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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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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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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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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
글자수 :
549,913

작성
20.06.27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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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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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글자
13쪽

유령 사냥꾼 - 9

DUMMY

그들은 파드넬 근처까지 천천히 말을 타고 이동했다. 바이젤은 뒤에 있는 소녀에게 말을 걸었다.


“너는 이름이 뭐야?”


“율리우스......율리우스 도스에요. 저기 있는 동생은 율리우스 도트.”


“그 개......무슈무슈를 집에 놔둔 건 너였니?”


“네. 부모님이 이제 쓸모없으니 죽이겠다는 걸 제가 대신 하겠다고 나섰어요.”


“머리가 좋구나, 덕분에 우리가 너희를 찾을 수 있었어.”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희는 이제 어떻게 살아가야 하죠......”


소녀는 조용히 흐느꼈다.


“부모님은 생귀니우스였니?”


“잘은 모르겠지만 그런 것 같아요. 몇 년 전에 장사가 망한 뒤로, 그 교단과 관련된 책들을 가져오고, 저희가 자는 밤중에 몰래 어디론가 나가곤 했어요.”


“혹시 게리온에 대한 이야기도 했니?”


“네, 어떻게 아셨어요? 엄마는 식사 때마다 그 이야기를 했거든요.”


“우리는 게리온의 정체를 밝히려는 모험가들이야. 아직 그 괴수에 대해 자세한 건 모르지만, 언젠가는 놈들을 이 세계에서 전부 몰아낼 거야.”


“우와, 진짜요?”


“그래. 그러니까 너희들도 쉽게 절망해서는 안 돼. 지금이 너희 인생에서 가장 힘든 시기가 될 거야. 하지만 극복해내지 못하면, 결국 그 신도들처럼 되고 말거야. 무엇보다 넌 누나니까, 동생을 잘 챙겨줘야 해. 무슨 말인지 알았지?”


“네......”


여전히 도스의 말에는 자신감이 없었다.


바이젤은 몇 가지를 도스에게 더 물어보았고, 그 어린 꼬마는 자신이 아는 한에서 최대한 성의 있게 답해주었다. 그녀는 자신과 남동생이 게리온을 달래기 위한 제물 역할을 할 운명이었다고 말했다. 게리온은 천계 이곳저곳에 불쑥 나타나 사람들을 먹는데, 주기적으로 제물을 바쳐 그들을 만족시키면 갑작스레 나타나는 빈도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괴수들이 사람들을 먹는다는 건 처음 듣는데요.”


“종종 그런 경우가 있긴 해. 워낙 살육에 미친 녀석들이라 잘 부각되지는 않지만......사실 인간뿐만 아니라 먹을 수 있는 것 자체에 많은 관심을 보이지.”


계속해서 이동하다 보니 벌써 파드넬 입구까지 도달했다. 한밤중의 도시는 무척이나 조용했다. 바이젤과 마리우스는 아이들을 말에서 내려주었다.


“잘 들어. 집이 아니라 경찰서로 가. 파견대 건물은 파괴되어 당분간 쓸 수 없을 테니까. 그곳에 가서 부모가 생귀니움 교단의 신도였고, 너희들은 그곳에서 도망쳐 나왔다고 하면 알아서 처리해줄 거야.”


바이젤은 소녀와 소년을 한 번씩 안아주었다.


“모험가님은 같이 안 가요?”


“난 이런저런 사정이 있어서, 먼저 가볼게.”


“안녕히 가세요.”


그들은 고개를 숙여 모험가들에게 인사했다. 바이젤과 마리우스는 다시 말에 올라타 도시 밖으로 빠져나왔다.


“경찰서가 일을 제대로 할까요?”


마리우스가 물었다.


“파견대가 대규모로 출동할 만큼 큰 사건이었으니, 그들도 대충 넘기지는 못할 거야.”


“혹시나 해서 묻는 건데, 설마 파견대 건물을 사역마로 공격한 겁니까?”


“정답. 다만 사망자는 나오지 않도록 파괴력을 적절히 조절했지. 쪽지에는 생귀니움 교단의 이름으로 한 판 붙자고 써놓았고.”


“정말......여러 의미로 대단하십니다.”


“남의 땅에서 살아남으려면 이 정도는 돼야지.”


시계를 보니 새벽 2시가 된 뒤였다. 그들은 파드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여관에서 묵기로 했다. 다행히도 여관 주인은 매사에 무관심한 유형이었는지, 엉망진창이 된 그들의 몰골을 보고도 별다른 관심을 갖지 않았다. 바이젤은 몸을 씻은 뒤 침대에 누웠다. 마리우스는 오늘 큰 활약을 한 그녀를 위해 바닥에서 자기로 했다.


“오늘 고생 많았어.”


“그쪽도, 고생 많았습니다.”


“내일 집에 돌아가면, 한 달 후에나 만날 수 있을 거야.”


“네......”


