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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상 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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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모전참가작

내스키마
작품등록일 :
2024.05.08 12:08
최근연재일 :
2024.06.16 19:39
연재수 :
42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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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
글자수 :
276,420

작성
24.06.09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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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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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글자
12쪽

흔적(5)

DUMMY



대략 100m 지름의 커다란 원형 석판 끝부분에 세워진 석상은 총 32개.

1.5m에서 2m 크기의 다양한 석상들이 여기저기 흩어져 있었다.


그중 제일 가까운 석상에 다가가 자세히 살핀다.


모든 석상을 다 살펴본 건 아니지만, 석상들은 제각각 다른 모습과 표정을 하고 있었다.

크기도 다양하지만, 성별, 나이, 옷차림, 표정, 자세 등등 똑같은 석상은 하나도 없었다.


분명 돌을 깎아 만들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주 섬세한 표정과 옷차림.

어떻게 이런 것까지 표현했을까 싶을 만큼 아주 잘 만들어졌다.

마치 살아있는 인간을 돌로 변신시킨 것만 같았다.


물론,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살아있을 때 석상으로 변신시켰다면 이런 표정이 나올 수 없기에.


“······.”


아닌가? 가능한가?


모르겠다.

그래도 어디 잘못된 부분이나 부서진 곳도 없고, 깨진 곳도, 금이 간 곳도 없다.


심지어, 흙먼지나 이물질이 묻은 곳도 없다.

마치 금방이라도 물로 세척 한 것처럼 석상의 상태가 윤이 나 반질반질하다.


“······.”


이게 말이 되나?

이 거대한 공동이 언제 생성되었는지 모르겠지만, 그 오랜 시간 동안 먼지 하나 쌓이지 않았다고?


뭔가 대단히 이상하다.


마치 누군가가 지금까지 정성 들여 관리해 온 것처럼-,


“······.”


삐걱대며 돌아가는 대가리.


저 뒤쪽, 공동 꼭대기 빛이 닿지 않아 저곳만 그늘진, 자그만 숲이 있는 곳.


혹시, 아까 그 거대 거미와 지네가 이 석상들을 관리하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런 X신 같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무리 상식을 거부하는 게이트 속 세상이라고 하더라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았다.


점점 이상한 망상에 빠질 것 같아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다른 석상들도 살펴본다.


저 석상은 허리를 굽혀 누군가에게 인사하는 듯한 모습.

저 석상은 환하게 웃으며 누군가를 맞이하는 모습.

저 석상은 근엄하게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

저 석상은 영업용 미소를 지으며 아무것도 없는 석판을 들고-,


“십이지간! 자, 축, 인, 묘, 진, 사, 오, 미, 신, 유, 술, 해! 쥐, 소, 호랑이, 토끼, 용, 뱀, 말, 양, 원숭이······.”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그럼 다른 건? 없는 게 더 많잖아?”

“십이지간에 음양오행이면 말이 돼! 원소 속성 그림은 오행의 순서대로······.”


한쪽에선 중년의 양아치가 연구소장과 연구원들, 대기업 특수 스킬 각성자들을 모아 놓고 PT를 하고 있었다.


얼핏 들어보니 뭔가 그럴듯한 해석이지만, 난 다르게 본다.

3D로 본다.




거대한 원형 석판 끝을 따라 거의 반 바퀴쯤 돌았을 때.


“······.”


비슷한 자세를 한 석상이 있었다.


석상은 어린 소녀의 얼굴로 두 팔에 자그만 석판 같은 것을 들고 있고, 입을 쩍 벌려 공동 천장을 바라보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상당히 특이한 석상이다.


나머지 반 바퀴를 다 돌며 나머지 석상들도 확인해 봤다.


역시나 제일 의심스러운 건 저 어린 소녀 모습의 석상.

비슷한 자세를 한 소녀의 석상이 3개나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자세히 살핀다.


다른 석상처럼 이상한 개량 한복 같은 옷을 입고, 두 손으로 휴대용 좌판 같은 것을 든.

