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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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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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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8 15: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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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쪽

유령 사냥꾼 - 11

DUMMY

엘리시온 역사서 2장 - 천마전쟁의 시작


천족과 마족의 문명은 꾸준이 발전했으나, 곧 한계에 도달하게 된다. 근본적인 문제는 정복이나 교역 등으로 인해 급격하게 증가한 인구를 농경 시대의 도시계획이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상, 하수도 처리를 비롯해 도시 운영에 있어 필수적인 부분을 제대로 운용할 수 없게 되자, 거리는 점점 더 지저분해지고, 이는 전염병이 유행하는 원인 중 하나가 되었다.


또한 복잡해진 경제를 정부가 제대로 통제하지 못하게 되면서 부정부패가 늘어났고, 시민에 대한 착취 역시 심해졌다.


이때까지만 해도 비교적 우호적이었던 천마족간의 관계가 점점 안 좋아진 것은, 고대력 30~20년 사이 발생한 자연재해 때문이었다. 이 시기 천계와 마계 양쪽에 모두 심각한 수준의 가뭄과 홍수가 반복하여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정확한 이유는 알 수 없으나, 기상학자들은 태양 활동의 후퇴로 인해 이러한 기후변화가 발생했을 것으로 추측하고 있다.


이 당시 양 세력 모두 제대로 된 농사를 짓지 못했으며, 상업 역시 심각한 수준으로 붕괴되었다. 설상가상으로 비슷한 시기에 천계와 마계 모두에 전염병이 돌며, 전체 인구의 약 20%가 기근과 질병으로 인해 사망했다.


이 시점에서 양측은 서로를 비난하기 시작했다. 마족 측의 연구에 따르면 엘리시온 정부가 먼저 마족에게 경제 붕괴에 대한 책임을 돌렸지만, 대다수의 천족 학자는 이에 반박하고 있다. 일단 남아있는 기록에 따르면 천족의 농민들이 마족을 비난한 것이 먼저이긴 하지만, 정부 차원에서 상대방을 비난한 것은 마족이 먼저였다. 실제로 발할라 정부는 엘리시온 사절단이 자신들에게 질병을 옮겼다며 공식적인 논평을 내기도 했다. 가장 가능성이 높은 쪽은 양측 시민들이 거의 동시에 서로를 적대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와 동시에 천족과 마족 정부는 적극적으로 군대의 숫자를 늘리기 시작했다. 천족의 군대는 불과 5년만에 3만 명에서 10만 명으로 늘어났다. 비교적 인구가 적었던 마족의 경우 그 숫자가 7만 명으로 약간 적기는 했지만, 상당한 수치인 것은 분명하다.


천족 정부는 마족과 맞서야 한다는 논리를 바탕으로 경제, 사회에 대한 통제력을 강화했다. 이는 새로운 도시계획이나 부정부패의 척결 등 긍정적인 측면을 가지고 왔으나, 한편으로는 인권이 악화되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


첫 공격은 마족에 의해 시작되었다. 마족 학자들은 전쟁에서 패배한 이후에도 한동안 이 사실을 부정했으나, 지속적인 교차검증 결과 마족의 선제공격이 확실해졌다.


최초의 선제공격은 제국력 1년 3월 3일에 일어났다. 당시 마계에서 철광석을 캐고 있던 천족의 광부들을 마족 시민들이 폭행한 것이다. 그들은 천족 광부들이 자신들의 자원을 도둑질한다고 여겼으며, 이 과정에서 광부 3명이 사망했다.


엘리시온은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항의하며 천계 내의 모든 마족을 내쫓았다. 이 과정에서 마족 몇 명이 폭행당하는 사고가 벌어지자, 마족은 기습적으로 약 5천의 병력을 이끌고 현재 세르니아 위치에 있던 항구를 급습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항구에 주둔해있던 천족 경비대는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하고 몰살당했으며, 민간인을 포함해 약 200여명이 사망했다.


마리우스는 근처에 돌아다니는 운 없는 유령 하나를 죽여 그것의 영혼을 상자 안에 담았다. 그는 바쁜 와중에서도 동생에게 가져다 줄 유령의 기운을 챙겼다. 마리우스는 군트프리트의 영토에 들어간 뒤 쇠사슬을 타고 그가 살았던 곳으로 올라갔다.


“어서 와.”


바이젤이 그를 반갑게 맞이해주었다.


군트프리트의 집은 이제 무섭다기보다는 편안한 느낌이 들었다. 바이젤은 따뜻한 차를 타 주었다. 그는 한때 테디아의 모두가 두려워했던, 암흑 군주가 휴식을 취했던 의자에 앉아 있었다.


“그동안 알아낸 게 몇 가지 있습니다.”


