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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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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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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9,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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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27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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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유령 사냥꾼 - 10

DUMMY

엘리시온 역사서 : 과거와 진실에 대한 탐구


서문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의 천족 중심의 서술에서 벗어나 최대한 객관적으로 역사를 서술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천족이 전쟁에서 승리한 시점에서, 저자들은 무조건적으로 천족의 영광을 노래하기 보다는, 양측이 어떤 식으로 이 세계에 자리 잡아갔는지, 그리고 어떻게 싸우게 되었는지 상세하게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다. 과거에 안주하고 있다면 아무리 승자라 하더라도 발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저자들이 여신 미네르바에 대한 믿음을 버리는 것은 결코 아니다. 우리는 최초의 계승자이자 우리들을 승리로 이끈 천족의 주신에 대한 감사함을 늘 간직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분의 뜻을 거스르는 행위를 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가 역사를 객관적으로 쓰는 것은 분명 그분께서도 바라는 일이라고 믿는다.


다만 필자는 엘리시온 정부로부터 해를 입을 것이 두렵기 때문에, 지금 당장 이 책을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 책에서는 10판 이후의 연대 구분을 따라간다. 천 년 전 미네르바의 탄생 이후를 제국력, 탄생 이전을 고대력으로 보는 것이다.


1장 : 천족과 마족의 발전


본래 천족과 마족은 하나의 인간으로부터 갈라져 나온 종족이다.


인류학자들에 따르면, 인류의 원형은 현재 우리가 격전지라 부르는 곳, 즉 천계와 마계의 가운데 부근에서 처음 발생했다. 천족과 마족이 하나의 종에서 갈라진 계기는 약 15,000년 전의 빙하기이다. 사람들은 이 당시 기초적인 농경 사회를 이제 막 이룬 참이었으나, 기상 이변으로 인해 농작물이 죄다 말라죽게 되자 사실상 삶의 터전을 잃어버리게 된다. 이 당시의 유골 등을 통해 추정해 볼 때, 세계의 중심부에서 농사가 불가능해지자 인류는 여러 집단으로 나뉘어 각각 북쪽이나 남쪽을 향해 간 것으로 보인다.


남쪽은 비교적 따스한 곳이었으며, 이곳에 정착한 사람들은 다시금 농사를 지을 수 있었다. 이들이 바로 우리 천족의 조상이라고 할 수 있다.


한편 마족의 조상은 격전지의 북쪽으로 올라갔다. 즉 마계는 우리가 살고 있는 천계의 북쪽에 있으며, 본격적으로 개발되기 이전 오랜 시간동안 천계에 비해 더 척박했다.


마계는 천계와는 달리 날씨가 추운 날이 많았으며, 농사를 짓는 땅 역시 천계에 비하면 매우 척박했다. 그로 인해 마계에는 농작물이 잘 자라지 않았고, 정착 이후에도 오랜 시간 동안 수렵, 채집 문화를 유지해왔다.


농경 문명의 발전 차이로 인해, 천족은 마족에 비해 일찍 문명을 이룰 수 있었다. 실제로 천족과 마족의 유적을 탐사해 보면, 천계에서는 왕권을 상징하는 유물이 약 천 년 정도 일찍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천족과 마족이 세운 국가는 처음에는 수백 명 수준의 작은 규모를 이뤘으며, 근방의 부족국가들을 정복해 가며 성장했다. 이 과정에서 두 종족은 공통점을 보여주는데, 다른 부족국가와 융합하며 끊임없이 국가의 이름이나 체제를 바꾸어 갔다는 것이다.


천족은 이 과정에서 마법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몇몇 이능력자들이 불을 피우는 등 단순한 수준으로만 사용할 수 있었지만, 오래 지나지 않아 그 능력을 전쟁에 사용했다. 이 당시의 유물을 살펴보면, 불과 수십 년 사이 부족의 규모가 100배 이상 증가했음을 알 수 있다. 즉 정복당한 다른 민족을 천족에 융화시킨 것이다.


반면 마족은 마법을 자주 사용할 수 없었는데, 이는 마족의 땅에는 마력의 원천인 에테르 결정이 많지 않았고, 그 결정에 노출되어 자연적으로 발생한 이능력자의 숫자 역시 적을 수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 대신 마계에는 철광석이 많았고, 그것들의 품질은 매우 천계에 비해서도 매우 훌륭했다. 천계의 철광석은 쓸 만한 수준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동안 각종 불순물을 첨가해 제련해야 하는 반면, 마계의 철광석은 단순히 녹이기만 해도 유용한 물건을 만들 수 있었다. 마족은 근방의 국가들이 석기나 청동기로 무장하던 시절부터 철광석을 캐 강철을 만들었고, 이후로는 천족과 비슷한 방식으로 주변의 부족국가들을 정복했다.


