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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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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키만자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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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1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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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39)

DUMMY

“전에 청나라에 제안한 것처럼 류큐 왕국을 반으로 나눠야 합니다.”

“아니 그걸 말이라고 하는 겁니까? 이미 그 땅을 점령한 청나라가 뭐가 아쉽다고 이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까?”

“맞습니다. 솔직히 미국도 일본이 그 땅을 정복하는 걸 원치 않습니다.”


이곳은 일본,


청나라의 류큐 왕국 정복을 두고 일본 정부는 격론을 벌였다.


류큐 왕국은 17세기 초에 일본에 병합당한 신세,


하지만 당시 일본은 막부를 중심으로 다이묘가 각 지방을 통치하는 느슨한 연명 체제였고, 류큐 왕국도 막부 산하의 60여 개 쿠니(國) 중 하나로 취급 당했다.


그렇다고 류큐 왕국이 주권이 없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


그 증거로 류큐 왕국은 미국(1854), 프랑스(1855), 네덜란드(1859)와 공식통상 조약을 맺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적극적으로 싸웠는가?


‘시대의 흐름’이라는 노래를 들어보면 그것도 아니다.


[당(중국)나라 시대에서 야마토(일본) 시대로, 야마토 시대에서 미국 시대로, 미국 시대에서 야마토 시대로, 어지럽게 변화하는 오키나와]


한 마디로 류큐 왕국은 정체성이라는 게 없다.


중국이 강할 때는 중국, 일본이 강할 때는 일본, 미국이 강할 때는 미국에 종속된 국가일 뿐,


실제로 류큐 왕국은 명나라에 384번, 청나라에 122번의 조공을 바쳤는데, 류큐 왕국과 비슷한 입장에 있는 베트남이 명나라에 89번 조공을 바쳤다는 걸 고려하면 류큐는 사실상 중국에 예속된 문명이다.


그걸 홀랑 먹어치운 게 일본 제국,


일본은 청나라와 류큐 왕국을 나눠 먹으려고 했지만, 청나라의 권력자 리훙장이 냉담한 반응을 보이자 합병으로 방향을 잡았다.


“이러다 류큐 왕국이 일본에 먹히겠는데요? 아무 것도 안 할 겁니까?”

“당신들이 그렇게 말한다면 자리를 한 번 주선해주시오.”

“아니, 너무 무신경한 거 아닙니까? 류큐는 청나라에 조공을 바치던 나라 아닙니까?”


오히려 미국이 류큐 왕국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 편,


류큐는 미국의 수교국인데 이걸 일본이 먹으면 미국의 이익에도 영향이 있는 거 아닌가?


그래서 미국은 리훙장에 류큐 왕국을 지키라고 조언을 줬지만 리훙장은 철저히 무시, 그렇게 류큐 왕국의 지배자가 일본으로 바뀐 거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역전,


해군을 키운 청나라는 류큐 왕국을 다시 세력권에 두게 됐다.


그렇다고 일본이 이걸 힘으로 뒤집을 수 있는 입장도 아니고, 전에 청나라에 제시한 대로 류큐 왕국을 나눠먹는 게 일본 입장에선 최선이다.


하지만 일본의 강경파들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


강경파들은 합병은 류큐 왕국이 바랐다는 걸 근거로 들었다.


“미국의 페리 제독이 류큐 왕국에 통상 조약을 요구했을 때, 류큐 국왕이 일본과의 관계를 유지하길 바란다는 답을 하지 않았습니까? 이건 류큐가 일본과 하나가 되길 원했다는 증거입니다!!”

“맞습니다. 이건 청나라가 일본 영토를 불법 점거한 겁니다. 그런데 분할 통치라니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물론 이건 일본의 입장,


정말 류큐 왕국은 일본의 일부가 되길 자청했는가?


지난 1853년, 5월 26일, 상하이를 출발해 우라가(浦賀)로 향하던 페리 제독은 류큐 왕국의 항구 나하(那覇)에 입항했다.


이들은 이곳에 85일 동안 머물며 류큐 - 미국 수호조약을 체결, 그 후 페리 제독이 일본에서 쿠로후네 사건을 일으킨 게 역사적 사실이다.


류큐 왕국이 자국의 정체성을 일본이라고 생각했다면 막부에 먼저 이 사실을 알렸겠지,


하지만 85일 동안 류큐 왕국은 일본에 어떤 정보도 전달하지 않았다.


