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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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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키만자루
작품등록일 :
2024.08.1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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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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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
24.08.27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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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18)

DUMMY

“폐하, 어서 곤녕궁(坤寧宮)에 드시지요.”

“ ······ ”

“폐하?”

“나는 가고 싶지 않다. 알아서 하라고 전하라.”

“아니 그럴 수는 ··· 태후 마마께서 곤녕궁으로 향하라 하셨습니다.”

“나도 이제 14살이다. 언제까지 어린애가 아니란 말이다!!”

“폐 ··· 폐하, 소신을 살려주십시오!! 폐하께서 곤녕궁으로 가지 않으시면 태후 마마께서 소신의 목을 칠 것입니다!!”


이곳은 자금성,


청나라의 황제 광서제는 환관의 독촉을 무시했다.


오늘은 수녀(秀女)를 뽑는 날, 황제 옆에 시중을 들고 때로는 잠자리 상대를 하는 궁녀가 있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청나라는 그 조건을 엄격히 따졌다는 것,


중국의 역대 황제들은 전국에 있는 여자들을 궁녀로 뽑아 올려 자신의 하렘을 만들었고 때로는 그 숫자가 수 천 명에 달했다.


이러니 중국인들은 황제가 궁녀를 뽑는다는 소식을 들으면 벌벌 떨 수 밖에, 물론 입궁해서 황제의 승은을 입고 귀빈의 자리에 오르면 좋겠지만 그런 경우가 몇이나 되겠나.


대부분은 황제의 얼굴도 못보고 평생을 궁궐에서 수절하며 살아야 한다.


이 제도를 혁파한 게 바로 청나라,


청나라는 만주 팔기 집안의 13 ~ 17세 소녀들만 궁녀로 삼았고, 덕분에 민중은 자기 딸이 언제 궁궐로 잡혀갈지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해방됐다.


문제는 이게 정말 청나라가 백성들을 위해 만든 제도냐는 것,


중국을 점령한 유목민족은 한족에 흡수돼 정체성을 잃지 않았나.


청나라 황실은 그걸 잘 알았기 때문에 만주 팔기를 제외한 어느 가문과도 통혼하지 않았다.


요약하면 수녀 제도는 만주족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한 것, 문제는 이 수녀 제도가 이상한 방향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는 거다.


특정 집안에서만 황제의 시종을 뽑을 수 있다니,


바꿔 말하면 황후 선발이 그들만의 리그가 된 거 아닌가.


이렇게 수녀제는 만주족의 정체성을 지키는 제도에서 기득권의 철밥통을 지켜내는 수단으로 변질, 서태후도 황제를 통제하기 위해 자기가 뽑은 여자를 황후로 삼을 속셈이다.


광서제가 그걸 모르겠나.


누가 수녀로 뽑히든 황제 옆에서 얼쩡거리는 기득권의 잔재일 뿐, 황제가 곤녕궁에 가길 거부하자 기득권은 난리가 났다.


“이게 어찌된 일이냐? 폐하께서 곤명궁에 드시지 않았다니?”

“그 ··· 그게 ··· 누가 수녀로 뽑히든 상관 없다고 하셨습니다.”

“그걸 지금 말이라고 하는 거냐?!! 이건 황실의 대를 잇는 일이다!! 폐하께서 가지 않으신다면 네 놈이 업어서라도 모셔야 할 거 아니냐?!!”

“태 ··· 태후 마마 ··· 신이 어찌 감히 폐하의 몸에 손을 댈 수 있습니까? 살펴 헤아리십시오!!”

“시끄럽다!! 이 놈을 끌고 가 매우 쳐라!!”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서태후는 환관을 끌어내 마구 매질했다.


이제 머리가 커서 슬슬 반항심을 드러내는 황제,


거기다 이번에 뤼순 군벌이 황궁을 들쑤셔 놓은 탓에, 서태후를 포함한 보수파들의 세력이 예전같지 않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여기서 현친왕(賢親往) 아이신기오로 이후완이 나섰다.


“태후마마, 신이 폐하를 설득해보겠습니다.”

“그건 안 됩니다. 제 말도 안 듣는 폐하가 당신의 말을 듣겠습니까?”

“그건 ··· ”

“혹시 이제 와서 친아버지 노릇을 하려는 건 아니겠죠?”


서태후의 말에 현친왕은 고개를 숙였다.


이 두 사람은 인척으로 맺어진 사이,


그리고 광서제의 황제 등극 과정에도 깊게 연관 돼 있다.


서태후는 자기 여동생을 현친왕에게 시집 보내 사돈을 맺었고, 동치제가 후사 없이 죽자 현친왕의 양자로 삼고 황제에 올렸다.


말 그대로 막장,


서태후는 자기 조카를 양자로 삼고 황제에 올린 거다.


