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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서오세요~ 반갑습니다. 충실한 연재 해보겠습니다.

망상 천재

웹소설 > 작가연재 > 현대판타지, 판타지

공모전참가작

내스키마
작품등록일 :
2024.05.08 12:08
최근연재일 :
2024.06.16 19:39
연재수 :
42 회
조회수 :
7,516
추천수 :
304
글자수 :
276,420

작성
24.05.21 17:27
조회
165
추천
6
글자
18쪽

신기한 것, 희귀한 것(4)

DUMMY




* * *




끔뻑끔뻑.


손을 들어 이것이 인간의 손인지를 확인한다.

상체를 일으켜 내 몸이 인간의 몸뚱이인지를 확인한다.

언제나 봤던, 내 몸뚱이에 붙어 있는 똑같은 팔과 다리.


난 다람쥐로 변신하지 않았다.


어젯밤 지혜와 그렇게 침묵의 데이트를 끝내고.

허름한 천막으로 돌아와 내 침대에 누워 국방색 모포를 뒤집어쓴 후 호주머니에 있던 도토리를 꺼내 깨작깨작 다시 씹어 먹었다.


그리고 다람쥐로 변신하는지 지켜보다 잠이 들었고, 눈을 떠보니 아침이다.


“······.”


맛은 괜찮았는데.

썩은 도토리인 모양.


테스트는 실패다.




대충 씻고 다 같이 아침 식사를 하러 간다.


어제 마석을 환전하며 캠프에서 사용할 코인을 얻었기에 우린 캠프의 복지시설을 이용할 수 있게 되었고, 캠프 내 구내식당은 소문난 맛집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그럭저럭 먹을 만했다.


제주 랜덤 게이트는 발발한 지 이제야 8년 정도.

세기 말 발발한 게이트에 비해 40년 이상 차이가 있으니, 다른 게이트 시설과 비교해선 안 된다.

이 정도 자리 잡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 생각해야 한다.


든든하게 아침을 먹고 PX로 향했다.

어제 이동하는데 불편한 안전화 대신 발이 편한 운동화를 사기 위함이다.


함께 온 덕수 아저씨가 직원에게 마력 포션이 있는지, 있다면 얼마인지를 물어본다.

돌아오는 대답은 ‘당연히 있다’였고, 금액은 천오백만 원, 근 1kg의 마석 값이었다.


최하급 마력 포션.

이걸 일정 비율 식염수와 비밀의 첨가물을 넣어 희석하면 지은이의 마력 병 억제제인 마력 수가 된다.

그러니까 마력 포션은 마력 병 억제제인 동시에 각성자에겐 전신의 마력을-,


“하나 사자. 나중에 공동 정산 금액에서 다 같이 모아서 줄게.”

“······예?”


어째 말하는 투가 이상하다?


“힐링 포션도 하나 사고 싶은데······. 누가 다칠지도 모르잖아?”

“······.”

“너도 알다시피 다들 가지고 온 돈은 거기서 거기고, 설사 있어도 50% 가까이 더 비싸게 살 순 없는 노릇이잖냐. 그러니까 나중에 줄 테니까 네 돈으로 일단 구매해 놓자. 혹시 아냐? 네가 또 사용하게 될지?”

“······.”


악담을 하는 건가?

하지만 틀린 말도 아니고, 여유가 있다면 당연히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구매해 놓는 것도 좋은 선택이지만, 굳이 내 돈으로?


하긴, 내가 돈이 제일 많기는 한데.


뭔가 꺼림칙한 느낌이 들긴 했지만, 마력 포션 한 병과 힐링 포션 한 병, 내 발 사이즈에 맞는 흰색 운동화, 고추 참치 캔 열 개를 구매했다.

그러자 이체 확인증에 적혀 있던 숫자가 형편없이 쪼그라들었다.




터벅터벅 다시 허름한 천막으로 돌아가는 길.

아-, 있다가 없으니 뭔가 허무한 느낌이 든다.


고작 포션 두 병과 자잘한 뭔가를 샀더니 예비 부자였다가 예비 거지가 된 느낌이다.

하지만 아직 모른다.

어제처럼 오늘도 같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면, 언젠가는 샤워하고 난 뒤 무조건 마셔줘야 하는 요구르트처럼 포션 까먹을 날이 올 것이다.


천막으로 돌아와 배낭을 다시 꾸린다.

일단 새로 산 운동화를 신고 안전화도 챙긴다.

점심때 먹을 고추 참치도 하나 넣고, 파치직 봉, 생수, 접이식 삽, 미니 곡괭이, 장갑, 전투식량, 비닐 등등.

