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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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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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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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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9,913

작성
20.06.26 2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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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유령 사냥꾼 - 8

DUMMY

“정말로 이 방법이 통할까요?”


마리우스는 약간 불안한 눈빛을 보냈다.


“다른 방법이 있는 게 아니잖아.”


바이젤은 새 모양의 사역마를 소환한 뒤, 그 새의 발목에 괴수에 대해 알리는 쪽지를 달았다. 본래 사역마의 속도는 그리 빠르지 않았기 때문에, 그녀는 가능한 한 빠르게 저 생귀니우스들에 대해 알리기 위해 사역마를 강습 형태로 강화시켰다. 즉 사역마를 고속으로 날려 보내 파견대의 주목을 끄는 것이다.


“자, 이제 또 집중의 시간이 왔어. 뭘 해야 하는지는 알겠지?”


“네, 경계 잘 서고 있겠습니다.”


그녀가 사역마를 보내는 사이 하늘은 점점 더 어두워졌다.


마리우스는 망원경으로 제사를 지내기 위해 밖으로 나온 교인들을 보았다. 그들은 사이비 종교의 신자답게 해맑게 웃었다. 남녀 신자들은 짝을 지어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었다. 몇몇 신자들은 좀 더 외설적인 행동을 하기도 했다.


분위기가 절정에 다다르자, 리더로 보이는 한 남자가 단상 위로 올라갔다. 워낙에 크게 말한 탓에 멀리 있는 마리우스에게도 목소리가 들렸다.


“생귀니우스들이여! 이제 곧 이곳에 차원의 균열이 생길 것입니다. 게리온이 나타나면, 우리는 정성을 다해 그들에게 우리의 제물을 바칠 것입니다! 게리온이시여! 부디 우리의 충성을 받아주소서!”


남자의 말에 신자들이 알 수 없는 주문을 외쳤다.


“아끌리아 토르베 상귀니움 다리마라......”


주문은 점점 더 커졌다. 신자들 중 몇몇이 천막 안으로 들어가더니, 실종된 4명의 사람들을 데리고 나왔다. 부모는 약에 취했는지 눈에 초점이 없었고, 아들과 딸은 겁에 질린 표정으로 울고 있었다.


마리우스는 불안해졌다. 사역마가 너무 늦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되었다.


“어이, 너.”


누군가가 창으로 그의 뒤를 노리는 것이 느껴졌다. 뒤를 돌아보니 로브를 입은 남자 다섯 명이 창이나 칼을 들고 서 있었다.


“너넨 누구냐? 파견대 쪽은 아닌 것 같고......왜 우릴 엿보고 있었지?”


마리우스는 당황해서 말이 나오질 않았다.


“입을 다물고 있겠다는 거냐? 그러면 너희도 제물로 바칠 수밖에”


“저, 저희는.......기자입니다. 테디아 신문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마리우스는 일단 생각나는 변명을 아무렇게나 말했다.


“뭐?”


“그.......사장님이 당신들을 조사해오라고 시키는 바람에......”


그때 바이젤이 눈을 떴다.


“됐다, 이제 곧.......아니, 당신들 뭐야?”


“이 여자는 또 누구냐?”


“이, 이분은.......제 사수입니다. 같이 일하고 있는......”


“너희 둘 다 따라와라.”


결국 그들은 생귀니우스에게 붙잡혀 그들의 야영지 안으로 들어가게 되었다.


마리우스는 경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자신이 너무나 창피했다.


“죄송합니다. 일이 이렇게 되어 버려서......”


“앞으로는 주위를 좀 더 잘 살펴라. 그래도 이번 기회에 생귀니우스들을 직접 만나볼 수 있으니 한편으로는 잘 된 일이라고도 할 수 있지.”


“굉장히 긍정적이네요......”


가까이서 바라본 생귀니움 야영지는 생각보다 더 커보였다. 이미 수많은 신도들이 약에 취해 춤을 추고 있었다.


