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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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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키만자루
작품등록일 :
2024.08.1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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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10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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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32)

DUMMY

“폐하, 무슨 생각을 그리 하십니까.”

“이 나라의 실권자가 누구인지 생각하고 있었네.”

“실권자라 하셨습니까?”

“그렇네. 나 같은 허수아비가 아니라 진짜 주인 말이네.”


이곳은 청나라의 황궁,


광서제는 소부(少傅) 강충의(姜忠義) 앞에서 넋두리를 이어갔다.


소부는 원래 황제의 개인자산을 관리하는 자리,


하지만 상서(尙書)가 소부에서 독립하고, 상위기구로 확대되면서 황실관련 사무만 담당하는 명예직으로 굴러떨어졌다.


그래도 어쨌든 황실의 사무를 관리하는 망큼 황제와 독대를 하는 일도 적지 않다.


실무자도 아니니 가끔은 황제의 고민을 들어주는 역할도 겸임, 강충의는 황제의 마음을 헤아렸다.


“폐하, 고민이 있으시면 소신에게 털어놓으십시오, 가슴에 담아두시는 건 좋지 않습니다.”

“ ··· 그대의 생각은 어떤가? 우창칭이 짐을 이대로 살려둘 것 같은가?”


광서제는 자신이 언제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었다.


어렸을 때는 서태후의 감시 속에 살았는데, 이제는 뤼순 군벌이라는 자들이 나타나 황궁을 점령하고 호족들을 학살,


천하에 두려울 것이 없는 저들이 언제까지 허수아비 황제를 살려둘까.


광서제는 막연한 두려움에 떨었지만 강충의는 확답을 내렸다.


“예, 폐하께선 안전하실 겁니다.”

“어찌 그리 생각하는가?”

“실은 얼마 전에 병부 상서께서 황실을 소(小) 조정으로 축소하고 의회정치를 도입하려 하셨습니다.”

“소 조정? 그게 무엇인가?”

“황실의 권위를 축소하고 의회를 통해 정치를 논하는 것입니다. 영국은 이미 그렇게 정사를 논하고 있습니다.”


광서제는 고개를 끄덕였다.


평생을 황실에 갇힌 앵무새처럼 살았지만 그래도 세상 돌아가는 일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편, 영국은 황실이 정치에 개입하진 않지만 의회가 그 권리를 보장한다고 들었다.


그렇다면 청나라도 유명무실한 조정을 폐지하고 의회에 정치를 맏기는 게 좋지 않을까.


하지만 황제가 다른 방법으로 뤼순 군벌과 연대하는 것도 가능하다.


바로 황제가 자신을 대신할 전권대신을 임명하는 것, 뤼순 군벌은 황실을 등에 업고 국정을 휘두르고 있지만 그건 원래 황제의 권리다.


황제는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사람을 죽여도 되지만, 신하가 그런 짓을 하면 권신이라고 공격받는 게 사실,


그럼 황제가 그 권신의 권력을 인정하면 되는 거 아닌가?


이걸 보여준 게 니오후루 허션의 일화다.


니오후루 허션은 건륭재의 총애를 받아 황제와 사돈까지 맺은 인물,


그런 사람이 왜 건륭제가 죽은 후 역적의 누명을 쓰고 죽어야 했을까.


여러 가지 가설이 있지만 황제 대신 욕받이가 됐다는 게 정설이다.


건륭제는 청나라 역사상 가장 사치가 심했던 황제, 사치에 쓸 돈이 떨어지자 면죄부를 발행하거나 매관매직으로 내탕금을 마련했다.


그런데 그 더러운 작업을 누가 했을까.


황제가 본인의 손을 더럽힐 순 없으니 신하에게 내탕금을 마련하게 한 것, 이걸 아니까 신료들도 건륭제 생전에는 감히 허션이 권력을 휘두른다는 말을 꺼낼 수 없었다.


저 놈을 욕하는 순간 황제를 공격하는 꼴이 되는데 누가 나서겠나.


하지만 건륭제가 죽은 시점에서 니오후루 허션은 쓰임이 다한 인간, 가경제는 니오후루 허션이 착복한 자금을 자기 내탕금으로 만들었다.


원칙을 따지면 권신이 착복한 재산은 조정 자금으로 회수하는 게 상식,


그런데 이걸 황제 개인 재산으로 돌렸다는 건 가경제가 권신의 재산을 자기 재산으로 생각했다는 거다.


건륭제가 사치를 부리던 자금이 다 어디서 나왔겠나?


결국 허션을 죽인 건 가경제가 자기 아버지의 재산을 승계하기 위한 작업에 불과했던 거다.


