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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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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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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2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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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49,913

작성
20.06.25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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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쪽

유령 사냥꾼 - 5

DUMMY

마리우스의 어머니 루첼은 최근 고민이 많아졌다.


그녀는 두 자식이 모두 사냥꾼 대신 관료가 되기를 원했지만, 어째서인지 남매는 아버지의 말을 더 잘 듣는 것 같았다. 반면 아그리파는 이 상황을 몹시 만족스러워했다. 그는 가문의 전통을 잇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으며, 이제 자식들에게 남은 건 결혼뿐이라고 말하곤 했다.


루첼의 걱정거리는 또 있었는데, 바로 아그리파의 사업과 관한 부분이었다. 그는 선조들이 쌓아놓은 재산을 이용해 아이넬 마을과 천계의 다른 영토를 잇는 운송 사업을 진행 중이었다. 아그리파는 이제 마족이 패배했으니 그곳으로 천족의 개척자들이 향할 것이며, 그곳에 아이넬의 물건을 팔면 상당한 돈을 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상황은 그리 좋지 않았다. 어째서인지 마계 개척은 지지부진했다. 천족의 지도자들은 패배한 마족들에 대한 관리 역시 어떻게 할지 깊게 생각하지 않은 듯 했다. 분명 전쟁에서 승리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 국민들의 삶은 딱히 달라진 게 없었다.


그러니 이런 시국에 사업을 크게 벌이는 것은 그리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이었다. 이 사실을 알고 있던 루첼은 최대한 안정적인 직업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지만, 자식들은 듣지 않았다. 그녀에게 있어서 그나마 위로가 되는 것은, 그래도 자식들이 부모 중 한 사람의 말이라도 제대로 따른다는 것이었다.


정말로 안타까운 사실은, 그 자식들은 아버지를 속이고 있었다는 것이다.


바이젤은 마리우스에게 지금은 한 사람이라도 더 도와준다면 고마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마리우스는 여전히 그녀의 태도 변화가 다소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어찌되었든 새로운 것에 도전할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그것이 그의 인생에 어떤 이득이 되냐고 묻는다면 그는 대답할 수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마음이 가는 대로 움직였다. 어쩌면 이 모험이 그의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하는 ‘유의미한 일’일 지도 몰랐다. 그는 인생의 일부분을 그녀를 위해 쓰기로 했다.


그가 바이젤의 여정에 동참한 또 하나의 이유는, 그 괴수의 육체에 꽤 쓸 만한 마력원, 즉 마력 결정이 존재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적의 정체도 모르는 상황에서 그것을 이용한다는 발상은 무척 오만해 보이지만, 마리우스의 선조들은 그런 발상을 통해 살아남았다.


단순히 유령을 없애야 할 대상으로 본 사람들은, 용감히 싸우기는 했지만 자신의 삶을 개선시키지는 못했다. 반면 그 정수를 팔 생각을 한 사람들은 큰돈을 벌었고, 그들의 후손은 아이넬의 최고 부자가 되었다. 마리우스는 자신 역시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믿었다.


다행히도 클라우디아가 꾸준히 부모를 속여준 덕분에, 마리우스는 사냥을 핑계로 괴수 추적에 나설 수 있었다. 그녀는 종종 마리우스가 가져다 준 유령 시체를 연구하며, 부모 몰래 틈틈이 활쏘기 연습도 병행했다.


아그리파의 사업이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루첼은 일하기 위해 밖에 나가있는 시간이 늘어났다. 부모는 자연스럽게 자식들에게 간섭을 줄이게 되었고, 마리우스는 그 점을 이용해 사냥을 핑계로 며칠 동안 집에 들어가지 않기도 했다. 오래 밖에 있을 수 있다면, 괴수 조사에 쓸 시간도 늘어나기 때문이다.


