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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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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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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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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8
글자수 :
549,913

작성
20.06.26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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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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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유령 사냥꾼 - 7

DUMMY

바이젤은 조사를 통해 괴수를 소환하는 차원의 균열이 생기는 조건 몇 가지를 알아냈다. 그것들 중 하나는 ‘괴수는 변화가 적은 곳에 나타난다.’라는 것이었다.


마리우스는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바이젤의 설명을 한번 들어서는 이해하지 못했다. 그녀는 여러 번 반복해서 그 점에 대해 설명했다.


“변화라는 건 말 그대로야. 10년 전에 숲이었던 곳이 지금도 숲이라면, 그건 변화가 거의 없는 거지. 몇몇 생물들이 태어나고 죽기는 하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크게 달라진 점은 없지. 하지만 숲이 있던 곳에 건물이 들어서거나 숲이 전부 불에 타 버린다면, 그건 큰 변화가 일어난 거야. 그 지역을 구성하는 물질의 조합이 크게 바뀐 거니까.”


“그러면 사람의 발길이 드문 곳에 균열이 생겨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까?”


“보통은 그래. 다만 시간이 지나면서 괴수의 숫자가 점점 더 많아지면 도시에 균열이 생길 수도 있어. 아무튼 지금은 숲속이나 사막, 인적이 드문 계곡 같은 곳을 찾아봐야 한다는 거지.”


“괴수들은 사람들에게 추적당하지 않으려는 걸까요?”


“그럴 수도 있겠지만 확신할 수는 없어. 그 괴수들에게 어떤 지능이 있는 것 같아 보이지는 않았거든. 게다가 그 괴수들의 공격은 조직적이지가 않아.”


“조직적이지 않다는 건, 그들이 군대처럼 싸우지 않는다는 겁니까?”


“맞아. 최대한 효율적으로 싸우려면, 조용히 병력을 모은 뒤 마력 발전소나 핵심 도시들을 집중 공격해야겠지. 하지만 괴수는 그런 식으로 싸우지 않아. 일단 균열을 통해 소환되면, 마치 쾌락살인마처럼 근처의 사람들을 끝없이 먹어대거든.”


파드넬의 주거지역은 상업 지구보다도 더 조용했다. 너무 조용하다 못해 원래부터 사람이 살지 않았다는 착각이 들 정도였다.


“여긴 불편할 정도로 사람이 없군요.”


“파드넬 뿐만이 아니야. 전쟁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천계의 경제는 예전보다 더 후퇴했지.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평범한 국민들조차도 갑작스런 전쟁의 종료에 적응을 못하고 있는 거야.”


위쪽 언덕에 있는 집의 앞마당에서 한 아낙네가 빨래를 널고 있었다.


“저 여자는 괴수에 대해 뭔가 아는 게 있을까요?”


“글쎄, 물어봐도 별 소득은 없을 것 같은데.”


“혹시 모르잖아요.”


그들은 결국 그 집을 향해 올라갔다.


“안녕하세요, 혹시 뭐 하나만 여쭤 봐도 되겠습니까?”


마리우스가 물었다.


“네, 무슨 일이시죠?”


“저희는 모험가 일행입니다. 혹시 요즘 파드넬 근처에 나타난다는 괴수에 대해 들은 바가 있으신가요?”


“아유, 그 괴수 얘기만 들으면 소름이 돋아요. 며칠 전에 저 아래 35호에 사는 친구네 가족이, 근처로 나들이를 나갔다가 실종되었다지 뭐예요. 무서워서 어쩌나......”


“잡아 먹혔다고요? 혹시 언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아십니까?”


“이틀 전인가, 그 왜 서쪽으로 계속 가다보면 보이는 숲 있잖아요, 그 근처에서 괴수에게 습격을 당했다고 하거든요.”


“그러면 혹시 경찰이나 파견대가 그쪽으로 간 적이 있습니까?”


“미안해요, 저도 자세한 상황은 몰라서......그래도 사건이 발생했으니 경찰이 출동하지 않았을까요?”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한 정보입니다. 감사합니다.”


