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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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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키만자루
작품등록일 :
2024.08.1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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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9.09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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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31)

DUMMY

“지방은 잘 통제되고 있는가?”

“예, 병부 상서 나으리”

“ ··· 그 말은 반만 믿겠다.”

“예? 나으리, 혹시 뭔가 마음에 안 드시는 게 있습니까?”

“그런 건 없다. 그저 이 나라의 한계를 지적하는 것 뿐이다.”


이곳은 청나라의 수도 자금성,


나는 관료들 앞에서 뼈 있는 말을 했다.


청나라의 행정구역은 16개의 성(省)과 1281개의 군현이 존재, 이걸 중앙정부가 다 통제하는 게 가능할까.


특히 이건 청나라의 행정제도와 직결된다.


명나라 시기에는 지방 행정이 탄탄했던 편, 곳곳에 존재하는 유생이 지방의 비리를 논하고 중앙에 고발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지방과 중앙을 이어주는 조직은 한림원,


한림원은 과거 시험 합격자가 인턴 노릇을 하는 곳인데, 인턴 기간동안 할 수 있는 일이 뭐겠나?


지방에서 올라오는 상소문을 읽어보고 이를 중앙에 보고하는 것,


이런 청백리 이미지 때문에 명나라 중기에 접어들면 한림원 출신 관료가 재상이 되는 경우가 흔했다.


그럼 청나라는 이 제도를 그대로 계승했을까?


명나라 치세 때는 아래에서 건의가 들어오면 6조가 이를 심사하고 황제에게 보고하는 형식이다.


하지만 청나라을 세운 만주족은 대대로 부족장의 권위를 바탕으로 정치를 했기 때문에, 6조를 거쳐 정사를 논하는 정치 체제를 마음에 들어하지 않았다.


그래서 청나라 시기에는 유생들의 영향력이 사실상 사라진 것,


순치제 때는 유생들에게 ‘입조심 해라’라는 경고를 내렸을 정도다.


심심하면 문자의 옥을 일으켜 유생들을 탄압한 것도 그 연장선, 황제에게 직언을 올리려면 각 부의 장관 급은 돼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의 의견이 중앙으로 올라올 것 같나?


심지어 청나라는 한 때 만주족 출신 재상을 1품, 한족 출신 재상을 2품에 두고 발언권에 차별을 뒀다.


일각에서는 청나라는 전성기 시절(강희 – 옹정 – 건륭)에 황제가 신하들의 기강을 바로 잡았다는 평가를 하는데, 그냥 지방의 입을 틀어 막았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아무도 말을 못하니까 불만을 입에 못담는 거 아닌가?


그런데 이게 딱히 나쁜 거라고 할 수도 없다.


송나라를 밀어내고 중원을 차지한 몽골족은 왜 100년도 못 간 건가.


그들도 송나라의 지방 여론을 무시하고 몽골족 중심의 통치 체제를 유지한 건 마찬가지, 그런데 왜 청나라와 달리 안전한 통치 체제를 이루지 못한 건가?


몽골족은 누구보다 독재적이었지만 정작 중앙집권을 이뤄내지 못했다.


칸이 죽으면 쿠릴타이를 열고 서로가 나 잘났다고 싸우는 신세, 심지어 칭기즈칸 때부터 애써 정복한 영지를 후손들이 서로 나눠 먹었다.


이러니 중앙집권이 되겠나?


하지만 청나라는 그런 거 없다.


섭정이나 친왕 제도가 있지만 그들에게 따로 영토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고, 어디까지나 황제를 보조하는 수단일 뿐, 심지어 건륭제는 준가르 원정을 위해 일시적으로 설치한 군기처를 최고 의결기구로 삼았다.


군기처를 상설화시켰다는 건 황제가 평소에도 전시처럼 나라를 운영한다는 뜻, 당연히 황제에 모든 권한이 집중될 수 밖에 없다.


이게 청나라 후기에 군기처가 최고 권력기구가 된 진짜 이유, 군사만 다루는 게 아니라 사실상 나라의 모든 권한을 틀어쥔다.


우창칭 총독이 왜 군기부 독판 자리에 올랐을까?


군기부 독판은 황제의 명을 집행하는 최고 통수권자, 병부 상서인 나도 황제에게 직언을 올릴 수 있는 몇 안 되는 권력자다.


소수에 권력이 집중됐기 때문에 지방 호족들이 중앙에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 그런데 이걸 반대로 생각하면 지방은 언제든 중앙의 감시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뜻이다.


중앙 정부가 유생들의 목소리에 귀를 닫는다고 지방 통제가 되나?


그래서 나는 군사를 일으켜 허베이 – 푸젠 성을 쓸어버리고 철저한 중앙집권 체제를 구축한 거다.