일본 류큐 왕국에 대한 주권을 주장한 건 쿠로후네 사건 이후 무려 20년이 지난 1873년,


메이지 정부는 류큐 왕국을 류큐 번으로 삼았지만 이것 역시 류큐 왕국에 의해 거부당했다.


“중국은 어버이의 나라다. 어떻게 어버이를 버리라 하는가?”

“그럼 이렇게 하자, 국제법을 살펴보니 폴란드는 오스트리아 – 프로이센 – 러시아에 모두 복속된 적이 있다. 그럼 류큐도 중국과 일본을 모두 섬기면 되는 거 아닌가?”


국제법까지 운운하며 류큐에 매달리는 일본,


나중에는 류큐 번을 폐지하고 류큐 왕국 후손들을 고향으로 돌려보내기까지 했다.


하지만 이것도 류큐 왕국을 먹기 위한 술책일 뿐,


실제로 중국에 복속하길 바라는 류큐 왕족 100명이 일본 정부에 살해당하기도 했다.


그렇게 일본의 탄압을 피해 류큐 인들이 상하이 – 푸저우 – 베이징으로 도망쳐 왔는데, 일본은 무슨 자격으로 류큐의 보호국을 자처하는가.


그걸 알기 때문에 일본 내부에서도 류큐 왕국을 폴란드처럼 중국과 일본의 공동 통치 구역으로 삼자는 말이 나오는 거다.


이토 히로부미도 그 입장,


류큐 왕국에 대한 이권을 조금이라도 유지하려면 청나라와 분할 통치를 하는 게 최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는 현실을 바로 봐야 합니다. 류큐의 구왕족들이 청나라의 보호를 받으며 왕궁으로 돌아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류큐에 대한 주권만 앞세운다면 청나라는 물론 류큐인들의 반발만 살 뿐입니다.”

“맞습니다. 청나라와 공동 통치를 하는 게 최선입니다.”

“에잇!!”

“이런 굴욕이 어디 있단 말인가!!”


강경파들은 분노했지만 결국 현실을 인정했다.


속이 쓰려도 이게 현실,


이토 히로부미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시 한 번 청나라로 향했다.


어차피 관세 문제 때문에 한 번은 만나야 하는 양국의 대표, 그렇게 자리가 마련됐다.


⁕ ⁕ ⁕


“국제조약에 따르면 폴란드가 오스트라이 – 프로이센 – 러시아의 종속국이 된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도 국제조약에 따라 류큐를 공동 통치하는 게 ··· ”

“그건 서양의 논리입니다. 류큐 왕국은 명나라 시절부터 중국에 500번 이상 조공을 바쳤으니 국제법을 논할 이유가 없습니다.”


이곳은 청나라 황궁,


나는 우창칭 총독과 함께 이토 히로부미를 마주했다.


국제법을 운운하는 일본, 하지만 그건 자기들이 조금이라도 류큐에 대한 우위권을 가져오려는 수작일 뿐이다.


무려 400년 넘게 중국의 질서 아래에 있던 류큐를 일본이 무슨 근거로 합병한다는 건가.


나는 류큐를 철저히 조공 - 책봉 원칙으로 대했다.


“중국은 오랫동안 조공 – 책봉 체제를 유지했고, 그 덕에 류큐는 오랫동안 평화를 유지했습니다. 그걸 일본이 힘으로 깨버렸기 때문에 류큐가 저 지경이 된 거 아닙니까? 일본이 정말 동아시아의 평화를 원한다면 류큐에서 손을 떼시오. 그게 우리 청나라의 입장입니다.”

“그럼 청나라도 류큐의 정치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입니까?”

“물론입니다. 포르투갈이 왜 저 지경이 됐는지 모르십니까? 일본이 근대화를 원한다면 식민지부터 포기해야 할 겁니다.”


나는 포르투갈을 예로 들며 일본을 압박했다.


한 때 포르투갈은 세계 각지에 식민지를 둔 강국이었지만, 후발 주자인 스페인과 영국이 치고 올라오면서 힘이 급격히 쇄락했다.


이런 상황에서 해외 식민지에 매달리면 어떻게 될까?


예전에는 포르투갈 혼자서 바다를 누볐으니 해외에 투자한 만큼 소득이 됐지만, 이제는 경쟁자들과 싸워야 하니 비용이 배는 넘게 든다.


실제로 230만 파운드에 달했던 포르투갈의 해외 식민지 수익은 절반 이하로 감소, 차라리 그 돈으로 내수 경제에 투자를 했으면 나라 살림이 조금은 나아졌을 거다.


그래서 포르투갈이 망한 것, 영국도 지금 그 길을 걷고 있다.