“저기, 부탁 하나만 해도 될까요? 만약 그 가족 중 한 명이라도 살아 있다면, 꼭 집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알겠습니다. 최선을 다해 보죠.”


마리우스와 바이젤은 다시 언덕 아래로 내려왔다.


“예상치 못한 곳에서 쓸 만한 정보를 얻었네. 너무 상황이 적절하게 들어맞아서 오히려 좀 불안할 정도야.”


“사냥을 하다보면 며칠 동안 유령 한 마리도 못 잡는 경우가 있거든요. 아무것도 모른채 길을 해매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더 많은 정보를 얻는 게 좋은 거죠.”


“네 말이 맞긴 하지. 우선 그 실종되었다는 가족의 집으로 가볼까?”


그들은 35호 집 앞으로 갔다.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문이 잠겨 있습니다. 이상하네요. 경찰이 수사를 시작했다면 집을 한 번쯤은 들어갔을 텐데.”


“이 정도는 계승자들에게는 간단하지. 나와 봐.”


마리우스가 옆으로 비켜서자 바이젤이 작은 폭발 마법을 썼다. 마리우스는 순간 폭발음에 놀라 뒤로 넘어졌다.


“아, 이렇게 시끄러운 소리를 내면 어떡합니까? 저희가 이상한 짓이라도 하는 것 같잖아요. 난 또 조용하게 자물쇠를 따는 방법이라도 아는 줄 알았지.”


“이게 자꾸 까불래? 빨리 들어가기나 해.”


그들은 실종된 가족의 집으로 들어갔다. 그 집은 파드넬의 다른 집들과 별로 다를 게 없어 보였다. 가구들은 가지런히 정돈되어 있었고, 경찰이나 파견대가 왔다 간 흔적은 없었다.


“이 사람들은 무역업을 하는 사람들 이었나봅니다. 가구들도 엄청 고급지고, 꽤나 잘 살았나봐요.”


“그러게. 그런데 어쩌다가 괴수의 습격을......음?”


바이젤이 무언가를 발견했다. 그것은 분명 살아있는 생명이었다.


“마리우스, 이쪽으로 와 봐! 개야! 개가 여기 있어!”


사냥개보다 약간 작은 크기의 개 한 마리가 집안의 한 구석에서 쓰러진 채로 낑낑대며 울고 있었다.


“뭐야, 이 사람들 실종된 거 맞긴 한 거야?”


“그나저나 저 개, 엄청 배고파 보이는데요.”


“참, 그렇지. 여기 안에 먹을 게 없나?”


그들은 선반을 뒤진 끝에 개밥이 담긴 봉지를 발견했다. 그 개는 신나게 밥을 먹더니, 기분이 좋은 듯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었다.


“왜 개가 여기에 있는 겁니까? 혹시 윗집의 여자가 잘못 말해준 게 아닐까요?”


“만약 그렇다면 우린 완전히 망한 거지만, 이 개를 보면 꼭 그런 것 같지도 않아. 실종된 게 아니라면 이 정도로 굶주려 있을 이유는 없으니까.”


“그러면 더 이상해지는데요. 대체 왜 개를 놔두고 나간 걸까요......”


“그 이유를 지금부터 찾아봐야지.”


그들은 집을 좀 더 뒤져보았다. 그 가족은 네 명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겉보기로는 별로 특이한 점이 없는 평범한 가족이었다. 확실한 건 그들이 단순히 나들이를 위해 서쪽의 숲으로 향한 건 아니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개를 놔두고 갔을 리가 없을 테니까.


그때 마리우스는 종이 묶음 하나를 발견했다.


“바이젤, 재밌는 걸 하나 발견했습니다.”


생귀니움 교단의 선언


우리는 세계의 진실을 찾아 헤매는 방랑자, 생귀니우스다.


천계의 위선자들이 감춰놓은 세계의 진실을 밝혀내고, 그들의 가면을 벗겨내어 만방에 알리는 것이 우리의 목표다.