그리고 아주 당연하게도 마력 포션과 힐링 포션도 내 배낭에 들어가게 됐다.


내 돈으로 샀으니까 이건 내가 보관하는 게 옳다.




어제와 마찬가지로 캠프 정문에서 담당 군인 상사 아저씨의 ‘무엇보다 안전제일’이란 짧은 강의를 듣고, 어제 그 계곡 쪽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게이트에 들어온 지 고작 하루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조원 아저씨들은 마치 베테랑 전투 조원들처럼 긴장하지 않고, 여유롭게, 이런저런 잡담을 하며 움직인다.


어제와 같은 이동 진형, 같은 경로.

저 앞 전방에서 먼저 움직이며 사방을 경계하는 C급 파이터 계열 호위 각성자.


어제 계산해본 결과, 우리를 호위하는 각성자들은 내가 캔 마석으로 각자 정산받는 금액이 백만 원이 조금 넘는 걸 확인했다.

내가 캔 마석과 유마석만 그렇다는 얘기고, 다른 조원이 캔 마석까지 합치면 그것보다 더 많은 금액이 저들의 어제 수입이다.

성과급, 공동 정산 비용만 계산한 금액만 그렇고, 아마 지자체와 계약한 급여와 다른 대가는 별도.


그냥 계곡에 나들이 가듯이 움직이는 저들.

호위한다고 진형을 짜고 그렇게 움직이고 있지만, 굳이 뼈 빠지게 삽질하거나, 코피 흘리며 마력을 발현하지 않아도 되는, 마치 놀고먹으며 돈을 버는 것만 같은 호위 각성자들.


“······.”


아니다. 이건 잘못된 생각이다.


우리가 지금 안전지대에서 채집활동을 하고 있어서 그렇지, 만약 인간에게 공격성을 지닌 게이트 생명체가 우리에게 접근하게 되면 저들도 그 하루 일당에 상응하는 대가로 목숨을 내놓고 우리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의무가 있다.


“······.”


그래도 좀 날로 먹는 것 같긴 하다.


나도 호위 각성자나 해볼까?


저들의 행태를 보아하니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냥 파치직 봉 같은 거 들고 저 앞으로 나가 이동 경로에 따라 먼저 움직이면 되는 거 아닌가?


그러니까-,


“어? 없어! 사라졌다고!”


갑자기 숲속 마녀가 앞으로 뛰쳐나가더니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이런저런 망상을 하며 무작정 걷다 보니 어느새 숲속 마녀가 슬라임에게 도토리를 준 곳.

어제 내가 자그만 돌탑을 쌓았던 곳에 도착했다.


그런데 녀석은 어디에도 없었다.

역시나 슬라임이란 녀석들은 똥을 싸면 너무나 부끄러워 황급히 자리를 뜨는 모양.


이럴 줄 알고 미리 돌탑을 쌓아 광활한 들판에서 원하는 지점을 정확하게 찾을 수 있게 이정표를 만들어 놓은, 지극히 합리적이고 치밀한 계산을 해놓은.

어제의 날 정말 칭찬하고 싶어진다.


“여기 맞지?”

“맞아요. 저거! 어제 지원이가 표시해 놓은 거!”

“그럼, 이제 유마석을 찾으면 되는 거야?”

“지원아? 어디냐? 어딜 파면 돼?”

“······.”


말할 시간을 좀 주고 물어보소.


조원 아저씨들이 배낭에서 삽, 곡괭이를 꺼내며 호들갑을 떤다.


난 머릿속 느낌적인 느낌을 발현해 유마석이 묻힌 곳을-,


어? 저건 뭐지?


잠시 눈을 감았다 뜨자, 저 먼 상공에서 까만 점 몇 개가 움직이고-, 움직이는 게 아닌가?


잘못 본 모양이다.


“2시 방향, 스물일곱 걸음. 거기에-,”


“하나, 둘, 셋, 넷······.”

“줄 자, 줄 자 꺼내봐.”

“지원이 보폭이 77cm니까-, 20.8m! 여기서 20.8m야!”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진용이 형님이 걸음을 세며 앞서나가고.

덕수 아저씨와 한득 아저씨는 어디서 났는지 모를 줄 자를 꺼내 정확한 지점을 가늠한다.


“······.”


그런데, 다들 왜 이러는 걸까?


아무리 그렇게 호들갑을 떨어봤자 어차피 유마석은 내 것인데.

내가 ‘감지’인지 ‘서치’인지 모를 느낌적인 느낌으로 찾은 것이니, 당연히 나에게 소유권이-,


아, 채집자?