지방 호족과 지주들을 한 번 두들겨 잡은 것도 그 연장선,


주기적으로 두들겨 패주지 않으면 중앙의 권위가 서질 않는다.


이게 청나라 정치체제의 한계, 소수가 권력을 잡고 나라를 이끌다 보니 이 소수가 무능하면 나라가 무너진다.


강희제 – 옹정제 – 건륭제는 꽤 유능한 황제들이었지만 이들이 죽고 나서 나라가 어떻게 됐나.


말 그대로 개판 오분 전, 가경제가 황권을 강화하기 위해 숙청을 진행했지만 능력이 조상님들에 미치지 못했다.


독재가 무조건 나쁜 건 아니지만 능력이 있어야 할 수 있는 것,


나는 그 능력을 증명하기 위해 앞으로도 관료들을 때려 잡고 숙청을 진행해야 한다.


문제는 내가 황제가 아니라는 것, 기껏해야 병부 상서다.


우창칭 총독의 권위를 빌린다고 해도 그는 황제가 아닌 게 사실,


이런 한계 때문에 나는 청나라의 정치 제도를 개혁할 생각이다.


‘황실은 소(小) 조정으로 바꾸고 의회정치를 도입하자.’


지금까지 황실의 권위에 의지해 나라를 통치한 청나라,


하지만 내가 황제의 자리에 올라 청나라를 지배할 순 없다.


그건 우창칭 총독도 마찬가지, 황제를 유폐하고 본인이 황제가 되는 순간 지방에서 난리가 일어날 거다.


그렇다면 영국처럼 왕실을 허수아비로 만들고 의회정치를 추진하는 것도 방법, 이러면 지방 세력도 포섭할 수 있고, 황제를 대신해 이 나라의 최고 통수권자가 되는 것도 가능하다.


문제는 예전처럼 독재를 할 순 없다는 것,


의회정치가 시작되면 너도 나도 잘났다고 떠들어 댈 텐데, 그 꼴을 어떻게 보나.


그걸 생각하면 지금처럼 황제를 도구처럼 부리는 게 나을 수도 있다.


이래서 정치가 어려운 것,


중국이 작은 나라도 아니고 1281개의 군현과 16개의 성, 인구 4억을 통치해야 되는데 이걸 지방분권으로 통제할 수 있나?


일단 우창칭 총독과 의견을 나눴다.


* * *


“황실을 소(小) 조정으로 만든다고 했나?”

“네, 껍데기만 남기고 모든 실권은 의회로 돌리는 겁니다.”

“에이 ~ 이 사람아, 그럴 바엔 내가 황제가 되는 게 낫지.”

“그건 절대 안 됩니다.”

“아니 왜? 내가 뭐가 부족하다고?”

“총독께서 황제가 되면 백성들에게 힘이 있는 자가 권력을 쥐는 게 정당하다는 인식을 심어줄 뿐입니다.”

“아니, 그게 뭐 어때서 그러나? 힘 있는 자가 권력을 쥐는 게 당연하지”

“그게 말처럼 쉬운 게 아닙니다. 왜 역대 황제들이 이런저런 가면을 썼겠습니까?”


이곳은 군기부, 나는 우창칭 독판과 대화를 이어갔다.


한나라 고조 유방은 어떻게 천하를 손에 쥐었나.


여러 가지 비결이 있겠지만 그가 초나라 의제를 계승한 것도 있다.


초나라 의제는 항우가 추대한 허수아비 황제, 하지만 허수아비라도 그가 멸망한 초나라를 계승한 정통 황제라는 건 부정할 수 없다.


그렇다고 의제가 폭정을 저질렀는가?


그는 누가 봐도 멀쩡한 황제였는데, 항우는 대낮에 황제를 죽여버리는 미친 짓을 저질렀다.


“황제가 한 게 뭐가 있냐?!! 진나라를 무너뜨린 건 바로 나다!!”


이게 항우가 의제를 살해하고 지껄인 변명,


자기 손으로 세운 황제를 죽여놓고 기껏한다는 소리가 이건가.


말 그대로 천하가 경악한 사건, 반면 유방은 살해당한 의제의 원혼을 달래는 제사를 지냈고, 이 덕분에 주위 군웅들의 마음을 얻었다.


만약 항우가 의제를 죽이지 않았다면 유방은 변방인 촉나라에서 평생 썩다 죽었겠지,


의제가 멀쩡히 살아있는데 유방이 무슨 명분으로 항우와 대결하나?


이건 청나라가 세워지는 과정도 마찬가지, 강희제는 순시를 갈 때마다 명나라 황제의 무덤에 절을 올렸다.


이자성의 반란군에 허무하게 최후를 맞이한 명나라 왕조를 계승한다는 뜻, 물론 이건 어디까지나 형식이었다.