이 세계는 본래 게리온의 것이었다. 그런데 천족과 마족이 그들을 몰아내고 이 세계를 더럽힌 것이다.


그분들은 오랜 시간동안 천족에게 쫓겨나 조용히 힘을 기르고 있었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지금, 게리온들은 세상 밖으로 나오고 있다. 천년 동안 더 강해진 그분들을 천족이나 마족이 이들을 이길 수는 없다.


만약 천족이 그분들을 다시 모시지 않는다면, 이 세계는 멸망할 것이다. 그 멸망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우리뿐이다. 진심으로 게리온을 섬겨서, 그분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은 우리뿐이다. 위선자 여신을 버리고, 진정한 신 아래에 모이자. 그것만이 우리가 살아날 길이다. 우리가 무지몽매한 천족을 계몽시키자.


선언문 아래에는 정체불명의 문양이 그러져 있었다.


“게리온......! 설마 이놈들은......”


“이거......뭔가 일이 커지는 듯 한데요. 바이젤님은 얘네들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습니까?”


“얘네들은 생귀니움이라는 사이비 종교를 믿는 사람들이야. 간단히 설명하면 천마족의 전쟁에서 벗어나 쾌락주의적 삶을 추구하는 괴짜들이지. 그리고 게리온은 내가 마계에서 활동하던 당시 그 괴수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었어. 우린 그 괴수가 너무 두려웠던 나머지, 게리온을 일종의 말해서는 안 되는 단어로 규정했어. 생귀니움은 천계와 마계 전체에 걸쳐 활동하고 있었지만, 다만 다른 이종족에 비해 그리 위험하지도 않았고, 그 세력 역시 크지 않았기 때문에 천족과 마족 모두 그리 중요하게 여기진 않았는데......설마 그 괴수와 관련이 있는 건가.”


“이 가족도 설마 그 종교와 연관이 있는 걸까요?”


“그렇겠지. 넌 어떻게 하고 싶어? 지금 바로 이들을 찾아갈 거야?”


“다른 길이 없잖아요. 더 사태가 악화되기 전에 움직이죠.”


바이젤은 자신감이 넘치는 마리우스를 보고 살며시 웃었다.


“제법이네. 이제야 좀 사냥꾼다운 걸.”


두 모험가는 개를 데리고 서쪽 숲으로 향했다. 그들이 구한 개는 바로 뒤에 붙어서 마리우스가 탄 말을 따라왔다.


“저 개는 회복력이 엄청 빠르네요. 방금 전까지만 해도 쓰러져 있었는데, 이젠 아무렇지 않게 말을 쫓아오다니.”


“마법에 의해 강화된 개야. 엄청 비싼 값에 팔리지.”


“그나저나 저 개가 정말로 가족을 찾는데 도움이 됩니까?”


“동물에 대해 잘 모르는구나. 개의 후각은 인간의 수천 배에 달해. 인간이 눈을 통해 세상을 본다면, 저 녀석은 코를 통해 세상을 보는 셈이지.”


그들은 서쪽으로 갈수록 건물은 점점 더 적어지고, 풀과 나무는 더 많아졌다. 3시간 정도를 달린 끝에, 그들은 가족이 마지막으로 방문했다던 숲에 도착했다. 커다란 표지판이 그들을 반겨주었다.


경고

이곳은 맹수 및 거대벌레가 자주 출몰하는 곳으로, 특수한 목적 이외의 출입을 금함.

테디아 자연 관리국


“여기가 그 숲입니까? 엄청 넓은데......”


“계측기는 별다른 반응이 없어.”


바이젤은 계측기를 이리저리 돌려보았지만, 불은 들어오지 않았고 바늘은 축 처진 채 늘어져 있었다.


“자, 멍멍아. 너의 힘을 보여줘.”


개는 코를 킁킁거리더니 숲 안으로 들어갔다. 그들은 그 개의 뒤를 따랐다.


한참을 들어가자 갑자기 개가 짖더니 숲의 너머로 사라졌다.


“개가 사라졌습니다!”


“침착해. 생각보다 멀지 않은 곳에 있어. 일단 말에서 내려.”