눈 뜨고 아들을 빼앗긴 현친왕 입장에선 기가 막힐 일, 하지만 자신이 태후에게 반항하면 아들이 위험해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서태후에게 복종했다.


하지만 서태후의 권위가 흔들리는 지금이라면 아들과 힘을 합쳐 조정의 질서를 바로 잡을 수 있지 않을까.


서태후는 그것까지 내다보고 현친왕과 황제의 접촉을 막았다.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폐하는 제 아들입니다. 이 문제는 제가 알아서 할 테니 당신은 끼어들지 마세요.”

“ ··· 알겠습니다.”


태후전을 나서는 현친왕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 날 태후에게 저항했다면 황제가 저 꼴이 되진 않았을 텐데, 우유부단한 아버지 때문에 아들이 새장 속의 새가 되고 말았다.


이 억울함과 분노, 답답함을 어떻게 풀어야 하나,


아들을 저렇게 둘 수 없다는 생각에 목숨을 걸고 한 사람을 찾아갔다.


⁕ ⁕ ⁕


“독판 각하, 현친왕께서 오셨습니다.”

“현친왕? 그게 누구인가?”

“효천부운입중체정지문성무지용인자검근효민관정성황제(도광제)의 서자이자, 황제 폐하의 친아버지이십니다.”

“뭐 ··· 뭐라고? 어서 드시라 하라!!”


이곳은 군기부, 군기부 독판 우창칭은 현친왕을 맞이했다.


꼬일대로 꼬여 족보가 개판 오분 전이 된 청나라 황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지방의 군벌이었던 우창칭이 그런 복잡한 사정을 알겠나?


상대가 황제의 친아버지라는 말에 몸가짐을 바로 했다.


“황제 폐하의 아버님께서 어찌 이런 누추한 곳에 드셨습니까?”

“하아 ~ 독판, 단도직입으로 말하겠소. 제발 폐하를 구해주시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폐하는 지금 안전한 곳에 계시지 않습니까? 제가 있는 한 누구도 감히 폐하께 ··· ”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오. 나는 그 날 눈 뜨고 태후에게 아들을 빼앗겼소. 그리고 지금 폐하는 태후가 만든 새장 속에 갇힌 신세라오. 황실의 일원으로서 어찌 이 꼴을 두고 볼 수 있겠소?”


현친왕의 푸념에 우창칭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복잡한 사정이 있었다니, 하지만 서태후는 보수파의 거두이자 황실의 최고 권력자다.


태후를 잘못 건드리면 황족들을 도륙 낸 역적이 된다는 뜻, 이제 막 황실에 입궁한 우창칭은 그런 큰 일을 벌이기엔 부담이 크다.


가장 쉽게 권력을 안정화시키는 방법은 태후와 협력해 황제를 지금처럼 새장 속의 새로 만드는 것,


하지만 우창칭은 그 정도로 머리가 돌아가는 인물은 아니었다.


서태후만 날려버리면 누구도 내 앞을 막을 자가 없다고 판단, 현친왕과 연합해 태후를 견제하기로 했다.


⁕ ⁕ ⁕


“총관 대인, 태후 마마께서 태후전에 들라 하십니다.”

“태후 마마께서? 무슨 일인가?”

“그게 ··· 자세한 건 소신도 모르옵니다.”


이곳은 군기부,


평소처럼 나랏일을 처리하던 나는 태후의 부름을 받았다.


그 여자가 왜 날 찾는지는 대략 눈치는 챘는데, 분명한 건 나와 우창칭은 서로 대립해서 좋을 게 없다는 거다.


우창칭이 현친왕과 손을 잡았으니 날 이용해 우창칭을 견제하겠다는 게 태후의 속셈,


만약 태후와 손을 잡고 우창칭을 날려버리면 그 다음엔 누구를 의지해 권력을 잡아야 하나?


태후? 그 여자를 믿을 바엔 떠돌이 개를 믿는 게 낫다.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조카도 빼앗아 오는 여자가 뭘 못하겠나.


그리고 내가 많은 권력을 쥐고 있다고 해도 우창칭의 목을 치는 순간, 공공의 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내가 누구 덕분에 여기까지 왔나?


그런데 우창칭을 죽이고 태후와 손을 잡는다고? 지금까지 함께 한 뤼순 군벌 관계자들을 모두 적으로 돌릴 수도 있다.


그리고 우창칭은 생각이 깊지 않고 욕심도 많지만, 적어도 자기 편의 뒤통수를 칠 만큼 비열하진 않다.


오히려 비열함은 서 태후가 한 수 위,


나도 서 태후처럼 비열한 놈이라 동족을 혐오한다.


차라리 조금 멍청하더라도 날 믿어주는 사람과 손을 잡는 게 나은 편, 태후전에 들라는 명은 깔끔하게 무시했다.