그 상태에서 고개를 젖혀 눈을 감고 입을 쩍 벌렸는데, 마치 천장에서 떨어지는 뭔가를 받아먹는 자세처럼 보였다.


석상의 눈높이에 맞춰 나도 자세를 낮추고, 입을 쩍 벌려 공동 천장을 바라본다.


“······.”


컴컴해서 아무것도 안 보인다.




으음, 왜 이 석상만 다른 곳을 보고 있을까?

왜 이 석상만 3개일까?


분명 그 이유가 있을 텐데.


어린 소녀가 입을 벌리고 있는 이유, 이상한 좌판을 들고 있는 이유.


입을 벌린 이유는 혹시 저 위에서 빗물이 떨어지면 그걸 받아먹으려고?

아니면, 천장에 살고 있을지도 모를 박쥐 똥 같을 걸 받아먹으려고?


석상도 배가 고픈 걸까?


박쥐 똥이 쌓이고 굳으면 뭔가로 변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배움이 짧아 자세히는 모른다.


소녀가 들고 있는 좌판은?

좌판이 맞긴 한 걸까?

왜 이걸 들고 있지?


대체 공동 천장에 무엇이 있길래-,


“······?”


눈? 눈을 받아먹으려고?


아닌데.

게이트에서는 눈이 내리지 않는다.


아니지.

상식대로 생각하지 말자.


한겨울 눈이 펑펑 내리면 어린아이들이 그걸 먹겠다고 입을 쩍 벌려 가만히 서 있을 때도 있다.

나 역시 아주 어릴 적 그렇게 해본 적도 있고.


소녀, 좌판, 눈?


성냥팔이 소녀?


오오오!


뭔가 그럴듯하다.

소녀가 들고 있는 좌판 위에 성냥갑이라도 있었으면 딱 성냥팔이 소녀인데.


“······.”


그럼, 성냥갑은 어디에 있는 걸까?


토실토실한 올챙이들을 헤엄치게 만들어 빙글빙글 돌려본다.

망상에 망상을 거듭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유레카를 외칠 만큼 획기적인 정답에 접근하지 못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며, 천천히 원형 석판 주위를 돈다.


3단 논법을 넘어, 33단 논법에 근접할 때쯤.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혹시나 하고 흙바닥에서 자그만 돌멩이 몇 개를 주워 성냥팔이 소녀 석상에 다가가.

돌멩이 하나를 그녀의 입에 쏙 넣어본다.


이 석상의 정체가 성냥팔이 소녀가 맞다면 소녀의 소원을 들어줄 성냥 대신-,


툭.


“······?”


돌멩이를 입에 넣었는데, 좌판 위로 떨어졌다.


다시.


자그만 돌멩이를 소녀 입에 넣으며 좌판 위를 자세히 살핀다.


툭.


“······.”


소녀 가슴?이 있는 곳에서 이질적인 뭔가가 일렁이다 돌멩이를 툭 내뱉는다.

마치 이건 자신이 먹는 것이 아니라고, 소화가 안 될 것 같으니 가슴으로 뱉는 것 같다.


같은 돌이니 충분히 소화 시킬 수도-,


“······?”


고개를 들어 공동 천장 꼭대기를 바라본다.


아지랑이처럼 일렁이는 무언가.

컴컴하고 거대한 공동에 빛을 뿌리는 정체 모를 무엇.

처음엔 파란빛을, 그리고 찰나의 빨간빛을, 그리고 지금은 게이트 하늘에 떠 있는 두 개의 심장과 같은 투명한 빛을 뿜어대고 있다.


연구소장이 했던 말이 얼핏 떠오른다.


저 빛은 마치 마정석 가루를 뿌려놓은 것 같다고.


“······.”


그럼, 마석?


마침 나에게 조그만 마석 조각이 하나 있었네?




이곳으로 오면서 중간에 캔, 엄지손톱만 한 마석 조각을 배낭에서 꺼낸 후 주위를 살피며 성냥팔이 소녀에게 다시 다가갔다.