어제 마석을 교환하며 작성했던 서류.

그곳에 분명 ‘채집’자와 ‘감지’, ‘서치’자를 적게 돼 있었다.


그럼 발견한 사람 따로, 채집한 사람 따로 일정 퍼센트가 지급된다는 소리인가?


계약서엔 이런 내용이 없었던 것 같은데.

큼, 아무리 그래도 채집자보다 그리 큰 액수가 아닐 것이다.

아마 공동 정산 비율에서 조금 더 책정을 해주는 정도.


“아니죠! 제가 도토리를 슬라임에게 줬으니 그건 제 거죠!”

“······.”


숲속 마녀까지 내 유마석을 자신의 것이라 우긴다.

하긴, 녀석이 똥을 얼마나 쌌는지는 모르지만, g당 근 4만 원 가까이 되는 똥 덩어리가 땅속에 묻혀 있는데, 욕심나지 않을 사람이-,


“C3!! C3!! 전원, 저 왼쪽 숲으로 뛰어! 까마귀 떼다!”


갑자기 전방의 호위 각성자가 우리 쪽으로 뛰어오며 고함을 지른다.

그 뒤로 상공에 까만 무엇들이 파닥이며 우리 쪽으로 날아오고 있었다.


잘못 본 게 아니었다.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그것들이 점점 커지고 있었다.


파치직 봉을 들고 호위 각성자가 말한 왼쪽 숲으로 뛰기 시작했다.

배낭은 그대로 놔뒀다. 지금은 배낭을 챙길 여유조차 없다.

내 목숨은 내 것만이 아니다.


갑작스런 상황에 무척 당황했지만, 펄떡이는 심장과 새로 산 운동화 덕분인지 숲 인근에 도착할 때 내 주변엔 아무도 없었다.


압도적인 1등이다.


거목 몇 그루와 3m가 넘는 수풀이 우거진 곳.

그 안으로 쏙 들어가 너른 들판을 바라본다.


조원 아저씨들은 2등이라도 차지하려고 이쪽으로 열심히 뛰어오고 있었고, 후미의 호위 각성자도 들판을 가로질러 이쪽으로 뛰어오고 있었다.


그런데, 숲속 마녀와 전방의 호위 각성자는 그냥 들판에 있었다.

마녀는 부지런히 팔을 이리저리 흔들고, 파이터 계열 각성자는 그녀 옆에서 자신의 배낭을 뒤적이고 있었다.


- 깍! 까아악!


점점 커지던 그것들은 까마귀 떼가 맞는 모양.

독수리 크기만한 까마귀 수십 마리가 호위 각성자들에게 커다란 날개를 퍼덕이며 날아가고 있었다.


“······.”


왜 피하지 않는 걸까?

까마귀 떼 정도는 쉽게 처리를 할 수 있단 자신감? 저렇게나 커다란 놈들을?


어느덧 후미의 호위 각성자가 숲에 도착하자, 난 얼른 그에게 물었다.


“왜. 저 두 분은 피하지 않는 겁니까?”

“후-, 어그로 끌 인원은 있어야죠. 다들 더 안쪽으로 들어가세요! 이쪽으로는 까마귀 떼가 올 수 없습니다. 안심하시고 더 들어가요.”


역시나 저들은 우리 때문에 저기 남았다는 말.

숲 안쪽으로 움직이면서도, 거목과 수풀 때문에 까마귀 떼가 이곳으로 오지 못한다고 설명을 들으면서도 이제는 역으로 저들이 걱정된다.


첫인상은 그리 좋지 않았지만 그래도 같이 채집활동을 하는 사이고, 나와 어떻게든 썸을 타보려는 연상의 누나와 이제야 제법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만약 이대로 무슨 일이 생긴다면-,


- 깃털, 반짝반짝, 집, 슬쩍, 비싸.

- 깃털, 반짝반짝, 집, 슬쩍, 비싸.


“······.”


이 긴박한 상황에서도 머릿속 아저씨들은 이상한 심상을 보내온다.


- 까아악! 깍깍!


까마귀 놈들이 상공에서 들판의 호위 각성자들에게 날아가려 할 때.

전방의 호위 각성자가 배낭에서 꺼낸 무언가를 날아오던 까마귀 떼에 휙 던졌다.

그와 동시에 숲속 마녀가 팔을 크게 휘둘러 원을 그린다.


펑!


반짝반짝.


날아간 무엇이 까마귀 떼 인근 상공에서 터졌다.