이게 권신의 비애,


황제의 총애를 받을 때는 두려울 게 없지만, 황제가 죽으면 본인이 죽을 차례가 온다.


이래서 뤼순 군벌이 황제와의 연대를 거부하는 것,


황제를 옹립하고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건 사실이지만, 뤼순 군벌은 자기 이름을 걸고 정적들을 죽이고 있다.


[군비를 착복한 관료를 참형에 처하라 – 병부 상서 전인환]

[둑방 쌓을 자금을 착복한 관료를 참형에 처한다 – 병부 상서 전인환]


어디에 황제의 명을 받든다는 말이 있나.


물론 군기부와 병부는 황제의 명을 받드는 곳이니 굳이 황제를 언급할 필요는 없다.


그렇다고 자기 이름을 걸고 사람을 죽이는 게 쉽게 할 수 있는 일인가.


이러니까 지방 호족들이 황제가 아닌 병부 상서를 욕하는 거다.


“그래, 한 번 붙어보자. 난 황제 말도 안 듣는 놈이야. 다 죽고 싶어?”


병부 상서도 이제는 막무가내,


최근 병부 상서가 처형한 지방 관료만 100명이 넘는다.


어떻게 보면 안하무인에 이런 역적이 따로 없지만, 황제 뒤에 숨지 않아도 너희들을 다 상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의 표현이기도 하다.


황제도 못 말리는 권신을 누가 상대하나.


뤼순 군벌이 황실을 소 조정으로 만들고 의회를 도입하려는 것도 이해가 되는 전개,


조금만 더 시간이 지나면 이들은 황제의 권위도 무시하고 자기들만의 체제를 구축할 거다.


그 때까지 기다리는 건 황제 입장에서 자살행위, 조금이라도 자신의 힘이 남아 있을 때 뤼순 군벌과 연대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광서제는 그걸 알고 있는 입장,


강충의를 병부로 보내 뤼순 군벌과의 연대를 꾀했다.


“나는 우창칭을 흠차대신으로 삼고 전권을 위임하고 싶네.”

“예? 폐하 ··· 하오나 그건 ··· ”

“자네가 무슨 말을 하고 싶은지 알고 있네, 그렇게 되면 나는 완벽한 허수아비 황제가 되는 것이지, 하지만 저들이 앞으로도 황실의 권위에 의지하게 하려면 나도 더는 방법이 없네. 아니 그런가?”

“그건 ··· ”

“나도 지금 살아보려고 몸부림 치는 거야. 이해해주게.”

“알겠습니다.”


강충의는 바로 군기부로 향했다.


황제가 자신의 이름과 권력을 뤼순 군벌에 넘겨준 사건, 이 조치는 뤼순 군벌의 정체성을 결정지었다.


⁕ ⁕ ⁕


“우창칭을 흠차대신으로 삼아 조정의 모든 권리를 위임한다. 또한 황제의 명 없이 조회를 열 수 있으며, 신료들을 벌 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할 것이다.”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황제 폐하, 만세 ~ 만세 ~ 만만세 ~ ”


이곳은 군기부,


나는 우창칭 총독과 함께 황제의 명을 받들었다.


뜬금없이 흠차대신(欽差大臣)이라니, 흠차란 말 그대로 황제의 대리인을 뜻한다.


문제는 이게 워낙 큰 권력이라 상설화되진 않았다는 것, 그가 하는 말이 곧 황제의 말인데 이런 권력을 어떻게 상시적으로 부여하나.


하지만 광서제는 우창칭에게 그 권리를 내렸다.


사실상 황제가 된 것과 마찬가지, 광서제는 이에 그치지 않고 흠차대신에게 황제가 탈 수 있는 가마와 황금 우산까지 하사했다.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라는 것,


광서제는 나에게도 따로 조서를 내렸다.


“병부 상서 전인환은 황제 폐하의 명을 받들라.”

“예, 하명 하십시오.”

“병부 상서 전인환에게 호부 상서의 지위를 겸하게 할 것이다. 앞으로 조정과 황실의 모든 재산을 관리 감독하라.”


호부 상서는 나라의 재무부 장관,


병부 상서만 해도 엄청난 권리인데 재무부 장관까지 겸하라는 건가.


이건 어떻게 보면 황제의 안전장치다.


우창칭에게 모든 권한을 주었지만 이 자가 권력에 취해 어떻게 돌변할지 누가 아나.


그러니까 날 내탕금을 관리하는 황제의 측근으로 삼은 것,


뤼순 군벌 안에서는 우창칭의 명만 따르면 되지만, 황실 전체로 보면 나는 두 명의 상사를 섬기게 된 거다.