지방 인사들을 다 무시하고 만주족 중심의 정치를 편 청나라가 무슨 자격으로 명나라 황제 무덤에 절을 올리나.


하지만 그런 정치적 퍼포먼스라도 했기에 청나라가 명나라를 계승한 나라가 될 수 있었던 거다.


그럼 지금의 뤼순 군벌은 어떤가.


뤼순 군벌은 청나라 주요 성(省) 7개를 점령했고, 병력은 50만이 넘는다.


지금 당장 청나라를 무너뜨리고 새로운 왕조를 개창하는 것도 가능, 하지만 그건 자살행위다.


허베이성 – 푸젠에서 지방 호족 3천 명을 처형했으니 지방 유생들의 지지를 얻는 건 불가능,


이런 상황에서 청나라 황실까지 적으로 돌리면 어쩌자는 건가?


앞 뒤로 포위되는 꼴, 그래서 나는 의회정치를 추진하려는 거다.


이건 청나라 황실과 지방 호족 모두 납득할만한 전개,


청나라 황실을 소 조정으로 축소하는 대신 그 권위를 보장하고, 의회 정치가 시작되면 지방 호족들도 날개를 펼 수 있는 기회가 온다.


양쪽에서 지지를 받는다면 뤼순 군벌은 합법적인 지배자로 올라서겠지, 그리고 그게 가장 평화적인 정권 교체 방법이다.


하지만 우창칭은 아직 황제의 자리에 미련이 남은 입장, 마지막까지 날 물고 늘어졌다.


“여보게 전 총관, 내가 황제가 되는 건 안 되겠나?”

“그건 안 됩니다. 황제가 다른 군벌에 의해 시해됐다면 총독께서 그 유지를 잇다는 명분을 앞세워 왕조를 개창할 수 있었겠죠. 하지만 우리는 폐하와 황실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군을 일으켰습니다. 그런 우리가 폐하를 유폐하고 새로운 왕조를 연다는 건 불길 속으로 뛰어드는 겁니다.”

“어허 ~ 그럼 좀 늦게 들어가지 그랬나?”

“각하, 그때 우리가 자금성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천하의 절반을 손에 넣지도 못했을 겁니다.”

“아니 ··· 그건 나도 알지만 ··· 참으로 아깝구만 ··· 아까워 ··· ”

“황제의 자리에 너무 연연하지 마십시오. 지금 이 상황에서 우리가 권력을 확고히 할 수 있는 방법은 의회정치를 도입하는 것 뿐입니다.”

“글쎄 ··· 일단 고려는 해 보지.”


우창칭의 반응은 뜨뜻 미지근했다.


역시 의회정치에는 관심이 없는 건가.


그렇다면 이 나라는 앞으로도 내가 멱살 잡고 끌고 갈 수 밖에,


지방의 협력도 구할 수 없고, 그렇다고 황제에게 권력을 넘길 수도 없으니, 내가 다 알아서 해야하지 않겠나?


이렇게 나는 본의 아니게 독재자의 탈을 뒤집어 썼다.


하지만 이것도 잘 하면 성군 소리를 듣는 세상,


관료들을 쥐어 짜서 지방 관료들의 악행을 뿌리 뽑았다.


“병부 상서 나으리 큰일입니다.”

“무슨 일인가?”

“남경에서 수해가 일어나 2천 만 냥을 지급했는데 이걸 지방 관료들이 도중에 빼돌렸다고 합니다.”

“모두 처형 해라. 그리고 죄인의 자식들은 모두 노비로 삼을 것이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병부 상서 나으리, 아뢰옵니다.”

“또 무슨 일이냐?”

“군기부 관리가 식량 2만 섬을 횡령했다고 합니다.”

“2만 섬? 이 놈이 간이 배 밖으로 나왔구나. 처형해 본보기로 삼아라”


거의 매번 이런 식,


이렇게 나는 차곡차곡 악명을 쌓았다.


원래라면 황제가 쌓을 업보지만 황제 노릇을 못 해서 ‘권신’ 취급을 받는 중, 지방 호족들도 날 황실을 등에 업은 악당으로 취급했다.


‘너희가 이 자리에 있으면 뭐 다를 줄 알아? 그리고 눈치 챙겨라. 난 너희를 죽일 수 밖에 없어. 지금 정치 체제에선 말이야.’


나는 지금의 통치 체제를 지키기 위해 지방 호족들을 죽여야 하는 입장,


눈치가 있는 놈이라면 알아서 길 텐데, 저것들은 꼴에 지식인이라고 자존심은 엄청 강하다.


심심할 때마다 낚싯바늘에 걸려 올라오는 호족 놈들,


뤼순 군벌의 피와 살이 될 놈들이라 남김 없이 죽여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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