그 파편이 햇빛에 반사되어 화려한 빛을 사방으로 뿌려댄다.

그리고,


“······!!”


뭐라고 고함을 지른 숲속 마녀의 손에서 조그만 불덩이가 순식간에 날아가더니 반짝이던 그것들과 부딪혔다.


퍼버벙! 퍼버버벙!


- 까악! 까아아악!


화려한 불꽃놀이가 시작됐다.


세상에!


사람 손에서, 불덩이가, 날아갔다.




내 두 눈으로 직접 보긴 처음이다.

인터넷이나, 동영상에서 몇몇 마법사들이 관종짓하는 건 몇 번 본 적 있었지만, 그건 다 CG이거나 영상 조작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진짜로, 진짜로 사람 손에서 불덩이가 날아갔다!

X나 신기해!


- 까악! 까아아악!


화려한 불꽃놀이와 엄청난 폭음에 수십 마리 까마귀 떼가 화들짝 놀라 사방으로 흩어진다.

그 와중 불꽃에 휩쓸린, 시커멓게 불에 타 떨어진 숯덩이 몇 개와 지금도 불이 붙어 바닥에 떨어져 퍼덕거리는 독수리 크기의 까마귀 몇 마리.


파이터 계열 각성자가 던진 것이 무엇인지, 저 숲속 마녀가 불덩어리를 던져 어떻게 불꽃놀이를 만들어 냈는지 그 이유를 찾기 전, 지금은 그저 입만 쩍 벌리고 감탄사만 늘어놓으면 된다.


마치 우리 조원 아저씨들처럼.


“우와!”

“대, 대단하구만!”

“나 저런 거 처음 봐!”


달리기 선수에서 이제는 영화 관람객으로 변신한 아저씨들이 저마다 자신이 느낀 소감을 말하며, 하나, 둘 숲에서 나가려 하자 호위 각성자가 아직은 안 된다고 막아선다.


화려한 불꽃놀이에 놀란 나머지 까마귀들은 상공에서 배회하는가 싶더니 저 멀리 보이는 산 쪽으로 날아가 버렸다.


그러자 놈들을 주시하고 있던 전방의 호위 각성자가 전신 슈트를 착용하더니 허리에서 뭔가를 쓱 뽑아 들고 바닥에 떨어진 녀석들에게 다가갔다.


손에 든 무언가가 삽시간에 촤라락 펴지며 길쭉한 장검 형태로 변하더니, 그걸 휘둘러 바닥에서 파닥거리는 녀석들을 처리하기 시작하는데-,


“으음.”

“그래! 다 죽여버려!”

“X발 X끼들! 저놈들한테 당한 채집 조나 정찰조가 몇 명이냐! 까마귀 X끼들은 씨를 말려야 해!”


아저씨들이 악을 쓰며 영화에 빠져든다.


호위 각성자가 숯덩이로 변한 놈을 발로 툭툭 건드려 움직이면 대가리를 뎅강, 털에 불이 붙어 파닥거리는 놈도 쫓아가며 대가리를 뎅강.


몇몇 놈들은 커다란 날개와 날카로운 발톱과 부리로 호위 각성자를 위협해 보지만, 그는 별다른 어려움 없이 놈들의 대가리를 뎅강 뎅강 잘도 썰어댔다.

그리고 무리에서 떨어진 까마귀가 더 없는지 사방을 살핀다.


벌겋게 물든 장검에서 까마귀 피가 뚝뚝 떨어진다.


더이상 우리를 위협하는 까마귀가 보이지 않자, 그제야 이동해도 된다고 후미의 호위 각성자가 말했다.


아저씨들이 서둘러 들판으로 향했고, 나 역시 그들을 따라 터벅터벅 걸어가며 생각했다.

아무리 인간을 공격하는 까마귀라고 하지만 날지도 못하는 녀석들을 굳이 다 쳐 죽일 필요가 있는지를.


원래 제비 다리를 고쳐주면 녀석은 보물이 담긴 박 씨를 물고 와 은혜를 갚는 것이 인지상정.


제비나 까마귀나 같은 검은색 조류이니 종은 달라도 비슷한 습성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테스트도 해보지 않고 무턱대고 대가리를 뎅강 해버리면 그 무슨 대가 없는 무료 봉사란 말인가.


일단 치료를 먼저 한 후 박 씨를 물어다 줄 것 같지 않으면 그제야 대가리를 뎅강해도 될 것을, 녀석들에게 박 씨 택배 심부름도 시켜보지 않고 무턱대고-,


“······?”


까마귀? 반짝반짝?


