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퓨전

새글

사키만자루
작품등록일 :
2024.08.10 11:28
최근연재일 :
2024.09.17 11:28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106,952
추천수 :
2,481
글자수 :
210,352

작성
24.09.02 11:30
조회
2,381
추천
69
글자
12쪽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24)

DUMMY

“대총관 나으리, 병사들이 통제가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어제 보고를 받았는데 외곽에서 약탈과 방화가 일어난 것 같습니다.”

“조용히 수습하게, 본보기를 보이겠다고 괜히 소란 피울 것 없어”

“알겠습니다. 조용히 처리하겠습니다.”


이곳은 뤼순 군벌의 본진,


나는 병사의 보고를 한 귀로 듣고 흘려보냈다.


지금 곳곳에서 호족과 그 잔당에 대한 토벌이 이뤄지는 중, 병력이 넓게 퍼져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곳에서 병사들이 살인이나 폭력 – 약탈 등을 벌이는 건 당연하다.


그건 나도 통제 불가능,


도시를 점령한 군대를 완벽하게 통제하는 게 가능한가?


거기다 지금은 19세기, 그런 일이 일어났다고 해도 내가 법적인 책임을 져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그런 놈들을 방치하면 내 얼굴에 먹칠이 되는 것도 사실, 그렇다고 공개처형이라는 쇼맨십을 발휘할 필요도 없다.


‘약탈과 방화? 그런 게 있었어? 가해자가 있었는데 없어졌네?’


이렇게 처리하면 그만,


나는 그런 일이 있다는 말은 듣지도 못했다.


내 목표는 지방 호족들의 근간을 뽑아버리는 것, 그 것 외엔 아무 것도 보지 않고 듣지도 않았다.


다만 행정적인 부분은 신경을 쓰는 편,


허베이성에서 발견된 위조지폐를 폐기처분했다.


[남자들이 모이면 서로 치고받고 싸우고 일이 없으면 무덤을 파헤치고 위조지폐를 만든다. 여자들은 악기를 뜯고 부귀한 자에게 꼬리를 쳐 첩이 된다.]


이게 19세기 청나라의 길거리 풍경,


남자들이 술 먹고 서로 치고 받는 건 동서고금 일어나는 일이지만, 무덤을 파헤치고 위조지폐를 만드는 건 별개의 문제다.


민간인도 위조지폐를 만드는데 호족들은 안 만들까.


은표를 만드는 재료를 구하기 어렵다고 해도 호족들에겐 식은 죽 먹기,


청나라 조정도 그걸 알고 은표 교체 주기를 1 ~ 2년으로 정했지만 나라가 외세의 침략을 받고 맛이 간 상황에서 그게 지켜질 리가 없다.


그렇게 시장에 풀린 위조 지폐는 얼마나 될지 가늠도 안 될 정도,


내가 지방 세력을 박살 내는 건 이런 이유도 있다.


화폐는 중앙에서 발급해야지 이런 식으로 지방 호족들이 위조지폐를 퍼뜨리면 나라 꼴이 뭐가 되겠나.


특히 지금처럼 전시 상황에서는 위조화폐가 기승을 부리기 마련, 화폐를 위조한 놈들은 즉결 처형하고 위조지폐는 발견 즉시 모조리 불태웠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드러나는 불편한 진실,


보고를 받은 나는 헛웃음을 지었다.


“그동안 지방에서 올려보낸 세금 절반이 위조지폐였다는 건가?”

“예, 우리 모두 그동안 속고 있었던 겁니다.”

“훗 ~ 뭐 어떤가. 그 위조지폐로 병사들 급료도 주고 경제도 살아나지 않았나?”

“뭐 ··· 그건 그렇습니다만 ··· ”

“중앙에 올라온 이상 그건 합법적인 지폐야, 하지만 여기 있는 지폐들은 다 불법이지, 모조리 불태워 버려”

“알겠습니다.”


내가 쓰면 합법, 남이 쓰면 불법,


호족들이 대놓고 위조지폐를 찍어내니 이제 진품과 가품을 구별하는 게 무의미하다.


그렇다면 불 태워서 화폐량을 조절하는 게 최선,


이렇게 뤼순 군벌은 허베이성에서만 화폐 8억 3천만 냥을 불태웠다.


