를 운반하는 수십 대의 덤프트럭들과 포클레인들이 사방에서 땅을 파거나-,


“은행-, 너 팔 왜 그래?”

“예?”


공범의 눈길을 따라 시선을 돌리니.

내 왼쪽 어깨에 붙어 있는 무엇이 이리저리 제멋대로 꺾이고 있었다.

아마 내 왼팔이 게이트 퇴소가 신나 춤을 추고 있는 모양.


얼른 오른손으로 왼팔을 꽉 잡았다.

갑자기 지극히 공손한 자세가 됐다.




자신도 함께 가겠다는 기태를 요청을 무시하고 공범과 함께 인근 은행으로 향했다.


배낭 깊숙이 숨겨둔 여러 이체 영수증 중 제일 단가가 높은 10억 현금 이체 영수증을 창구에 제시하자 창구 여직원이 눈을 동그랗게 뜬다.


그리고 이내 환하게 웃으며 잠시 기다리라고 하더니, 각종 보험, 적금, 예금 상품 등을 소개한다.


하지만 난 별 관심이 없다.

이런 피라미드 다단계에 속아 넘어가면 절대 안 된다는 지은이의 신신당부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째 지점장이 보이지 않는다.


내가 10억 현금 이체 영수증을 제시하자마자 지점장이 버선발로 마중 나와 은밀한 곳에서 커피를 마시며 손바닥을 비비는 게 국룰 아니던가?


왜 아무런 반응이 없는 거지? 외근 나갔나?


이곳 지점장은 굳이 보고 싶지 않지만, 한 번쯤은 그런 부자의 삶을 경험해 보고 싶었는데 바쁜 일이라도 있는 모양.


‘어떻게 드릴까요?’라는 여직원의 물음에 내 통장으로 6억을, 1억은 수표로 달라고 했고, 나머지 3억은 공범 계좌로 이체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현금 100만 원을 뽑아 봉투에 넣었다.


이것은 오늘 저녁 플렉스를 위한 것.

게이트에서 퇴소하기 전, 오늘 무엇을 할지 미리 정해 놓았다.


그렇게 보석 취급 전문점에서 턴 장물을 현금과 교환한 뒤 자꾸만 ‘오늘 뭐 해?’라고 묻는 공범과 연락처를 주고받은 다음 헤어졌다.




택시를 타고 병원으로 향했다.


기태를 버리고, 공범도 버린 이유.

착하고, 예쁘고, 귀여운 지은이를 2주일 동안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병원에 들려 녀석을 보자마자 꽉 안아줄 것이다.




병원에 도착해 승강기를 타고 5층에서 내려 지은이 병실로 가려는데,


“어머, 한지원 씨! 엄청 오랜만에 오셨네요?”

“아, 예. 해외 출장 좀 다녀왔습니다.”


안면 있는 간호사가 활짝 웃으며 날 반긴다.


“아! 지은이 병실 옮겼어요. 며칠 전에 무슨 엄청 높은 사람이 와서 지은이 보고 갔는데, 담당 선생님하고 과장님하고, 아! 원장님이 직접 정문까지 나가서 그분 모셔왔다니까요? 혹시, 어디 고위 공무원이나 대기업-,”

“원장님요? 여기 대빵?”

“크큭, 예.”


쉴새 없이 그동안 일을 떠벌이는 안면 있는 간호사.

뭐가 그리 할 말이 많은지 쫑알거리며 날 놓아주지 않는다.


“······.”


설마, 지금 나하고 썸 타자는 건가?


그런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은 지은이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려 썸은 나중의 일이다.

대충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여주고, 간호사가 알려준 병실 문 앞에 섰다.


기존 입원실 반대편 복도 맨 끝 방.


예의 바르게 똑똑 노크한 다음 문을 활짝 열고 안으로 들어서며 외쳤다.


“이리 오너라! 이 위대한 오빠가 강림했느니라!”


그런데-,


“왔어?”


녀석의 반응이 별로다.


간만에 이 위대한 오빠를 봤으면 냉큼 달려와 품에 안길 것이지.

침대 위에서 커다란 곰돌이를 옆에 끼고, 우리 집안과는 전혀 어울리지도 않는 공부?를 하고 있던 녀석이 내 강림 소식에 빙그레 웃는 척하더니, 금세 새침데기 표정을 짓는다.


그러면서 힐끗힐끗 내 전신을 살핀다.

아마도 어디 다친 곳은 없는지 살펴보는 것이겠지.


왕!


냉큼 달려가 녀석을 품에 안았다.

녀석이 뭐 하는 짓이라고 소리치며 마구 바동거리지만, 난 결코 놓아 주지 않을 거다.


어느덧 녀석의 바동거림이 조금은 잔잔해진다.

그렇게 잠시 녀석의 온기를 느꼈다.


아아, 행복하다.


2주간의 피로가 한꺼번에 씻겨 내리는 것 같다.


역시나 내 동생은 고출력 행복 배터리임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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