“별로 돌아가고 싶지 않나봐?”


“그런 건 아니지만, 전 이 모험이 재밌거든요. 집에 돌아가면 사냥꾼 일을 해야 하겠죠.”


“의외네. 사실 처음에 널 이 일에 끌어들였을 때는 약간 망설였었어. 한 명의 도움이라도 더 필요한 상황이었지만,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사람을 위험에 빠트리는 건 나쁜 짓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재밌어한다니 나로서는 다행이네.”


“전 감춰진 비밀을 밝히는 일 자체를 좋아합니다.”


“솔직히 말해. 너 그 괴수에서 나오는 마력 결정 때문에 이 일을 좋아하는 거지? 그걸 정제해서 팔면 돈이 되니까.”


“음......솔직히 말해서 그것도 맞는 말입니다. 아무 이득도 안 되는 일을 마냥 좋아할 수는 없잖아요.”


“혼내려는 게 아니야. 네 생각은 무척이나 자연스러운 거야. 다만 게리온을 추적하고 싶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강해져야 해.”


“하지만 계승자가 되는 건 저에게는 너무 어려운 일입니다.”


“꼭 계승자가 되어야 한다는 건 아니야. 오늘 게리온 여러 마리가 싸우는 걸 봤지? 기본적인 실력조차 안 된다면, 조사는커녕 살아남는 것조차 버거울 거야.”


“아직 제 실력이 많이 부족해 보입니까?”


“무능하지는 않지만, 괴수와 싸우기에는 역부족이지. 군트프리트조차 그것들과 싸우던 도중 죽었으니까. 여긴 현실이야. 현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야 해.”


“......무슨 말인지 알겠습니다.”


마리우스는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부족하다고 말하는 바이젤에게 약간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피곤한 나머지 오래지 않아 깊은 잠에 들었다.


다음날 그들은 여관에서 나와 근처 항구로 향했다. 그 항구는 남쪽으로 이어진 강을 통해 배를 띄우는 역할을 맡았는데, 주로 파드넬과 테디아 성 사이의 물자가 오가곤 했다. 그들은 고속 여객선에 몸을 실었다. 수백 명의 승객을 실은 배는 고동소리와 함께 앞으로 나아갔다.


“이거 드세요.”


마리우스는 컵케이크와 커피 한 잔을 가져왔다.


“고마워, 잘 먹을게.”


“이제 뭘 하실 생각입니까?”


“음, 생귀니움과 게리온이 연관되었다는 걸 알았으니, 성에 들러 그 종교에 대한 정보를 더 알아낼 생각이야. 놈들은 종종 대도시에 포교 활동을 펼치고 있으니, 그리 어렵지 않게 생귀니우스들을 만날 수 있을 거야.”


“혹시 천족과 협력할 생각은 없는 겁니까?”


“그건 곤란해. 저번에도 말했지만 난 아직 도망자 신세거든. 다행히 인간이었을 때는 천족이라 외모로 의심받지는 않지만......”


“하지만 저번 일로 엘리시온 역시 괴수......그러니까 게리온에 대해 심각하게 여기지 않을까요?”


“그렇긴 하겠지만, 마족만큼 심한 위협으로 보지는 않겠지. 사실 난 엘리시온에 사는 높으신 분들이 정확히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는 모르겠어. 다만 잘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손을 내미는 건 바보짓이니까.”


“확실히 그러네요.”


그들은 잠시 대화를 멈추고 창밖을 내다보았다. 전날 그런 끔찍한 일이 있었다는 걸 믿기 어려울 정도로 날씨가 좋았다.


파드넬과 성의 중간쯤에 있는 보급기지에 도달했다. 그곳의 규모는 파드넬에 비하면 작았지만, 교통과 군사의 요충지였기 때문에 기분 나쁠 정도로 조용했던 파드넬보다 훨씬 더 시끌벅적했다. 계승자와 군인들뿐만 아니라 상인들이 마을을 활기차게 만들어 주고 있었다.


바이젤은 금화 스무 개를 담은 주머니를 주었다.


“이렇게 많은 보수를 한 번에 받을 순 없습니다.”


“줄 때 받아 놔. 어차피 나 같은 도망자한테는 돈은 별 의미가 없거든. 자, 여기서 동쪽으로 가면 오늘 밤쯤에는 아이넬에 도착할 수 있을 거야. 정확히 한 달 후에, 6월 6일에 군트프리트의 집에 있을 테니까, 너무 늦지 않게 와.”


“네, 반드시 찾아가겠습니다.”


바이젤의 배웅을 뒤로 하고 마리우스는 말을 타고 집을 향해 달렸다.


“아들! 정말 오랜만에 본 것 같구나.”

그의 어머니 루첼은 반갑게 마리우스를 맞이했다. 아그리파 역시 며칠 만에 집에 온 아들을 반겨주었다.


“어떠냐, 오랫동안 사냥에 나가 있는 기분이?”