“지금은 나랏일이 바쁘니 조금 있다가 태후전에 들겠다고 전하라”

“그 ··· 그건 ··· 태후 마마의 명은 누구도 거역할 수 없습니다.”

“내가 나중에 뵙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태후 마마의 말은 무섭고 내 말은 무섭지 않다는 거냐?”

“아 ··· 아닙니다.”


그렇게 나는 방해꾼을 쫒아냈다.


솔직히 별로 무섭지도 않은 태후, 서태후의 권세가 예전처럼 기세등등했다면 곤녕궁에 들지 않겠다는 황제를 그냥 뒀겠나?


본인이 아쉬우니까 군기부 총관인 나한테까지 손을 내미는 것,


손익계산이 끝났으니 태후의 명을 들을 필요가 없었다.


평소처럼 독판부 관사로 향할 뿐, 마침 혼자 있던 우창칭은 날 반갑게 맞이했다.


“독판 각하, 전인환 총관께서 드셨습니다.”

“오오 ~ 전 총관이 여긴 어쩐 일인가?”

“곧 부르실 것 같아서 미리 찾아 뵈었습니다.”

“하하 ~ 혹시 누가 자네한테 다녀갔나?”

“예, 태후가 사람을 보내 독판 각하를 배신하라고 부추기더군요.”

“뭐 ··· 뭐야? 그게 정말인가?”


너무 놀라서 엉덩이를 들었다 놨다 하는 군기부 독판,


나는 그 앞에서 태연한 미소를 유지했다.


“뭘 그리 놀라십니까? 제가 독판 각하를 배신할 생각이었다면 여기 와서 이런 말을 하겠습니까?”

“크흠 ~ 이 사람아, 그래도 그런 말은 좀 조심히 하라고, 놀랐잖아.”

“그렇게 겁이 많은 분이 현친왕과 함께 폐하를 옹립할 계획을 세우셨습니까?”

“쉬 ~ !! 쉬 ~ !! 태후가 들으면 어쩌려고 이러나?”


또 시작된 엄살,


하지만 나는 단호한 태도를 유지했다.


“그까짓 노인네를 왜 두려워 하십니까? 태후는 지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겁니다. 폐하는 태후의 권위에 반항하고 있고, 보수파의 세력은 예전 같지 않고, 현친왕은 아들을 되찾으려 하고, 지금 모든 게 태후에게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니 독판을 꼬드겨 자신의 권위를 유지하려는 겁니다. 그 여자의 운명은 독판께 달려있는데 뭘 두려워 하십니까? 그 여자를 죽이든 살리든 어르신의 마음대로입니다.”

“음 ~ 듣고 보니 그렇군.”


이제야 자신의 입지가 파악이 된 순진한 양반,


그럼 지금이 태후를 몰아내고 황제의 친정을 선포할 때인가.


나는 그것도 바라지 않았다.


“태후와 황제가 서로 반목하는 지금이 우리가 세력을 확대할 절호의 기회입니다. 둘이 대립하게 놔두십시오.”

“그게 무슨 소린가?”

“태후가 무너지면 황제가 친정을 하겠죠. 황제가 정사를 직접 돌보겠다는데 우리 같은 신하들이 감히 앞으로 나설 수 있습니까? 그러니 우리도 태후를 이용해야 합니다. 그 여자는 죽을 때까지 권력을 놓지 않을 테니 황제와 계속 대립하겠죠. 그 사이 우리가 신료들을 포섭해 이 나라를 장악하는 겁니다.”

“하하 ~ 자네 정말 나쁜 사람이야. 아주 못 됐다고”

“그 못 된 놈과 놀아난 덕분에 독판께서도 살 맛 나는 거 아닙니까?”

“하하하 ~ 그건 그렇지!!”


이렇게 나는 태후의 의도를 사전에 봉쇄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황제와 태후의 반목은 계속 될 뿐, 그렇다고 신료들이 둘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지금 조정의 실권을 쥔 게 누구인가.


군기구 독판 우창칭과 그 총관인 나, 신료들도 그걸 알기 때문에 여기에 줄을 댔다.


따지고 보면 황족들도 이미 우리 편,


자기만 살겠다고 뤼순 군벌에 뇌물을 바쳤다가 서태후에게 제대로 찍힌 경친왕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현친왕도 서태후와 맞서고 황제의 목숨을 지키려면 우리에게 붙는 수 밖에, 서태후도 우리를 외면 할 수 없는 입장이다.


이런 상황에서 왜 우리가 양자 택일을 해야 하나?


황제를 죽이든 살리든, 태후를 죽이든 살리는 우리 마음대로,


이렇게 나는 우창칭과 연합해 청나라 조정을 완전히 장악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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