“그래? 나도 할 얘기가 있었는데.”


그들은 자신들이 그동안 알아낸 모든 사실을 이야기했다. 마리우스는 자신의 어머니가 생귀니우스라는 것, 그리고 여동생을 본의 아니게 이 일에 끌어들인 것까지 말했다. 무엇보다 생귀니움의 설교에 대한 정보는 바이젤조차 알지 못했던 것이었다.


“천족의 법이 강압적이라......나 역시 천족이 어느 정도 위선적이라고는 생각하고 있었지만, 괴수가 자신들을 그 법으로부터 지켜줄 거라고 믿을 줄은 몰랐는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도 놈들과 대화는 불가능하다는 걸 알 수 있지 않나?”


“천년 넘게 하나의 여신만을 섬겨왔으니까요. 이제 슬슬 질릴 때도 된 거겠죠.”


“하긴 마족도 그래. 아무튼 고생했어. 집에 있는 동안에도 조사를 게을리 하지 않았구나.”


“당신은요? 추가적으로 알아낸 게 있습니까?”


“너랑 헤어지고 나서, 테디아의 여러 도시와 마을을 방문했어. 그들이 게리온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말이야. 결론부터 말하자면......솔직히 좀 실망스러웠어. 물론 파견대가 출동해서 괴수를 추적하고 있기는 했지만, 그리 성과가 좋지는 않았어. 저번 숲에서의 전투는 이례적인 케이스야. 기본적으로 이 일에 참여한 계승자의 숫자가 너무 적었거든. 무엇보다 일반 시민들은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았어. 정부는 게리온 문제에 관심을 갖고는 있지만, 그리 중요하게 여기는 것 같지 않아.”


“왜 그럴까요, 이제 전쟁도 끝났는데.”


“어쩌면......그들은 전쟁 이외의 다른 걸 생각하지 못했을지도 몰라. 천 년 넘게 오직 마족을 섬멸하는 것만 생각했으니까, 이교도 집단 정도는 소수의 계승자만으로 처치할 수 있을 거라고 믿는 거지.”


“그래도 저번 숲속에서의 싸움을 보면 나름 잘 싸우는 것 같았습니다.”


“그건 내가 선제공격을 했으니까 그런 거지. 천족 사람들은 너무 경각심이 부족해.”


“그러면 이제 어디로 갈 생각입니까?”


“생귀니움과 게리온이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그 교단을 찾아봐야지. 난 테디아 성에서 신분을 속이고 그들과 접촉한 뒤, 임시 가입증을 얻었어. 그리고 그들의 핵심 지부 중 하나가 북쪽의 알테어 유적지에 있다는 걸 알았지.”


“알테어 유적지라면......어렸을 적에 가보고 싶었던 곳입니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계속 미뤘는데, 마침내 가게 되는군요.”


“잘 됐네. 유적지는 여기서 북동쪽으로 나아가면 있어.”


그들은 군트프리트의 집 밖으로 나왔다.


“예전에는 여기가 엄청 무서웠는데, 지금은 왠지 친근한 느낌이 듭니다.”


“익숙해지면 뭐든 그렇지. 먼저 내려갈 테니 천천히 내려와.”


바이젤이 검은 날개를 펼치고 부유섬 아래로 내려갔다. 마리우스는 그 날개가 무척이나 부러웠다.


“오, 이런......”


마리우스는 군트프리트의 영역 근처에 순찰을 돌고 있는 계승자 둘을 발견했다.


“어떻게 합니까?”


“일단 가만히 있어. 쓸데없는 짓 하지 말고.”


기사로 보이는 계승자 하나가 그들을 보고 다가왔다.


“실례지만 잠시 시간 좀 내어주실 수 있습니까?”


“네, 무슨 일이시죠?”


바이젤이 대답했다.


“잠시 신분 검사에 응해주십시오.”


“무슨 일입니까?”


마리우스가 물었다.


“최근 천계 곳곳에 출몰하고 있는 괴수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으십니까?”


“네. 신문에서 본 적 있습니다.”


“저희도 자세한 사정은 잘 모르지만, 그 괴수와 마족이 연관되어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튼 그래서 위에서 천계 곳곳의 모험가들을 조사하라는 지시가 내려왔습니다. 오래 걸리지 않으니 협조해 주십시오.”


마리우스는 적잖이 당황했다. 자신은 괜찮지만 옆에 있는 사람은 아니니까.


“어떤 걸 검사하는 겁니까?”


“마족 중에 혹시 외양을 천족처럼 바꾸고 숨어 있는 자를 찾아내는 겁니다. 홍채 검사 한 번이면 됩니다.”


“네, 좋아요.”