해외 식민지를 유지하느라 영국이 얼마나 많은 예산을 낭비하고 있나,


독일이 내수에 집중하며 세력을 키운 것과 반대, 영국이 오늘의 위기를 맞이한 건 식민지를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일본도 마찬가지, 그깟 류큐 왕국 하나 먹는다고 뭐가 달라지나?


식민지 확장에 쓸 돈이 있으면 내수를 키우는 게 정답, 그래서 내가 국내에만 투자를 하는 거다.


돈도 안 되는 신강과 티베트를 팔아넘기고 군사력과 산업역량에 투자를 하는 것도 그런 이유,


일본이 지금 청나라와 기싸움을 하며 정력을 낭비할 때인가? 솔직히 나도 일본 따위와 기싸움 할 여유 없다.


일본보다 강한 열강들이 얼마나 많은데, 저딴 섬나라와 기싸움을 하나.


나는 이 자리에서 류큐에 대한 입장을 분명히 했다.


“앞으로 우리 청나라는 류큐에 어떤 개입도 하지 않을 것이고, 예전처럼 균형 관계를 유지할 겁니다. 그러니 일본도 류큐에 간섭하지 마시오.”

“그럼 ··· 조선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조선도 그렇게 대하실 겁니까?”

“왜요? 우리가 관심 없다고 하면 조선을 먹으실 겁니까?”

“아니 ··· 그게 ··· 저는 청나라와 일본이 합의 하면 조선을 나눠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제국주의적 사상이 동아시아의 평화를 망친다고 분명히 말씀 드리지 않았습니까? 류큐도 조선도 그냥 놔두세요. 왜 자꾸 분란을 일으키는 겁니까? 정말 청나라와 전면전을 하겠다는 거요?”


이토 히로부미는 말을 아꼈다.


청나라는 앞으로도 내실을 다지기 위해 타국에 간섭하지 않을 예정, 하지만 일본이 계속 이런 식이면 어쩔 수가 없다.


일본이 조선을 먹으면 그 다음은 만주를 노릴 텐데, 만주는 뤼순 군벌의 본거지라 거기서 전쟁이 벌어지는 건 손해다.


그렇다면 조선에서 일본과 결판을 짓는 게 낫겠지,


일본은 섬에서 나와야 하는 입장이라 조선을 보급로로 활용해야 한다.


실제로 임진왜란에서 일본이 패배한 이유가 보급로를 확보하지 못한 탓 아닌가?


일본이 류큐 왕국을 먹는다면, 청나라는 조선으로 들어가 왕궁을 포위하고 각 요충지를 점령할 수 밖에 없다.


일본이 그걸 바란다면 그대로 해줄 수 밖에,


청나라의 입장을 확인한 이토 히로부미는 한 걸음 물러섰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류큐를 포기하는 대가로 관세를 낮춰주십시오.”

“그 정도는 들어드릴 수 있습니다.”


이렇게 청나라와 일본은 합의를 마쳤다.


양국은 앞으로 류큐와 조선에 어떤 간섭도 하지 않고, 청나라는 일본에 대한 관세 정책을 철폐, 이것만으로도 일본은 숨통이 트였다.


물론 나는 앞으로도 일본을 예의주시할 생각, 일본이 식민지 확장을 포기하고 내수 발전으로 전환하면 큰 성과를 낼 지도 모른다.


독일만 봐도 영국이 해외에서 돈 지랄을 하는 동안, 내수에 힘쓰며 영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지 않았나.


일본은 아시아의 독일 같은 존재,


그리고 놈들이 만주로 치고 올라오지 않도록 한반도도 통제해야 한다.


만주에 병력을 주둔시키고 언제든 조선으로 치고 들어갈 태세를 유지,


일본의 뒤통수를 칠 북양함대도 예정대로 증강했다.


‘언젠가는 전쟁이 날 거야. 이렇게 조용히 넘어갈 리가 없지’


난 이후에도 일본을 가장 큰 위협으로 간주했다.


영국은 식민지에 너무 많은 재정을 투입해 국고가 휘청거리고 그 사이 독일이 치고 나올 텐데, 일본이라고 가만히 있겠나.


지금 맺은 평화조약은 대전쟁을 대비한 숨고르기일 뿐,


상비병을 70만까지 확대하고 그 중 15만을 뤼순에 주둔시켰다.


상황이 이러니 조선과 류큐도 안절부절 못 하는 중, 겉으로는 중립을 지키는 척 하면서 청나라와 밀착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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