하지만 양다리를 서는 건 위험한 전략,


이러다 내가 우창칭과 대립하면 뤼순 군벌 안에서 소란이 일어난다.


호부 상서 지위는 받지 않는 게 최선, 대놓고 황제의 명을 거역했다.


“그 명은 받들 수 없습니다.”

“이보시오 병부 상서, 그게 무슨 말씀이오??”

“저는 이미 병부 상서의 지위를 맡고 있습니다. 여기서 호부 상서를 겸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아니 ··· 이건 폐하께서 하명하신 거요. 어서 받으시오.”

“그럴 수 없습니다. 거두어 주시길 바랍니다.”


우창칭은 안절부절 못했다.


본인이 흠차대신이 됐는데, 그 수하가 호부 상서가 되길 거부하고 있으니, 이러면 흠차대신이 무슨 의미가 있나.


우창칭은 어서 받으라며 재촉을 이어갔다.


“이 사람아 뭐 하는 건가? 폐하의 명이라 하지 않는가?”

“저는 조정의 도리를 논하고 있는 겁니다. 내탕금은 소부가 관리하는 게 원칙이니 명을 받들 수 없습니다.”


소부, 강충의도 팔을 부르르 떨었다.


황제가 무시 당한 게 화가 나서 저러는 건가?


사실 나는 강충의를 압박하고 있는 거다.


소부는 황제의 내탕금을 관리하는 관직, 그런데 내가 호부 상서가 되면 저자는 내 명을 따라야 한다.


서로 물고 물리는 관계,


폐하를 직접 모시는 관료가 어떻게 내 밑에서 명을 받겠나.


이건 본인의 자존심을 내려놔야 하는 일, 강충의는 앞으로 나섰다.


“병부 상서 나으리, 받으십시오.”

“정말 제가 호부 상서가 되도 되는 겁니까?”

“폐하께서 내리신 명입니다. 소신은 이를 따를 뿐입니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요.”


이렇게 나는 못 이기는 척 호부 상서 지위를 받아들였다.


사실상 강충의의 상사가 된 것, 이러면 황제의 내탕금은 내가 관리하게 되는 거다.


분명히 말하지만 이건 내가 달라고 요구한 것도 아니고, 황제가 억지로 떠넘긴 거 아닌가.


우창칭도 그걸 인정했다.


“내가 흠차대신이 되긴 했지만 결국 이 나라 살림꾼은 자네야. 나는 앞으로도 자네한테 정사를 위임하겠네”

“솔직히 저는 탐탁지 않았습니다. 황제가 저희 둘을 갈라 놓으려고 수작을 부리는 것 같아서 말이죠.”

“에이 ~ 우리가 지금까지 함께 한 세월이 있는데 내가 겨우 그 정도로 자네를 불신하겠나? 아무 걱정 하지 말고 자네 할 일이나 하게”

“알겠습니다.”


이렇게 나는 황제와 일정 거리를 두면서 우창칭과 동맹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황제의 측근이 된 이상 황제와 완전히 거리를 두는 것도 불가능,


괜한 말 나오지 않도록 예전처럼 강충의에게 내탕금을 위임했다.


“황실에 지급되는 예산은 앞으로도 500만 냥을 유지할 예정이네. 혹시 폐하께서 예산이 부족하다고 하지 않으시나?”

“아닙니다. 아직 천하가 안정되질 않았으니 황제도 검소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도 만약이라는 게 있지 않나. 혹시 부족한 게 있으면 말을 하게, 내가 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최선을 다하겠네.”

“알겠습니다. 그럼 월해관에서 수입되는 도자기를 조금 ··· ”

“이 사람아!! 결국 이럴 거면서 그런 말을 한 건가?!!”

“하하 ~ 죄송합니다. 호부 상서 나으리”


이후 나는 황실에 들어가는 예산을 까다롭게 점검했다.


500만 냥 이상을 줄 순 없지만 여기서 더 부족해서도 안 된다.


500만 냥은 황실이 지금 생활을 유지하는 최소한의 비용, 황제가 나 좀 살려 달라고 애원하는데 어떻게 칼을 들겠나.


솔직히 우창칭의 비위를 맞추는 것도 어려운데, 여기에 황제까지 추가되면서 일이 더 복잡해졌다.


하지만 권력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


병부 상서와 호부 상서를 겸한 그 날부터 나는 황제의 대리인이자 흠차대신의 오른팔로 인정을 받은 몸이다.


한 치의 오차도 없어선 안 되는 행정,


황제의 애장품도 황궁으로 실어날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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