천족과 마족은 각각 세계의 북부와 남부를 모두 점령한 뒤, 자신들이 이 땅의 유일한 주인이라 생각해 점령지의 주민들이 별도의 국가를 만드는 것을 허용하지 않고, 자신들을 각각 ‘천족’과 ‘마족’으로 부르게 되었다.


천족과 마족은 지금으로부터 약 1200년 전 서로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당시에 상호간에 교역을 시도했다는 증거를 찾을 수 있으나, 지리적, 기술적 한계로 인해 대규모로 이루어지지는 못한 것으로 보인다.


본격적인 무역은 100년이 지난 뒤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이 시기 마족은 제련된 철과 각종 농기구를, 천족은 농산물과 에테르 결정을 수출했다.


초창기에는 양측이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이런저런 노력을 했다. 실제로 천족과 마족 모두 상대방의 수도이자 중심 도시인 엘리시온과 발할라에 사절단을 보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또한 제한적이지만 문화 교류 역시 이루어졌다. 당시 천족 사절단은 1년에 한 번 열리는 마계의 대규모 축제에 참석했는데, 이 당시 마족의 문화에 대해 ‘거칠고 남성적이며, 다소 야만적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 강인함이 느껴진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우리 딸, 준비 다 됐어?”


주말 아침, 루첼은 딸을 불렀다. 클라우디아는 약속한 대로 어머니를 따라 갈 준비를 마쳤다. 마리우스가 둘을 현관 앞까지 배웅했다.


“어디 가시는 거예요?”


“좋은 말씀 들으러 가는 거지. 너도 혹시 관심 있니?”


“죄송하지만 전 사냥 일만 해도 바빠서요. 나중에 시간 남으면 따라가 볼게요.”


“그래, 알았다. 고생 많이 했을 텐데 푹 쉬고 있어.”


그들은 코뿔소가 이끄는 차를 타고 생귀니움 교단으로 향했다. 마리우스는 점점 더 일이 커지는 것이 불안했지만, 한편으로는 그 괴수에 대해 더 가까워졌다는 것에 대해 스릴을 느꼈다. 그는 방 안으로 돌아와 다음 모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는 바이젤과는 별개로 게리온에 대해 조사했다. 그는 이런저런 일을 핑계로 테디아 성에 갔다. 그는 그곳에서 생귀니움의 세력이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길거리에서 사람들에게 포교를 했다. 물론 게리온에 대해서는 직접 말하지 않았다. 여전히 많은 시민들은 거리 한복판에서 시끄럽게 구는 생귀니우스를 아니꼽게 보았지만, 그 시끄러운 사람들의 숫자는 갈수록 늘어났다.

“멋진 궁수님이시군요! 혹시 진리에 대해 관심이 있으신가요?”


종종 생귀니우스들은 마리우스에게도 귀찮게 굴었다. 그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웃어 넘기려 했다.


“너무 그러지 마시고, 잠깐만 저희 얘기를 들어보시겠어요?”


그때 계승자 한 명이 마리우스와 그 신도를 떼어냈다.


“어이, 사람 귀찮게 하지 마시지.”


온 몸에 강철 갑옷을 두른 기사가 노려보자, 생귀니우스들은 자리를 다른 곳으로 옮겼다.


“감사합니다. 요즘 들어 사이비 종교가 기승이군요.”


“그러게 말입니다. 듣자 하니 저놈들과 최근에 천계 곳곳에서 튀어나오는 괴수들이 연관되어 있다고 합니다.”


“정말입니까? 그 괴수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있습니다. 사람들을 잔인하게 죽인다고......”


마리우스는 아무것도 모르는 척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일주일 쯤 전에도 살아있는 사람을 괴수들에게 제물로 바치려다가, 아슬아슬하게 파견대가 도착해 전부 쓸어버렸답니다.”


“큰일 날 뻔했군요. 그 정도로 나쁜 짓을 저지르면 포교 활동도 금지시켜야 하는 것 아닙니까?”


“저도 그냥 시키는 일만 하는 하급 기사라 자세한 일은 잘 모르지만, 그들이 상당히 큰돈을 엘리시온에 뇌물로 바치는 것 같습니다. 하여간 마족이 망하고 나니 이젠 사이비 종교가 기승을 부리고......아무튼 조심하십시오. 혹시 저놈들이 이상한 짓을 꾸미고 있는 걸 보면 주저하지 말고 근처 경찰서나 파견대에 알려주시고요.”


“네, 그럼 수고하십시오.”


마리우스는 한동안 그 계승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는 마리우스가 동경했던 존재임과 동시에, 자기 혼자서는 뭐 하나라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남자이기도 했다.