마리우스와 바이젤은 실종된 가족을 확인했다. 어찌되었든 가족에게 가까이 가는 데는 성공했으나, 그 다음이 문제였다. 이렇게 잡혀있는 상황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아까 주문을 외웠던 생귀니우스들의 리더가 외쳤다.


“여러분! 이 자들은 풀숲에 숨어서 우리를 엿보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자신들이 기자라고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겠습니까? 풀어줄까요, 아니면 이 가족과 함께 제물로 바칠까요?”


“제물로 바쳐라!”


신도들은 일말의 망설임도 없이 외쳤다.


“한 번에 많이 바치면 더 만족하신다!”


신도들의 외침은 점점 더 커졌다. 그들은 아이들과 마리우스, 바이젤을 제단 위로 끌고 갔다.


“어, 엄마......”


남자아이가 울먹였다.


“괜찮아. 이게 끝이 아니야. 너는 그분과 마침내 하나가 되는 거야. 영광스러운 일이지.”


“엄마, 대체 왜 그래......나 무서워......”


남자아이보다 좀 더 나이가 많아 보이는 딸은 굳은 표정으로 제단 위로 올라갔다. 아버지로 보이는 남자는 완전히 약에 취해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바이젤, 쪽지는 제대로 보낸 거 맞죠?”


마리우스의 마음속에 정말로 죽을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솟아났다.


“글쎄, 과연 제때 올수 있으려나.”


바이젤은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파드넬에 파견된 계승자들은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래서, 정말 이 근처에 나타난다는 괴수가 우리보다 더 강하다는 거야?”


방패를 손질하던 한 기사가 말했다.


“자세한 건 윗사람들도 잘 모르는 것 같던데. 일단 괴수를 죽인 적이 있다고 하니깐, 우리 힘으로도 어찌어찌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책을 보던 원소술사가 말했다.


“아, 다 좋으니깐 차라리 화끈하게 싸우고 싶다. 대체 언제까지 여기에 갇혀 있어야 하는 건데?”


그 말을 한 계승자는 커다란 창을 만지고 있었다. 시끌벅적한 걸 좋아하는 그는 파드넬을 그리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다. 원소술사는 그가 너무 싸우는 걸 좋아한다며 핀잔을 날렸다.


“평화로운 때가 좋은 거지. 막상 싸우다가 다리라도 다치게 되면......”


“콰과광!”


거대한 폭음과 함께 계승자들이 머물던 숙소 일부가 무너져 내렸다.


“비상! 비상이다! 정체불명의 공격이다!”


계승자들은 제대로 무장도 갖추지 못한 채 숙소 밖으로 나왔다.


“이게 뭐야......?”


“아무래도 누군가가 사역마를 이용해 공격한 것 같은데.”


“계승자 거주지를 공격하다니. 깡도 좋네.”


계승자들이 수군거리는 사이, 건물 관리인이 폭발 현장에서 한 쪽지를 발견했다.


“이봐요! 여기 뭔가 쪽지가 있는데요?”


폭발 소리를 듣고 집 밖으로 나온 사람들도 모두 몰려들었다. 관리인은 천천히 쪽지를 읽었다.


선전포고문


우리 생귀니움은 오랫동안 천족과 마족 사이에서 핍박당하며 살아야 했다. 우리가 핍박당한 이유는 단지 우리가 진실을 말했기 때문이다. 그 진실이란 바로 이 땅의 진정한 주인은 게리온이라는 것이다. 이제 우리는 숨어 지내지 않을 것이다. 이 공격은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저항을 포기하고 얌전히 그분들을 맞이해라.


신도들은 그들을 커다란 막대기에 묶었다.


“설마 이거 불로 태우려는 건 아니겠죠?”


“왜 아니겠어. 보통 고기는 불로 달궈야 제 맛이잖아.”


“지금이 농담할 때는 아닌 것 같은데요.”


“엄마......잘못했어요......”


“돌겠네, 진짜. 바이젤, 여기서 죽으면 귀신이 되어서도 당신을 괴롭힐 겁니다.”