두 명의 모험가는 말을 타고 아이넬의 북쪽으로 향했다. 그들은 군트프리트의 영토를 지나쳐, 더 북쪽으로 향했다. 그곳은 일명 ‘언데드의 땅’이라 불리는 곳이었다. 군트프리트의 영토에 유령들이 서식하고 있다면, 그곳에는 구울이 존재했다.


바이젤은 마리우스에게 그 지역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오래 전 그곳은 함선의 부품을 만드는 공업 도시였는데, 그 도시의 나무들은 오염물질을 정화하는 특성이 있어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다. 그런데 인간들은 나무들을 이용하기만 할뿐, 그것들의 건강에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들은 제대로 된 뒤처리를 생각하지 않고 오염 물질을 무작정 나무들에게 뿌리기만 했다.


나무들은 서서히 오염되기 시작했다. 인간들에게 우호적이었던 그 나무들은 어떻게든 정화를 계속하려 했으나, 인간들이 버리는 폐기물은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었다.


결국 그들은 완전히 오염되었다. 대부분의 나무는 죽었고, 살아남은 극히 일부의 나무들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완전히 변해버렸다. 나무들은 더 이상 오염물질을 정화하지 않았다.


그들은 오염물질을 뿜어냈다. 그들의 몸에서 나온 끈적끈적한 액체는 도시의 강으로 흘러들어갔고, 그 물을 마신 사람들은 몸이 이상하게 변하기 시작했다. 사태를 파악한 천족 사령부는 급히 유능한 계승자들을 투입해 나무들을 죽이고 물을 정화했으나, 한 번 오염된 토지는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결국 사람들은 그 도시를 버리고 다른 곳으로 떠나 각자 새로운 마을을 만들었고, 아이넬 역시 그것들 중 하나였다.


한편 이주할 돈이 없어 그 도시에 남아있던 사람들은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피폐해졌다. 높으신 분들은 남아있는 사람들을 구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은 배가 너무 고픈 나머지 친구나 가족들을 먹기 시작했다. 도시 바깥의 사람들은 그들을 이제 ‘구울’이라고 불렀다. 정신이 미약하게 남아있던 한 구울의 말에 따르면, 인간의 고기는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맛있었다고 한다.


“왜 이런 내용은 학교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겁니까?”


마리우스가 물었다.


“그야 자신들의 흑역사를 알리고 싶지 않으니까. 마족 땅에 있었을 때 그들의 역사책을 읽어본 적이 있어. 발할라 정부에게 반기를 들었다가 학살당한 마족들을 천족이 우물에 독을 풀어 죽였다고 되어 있었지. 마족 내에도 역사왜곡에 대해 비판하는 사람들은 있었지만, 정부는 전쟁에 방해가 되는 일은 어떻게든 막으려 했어. 아마 천족도 마찬가지겠지.”


구울의 영역에 가까워지자 악취가 코를 찔렀다. 마리우스는 오랫동안 테디아에 살면서도 이곳에 직접 들어가 본 적이 없었다. 부모님은 구울의 땅에 대해서는 굳이 알려고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계승자들로부터, 그리고 여신으로부터 버려진 곳이기 때문이다.


멀리 몇 마리의 구울처럼 생긴 것들이 보였다. 역사책에서 본 것과 비슷한 형태였다. 멀리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마리우스의 존재를 눈치 채지는 못한 것 같았다.


“여기에 차원의 균열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까?”


“그래. 사람이 거의 다니질 않으니, 여기서 나타날 가능성이 높지. 추적을 시작하자고.”


그녀가 가방에서 나침반과 비슷하게 생긴 기계 하나를 꺼냈다.


“이건 내가 마계에서 일할 때 만든 거야. 괴수의 흔적을 발견하면 여기 작은 램프에 불이 들어온 뒤, 여기 바늘이 흔적이 남아있는 방향을 가리키지. 나침반이 북쪽을 가리킨다면, 이 녀석은 괴수의 흔적을 가리켜. 놈들은 계속해서 상당히 많은 마력을 흘리거든. 그 마력은 천계에서도, 마계에서도 본 적이 없는 이질적인 형태지만, 그 양은 상당해.”