마리우스는 어떻게든 그 검사를 피하려 했으나, 정작 바이젤은 그 기사를 별로 무서워하는 것 같지 않았다. 그녀가 먼저 검사를 받겠다고 나섰다. 기사는 휴대용 검사 장비를 바이젤의 눈에 갖다 댔고, 잠시 뒤 장비에서 삐빅거리는 소리가 났다.


“음?”


기사는 이상한 표정으로 바이젤을 보았다.


“왜요?”


“당신, 성함이 어떻게 됩니까?”


바이젤은 지갑에서 명함 하나를 꺼내주었다.


“테디아 고고학 위원회......마리아......? 당신, 정말 천족 사람이 맞습니까?”


“보시다시피.”


“이상한데......루카, 이쪽으로 좀 와봐.”


“왜? 무슨 일인데?”


마리우스의 키보다 두 배는 더 길어 보이는 창을 든 남자가 다가왔다. 모양새로 보아 그는 틀림없는 광전사였다.


“이 여자 말이야. 명함에는 천족 사람으로 나와 있고 생긴 것도 영락없는 천족인데, 이걸로 측정하면 마족으로 나온단 말이야.”


“보통 이런 경우에는 체내의 마력이 마족 것인 경우가 많은데.”


잠시 동안 두 계승자는 바이젤을 째려보았다.


“이거 다른 기계는 없나?”


기사가 물었다.


“없을걸. 이거 비싼 거잖아. 어라, 너 혹시 마리우스니?”


광전사가 그를 보고 반겨주었다.


“절......아십니까?”


“너 어렸을 때 만난 적이 있었는데, 내가 아이넬 출신이거든. 자네 아버지와 친구였어.”


“정말입니까? 이렇게 만나니 정말 영광입니다.”


“하하하, 영광은 무슨. 근데 여긴 왜 온 거야?”


마리우스는 급히 머릿속에서 말을 지어냈다.


“옆에 계신 분이 제 스승입니다. 이분과 같이 유적을 탐험하고 있었거든요.”


“그렇구만. 뭐 모험은 자유지만 요즘 무시무시한 괴수들이 돌아다니고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고. 그건 그렇고 일단 검사를 좀 해볼 수 있을까?”


“아, 네.”


마리우스는 기계 앞에 눈을 갖다 댔다. 삐빅 거리는 소리와 함께 결과가 나왔다.


“음? 왜 마족이라고 뜨지?”


“뭐야, 얘도 마족이야?”


기사가 칼을 빼들었다.


“아니, 아니야. 넌 그 성질 좀 죽여. 이 남자애는 내 친구 녀석의 아들이야. 틀림없는 천족 부부 사이에서 태어났다고.”


“정말로? 정말 아이넬 출신이 맞아?”


“그렇다니까. 너 아피우스 가문 맞지?”


광전사가 물었다.


“네, 아그리파가 제 아버지입니다.”


“거봐, 틀림없는 천족 맞다니까.”


“그럼 기계가 잘못된 건가. 빌어먹을. 이거 비싼 거라고 들었는데, 다시 파드넬로 돌아가서 바꿔와야 하나...... 아, 일단 두 분은 가도 좋습니다.”


“그럼 수고하십시오.”


마리우스는 둘에게 인사를 하고 계속 유적지로 향했다.


“테디아 고고학이라...... 그런 종류의 명함을 갖고 있을 줄은 몰랐습니다.”


“천족이든 마족이든 역사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으니까. 정확히 누가 무슨 일을 하는지 파악하기 어렵지. 가짜 명함을 만들어내기도 쉽고.”


“그나저나 저 기계는......당신은 그렇다 쳐도, 왜 저까지 마족으로 판정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글쎄, 난 비슷한 기계를 마계에서 본 적이 있어. 그건 천족의 피를 단 한 방울이라도 품고 있으면 천족으로 간주했지.”


“......?”


“됐어, 지금은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마. 지금은 게리온을 추적하는 데 집중하자고.”


마리우스는 더 이상 이 문제에 대해 캐묻지 않기로 했다.


그는 처음 바이젤을 만났을 때부터 어딘가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이후에 그녀가 암흑 군주 군트프리트의 연인이었으며, 천족 출신이었다가 마족의 계승자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에도, 그녀는 다른 사람보다 더 무섭게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친근한 느낌이 들었다.


사실 상식적으로 만난 지 얼마 되지 않는 사람과 모험을 떠나는 것은 책 속에서나 볼법한 일이었고, 마리우스는 그녀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마치 환각 마술에 당한 것처럼 느껴졌다.


“뭘 그렇게 봐?”


바이젤이 물었다. 마리우스는 자신도 모르게 그녀를 계속 쳐다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는 그 기묘한 여자에게 묻고 싶은 것이 산더미처럼 많았지만,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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