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SF

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조회수 :
12,014
추천수 :
388
글자수 :
549,913

작성
20.06.28 19:16
조회
142
추천
4
글자
13쪽

유령 사냥꾼 - 12

DUMMY

그들은 말을 타고 군트프리트의 영역에서 북동쪽의 샛길로 나아간 뒤, 해안가를 따라 이동했다. 마리우스가 가는 방향 서쪽으로 옛 도시의 흔적이 보였다. 그가 몇 주 전 방문했던 공장이 있던 곳이었다.


서서히 해가 지고 있는 해안가는 무척 평화로웠지만, 마리우스는 긴장을 늦출 수 없었다. 바이젤의 계측기가 이 근방에 게리온이 있다고 알려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믿기지가 않습니다. 이렇게 평온한 곳에 그 괴수가 있다니......”


“믿음과 현실은 보통 다른 경우가 많으니까. 이 해안은 보통 변화가 거의 없어. 기껏해야 물의 정령이나 갈매기 몇 마리가 있을 뿐이지. 그야말로 게리온이 소환되기에는 완벽한 조건이야.”


10분 정도 더 말을 타고 갔을 때쯤, 저 멀리 무언가 빠르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마리우스는 곧바로 망원경으로 그곳을 확인했다. 사람보다 큰 덩치에, 기괴한 생김새. 영락없는 게리온이었다.


“확인했습니다. 게리온이 맞는 것 같습니다.”


“이쪽으로 오고 있어? 몇 마리야?”


“총 3마리. 아직 저희를 모르는 것 같은......헉.”


“왜?”


“눈이 마주친 것 같습니다. 이렇게 멀리 있는데 대체 어떻게......”


“당황하지 말고 제대로 확인해 봐.”


“셋 다 저를 본 것 같습니다. 이쪽으로......이쪽으로 옵니다!”


“좋아, 서쪽에 풀숲 보이지? 넌 그쪽으로 움직여서 몸을 숨겨. 주변에 덫 깔아두는 거 잊지 말고.”


“세 마리입니다. 저희가 이기기에는 무리인 것 같습니다!”


“이길 수 있어. 내가 부를 때까지 몸을 숨기고, 언제라도 화살을 쏠 준비를 하고 있어. 빨리 움직여!”


바이젤은 연막 마법을 써서 둘의 모습을 숨겼다. 그 틈에 마리우스는 재빨리 말머리를 돌려 숲속으로 향했다. 그는 바이젤의 지시대로 숲속에 몸을 숨겼다.


멀리서 게리온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마리우스는 활시위를 끝까지 당긴 채로 앞을 주시했다.


연기 속에서 빛이 났다. 바이젤이 마법을 쓴 것이다. 연기 너머로 보이는 그녀의 손에는 예전과 마찬가지로 거대한 낫이 들려 있었다.


게리온들은 순식간에 그녀에게 돌진했다. 그녀가 낫으로 하나의 머리를 찍는 순간, 나머지 둘이 그녀를 덮쳤다.


바이젤은 낫을 소환한 것을 후회했다. 낫은 강력했지만, 여러 명을 상대하는 데는 적절치 않았다. 머리에 박힌 낫은 쉽게 빠지지 않았고, 나머지 게리온들 중 하나의 일격에 왼팔이 부러졌다.


마리우스는 여러 명의 적들이 한꺼번에 돌진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다. 독화살을 써서 지금 눈앞에 있는 적을 제외한 나머지를 느리게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마리우스는 바이젤과 만나기 1달쯤 전 독화살을 소환하는 마법을 배운 적이 있었다. 그때는 너무 어렵기도 하고, 독 마법에 미숙한 사람이 썼다간 궁수 본인이 독에 중독될 수도 있었기 때문에 유령 사냥 시에는 쓰지 않으려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 아니었다. 그는 정신을 집중해 독화살을 소환했다.


“으......으으윽......”


우려했던 대로 독이 몸 안을 타고 올랐다. 마리우스는 감기는 눈을 애써 부릅뜬 뒤 시야에 들어온 게리온 하나의 가슴을 노렸다.