갑자기 뇌리에 획기적인 아이디어가 떠오를 듯 말 듯 한 느낌이다.


까마귀는 길조(吉兆), 또는 흉조(凶兆)로 여긴다.

나라마다 취급이 다르겠지만, 우리나라는 까마귀를 불길한 징조의 흉조로 여긴다.

까마귀는 호기심 많고 머리가 똑똑하며, 반짝이는 걸 좋아하는 습성이 있다.


내가 아주 어렸을 적 읽은 책에 보면, 목이 마른 까마귀가 길쭉한 호리병에 담긴 물을 먹기 위해 조그만 돌멩이를 호리병에 집어넣어 물을 위로 솟아오르게 만든 후-,


- 깃털, 반짝반짝, 집, 슬쩍, 비싸.

- 깃털, 반짝반짝, 집, 슬쩍, 비싸.


“······.”


깃털은 까마귀의 깃털일 것이고, 반짝반짝은 녀석의 호기심일 것이고.


집? 슬쩍?


‘비싸’라는 단어는 마석이나 유마석이란 뜻일 텐데.


“······마석 있나 찾아봐!”

“지혜야, ‘서치’ 가능해?”

“······지원이는 이거 안 되냐?”

“유마석 먼저 캔다!”


이런저런 망상이 이어지는 동안 좀 전의 그곳에 도착했다.


까마귀 떼를 훌륭하게 물리친 호위 각성자들에게 감사하다고 인사하자마자 누구는 까마귀 사체를 먼저 살피고, 누구는 아까 캐려고 했던 유마석이 묻혀 있는 곳을 다시 확인한다.


아저씨들이 까마귀 사체를 살피는 이유는 혹시나 녀석들의 심장에 마석이 있는지 찾기 위함이다.


게이트 내 생명체에서 낮은 확률로 심장에서 마석이 발견된다.

혹자는 생명체의 덩치가 클수록, 인간에게 적극적으로 악의를 드러내는 종일수록, 대가리가 똑똑할수록 마석 발견 확률이 높아진다고 말하고, 또 다른 혹자는 게이트 내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마석 잔해를 생명체가 일부러 흡수해 그것이 몸속에 쌓인 것뿐이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여전히 정확하게 밝혀진 건 없다.


전투 조나 정찰조에서 사냥한 동물 사체를 확인했을 때 낮은 확률로 심장에서 마석을 발견했고, 그것이 다른 마석에 비해 마력 함유량이 극히 높다는 사실만 알려졌을 뿐.

그러니 조원 아저씨들도 낮은 확률이긴 하지만, 십여 마리의 까마귀 사체에 혹시나 마석이-,


“거기! 그거! 그거요!”


한쪽에서 눈을 감고 허수아비 흉내를 내던 지혜가 숯덩이 하나를 가리켰다.

그러자 다른 까마귀 사체를 살피던 아저씨들이 지혜 말을 듣고 후다닥 뛰어간다.


“······.”


난 저들과 아무런 연관이 없는 사람처럼 내 소중한 배낭 먼저 챙겼다.


배낭을 열어 잃어버린 건 없는지 확인해본다.

아침에 챙겨 놨던 물건들이 그대로 있었다.


생수 하나를 꺼내 벌컥벌컥 들이키고 다시 주변을 살핀다.

여기저기서 김을 모락모락 내는 독수리 까마귀 사체와 진득한 피, 굴러다니는 깃털, 그리고 이리저리 널브러진 살점들.


보기에 별로 좋지 않다. 자연히 인상이 찌푸려진다.


그러다, 내 발밑에 아무렇게나 굴러다니던 까마귀 깃털 하나를 주웠다.

그리고 자세히 살펴본다.


깃털.

그래 까마귀 깃털이다.


반짝반짝.

이건 까마귀의 호기심을 지칭하는 단어 같다.

까마귀는 호기심이 많은 새대가리니까.


“······.”


그래서 뭐? 어쩌라고?


음······.


집? 까마귀 집?


둥지?


그러니까 호기심 많은 까마귀 녀석들이 자신의 집, 둥지에 물어다 놓은, 마석? 금속? 보석?


슬쩍?


······훔쳐?


아아! 무슨 뜻인지 알 것 같다!

뭔 이런 개떡 같은 심상이 다 있나!


머릿속 아저씨들이 게이트 까마귀 둥지에 비싼 것들이 잔뜩 있으니 그걸 슬쩍 훔치라고 말해준 것이다!


말이 되는 소릴 해야-,


“······.”


아니, 잠깐만.


······어쩌면 가능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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