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무료웹소설 > 작가연재 > 대체역사, 퓨전

새글

사키만자루
작품등록일 :
2024.08.10 11:28
최근연재일 :
2024.09.17 11:28
연재수 :
39 회
조회수 :
106,963
추천수 :
2,481
글자수 :
210,352

작성
24.08.21 11:30
조회
2,878
추천
66
글자
12쪽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12)

DUMMY

“이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오?”

“일단 대륙의 상황을 주시해야 합니다. 청은 전쟁에서 승리했지만 큰 피해를 입었으며 뤼순 군벌의 등장으로 후방의 위협을 떠안았습니다. 기다리면 분명 기회가 올 겁니다.”

“그것보다 개화파들은 어떻게 처리하실 겁니까? 조선에서 지금 반역자들을 넘기라고 난리인데 ··· ”

“그런 자들은 없다고 해야죠. 일본은 이번 사건과 아무 관련이 없는 겁니다.”


이곳은 일본,


초대 내각 총리 이토 히로부미는 나라의 미래를 논하는 회의를 열었다.


청나라가 프랑스와 싸우는 동안 일본은 조선을 집어삼키는 작전을 기획,


전쟁이 길어지면 조선은 방치될 테고, 마침 일본에 협력하는 개화파들이 있으니 지금이 기회 아닌가.


하지만 위안스카이가 이끄는 군대가 경복궁에 들어오자 일본은 다케조에 공사에게 ‘혁명에 가담하지 말라.’라는 지시를 내렸다.


상황이 뜻대로 안 풀리자 조선의 개화파를 버린 것,


문제는 개화파를 버렸다고 일본이 면죄부를 얻은 것도 아니라는 거다.


조선 조정은 일본이 개화파와 짜고 나라를 뒤집으려 했다고 방방 뛰는 중, 이미 개화파와 관련된 자들은 멸문지화를 당했다.


조선의 상국(上國)을 자처하는 청나라도 일본의 행위를 규탄하는 중,


청나라가 프랑스와 싸우는 동안 일본이 조선을 먹으려고 했는데, 이게 베트남을 침공한 프랑스와 다를 게 뭐 있나.


청나라 조정은 주청 일본 공사관을 불러 항의했고, 관련자들을 조선으로 압송하라는 압박을 넣었다.


하지만 일본은 끝까지 버틸 생각, 개화파들을 조선에 넘긴다는 것 자체가 일본이 이번 사건의 배후라는 걸 증명하는 거다.


문제는 언제까지 버틸 수 있냐는 것,


일본 측 관료들은 책임을 떠넘기자며 입을 모았다.


“제가 듣기로는 후쿠자와 유키치가 개화파들을 선동했다고 합니다.”

“그게 정말인가?”

“예, 그뿐만이 아니라 개화파에 무기까지 공급했다고 하는군요. 만약 일이 커지면 그 자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게 어떻겠습니까?”


관료들은 서로 눈치를 살폈다.


후쿠자와 유키치는 근대 일본의 사상을 완성한 인물, 관료는 아니지만 이런 상징적인 인물을 버림패로 써도 되는 건가.


법정에 세우더라도 짜고 치는 고스톱이 돼야겠지, 이토 히로부미도 암묵적으로 동의했다.


⁕ ⁕ ⁕


“선생님, 상황이 이렇게 됐으니 잘 좀 부탁드립니다.”

“지금 나한테 거짓말을 하라는 건가?!! 따지고 보면 이건 일본 정부가 개화파를 제대로 지원하지 않은 탓 아닌가?!! 거사를 앞두고 도망을 치다니!! 내 얼굴에 이렇게 먹칠을 해도 되는 건가?!!”


이곳은 일본의 어느 저택,


후쿠자와 유키치는 일본 정부의 태도에 격분했다.


한 때 조선인들은 말 – 돼지 – 개보다 못한 것들이라고 깔봤지만, 조선에도 나라를 개화시켜야 한다는 뜻을 품은 영웅이 있다는 걸 알고 지원을 택했다.


사비를 털어 개화파에 무기를 지급한 것도 그런 이유,


그런데 청나라 군대가 경복궁에 입성하자 일본 군은 그대로 도주했다.