그는 흐려지는 의식을 부여잡고 활시위를 최대한 당긴 뒤 놓았다. 날카로운 마법 화살은 적을 향해 매섭게 날아갔다.


“크와아아앙!”


화살에 맞은 게리온 하나가 울부짖었다. 그는 새로운 적이 누구인지 찾기 위해 주변을 수색했다.


한편 바이젤은 단검을 꺼내 자신을 공격하던 게리온 하나의 눈을 찌르는 데 성공했다. 두 마리의 게리온은 미쳐 날뛰며 큰 소리로 고통을 표현했다.


마리우스는 연기 사이사이로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분명히 멀쩡한 상태는 아니었다. 그녀는 한쪽 팔만을 가지고 고통스럽게 싸우고 있었다. 마리우스는 게리온에 대해 자세히 알지는 못했지만,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것은 인간보다 훨씬 맷집이 강했다. 즉 같이 부상을 입는다면 장기적으로 인간 측이 불리할 것이 뻔했다. 바이젤의 지시를 어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지금은 달리 방법이 없었다.


그는 나무 뒤에 숨겨두었던 말을 풀어준 뒤, 그에게 조용히 속삭였다.


그런 다음 마리우스는 게리온이 있는 쪽을 향해 외쳤다.


“야! 이 새끼들아! 이쪽이다!”


고통스러워하던 괴수들은 마치 본능이 이끌듯 그에게 달려갔다.


마리우스는 말 위에 올라탔다.


“제발, 내가 했던 말을 이해해 줘. 타이밍이 중요해. 알았지?”


말은 그저 푸르릉댈 뿐이었다.


마리우스는 말을 타고 내달렸다. 독화살에 맞은 개체는 상당히 느렸지만, 한쪽 눈을 찔린 개체는 무서운 속도로 그를 쫓았다. 어느새 둘의 거리는 손만 뻗으면 닿을 정도로 좁혀졌다.


“지금이야!”


마리우스가 고삐를 잡아당겼다. 말은 제자리에 서더니 뒷발로 쫓아오던 게리온의 얼굴을 가격했다. 발길질에 맞은 개체가 또다시 고통으로 울부짖었다.


마리우스는 결코 틈을 줘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는 불화살을 소환하려 했으나, 마력이 너무나 부족했다. 방금 전의 독화살 소환에 다 써버린 것이다.


그는 궁여지책으로 단검을 꺼낸 뒤, 그 검에 불 속성을 부여했다. 화살에 비하면 위력은 약하지만 괴수 하나를 죽이기에는 충분했다.


마리우스는 말에서 내린 뒤, 게리온을 향해 도약했다. 그는 게리온의 머리에 정확히 단검을 꽂아 넣었다.


게리온은 끝없이 울부짖었다. 괴수의 온 몸이 불타올랐다. 열기가 마리우스에게까지 전해지자, 그는 단검을 결국 놓쳤다.


이 모든 작전에도 불구하고, 그 개체는 죽지 않았다. 그것은 이해할 수 없는 분노를 가득 품은 채 마리우스에게 다가왔다. 큰 부상을 입혔지만, 여전히 죽이기에는 충분하지 않았던 것이다.


“크와아아앙!”


마리우스는 눈을 질끈 감았다.


그가 눈을 떴을 때는 이미 그 개체의 머리에서 피가 솟구쳐 나오고 있었다. 바이젤은 낫을 내려놓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마리우스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맨 처음 독화살에 맞았던 개체 역시 죽은 채 해안가에 널브러져 있었다.


“이 녀석들은 두개골이 유연하면서도 매우 질겨, 뇌를 파괴하려면 충분히 깊게 찔러야 해.”


바이젤이 말했다.


“저한테도 낫 같은 게 있었으면 가능했을 겁니다.”


“그런가.”


“다친 데는 괜찮으십니까?”


“아니. 왼쪽 팔이 완전히 부러진 것 같아.”


“계승자라면 금방 붙지 않겠습니까.”


“그랬으면 좋겠지만, 한동안 싸움은 무리일 것 같네.”


“잠시 쉬었다 가는 게 어떻습니까.”