이러면 뤼순 군벌이 가지고 온 은표가 허베이성 주민들에겐 희망이자 등불, 위조지폐가 다 타버렸는데 어떻게 경제를 꾸려갈 건가.


나는 병사들에게 은표 1억 냥을 풀어버렸다.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으면 차라리 돈을 주고 사라. 병사가 부녀자를 겁탈했다는 소문이 돌면 내 체면에 먹칠이 될 뿐이다. 알겠느냐?”

“예!! 대총관 나으리!!”


신이 난 병사들은 길거리로 나가 미녀들을 쓸어담았다.


위조 지폐 8억 냥을 불태웠으니 지금 허베이성은 은표 한 장도 귀한 시기, 이런 상황에서 은표를 손에 쥔 병사들은 주민들에게 주요 고객이다.


돈 많은 남자의 첩이 되길 바라는 여자들에게도 이건 기회,


그렇게 수많은 여자들이 병사들의 첩이 됐다.


누가 보면 미쳤다고 하겠지만 나는 약탈로 번질 일을 평화적으로 해결했을 뿐, 병사들도 이러니 윗 사람들은 말 할 필요도 없었다.


⁕ ⁕ ⁕


“자네 딸은 얼마인가?”

“데 ··· 데려가시려고요?”

“그럼, 얼마를 주면 되겠나? 아니 됐어, 여기 돈 있네”

“가 ··· 감사합니다!!”


이곳은 허베이성의 민가,


뤼순 군벌 총독 우창칭은 우연히 민가에서 만난 여인을 눈여겨 봤다.


호리호리한 몸매에 가녀린 목덜미, 옥처럼 흰 피부와 도톰한 입술, 크고 훤하게 뚫린 눈과 오뚝한 콧날까지, 한 눈에 봐도 절세가인 아닌가.


부유하지 못한 민가에서 태어나 제대로 꾸미지도 못했는데 아름다움이 흘러넘쳤다.


돈이 궁한 아버지는 뒤도 안 돌아보고 딸을 바치는 중,


그 꼴을 지켜본 딸은 깊은 한숨을 토해냈다.


“제가 출세하면 아버지를 매질하러 올 게요. 아니, 아버지를 돈으로 사서 제 노비로 삼을 테니 두고 봐요.”

“뭐 ··· 뭐라고?”


남한테 자식을 파는 아버지를 좋게 볼 딸이 어디에 있나.


이 막장극을 지켜보던 우창칭은 뭐가 그렇게 좋은지 너털웃음을 지었다.


“너는 이 자를 노비로 삼길 바라느냐?”

“예, 저한테 사주실 건가요?”

“못 할 것도 없지. 여봐라!! 이 놈을 끌어내라!!”

“아 ··· 아니!! 총독!! 이런 법이 어디에 있습니까!! 총독 나으리!!”


이렇게 아버지는 딸을 판 돈을 써보지도 못하고 노예로 굴러떨어졌다.


노비의 돈은 주인의 것, 우창칭은 대금으로 지불한 은표 1만냥 까지 몰수해 여자에게 주었다.


“앞으로는 아버지를 모시듯 나를 섬겨야 할 것이다. 알겠느냐?”

“그건 어렵습니다. 어떻게 아버지 같은 분과 잠자리를 같이 하겠습니까. 앞으로 지아비로 모시겠습니다.”

“하하하 ~ 그 녀석 아주 요망하구나!! 그런 점도 아주 마음에 쏙 든다!!”


그렇게 우창칭은 민가에서 데려온 여인과 몇 날 며칠을 보냈다.


아직 호족에 대한 토벌이 한창 진행 중이지만 그런 귀찮은 일은 대총관이 알아서 하는 중,


눈치가 빠른 여자도 군벌의 실체가 우창칭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도대체 누구지? 누가 이 거대한 군대를 통솔하는 거야?’


상관이라는 놈이 하루 종일 여자를 끼고 노는데 생각보다 조용한 도시,


아니, 지금이 전쟁 중이라는 걸 누가 믿겠나?


병사들이 길거리에 1억 냥을 뿌리고 그 주변에는 상권이 형성, 이게 전쟁을 하러 온 건지 아니면 엽색을 하러 나온건지 헷갈릴 정도다.


