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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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색의 뿌연 안개가 가득한 곳.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도 없고, 입을 벌려 소리도 지르지 못하는 상태.
이것이 꿈이라 생각하기엔 매일 같이 반복되는 똑같은 꿈이 의아할 뿐이고,
현실이라 생각하기엔 도저히 이치에 맞지 않는 현상이라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저 멍하니 회색의 뿌연 안개만을 바라본다.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공간에서 아주 오랫동안 그렇게.
그나마 정신은 멀쩡한 모양이다.
생각이라는 것을 할 수 있으니.
내가 왜 이런 상태가 되었는지, 이곳이 진짜 꿈속 세상인지, 아니면 세상이 망해 내가 저승으로 온 것인지 이것저것 가늠해보지만, 답을 찾을 순 없었다.
그저 생각에 생각만 거듭할 뿐이다.
그렇게 난 나만의 상상 속 세상에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슈퍼맨이 됐고, 빛나는 검을 휘두르는 소드 마스터가 되기도 했으며, 9서클 대마법사, 유명한 사냥꾼, 헌터, 대장장이, 성직자, 광대나 음유시인이 되어 내가 만들어 놓은 세상에서 내 뜻대로 살아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혼자 상상 속 세상을 수백, 수천 번을 창조하고 멸망시켰을 때.
갑자기 회색의 뿌연 안개가 조금은 희미해졌다고 인지할 무렵.
뿌연 안개를 헤치고 이상한 아저씨들이 모습을 드러냈고, 난 그곳에서 벗어나 진짜 현실에서 눈을 떴다.
대략 백만 년 정도 시간이 흐른 줄 알았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고작 5년 8개월 정도 지났을 뿐이었다.
사고를 당하기 전 중학교 2학년에 똘똘하고, 예의 바르던 소년은 어느새 비쩍 마른 성인이 돼 있었고, 숨만 쉬던 마네킹 신세를 벗어났지만 어째 후유증이 좀 생긴 것 같다.
머릿속에서 이상한 아저씨들이 자꾸 말을 걸어온다.
이해하지도 못할 외계어를 남발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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