다시 한번 주변을 살펴 등으로 내 모습을 은폐, 엄폐하고, 소녀가 쩍 입을 벌린 그곳에 마석 조각을 조심히 넣어본다.


그리고 눈을 부릅떠 소녀의 가슴 부분을-,


땡그랑!


“······.”


뭔가가 일렁이는가 싶더니, 누우런 동전 2개가 좌판 위로 떨어졌다.

그리고 석상 머리 위에서 아지랑이 같은 무언가가 공동 천장으로 빨려 올라갔다.

마치 마석은 공동 천장이 먹고, 이 소녀 석상은 그 대가로 나에게 누우런 동전을 준 것처럼.


난 멍청하게 누우런 동전 하나를 집어 들고 잠시 가마니로 변신했다.


마석을 주니까 누우런 동전을 뱉는다?

그럼, 이 성냥팔이 소녀의 정체는 미성년자 개인 사업자가 아니라 동전 교환기?


앞면에는 숫자 1, 뒷면에는 기하학적인 패턴이 새겨진 이 누우런 동전을 교환해서 뭘 어디에-,


“그건 또 어디서 났어?”


뜬금없는 소리에 가마니에서 벗어났다.


손에 동전을 들고 그대로 대가리만 옆으로 움직였다.


내 옆엔 언제 왔는지 모를, 어쩐지 이 성냥팔이 소녀와 비슷한 분위기를 가지고 있는, 티타늄 여고생이 팔짱을 끼고 날 게슴츠레 바라보고 있었다.


“성냥팔이 소녀의 숨겨진 정체는 동전 교환기였다.”

“······에효-,”


정답을 얘기해줬지만, 녀석은 휙 뒤돌아 다른 곳으로 가 버렸다.


“······.”


그런데, 잰 어떻게 인기척도 안 내고 나한테 다가오는 거지?

‘은신’ 같은 특수 스킬이라도 있는 건가?


혹시, 내가 너무 잘 생겨서-,


아니다.

지금은 미성년자와 그렇고 그런 망상에 빠질 때가 아니다.


마석을 누우런 동전과 교환했으니, 이 동전은 분명 어딘가에-,


“······.”


그냥 보였다.


원형 끝 여기저기에 있는 원형 석판 1차 변신 구조물들이.


갑자기 머릿속이 간질간질거린다.

뭔가 떠오를 듯 말 듯 한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다.


그리고,


“······!!!”


화려한 폭죽이 수없이 터진다.


아아!! 이곳은 카지노였다!

저 1차 변신 구조물, 저것은 슬롯머신이다!


그래! 그럼, 다른 석상들의 모습도 이해가 된다.


허리를 굽혀 인사하는 석상도, 환하게 웃으며 누군가를 맞이하는 석상도, 근엄하게 팔짱을 낀 석상도, 영업용 미소를 짓는 석상도 다 이해가 된다.


아마 카지노 직원들일 것이다.

영업을 위해 호객행위를 하는 이, 손님 접대 직원, 보안요원, 웨이트리스 등등.


아아! 드디어 이곳의 정체를 밝혀냈다!

난 역시 천재 중의 천재가 분명하다!


이곳이 어떤 곳인지 알았으니 나머지는 식은 죽 먹기다.


보무도 당당하고 씩씩하게, 어깨에 힘이 똭 들어간 채로.

아무 슬롯머신에 다가가 이 누우런 동전을 어디에 넣어야 할지를 살폈다.


역시나 그림이 잔뜩 그려진 패턴 아래쪽에, 그 전에는 무엇인지 모를 기하학적인 패턴 사이로 조그만 틈이 보인다.


자꾸만 제멋대로 움직이려는 왼팔을 내버려 두고.

쿵쾅거리는 심장도, 자꾸만 입꼬리가 씰룩거리는 것도 신경 쓰지 않고.

패턴 사이 조그만 틈으로 누우런 동전 하나를 쓱 넣었다.