분명한 건 이 군대의 지휘권을 가진 자가 있다는 것,


우창칭 같은 늙어빠진 노인네보다는 실세를 잡는 게 좋지 않을까.


여자는 이 군대의 실체가 드러날 때를 기다렸다.


⁕ ⁕ ⁕


“총독 나으리, 전인환 대총관께서 오셨습니다.”

“끄응 ~ 어서 들라 하라 ··· ”


이곳은 뤼군 군벌 본진,


나는 우창칭 총독이 병으로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 면회를 왔다.


아직 한창인 젊은 병사들은 여자를 끼고 술을 마셔도 거뜬하지만, 우창칭은 이제 50이 다 된 노인이다.


본인 몸을 생각해야지 여자와 하루 종일 뒹굴고 술을 마시니 저 모양 저 꼴, 만나자마자 잔소리를 퍼부었다.


“도대체 이게 뭡니까? 장군들 보기 부끄럽지도 않으십니까?”

“끄응 ~ 아니 ··· 자네는 왜 또 잔소리인가? 나 아픈 거 안 보이나?”

“잔소리를 안 할 수가 없으니 드리는 말입니다. 군대의 총관이라는 분이 술과 계집에 놀아나 드러누웠다니 ··· 병사들이 이 소식을 들으면 무슨 생각을 하겠습니까? 아니, 병사들은 그렇다고 치고 황궁에 있는 황족들은 다들 총관이 죽길 바라는데, 어쩌자고 몸을 이리 굴리십니까?”

“어휴 ~ 자네가 있는데 뭔 걱정인가?”

“제가 살림꾼이라고 해도 이 군대의 총독은 어르신입니다. 총독께 무슨 일이 생기면 군대가 흔들립니다.”

“어휴 ~ 알았네 알았어. 조심하면 될 거 아닌가?”


더는 듣기 싫은지 돌아눕는 우창칭,


여기서 뭔가 수상한 인기척을 느꼈다.


“총관 나으리, 꿀물을 가져왔습니다.”

“끄응 ~ 그래, 숙취에는 꿀물이 최고지”

“어휴 ~ ”


나도 모르게 나온 한숨, 내가 언제까지 이 사람을 끌고 갈 수 있을까.


남의 속이 타들어 가는데 우창칭은 이 와중에 꿀물을 권했다.


“자네도 한 잔 들겠나? 맛이 기가 막힌데, 뭐 하고 있느냐? 대총관께 한 잔 드리거라”

“예, 어르신”


이렇게 나는 여자가 가져온 꿀물을 손에 쥐었다.


마음 같아선 확 던져버리고 싶지만 그러면 진짜 싸움 나겠지, 숨도 안 쉬고 잔을 비웠다.


꿀물을 나르던 여자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신세, 퇴장하는가 싶더니 계속 나를 쳐다봤다.


뭘 보냐고 눈빛을 줬더니 다시 고개를 숙이는 여자, 눈치를 보던 우창칭은 분위기 전환에 나섰다.


“어떤가? 자네 눈에도 아름답지 않나?”

“네, 남자 기 빨기 딱 좋게 생겼군요.”

“어허 ~ 자네 오늘 정말 왜 이러나? 우리 진원원이가 무안하지 않나?”

“무안한 건 제 마음입니다. 저는 총관 어르신과 천하를 논하러 왔는데 어르신은 계집이나 감싸고 도시니 참으로 통탄할 노릇입니다.”

“아이고 ··· 알았네, 알았어, 너는 어서 물러가거라.”

“예”


서둘러 물러가는 여자,


그제야 나는 심각한 문제를 입에 담았다.


“지금까지 은표 9억 8천 만냥을 불태웠습니다. 은표를 생산하는 자들도 모조리 죽였으니 앞으로 화폐 통제권은 우리가 쥐게 될 겁니다.”

“크흠 ~ 그거 반가운 소리군.”

“그리고 또 있습니다. 미국의 기업가가 백은 5000만 냥을 가져왔습니다. 허베이성에서 사업을 하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게 정말인가?”

“네, 모두 주식으로 바꿔놨으니 매달 배당을 받으실 수 있을 겁니다.”

“좋아!! 아주 좋아!!”