최소 싸울 생각은 해 봐야지 이게 무슨 추태인가, 후쿠자와 유키치는 일본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싸우지도 않고 도망치는 일본이 무슨 수로 자강(自强)을 이루고 서구 열강들의 위협으로부터 독립을 이룬다는 건가?!! 이런 놈들이 나라의 관료라니!! 참으로 통탄할 일이군!!”

“선생님 ···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지금 정부는 선생님이 곤경에 빠질 것을 염려해 이렇게 배려를 하고 있지 않습니까?”

“곤경에 빠질 게 뭐가 있어?!! 내가 했어!! 내가 했다고!! 조선의 개화파들을 지원한 건 나란 말이야!! 일본 정부는 돕겠다고 약속까지 해놓고 지금 책임을 회피하는 거 아닌가?!!”


후쿠자와 유키치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손님을 내쫒았다.


일본이 서구 열강에 맞서기에는 아직 약하다는 건 내심 인정하고 있었지만, 그래도 이렇게 도망치는 건 아니지 않나.


청나라는 프랑스를 상대로 승리를 거두는 위용을 보여줬는데, 일본군은 청군이 무서워 총알 한 발 못 쏘고 도망쳤다니, 부끄러워서 쥐구멍이 있다면 숨고 싶었다.


아니, 그것보다 앞으로 이 나라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나.


어차피 이렇게 된 거 정부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


[나는 이번 사건을 두고 확신했다. 이 나라의 혁명지사들은 근대화 된 일본을 앞세워 국가주의 – 군국주의를 실현하고자 하지만, 그들은 사실 전쟁터에서 총알 한 발 쏘지 못하는 겁쟁이들이라는 걸 말이다. 이럴 바엔 차라리 막부체제가 나았다.]


이 발언은 일본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다.


일본의 근대 사상을 주도한 지식인이 현 정부 체제를 부정할 줄이야.


이에 대한 일본 정부의 입장은 압박과 외면, 후쿠자와 유키치가 대단한 사람인 건 사실이지만 정부 체제까지 비난한다면 어쩔 수 없지 않나.


일본 정부는 후쿠자와 유키치지의 자택을 수색,


조선의 개화파와 내통했다는 죄목을 씌워 재판대에 세웠다.


“피고는 개화파와 결탁한 죄를 인정하는가?”

“죄라니? 내가 바랐던 건 일본의 자강과 아시아의 평화 뿐이다.”

“그게 무슨 말이오?”

“일본이 힘으로 아시아를 정복하는 건 불가능하니, 조선을 개화시켜 일본의 품에 끌어들여야 청나라와 비로소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다. 그런데 일본 정부는 개화파를 돕기로 약속하고 정작 거사일에 도망을 쳐버렸으니, 어찌 일본이 주도적으로 아시아의 평화를 이끌겠는가? 나는 그게 안타까울 뿐이다.”


재판장은 소란스러워졌다.


이건 후쿠자와 유키지가 개화파와 결탁했다는 걸 인정한 거 아닌가.


거기다 일본 정부도 한 패였다니, 재판장에 나와 있던 일본 측 관료들은 재판장을 서둘러 봉쇄했다.


여기서 나온 증언은 모두 지워질 예정, 일본 재판부도 피고의 증언을 헛소리로 치부하고 판결을 내렸다.


“판결하겠다. 피고가 개화파에 자금을 지원한 건 사실이지만 그건 조선의 개화에 필요한 돈이었지, 반란을 위해 지급한 것이 아니었다. 피고에겐 집행 유예 형을 내리며 2년 간 근신할 것을 명한다.”


후쿠자와 유키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치졸함의 끝을 보여준 일본 정부, 이런 나라를 개화시키겠다고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긴 시간을 보낸 건가.


이 날부터 마음의 문을 닫고 세상과 단절된 하루 하루를 보냈다.


⁕ ⁕ ⁕


“일본의 반응은 어떤가?”

“후쿠자와 유키치가 개화파에 자금을 지원한 건 사실이지만 그건 혁명 자금이 아닌, 단순한 지원금이었다는 판결을 내렸다고 합니다.”

“그렇겠지.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군.”