한 신도가 그들이 올라가 있는 제단에 불을 붙였다. 곧바로 뜨거운 기운이 올라왔다.


“게리온, 게리온, 게리온이시여! 저희의 제물을 받으소서!”


한 신도가 주문을 외웠다. 그와 동시에 커다란 차원문이 신도들의 눈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그 안에서 괴이하게 생긴 생명체 몇 마리가 걸어 나왔다.


“설마 저거......”


“그래, 우리가 찾던 그 괴수야.”


그 괴수는 곧바로 제단으로 달려왔다. 같이 묶여있던 아이들은 겁에 질려 소리를 질렀다.


“제발......제발 살려주세요!”


괴수들 중 하나가 타오르는 불길을 무시하고 제단 위로 올라왔다. 그것은 손을 뻗어 남자아이를 잡으려 했다.


“콰지지직!”


하늘에서 순간 섬광이 일었다. 마리우스와 바이젤, 신도들은 모두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신도들은 게리온의 기적이 일어났다고 외쳤지만, 곧 번개를 맞고 쓰러진 게리온 하나를 보고 자신들이 크게 착각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들 눈앞에 나타난 것은 하얀 날개를 단 사람들이었다. 계승자가 온 것이다.


“전원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라. 우리는 엘리시온 파견대다. 저항하면 그 즉시 사형에 처하겠다.”


“파견대다! 놈들이 몰려왔다!”


신도들은 경고를 무시하고 저마다 무기를 꺼냈다. 심지어 그들 중 몇몇은 날개를 펼쳤다. 신도들 중에서도 계승자가 있었던 것이다.


예상치 못한 반격에 당황한 파견대는 급히 강하한 뒤 백병전을 시도했다. 신도들, 파견대, 그리고 괴수들이 한데 모여 난타전을 벌였다.


파견대의 광전사가 거대한 창을 휘두를 때마다 신도들은 맥없이 쓰러졌다. 이에 맞서 계승자 출신 생귀니우스가 품에서 단도를 꺼내 그 광전사의 머리에 명중시켰다. 광전사는 머리에 칼이 꽂힌 채로 몇 초 동안 더 창을 휘두르더니, 이내 바닥에 쓰러졌다.


원소술사들은 작은 마력 덩이를 만들어 이곳저곳에 쏘아댔다. 마력 덩이에 맞은 천막이 불에 타올랐다. 전투 능력이 없는 신도들은 겁에 질려 사방으로 도망을 치다가 파견대 궁수에게 몸이 꿰뚫려 죽고 말았다.


한편 마리우스는 신도들의 시선으로부터 벗어난 틈을 타 허리춤에 숨겨두었던 작은 단검을 꺼내 밧줄을 자르기 시작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 바이젤. 제가 곧 구해드리겠습니다.”


자르는 도중 손이 베여 피가 흘렀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필사적으로 밧줄을 잘랐다.


“조금만......조금만 더......”


“아직도 안 끝났어? 이렇게 느려서야 모험가 일을 할 수 있겠나.”


어느새 바이젤은 깔끔하게 밧줄을 잘랐다. 그녀는 같이 묶여있던 아이들을 구했다.


“하, 하하하. 제가 참 바보 같아 보이는군요.”


마리우스는 뒤늦게 밧줄을 자른 뒤 주머니에 있던 붕대로 대충 손을 묶었다.


“한탄은 나중에, 우선은 여기서 벗어나자. 말을 묶어놓은 곳까지만 가면 안전할 거야.”


“아이들은 데리고 갑니까?”


“애들이 원한다면, 자 어때. 너희는 우리랑 같이 가고 싶어?”


남자아이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하, 하지만, 아직 엄마랑 아빠가......”


마리우스는 저 너머로 아이들의 부모를 볼 수 있었다. 그들의 아버지는 약에 취한 뒤 비틀거리다가 계승자의 칼에 맞아 죽었다. 어머니는 마법을 쓸 수 있었는지 신도들을 도와 계승자들과 맞서고 있었다.