방금 전까지 골골 거리더니, 역시 여자보다는 돈이 좋은 우창칭,


최근 1년 동안 재산을 1억 5000만 냥이나 불렸고, 그 중 주식이 1억 2천 만 냥이나 된다.


내가 이렇게 우창칭을 챙겨주는 건 군비에는 손 대지 말라는 뜻, 다른 건 몰라도 거기에 손을 대는 순간 뤼순 군벌의 뿌리가 흔들린다.


우창칭도 그걸 알기 때문에 군비만큼은 나한테 모두 위임한 것,


덕분에 우창칭은 돈을 벌고 나는 군대를 통솔하고 있다.


이런 게 상생관계라는 것,


내가 제대로 일을 처리하자 우창칭도 선물을 줬다.


“진원원이는 거기 있느냐?”

“예, 어르신”

“너는 이제 여길 떠나도 좋다. 앞으로는 전인환 대인을 모셔라.”


어이가 없어서 잠시 사고회로가 정지했다.


자기가 끼고 놀던 여자를 나한테 주다니 이게 무슨 짓인가.


나는 받지 않겠다고 했지만 우창칭은 막무가내였다.


“자네가 받아주지 않으면 이 여자도 갈 곳이 없어. 내가 이 여자의 아비를 노비로 삼았거든”

“아니 ··· 그걸 말이라고 하시는 겁니까?!! 방금 전까지만 해도 우리 진원원이 하면서 감싸고 도시더니 ··· 참으로 황당합니다!!”

“아니 그게 ··· 자네도 내 성격 잘 알지 않나.”


내가 아는 우창칭은 여성편력이 아주 화려하다.


수도에 있을 때도 허구한 날 기생 끼고 놀던 양반,


당연히 한 여자한테 오랫동안 흥미를 느낄 인간이 아니다.


몇 날 며칠동안 잘 놀았으니 이제 질렸다는 뜻, 세상에 안 질리는 건 돈 뿐이라는 인간이라 그러려니 했다.


그렇다고 해도 이 여자를 받는 건 불가능한 일,


그래도 상관의 성의를 무시하긴 뭣해서 받긴 받았다.


우창칭도 자기가 끼고 놀던 여자를 넘겨주는 게 미안했는지 이것저것 더 챙겨주는 중, 하인들을 시켜 은표 2천 만 냥을 내 진영으로 보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5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 공지 (군납비리는 내 사전에 없다. -> 내 사전에 ... ) +1 24.09.03 1,931 0 -
39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39) NEW +3 16시간 전 1,011 43 12쪽
38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38) +5 24.09.16 1,415 55 12쪽
37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37) +7 24.09.15 1,576 52 12쪽
36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36) +5 24.09.14 1,697 57 12쪽
35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35) +8 24.09.13 1,764 58 12쪽
34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34) +6 24.09.12 1,859 59 12쪽
33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33) +13 24.09.11 1,945 70 12쪽
32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32) +4 24.09.10 1,988 64 12쪽
31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31) +7 24.09.09 2,051 63 12쪽
30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30) +2 24.09.08 2,125 54 12쪽
29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29) +3 24.09.07 2,160 66 12쪽
28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28) +5 24.09.06 2,227 65 12쪽
27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27) +6 24.09.05 2,227 57 12쪽
26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26) +5 24.09.04 2,287 64 12쪽
25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25) +9 24.09.03 2,355 59 12쪽
»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24) +15 24.09.02 2,382 69 12쪽
23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23) +5 24.09.01 2,442 65 12쪽
22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22) +8 24.08.31 2,486 65 12쪽
21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21) +9 24.08.30 2,573 70 12쪽
20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20) +3 24.08.29 2,591 56 13쪽
19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19) +7 24.08.28 2,642 67 12쪽
18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18) +4 24.08.27 2,608 64 12쪽
17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17) +5 24.08.26 2,636 67 12쪽
16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16) +2 24.08.25 2,702 65 12쪽
15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15) +3 24.08.24 2,735 58 12쪽
14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14) +2 24.08.23 2,772 68 12쪽
13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13) +2 24.08.22 2,778 66 12쪽
12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12) +1 24.08.21 2,878 66 12쪽
11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11) +4 24.08.20 2,926 65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