마리우스는 물약 한 병을 모두 마셨지만, 독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았다. 독의 영향으로 얼굴이 따끔거렸다.


“안 돼. 여긴 너무 정적인 곳이야. 언제 다시 게리온이 나타날지 몰라.”


“변화가 없다라......솔직히 아직도 잘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왜 이렇게 조용한 곳에만 놈들이 나타나는 건지. 보통 사람들을 죽이기 위해서는 도시 한복판에 나타나는 쪽이 낫지 않겠습니까?”


“그건 나도 몰라. 도시 근처에는 결계가 처진 경우가 많으니, 차원의 균열을 만들기가 쉽지 않을 거라고 추측만 할 뿐, 그것들이 어떤 식으로 이 세계를 공격하는지는 알 수 없지. 그건 그렇고, 팔 좀 묶어줄래?”


마리우스는 붕대를 꺼내 바이젤의 팔을 붕대로 묶었다. 그녀는 게리온 하나의 심장 조직 일부를 채취한 뒤, 곧바로 말에 올라탔다.


“여기서 좀 더 가면 유적지가 있을 거야. 일단 생귀니움 교단에 간다면, 그들이 쉴 곳을 마련해 줄 거야.”


마리우스는 그녀의 말을 따르는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말을 타고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저기 균열이 보입니다.”


마리우스가 앞쪽을 가리켰다. 정말 그의 말대로 균열이 보였다.


“어떡합니까. 알아서 사라지게 그냥 놔둘 겁니까?”


“일단 균열 안을 조사해 보자. 저번에 했던 대로, 넌 숨어서 누가 접근하는지 알려주면 돼.”


마리우스는 그녀가 시키는 대로 했다. 이번에는 다행히도 다른 괴수가 그들을 공격하지는 않았다. 잠시 후 그녀가 균열 안으로 보냈던 사역마가 돌아왔다.


“뭐 알아낸 거라도 있습니까?”


“마찬가지야. 이것들은 천계나 마계가 아니라 완전히 다른 세계에서 온 것 같아.”


“직접 들어갈 수는 없는 겁니까?”


“네가 한 번 봐봐.”


그녀는 사역마를 보여주었다. 다람쥐 모양의 사역마는 정신이 반쯤 나간 듯 입에서 침인지 마나인지 모를 액체를 질질 흘리고 있었다. 더 보고 있기가 힘들었는지, 그녀는 곧바로 사역마를 없애버렸다.


“정신이 나간 겁니까?”


“그런 것 같아.”


그녀는 균열 주위로 작은 폭발 마법진을 만들었다.


“자, 10분 뒤면 흔적도 없이 사라질 거야.”


그들은 다시 길을 떠났다.


어느새 하늘은 어두워지고, 해가 아닌 달이 땅을 비추고 있었다.


“미처 말하지 않은 게 있는데, 게리온의 심장 조직을 마력원으로 바꾸는 데 성공했어.”


“다행이군요. 이 모험이 헛된 게 아니게 되었으니.”


“솔직하지 못하네.”


“뭐가 말입니까?”


“게리온에 대해 조사하는 거, 입으로는 돈 때문이라고 하지만, 사실은 너도 약간은 재밌는 거잖아?”


“부정하진 않겠습니다만, 재미만으로 인생을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그래서, 그 마력원은 팔아먹을 수 있는 수준입니까?”


“그 정도까진 아니야. 무기나 공중함선 제작에 사용할 만한 수준으로 만들려면 더 큰 규모의 정제소가 필요해. 일단은 이 괴수들도 나름 쓸모가 있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정도로만 알아 둬.”


“알겠습니다.”


한동안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계측기의 바늘은 조금씩 흔들릴 뿐이었다.


“저기......바이젤, 만약에 말입니다. 괴수의 정체를 알아내고 나면, 그 다음에는 뭘 할 생각입니까?”


“글쎄, 그 전에 죽지 않을까?”


“......”


“농담, 농담이야. 일단 난 마족이니까, 여기서 도망가야겠지. 어쩌면 마계 내에 마족들이 천족 몰래 살고 있는 곳이 있을지도 모르고. 사실 미래에 대해서는 그리 진지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거든.”