“예?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그게 일본의 본 모습이라는 거야. 신념을 가지고 우직하게 밀고 나가는 게 아니라 상황에 맞춰 움직이는 기회주의자들이지. 난 그 놈들을 잘 알아.”


이곳은 뤼순,


나는 조선을 두고 일본과 기싸움을 이어갔다.


조선은 일본 입장에서 어떤 나라인가.


대륙 진출을 위한 교두보? 그것도 아니면 교화시켜서 일본의 오른팔로 삼을 대상인가.


실제 역사에서도 일본은 조선을 두고 마지막까지 고심을 거듭했다.


이걸 먹으면 일본은 군국주의로 가는 급행열차를 탈 뿐,


실제로 이토 히로부미는 그 점을 염려해 한일합방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그가 죽은 지 몇 달 후 강경파들의 주장에 따라 조선의 주권을 빼앗았다.


눈앞에 차려진 밥상을 두고도 의견이 갈렸는데, 청나라가 프랑스를 상대로 승리한 지금은 어떻겠나.


지금은 청의 기세가 강하니까 납작 엎드려 눈치를 볼 뿐, 한 마디로 이건 비겁한 행동이다.


차라리 후쿠자와 유키치처럼 우직하게 개화파를 지원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줬다면 비겁하다는 소리는 안 듣겠지, 하지만 일이 틀어니지니까 가장 먼저 도망쳐버렸다.


이런 놈들에게 나라를 어떻게 발전시키겠다는 신념과 소신이 있겠나?


막말로 조선도 어쩌다 굴러떨어진 먹잇감일 뿐, 러시아 제국이 조선을 노리고 남하하지 않았다면 영국과 미국이 일본을 도왔을까?


갑신정변 – 을미사변 등 온갖 무리수를 남발하다 청나라 – 러시아를 조선에 끌어들인 일본, 처음부터 그들에겐 계획이라는 게 없었다.


무리수를 남발하다 영국을 대신해 러시아와 대리전을 치르고 어부지리를 얻었을 뿐, 조선은 그 과정에서 입에 떨어진 단감일 뿐이다.


그런 일본이 뭐 대단해 보이나?


그래서 나는 일본과는 다른 길을 택했다.


어차피 조선은 갑신정변을 이유로 일본을 멀리하고 청나라를 가까이 할 생각, 그렇다면 조선을 확실히 나의 영역으로 삼아야 하지 않겠나?


나는 조선을 위한 개혁방안과 차관정책을 제안했다.


이미 조선에 390만 원을 빌려줬지만 여기에 500만 원을 추가 지급, 그리고 외세 자본도 대거 투입하기로 했다.


청나라 조정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뤼순 군벌은 후방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라도 조선을 품에 안아야 하는 입장,


물론 개혁의 고삐를 쥔 고종과 민 씨 일파가 썩어 빠졌다는 건 알고 있지만, 민영익에게 기대를 걸었다.


민영익은 한 때 일본을 본받아 개혁을 해야한다는 주장을 앞세운 인물, 이 정도면 믿을만 하지 않나.


사람을 믿기로 결심했다면 끝까지 밀어주는 게 내 원칙,


앞으로도 조선의 개화를 돕겠다는 뜻을 분명히 전했다.


[일본은 개화파를 헌신짝처럼 버렸지만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자네를 버리지 않을 거야. 상황의 유불리에 따라 사람을 쓰고 버린다면 어떻게 신뢰를 얻겠나? 그리고 조선이 발전해야 뤼순과 조선이 힘을 합쳐 서로를 도울 수 있어. 일본은 여전히 조선을 노리고 있고 청나라도 아직은 건재하네. 우리가 모두 방심하지 않고 개혁을 추진해야 아시아의 평화를 지킬 수 있어.]


청나라는 지금 조선의 상국 노릇을 하고 있지만 현실은 빈껍데기,


실질적으로 조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건 뤼순 군벌이다.


베트남과 각 지역의 해안 도시가 폐허가 돼 재건을 서둘러야 하는데, 조선에 신경 쓸 겨를이 있겠나?