“아무래도 너희 엄마는 같이 갈 생각이 없는 것 같은데.”


“엄마도 데려가면 안 돼요?”


이번에는 딸이 불안한 표정으로 물었다.


“미안하지만 안 돼. 저 싸움판에 끼어들었다가는 우리 모두 죽고 말거야. 명심해. 절대로 원하는 걸 모두 얻을 수는 없어. 가장 중요한 일을 해내기 위해서는, 소중한 걸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해. 빨리 선택해. 여기에 남아 너희끼리 오던지, 아니면 우리랑 같이 가든지.”


여자아이는 잠시 고민하는 듯 하더니 같이 가겠다고 말했다. 남자아이는 싫다며 떼를 썼다.


“싫어! 엄마랑 같이 갈 거야!”


여자아이는 그의 어깨를 붙잡고 야단쳤다.


“도트, 정신 차려! 지금 이 언니를 따라가지 않는다면 죽는다고! 이제 우리 칭얼거림을 들어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어!”


남자아이는 울먹이더니 결국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왈왈!”


그때 어디선가 개 한마리가 튀어나왔다. 얼굴을 살펴보니 바이젤을 이곳까지 인도한 그 개가 맞았다.


“무슈무슈! 살아있었구나!”


여자아이가 개를 꼭 끌어안았다.


“무슈무슈만큼은 같이 데려가 주실 수 있죠?”


“데려간다기 보다는 녀석이 따라와야지. 말에는 개가 탈 공간이 없으니까.”


차원의 균열을 통해 튀어나온 괴수, 게리온들이 합세하면서 야영지는 더욱 난장판으로 변해갔다. 게리온은 생귀니우스와 파견대를 구분하지 않고 모조리 죽여댔다. 파견대는 신도 처리는 궁수들에게 맡긴 뒤, 모든 병력을 게리온 처치에 집중했다. 방패를 든 기사들은 수십 마리에 달하는 게리온들의 공격을 쳐내느라 팔의 이곳저곳이 부러졌다. 사제들은 회복 마법을 너무 많이 쓴 탓에 손끝이 괴사될 지경이었다.


바이젤 일행은 난장판이 된 야영지를 떠나 그들이 말을 묶어놓은 곳까지 이동했다. 다행히도 말들은 제자리에 있어 주었다. 바이젤의 등 뒤에는 여자아이가, 마리우스의 등 뒤에는 남자아이가 탔다. 그들은 전속력으로 숲 밖을 항해 내달리기 시작했다.


“지금 불을 밝히면 파견대에게 노려질 수 있으니깐, 수색 마법으로 길을 찾을 거야. 적당히 거리를 벌리고 내 뒤를 따라와.”


“알겠습니다.”


괴수의 울음소리가 점점 더 많이 들리는 듯 했다. 이에 맞서듯 하늘 위로 아까보다 더 많은 숫자의 계승자가 날아가는 것이 보였다.


한참을 달리자 언제부턴가 폭발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말들은 지쳤는지 더 이상 달리는 대신 천천히 길을 따라 걷고 있었다.


“작전이 성공해서 다행입니다. 괴수들을 죽이고 인질까지 구출할 줄이야.”


“찬물 뿌리고 싶지는 않지만, 잘 쳐줘봐야 절반의 성공이야. 우린 괴수, 게리온들의 전투 장면을 관찰하는 것이 목적이었지.”


아이들은 표정이 시무룩해진 것 같이 보였다.


“죄송합니다......”


“너희를 탓하려는 게 아니야. 원래 작전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분명 다른 문제가 있는 법이니까. 사람을 살린 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성과야.”


바이젤은 그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달빛이 그들을 비추는 모양새가 마치 생존자들을 축하해주는 것 같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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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유령 사냥꾼 - 3 +1 20.06.24 475 11 13쪽
2 유령 사냥꾼 - 2 +1 20.06.23 665 11 13쪽
1 유령 사냥꾼 - 1 +4 20.06.23 1,872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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