그들은 주변을 경계하며 개가 갔던 방향을 따라갔다. 잠시 뒤 바이젤이 한 무리의 사람들을 발견했다.


“저기, 저쪽에 사람들 보여?”


“네, 희미하게 보입니다. 뭔가......하얀 로브를 입고 있는 것 같은데요.”


“하얀 로브는 생귀니움 교단의 상징이지. 제대로 찾아온 것 같은데.”


그녀는 옆의 나무에 손을 댄 뒤 눈을 감았다.


“나무를 통해 도청할 테니까. 주변을 경계하고 있어.”


바이젤은 나무로 마력을 흘려보냈다. 그 마력은 나무의 뿌리를 지나, 근처 나무들이 뿌리를 거쳐 로브를 입은 사람들의 옆에 서 있는 나무에 도달했다.


그녀는 정신을 집중하고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이제 제물을 4개나 구했으니, 게리온들도 화를 푸시겠지.”


“그래, 이걸로 된 거야. 가족들에게는 안 된 일이긴 하지만, 이걸로 한동안 우리는 안전하니까.”


“왈! 왈왈왈!”


“우아악! 이 개는 뭐야! 아! 물지 마!”


“뭐, 뭐지 이건......왜 개가 여기에......”


“이 망할 똥개! 죽여버리겠어!”


“잠깐만, 죽이지 말아봐. 뭔가가 이상해.”


“보나마나 근처의 들개 같은데. 그냥 죽여서 제물이랑 같이 바치자.”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여기에 왜 들개가 사냐. 여기 목을 봐봐. 목줄이 묶였던 흔적이야. 이 녀석 혹시......”


바이젤은 도청을 멈추고 그 사람들을 관찰했다. 그들은 개를 제압한 뒤 어디론가 사라졌다.


“뭡니까? 저 사람들이 그 교단이 맞는 겁니까?”


마리우스가 물었다.


“그래. 저들을 따라가 보자.”


그들은 말을 나무에 묶어둔 뒤 조용히 생귀니우스들의 뒤를 밟았다.


“저기, 저거 보여?”


바이젤이 가리킨 곳에는 커다란 천막 여러 개가 놓여 있었다. 천막 근처에는 재단처럼 보이는 구조물 몇 개가 놓여 있었다.


생귀니우스들은 생각보다 많았다. 그들은 모두 하얀 로브를 입고 무언가를 옮기거나 자르는 등의 여러 잡일을 하고 있었다.


“그 가족을 괴수들에게 제물로 바치려는 것 같아. 보통 그들은 밤에 의식을 치르니, 아마 오늘이나 내일 밤쯤에 가족을 죽이겠지.”


“그렇다면 최대한 빨리 구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게 거의 불가능하니깐 문제지. 저 사람들 중에 능력 있는 전사나 마법사가 숨어 있을 수도 있고, 애초에 그 가족이 어디에 있는지조차 확실치 않잖아.”


“파견대를 부르면, 여기로 오기까지 얼마나 걸립니까?”


“글쎄, 마족의 경우는 3~4시간 정도 걸리니까 천족도 비슷하지 않을까. 다행히도 파드넬 안에 파견대가 와 있는 상황이니, 좀 더 일찍 올수도 있겠지. 문제는 우리 둘 중에 천족의 전술 통신망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거야. 넌 계승자가 아니고, 난 천족이 아니고.”


“그러면......그냥 죽게 내버려두는 수밖에 없는 겁니까?”


마리우스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럴 거면 여기 오지도 않았겠지. 이런 상황에 필요한 게 바로 전략이야. 머리를 써야 한다고.”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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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유령 사냥꾼 - 6 +1 20.06.25 280 9 13쪽
5 유령 사냥꾼 - 5 +1 20.06.25 352 9 13쪽
4 유령 사냥꾼 - 4 +1 20.06.24 417 10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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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유령 사냥꾼 - 2 +1 20.06.23 665 11 13쪽
1 유령 사냥꾼 - 1 +4 20.06.23 1,873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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