계측기의 바늘이 빙빙 돌더니 북쪽과 북동쪽 사이에서 조금씩 흔들렸다. 그들은 계측기가 알려주는 방향을 찾아 폐허가 된 도시 안으로 들어갔다.


오랜 시간이 흘러 사람의 흔적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지만, 잿빛 건물들은 한때 이곳이 번성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그때 구울 한 마리가 그들 앞으로 튀어나왔다. 그는 바이젤과 마리우스를 번갈아가며 유심히 쳐다보더니, 건물 안으로 도망치듯 들어갔다.


“저희를 습격하지 않는군요.”


“그래. 얘네들에게도 지성은 남아 있어. 자신보다 훨씬 더 강해보이는 상대에게 덤비지는 않아.”


그들은 더욱 더 깊숙이 들어갔다. 계측기는 이제 명확하게 북동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계측기가 흔들리지 않는다는 건 괴수들이 여기에 다녀간 적이 있다는 거야.”


마리우스는 약간 겁이 났다. 젊은 날의 호기심에 그녀의 모험에 동참하기는 했지만, 그 괴수와 맞서 싸울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만약 괴수와 만난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도와드릴 수는 있지만, 그 괴수가 계승자보다 더 강하다면 제 도움은 의미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아니야, 싸울 수 있어. 물론 멍청하게 정면 대결을 해서는 안 되겠지. 우리 목적은 괴수를 죽이는 게 아니라 조사하는 거야. 그러니 최대한 싸움을 피하면서 움직여야겠지.”


길옆으로 늘어선 건물들이 사라지고, 그들의 눈앞에 커다란 공장이 나타났다.


“여기야. 과거 천족 군대의 전함을 만들던 곳이지. 공장 너머의 바다가 보여?”


“네. 생각보다 여기가 바다랑 가까웠네요.”


“여기서 만들어진 배는 테디아의 북동쪽 바다에서 출발하지.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배의 진수식은 꽤나 볼만한 구경거리였어.”


그녀는 추억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었다.


공장 근처에 가자 만들다 만 듯한 전함이 보였다. 마리우스는 그렇게 큰 배를 본 적이 없었다.


“엄청 큰 것 같습니다.”


“전쟁 말기에는 해군을 잘 쓰지 않았으니까. 너나 네 부모님은 비교적 작은 배만 보고 살았겠지. 천족과 마족 모두 바다를 봉쇄하는 것보다 작은 크기의 공중항모를 동원해 주요 도시를 폭격하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여기게 되었거든. 자, 잡담은 여기까지 하고. 공장 안으로 들어가면 절대 긴장을 풀어서는 안 돼.”


그들은 말을 근처 나무에 묶어둔 뒤 공장의 문을 열었다.


공장 안은 빛이 들어오지 않아 상당히 어두웠다. 그들은 사무실을 지나 생산 시설로 들어갔다. 그 시설은 전함에 탑재할 엔진을 만드는 곳으로, 밖에서 보는 것보다도 훨씬 더 거대했다.


“저거 봐봐. 보여?”


바이젤이 손으로 공장의 한쪽 구석을 가리키며 조용히 속삭였다. 정체불명의 소용돌이처럼 생긴 무언가가 둥둥 떠 있었다.


“저게 균열입니까?”


“응. 이제 저기에 접근해야 해.”


“괴수는 없는 겁니까?”


“그런 것 같아. 오늘은 운이 꽤 좋네. 어쩌면 밖에 나갔던 괴수가 다시 균열로 돌아올 수도 있어. 네가 이 근처에서 입구 쪽을 감시하고 있는 사이, 내가 조사를 할 거야. 조사에는 한 시간 정도 걸릴 거니까, 그 동안 잘 지키고 있어야 해. 탐색을 하는 동안은 웬만해서는 날 방해하지 마.”