아그리파가 물었다. 그는 아들이 자신의 운명에 충실한 것 같아 기분이 무척 좋았다.


“그럭저럭 나쁘지 않았어요.”


“밥은 먹었니? 간단하게 간식이라도 차려줄까?”


“아, 지금은 괜찮아요. 클라우디아는 어딨죠?”


“지금 방에 있단다. 너 오길 기다리고 있었거든.”


마리우스는 문을 두 번 두드린 뒤 그녀의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


“왔어?”


“그래. 정말 죽는 줄 알았다.”


“무슨 모험을 했길래 그래?”


“생귀니우스 놈들과 싸우고 왔지. 정확히는 싸운 건 아니지만......아무튼 굉장했다고. 이런 고양감은 두 번 다시 느끼지 못할 거야. 참, 여기 네가 원하던 유령 시체 하나 추가. 조심해서 열어라.”


그는 유령 포획용 상자를 클라우디아에게 건네주었다.


“금화는 부모님께 제대로 드렸겠지? 며칠 없다고 몰래 빼돌리면 곤란하다고.”


“그건 걱정하지 마. 그런데......방금 생귀니우스라고 했어?”


“응, 그런데?”


“그 사람들이랑 싸운 거야?”


“싸웠다기보다는, 그들을 적절하게 속였지. 혹시 그들에 대해 아는 게 있어?”


여동생은 표정이 갑자기 어두워졌다.


“오빠, 이리로 가까이 와봐.”


“......너 왜 그래?”


“아무래도 엄마가 그 종교를 믿는 거 같아. 사실 오빠가 사냥에 나갈 동안 엄마가 날 데리고 생귀니움 예배에 몇 번 갔던 적이 있어. 겉으로는 평범한 토속 신앙 같았지만......어딘가 좀 이상했거든. 게리온인가, 하는 이상하게 생긴 녀석들을 신처럼 모시고 있더라고.”


클라우디아가 조용하게 속삭였다. 마리우스는 뒤통수를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자신의 모친이 그 종교를 믿고 있다니!


“......클라우디아, 이상하게 들리겠지만 잘 들어.”


“응.”


“난 그 게리온들에 대해 추적하고 있어. 미친 소리 같겠지만, 난 마족이 패배한 이유가 그 괴물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있거든. 마계를 멸망시킨 놈들은 언제부턴가 천계 이곳저곳에 나타나기 시작했어. 하지만 사람들은 이 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지 않거든. 그래서 내가 나서는 거야.”


“정말이야? 오빠가 혼자서 그것들을 추적하는 게?”


“......도와주는 사람이 있긴 한데, 아무튼 그건 지금 중요한 게 아니고. 그 생귀니우스들을 조심해야 해. 그들이 섬기는 게리온은 인간을 무차별적으로 죽이는 괴수야. 마족이건 천족이건 신경 쓰지 않고. 그리고 생귀니움 교단은 주기적으로 인간들을 그들에게 제물로 바치고 있어. 그러니 너 역시 위험해.”


“......솔직히 오빠 말을 100% 믿을 수 있는 건 아니야. 애초에 계승자도 아닌 사람 몇 명이서 대단한 일을 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 다만 그 생귀니우스들은 확실히 어딘가 문제가 있는 사람들처럼 보여. 난 어떻게 해야 해? 혹시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있어?”


“만약 가능하면, 그 예배에 계속 나갈 수 있어? 깊이 들어갈 필요 없이, 예배에서 하는 말 정도만 알려주면 고마울 것 같아.”


마리우스는 약간 죄책감이 들었다. 여동생을 위험에 빠트리는 건 분명 나쁜 짓이었지만, 마리우스는 언제부턴가 게리온 추적을 자신의 숙명으로 여기게 되었다. 이제까지 길이 정해져 있던 인생에서 처음으로 의미를 찾은 것이다.


다행히도 클라우디아는 그 부탁을 받아들여줬다. 그녀는 사냥을 나가는 오빠와는 달리 대부분의 시간을 집에서 보냈고, 그 때문에 부모의 변화를 더 빨리 눈치챌 수 있었다.


언제부턴가 루첼은 집에 생귀니움 교단의 경전을 가져다 놓고 읽기 시작했다. 그녀는 자신의 딸을 그 종교에 끌어들이려 했다.


생귀니움의 교리라는 건 일반적인 천족, 마족의 종교는 물론 여러 이종족들의 토속 신앙과 비교해도 딱히 특별할 것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자꾸만 그 종교에 빠져서 자신의 돈을 바치곤 했다.


사업이 망해가며 아그리파는 집에 거의 들어오지 않게 되었고, 가계 소득은 갈수록 줄어들었다. 빈곤은 사람을 쉽게 미치게 만들었다. 루첼은 매일 밤마다 생귀니움 경전을 읽고 게리온에게 기도를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클라우디아는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부모를 결코 설득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녀는 다소 엉뚱한 오빠의 행동을 돕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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