그러자-,


촤라라락!


구조물 밑에서 엉덩이를 붙일 만한 의자 같은 것이 나오고.


삐리리리-


이상한 음향이 울려 퍼지며.


촤르르르!


각종의 그림들이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한다.


난 지극히 당연하다는 듯이 팔짱을 끼고 돌로 된 의자에 앉은 후 다리를 꼬았다.

그러고 빠르게 회전하는 슬롯머신 모니터를 시크하게 바라보며 턱을 치켜들었다.


어디선가 허겁지겁 나타난 연구소장과 연구원들이 뭘, 어떻게 했냐고 고함을 질러대지만, 난 심드렁하게 콧방귀만 뀔 뿐이다.


그런데-,


“······.”


벌써 끝?


그림들이 몇 바퀴 돌아가지도 않았고.

무슨 상품이나 누우런 동전을 다시 토해내지도 않았는데.

성냥팔이 소녀의 숨겨진 정체를 밝혀 획득한, 내 소중한 누우런 동전 하나가 사라져버렸다.


어쩔 수 없이 남은 누우런 동전을 슬롯머신 동전 입구에 투입-,


탁!


땡그랑!


익숙한 손 치기를 당했다.


“······듣고 있냐고! 도대체 뭘 어떻게 한 건가?! 말을 해야 할 거 아냐! 자네 혼자 여기서 평생 있을 건가? 제발 뭔가를 알아냈으면 공유 좀 하자고!”


바닥에 떨어진 누우런 동전을 주운 뒤 뒤돌아봤다.


어느새 정찰조 모든 일행들이 다 몰려들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날 쳐다보고 있었다.

민석은 콧구멍을 벌렁대며 씩씩대고 있었고, 기태는 나에게 쌍따봉을, 공범은 나에게 환한 미소를 보내주고-,


“아, 쫌! 듣고 있냐고! 뭔가를 알아냈으면! 우리가 함께 있는 상황인데-!”


연구소장의 외침이 거대한 공동에 울려 퍼진다.


역시나 연구소장 옆에 있을 땐 항상 잡초 이어폰이 필요한 모양.


귀에서 피가 날 것 같았다.




연구소장 소원대로 1급 비밀을 공유했다.


이곳은 카지노라고.

저 석상들은 카지노 직원들이라고.

그리고 성냥팔이 소녀의 숨겨진 정체는 동전 교환기였다고.


그렇게 비밀을 공유했다.


하지만, 어째 일행들의 표정은 점점 썩어들어간다.

초롱초롱했던 눈빛은 마치 날 X신 보는 듯한 눈빛으로 바뀌고, 누구는 긴 한숨을 내쉬기도 한다.


그래도, 내 말이라면 무조건 100% 믿는 민석이 자신이 먼저 마석을 찾겠다고 뛰어가자, 그제야 돌대가리들도 생각이라는 것을 하기 시작한 모양.


다들 마석을 캔다고 사방 여기저기로 흩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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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정찰조(5) +4 24.06.06 99 3 15쪽
34 정찰조(4) 24.06.05 104 8 13쪽
33 정찰조(3) 24.06.03 109 5 15쪽
32 정찰조(2) 24.06.02 116 7 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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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 3D(2) 24.05.30 123 6 13쪽
28 3D(1) 24.05.29 127 6 16쪽
27 검증(3) 24.05.28 144 6 14쪽
26 검증(2) +1 24.05.27 136 5 14쪽
25 검증(1) 24.05.26 143 5 17쪽
24 흔적(3) 24.05.25 142 5 16쪽
23 흔적(2) 24.05.24 142 5 14쪽
22 흔적(1) +4 24.05.23 154 5 13쪽
21 신기한 것, 희귀한 것(7) +1 24.05.23 152 6 14쪽
20 신기한 것, 희귀한 것(6) +2 24.05.22 158 6 13쪽
19 신기한 것, 희귀한 것(5) +1 24.05.21 155 6 1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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