“엄청 철두철미한 사람인 줄 알았는데, 의외인 면이 있으시네요.”


“맞아, 난 원래 인간 시절부터 허당이었지. 가끔씩은 이런 식으로 조사를 계속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지만...... 적어도 내 인생을 쓸모없던 것으로 만들고 싶지 않아. 젊은 날에는 동족에게 배신당하고, 수십 년을 마족을 위해 부역했지. 마지막 순간에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되지 않겠어?”


“그렇게 말하니깐 좀 멋있는 것 같습니다. 마치 세계의 비밀을 밝히려는 고독한 모험가의 제자가 된 기분입니다.”


마리우스의 말에 그녀가 조용히 웃었다. 그들은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갔다.


그들이 유적지에 도달했을 때는 이미 한밤중이 된 뒤였다. 다행히도 유적지 근방에 맹수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계획을 설명할게. 최우선 목표는 두 가지야. 하나는 그들의 기밀문서를 확보하는 것. 그리고 또 다른 하나는 계승자들에게 지부의 위치를 알리는 것.”


“뭐가 기밀문서인지 어떻게 확인합니까?”


“중요한 문서에는 별 모양의 도장이 찍혀있을 거야. 그리고 특히 더 중요한 문서에는 황금색 별 모양이 있을 거고. 그 도장이 찍힌 문서에는 생귀니우스 고위 사제 명단이나, 게리온에 관한 것들이지.”


그녀는 가방에서 종이 한 장을 꺼냈다. 거기에는 별 모양의 도장이 찍혀 있었다.


“너랑 헤어져있던 동안, 운 좋게도 신도 몇 명을 들키지 않고 죽일 수 있었어. 그들 중 하나로부터 이 문서를 얻었는데, 여기에는 생귀니움 교단의 다음 축제에 대한 내용이 적혀 있어. 지금으로부터 일주일 후, 유적지 근처에서 벌일 거야.”


“그때도 제물을 바치는 겁니까?”


“아마도, 자세한 건 직접 확인해봐야 알겠지.”


“계승자들에게 알리는 건, 저번과 같은 방식으로 할 겁니까?”


“그건 곤란해. 가장 가까운 파견대 기지가 파드넬 마을에 있는데, 내 사역마는 거기까지 갈 수 없어. 애초에 여긴 테디아에서도 가장 외진 곳이니까. 일단 테디아 성의 시민 투고함에 유적지에 놈들의 근거지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쓰긴 했지만...... 높으신 분들이 신경 쓸 것 같지는 않아. 결국 놈들의 소굴에 들어갔다가 무사히 탈출하는 방법 밖에는 없어.”


“좀 많이 어려워 보입니다만.”


“다른 방법이 없잖아. 자, 이제 마음 단단히 먹어.”


바이젤은 팔에 묶었던 붕대를 풀렀다. 그들은 적의 소굴 한가운데로 들어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1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전쟁 이후의 판타지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13 유령 사냥꾼 - 13 +1 20.06.29 122 5 13쪽
» 유령 사냥꾼 - 12 +1 20.06.28 143 4 13쪽
11 유령 사냥꾼 - 11 +1 20.06.28 145 6 12쪽
10 유령 사냥꾼 - 10 +1 20.06.27 182 6 13쪽
9 유령 사냥꾼 - 9 +1 20.06.27 199 8 13쪽
8 유령 사냥꾼 - 8 +1 20.06.26 200 9 13쪽
7 유령 사냥꾼 - 7 +1 20.06.26 243 8 13쪽
6 유령 사냥꾼 - 6 +1 20.06.25 279 9 13쪽
5 유령 사냥꾼 - 5 +1 20.06.25 352 9 13쪽
4 유령 사냥꾼 - 4 +1 20.06.24 417 10 13쪽
3 유령 사냥꾼 - 3 +1 20.06.24 475 11 13쪽
2 유령 사냥꾼 - 2 +1 20.06.23 665 11 13쪽
1 유령 사냥꾼 - 1 +4 20.06.23 1,872 14 13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