‘계승자로 사는 것도 힘들어 보이는구만.’


마리우스는 왠지 그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그가 테디아 성과 아이넬을 여러 번 오가는 동안, 성에는 생귀니우스들과 함께 파견대의 숫자 역시 늘어났다. 이전에 만났던 그 기사 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계승자들은 생귀니움을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들은 천마 전쟁 이후 천년 만에 찾아온 평화를 파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러한 바람과는 별개로 그들은 직접적으로 생귀니우스들을 잡아들이거나 공격하지 못했다. 술집 등에서 엿들은 바에 따르면, 엘리시온 정부는 직접적으로 파견대가 공격당한 경우에만 생귀니움 교단을 공격할 수 있도록 파견대의 역할을 제한했다. 마리우스는 이것이 마족이 멸망한 과정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엘리시온의 높으신 분들은 분명 무언가를 숨기고 있었다.


한편, 클라우디아는 일주일에 세 번 있는 생귀니움 예배에 꼬박꼬박 참여했다. 그녀의 증언은 여러모로 큰 도움이 되었다.


생귀니우스들은 천족의 제도와 문화가 인간의 본성을 억압한다고 주장했다. 천족의 근간을 이루는 법과 제도는 오히려 인간들을 사악하게 만들었으며, 엘리시온의 지도자들은 하나같이 위선자라고 말했다.


생귀니움 경전 ‘샹그리스’에 따르면, 마리우스와 바이젤이 괴수라고 부르는 게리온들은 그런 천족을 해방시키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말에 따르면 게리온은 본래 천족과 마족이 같은 인간이었던 시절 세계의 주인이었으나, 사악한 인간들이 게리온을 괴물로 간주한 뒤 그것들을 몰아내고, 이후 남은 땅을 차지하기 위해 자신들끼리 전쟁을 벌였다. 그리고 게리온은 ‘세계의 뒤편’이라는 곳에 천년 넘게 숨어 있다가, 이제 때가 되었으니 자신들의 땅을 되찾는다는 것이다.


그들은 게리온이 아무나 죽이는 것이 아닌, 강압적인 천족의 종교를 따르는 자들만을 죽인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자유로운 내면을 자유롭게 분출하는 자신들은 게리온들이 지켜줄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그러한 주장들은 말 그대로 그들만의 주장에 불과했다. 얼마 전 숲에서 벌어졌던 싸움에서도, 게리온은 파견대와 생귀니우스들을 구분하지 않고 죽여댔다. 또한 마리우스가 보기에 게리온은 분노가 아닌, 마치 본능대로 사람을 죽이는 듯 했다.


하지만 그들의 주장이 사실이냐 아니냐는 상관없이, 신도들은 그 교리를 무척이나 마음에 들어했다. 클라우디아의 말에 따르면, 그 설교를 들은 사람들은 ‘오랫동안 막혀 있던 정신’이 뻥 뚫린 것 같다고 말했다. 심지어 그녀 본인조차도 자신도 모르게 그 말에 끌리게 될 정도라고 했다.


생귀니우스들은 숲에서 본 것처럼 약에 취해 춤을 추거나 외설적인 행위를 벌이기도 했다. 클라우디아는 특히 자신의 어머니가 그런 행동을 한다는 것을 차마 지켜볼 수 없었다. 그녀가 점점 더 힘들어 하자, 마리우스는 금화를 추가로 준 뒤 그녀가 테디아 성 안에 있는 기숙 학교에 지원서를 내도록 지시했다. 루첼은 딸이 더 이상 예배에 나가지 못하는 것을 아쉽게 여겼지만, 그래도 자신의 꿈을 이뤄주기 위해 노력한다는 것을 보고 그 결정을 허락해 주었다.


더 이상 동생의 도움은 받을 수 없었지만, 약 한 달 동안 마리우스는 많은 정보를 얻었다. 뿐만 아니라 그는 새로운 활을 비롯해 괴수와의 싸움에 필요한 각종 마법 아이템들을 챙겼다.


어느새 바이젤과 만나기로 약속한 날이 되었다. 그는 아침 일찍 나갈 채비를 했다.


“아들, 이번에 또 며칠 동안 안 들어오는 거야? 클라우디아도 없고, 한동안 쓸쓸해서 어쩌나......”


마리우스는 자신이 없는 동안 무슨 일이 벌어질 것만 같은 불안함을 느꼈다. 하지만 지금은 어쩔 수 없었다. 그는 떠나야 했다.


“길어야 일주일일 테니까요.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마리우스가 말의 고삐를 잡아당기자, 말은 푸르릉 거리며 앞으로 나아갔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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