그들은 다시 시설의 문을 닫은 뒤, 괴수가 쉽게 들어오지 못하도록 단단하게 잠궜다. 마리우스가 생산 시설의 입구 쪽을 감시하고 있는 사이, 바이젤은 여러 기계들을 지나쳐 차원의 균열 가까이 다가갔다.


그녀는 가방 안에서 몽둥이와 비슷하게 생긴 커다란 막대기 하나를 꺼냈다. 그녀가 막대기를 균열 근처에서 천천히 휘두르자, 근처의 마력이 그 막대기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마력 수집이 끝나자, 그녀는 다람쥐를 닮은 작은 사역마 하나를 소환해 균열 안으로 들여보냈다.


30분 정도가 지나자 마리우스는 슬슬 지루해졌다. 그는 계속 감시만 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괴수와 한 번 싸우는 게 더 재밌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그때 멀리서 발소리가 들렸다. 분명 사람보다 훨씬 더 큰 존재의 발소리였다.


‘온다......!’


그는 불화살을 소환한 뒤 그녀를 불렀다.


“바이젤님?”


바이젤은 눈을 감고 알 수 없는 주문을 외고 있었다. 이유는 알 수 없었지만, 그녀의 표정은 무척이나 심각해 보였다.


“바이젤? 누군가 온 것 같습니다.”


그녀는 여전히 답이 없었다. 마리우스는 왠지 지금 그녀를 방해해서는 안 될 것 같았다. 그는 일단 자신의 힘으로 그 괴수와 맞서보기로 했다.


발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소리를 들어보니 한 마리뿐인 것 같았다. 마리우스는 하나라면 자신이 어떻게든 죽일 수 있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젊은 사냥꾼은 활시위를 끝까지 당겼다. 화살촉 끝은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그는 숨을 죽이고 괴수가 문을 박차고 들어오기만을 기다렸다.


“......”


발소리가 멈췄다.


마리우스는 여전히 활시위를 당기고 있었다. 분명 바깥의 존재는 돌아가지 않았다. 마리우스는 어쩌면 그들이 자신의 존재를 눈치 채고 바깥에 서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그는 슬쩍 바이젤을 보았다. 그녀는 여전히 주문을 외고 있었다. 마리우스는 여차하면 활을 쏠 기세로 문 쪽을 바라보았다.


긴장이 극에 달한 순간, 괴수의 발소리가 들렸다. 이번에는 점점 작아졌다. 놈이 돌아가는 것이다.


마리우스는 한숨을 쉬었다. 그는 화살을 다시 없앴다.


‘이거 생각보다 더 위험한 일은 아닐지......’


그 순간, 마리우스가 놈이 갔다고 생각해 바이젤 쪽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 마리우스는 괴수를 보았다.


괴수는 어느새 바이젤의 바로 옆에 서 있었다. 처음 보는 모습이었지만, 그 생김새는 절대로 인간이라 부를 수 없었다. 기괴한 얼굴과 인간보다 몇 배는 더 큰 덩치, 마치 무기와 결합된 듯한 양 손은 누가 봐도 괴수임이 분명했다.


마리우스는 공포가 온몸을 타고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는 다시 불화살을 소환했다.


“바이젤! 옆에!”


괴수는 흉측한 모양의 손을 높이 들었다. 마리우스는 곧바로 활을 쏘았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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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유령 사냥꾼 - 7 +1 20.06.26 244 8 13쪽
6 유령 사냥꾼 - 6 +1 20.06.25 280 9 13쪽
» 유령 사냥꾼 - 5 +1 20.06.25 353 9 13쪽
4 유령 사냥꾼 - 4 +1 20.06.24 417 10 13쪽
3 유령 사냥꾼 - 3 +1 20.06.24 475 11 13쪽
2 유령 사냥꾼 - 2 +1 20.06.23 665 11 13쪽
1 유령 사냥꾼 - 1 +4 20.06.23 1,873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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