결국 조선은 뤼순 군벌의 영향력 아래에 놓일 수 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조선을 학대하고 홀대한다면 후방의 위협을 키울 뿐, 확실한 기준을 세우고 조선을 지원했다.


민영익도 내 뜻에 보답하듯 개혁에 착수,


일단 갑신정변과 연관된 죄인들에게 인도적인 처분을 내렸다.


“나라를 뒤엎으려 한 죄는 죽어 마땅하나 죽은 자에 대한 반역죄 소급 은 정조 대왕 때 성문화되어 폐지되었다. 죄인들이 지금이라도 조선에 입국해 벌을 받는다면 그 가족들에겐 죄를 묻지 않을 것이다.”


죄인에 대한 처벌은 어디까지가 정당한 건가.


조선에선 오래 전부터 반역죄에 대한 처벌 - 연좌제에 관한 문제가 제기 됐는데, 이런 논의가 있었다고 해도 사실상 의미는 없다.


그 이유는 조선이 전제군주국이기 때문,


국왕의 눈에 찍히면 그 가족들은 노비로 굴러떨어지고, 이미 죽은 사람도 무덤이 파헤쳐져 사지가 잘려나간다.


이번 사건도 마찬가지,


고종은 죄인들 뿐만 아니라 그 가족들까지 연좌제로 묶어 처형하거나 노비로 만들었는데, 이런 게 근대국가의 모습인가?


민영익은 그걸 의식하고 죄인들에게만 사형 판결을 내렸다.


조선이 가야 할 길이 전제군주국이 아닌 근대국가라는 걸 보여준 것, 하지만 고종과 민 씨 일파는 대명률을 앞세워 역적과 그 가족들까지 다 죽일 생각이다.


그걸 내가 용납할 것 같나.


경복궁을 장악한 위안스카이 장군에게 명을 내렸다.


“국왕과 중전이 사사로이 법을 집행하는지 감시하시오. 만약 반발한다면 즉시 제재하고 나중에 보고하도록 하시오.”

“알겠습니다.”


위안스카이 장군이 압력을 가하자 고종은 뜻을 거뒀다.


일본은 조선에서 떨어져나갔으니 이제 조선은 뤼순 군벌의 눈치를 볼 수밖에, 분위기가 조성되자 민영익은 계획대로 개혁을 추진했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제목 변경 공지 (군납비리는 내 사전에 없다. -> 내 사전에 ... ) +1 24.09.03 1,931 0 -
39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39) NEW +3 16시간 전 1,011 43 12쪽
38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38) +5 24.09.16 1,415 55 12쪽
37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37) +7 24.09.15 1,577 52 12쪽
36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36) +5 24.09.14 1,698 57 12쪽
35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35) +8 24.09.13 1,764 58 12쪽
34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34) +6 24.09.12 1,860 59 12쪽
33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33) +13 24.09.11 1,945 70 12쪽
32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32) +4 24.09.10 1,989 64 12쪽
31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31) +7 24.09.09 2,051 63 12쪽
30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30) +2 24.09.08 2,125 54 12쪽
29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29) +3 24.09.07 2,161 66 12쪽
28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28) +5 24.09.06 2,227 65 12쪽
27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27) +6 24.09.05 2,227 57 12쪽
26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26) +5 24.09.04 2,288 64 12쪽
25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25) +9 24.09.03 2,356 59 12쪽
24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24) +15 24.09.02 2,382 69 12쪽
23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23) +5 24.09.01 2,442 65 12쪽
22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22) +8 24.08.31 2,486 65 12쪽
21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21) +9 24.08.30 2,573 70 12쪽
20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20) +3 24.08.29 2,592 56 13쪽
19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19) +7 24.08.28 2,642 67 12쪽
18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18) +4 24.08.27 2,608 64 12쪽
17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17) +5 24.08.26 2,636 67 12쪽
16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16) +2 24.08.25 2,703 65 12쪽
15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15) +3 24.08.24 2,735 58 12쪽
14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14) +2 24.08.23 2,772 68 12쪽
13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13) +2 24.08.22 2,778 66 12쪽
»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12) +1 24.08.21 2,879 66 12쪽
11 내 사전에 군납비리란 없다 - (11) +4 24.08.20 2,926 65 1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