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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neyShake 님의 서재입니다.

전쟁 이후의 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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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결

HoneyShake
작품등록일 :
2020.06.23 14:41
최근연재일 :
2020.10.22 17:46
연재수 :
103 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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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21
추천수 :
388
글자수 :
549,913

작성
20.06.25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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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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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
글자
13쪽

유령 사냥꾼 - 6

DUMMY

불화살이 그 괴수의 가슴에 명중했다.


“키에에에엑!”


괴수는 비명과 함께 휘청거렸다. 그제서야 바이젤은 눈을 뜬 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확인했다.


“뭐, 뭐야! 왜 이게 여기 있는 거야!”


“저도 몰라요, 갑자기 순간이동을 했습니다!”


그때 괴수가 다시 일어났다. 불화살에 맞은 부분이 계속해서 타오르고 있었지만, 놈은 여전히 싸울 힘이 남아 있는 듯 했다.


마리우스는 곧바로 화살 하나를 다시 소환했지만, 이미 그것은 바이젤을 죽일 기세로 달려갔다.


“나텐 엠프리스 카잔!”


바이젤이 주문을 외자 그녀의 손에 거대한 낫이 소환되었다. 괴수가 그녀의 얼굴을 할퀴려는 순간, 그녀는 높이 뛰어 그 낫으로 괴수의 머리를 내려찍었다.


“마리우스!”


그녀의 부름에 마리우스는 바로 활을 쏘았다. 화살 한 발이 추가로 그것의 심장에 명중했다.


괴수는 한 번 더 괴성을 내지르더니, 곧바로 그 자리에 쓰러졌다.


가까이서 본 괴수는 마리우스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기괴하게 생겼다. 그것은 분명 인간의 형태를 취하고 있으면서도 결코 인간이라 부를 수 없는 생김새를 하고 있었다. 피부 곳곳이 까져 근육이 드러났으며, 손에는 커다란 가시가 돋아나 있었다. 이빨 역시 웬만한 맹수들보다도 더 커보였다.


“그러니까, 그 괴수가 아무런 예고도 없이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났다, 이 말이야?”


바이젤은 약간 화가 난 것 같았다.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입니다. 전 분명 문 쪽을 감시하고 있었고, 괴수는 문 앞까지 왔다가 포기하고 돌아가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뒤를 돌아보니 어느샌가 그 괴수가 나타나 있었던 겁니다.”


마리우스는 억울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마법 따위는 전혀 못 쓸것 괴수가 순간이동을 쓸 줄은 누가 알았겠는가?


“......알았어. 네 말을 믿을게.”


바이젤은 그 괴수로부터 몇 가지의 생체 조직을 확보했다.


“혹시나 괴수를 잡게 되면 가능한 한 이렇게 차원코팅이 된 시험관 안에 조직을 넣어 둬야 해. 곧 시체가 사라지거든.”


그때 차원의 균열이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어, 사라진다.”


“원래 이런 식이야. 소환한 괴수가 다 죽으면 사라지지. 일단 근처에는 괴수가 없을 거야.”


“혹시 알아낸 게 있습니까?”


마리우스가 물었다.


“그닥. 사역마를 보내 균열 너머를 살펴보았는데, 아무것도 확인할 수 없었어. 그냥 어둠뿐이었지. 이번 조사를 통해 확실히 알 수 있었어. 놈들은 천계나 마계에서 온 게 아니야. 아무리 높은 기술적 수준의 차원문 이라도 역추적을 통해 어디에서 왔는지 알아내는 것을 막을 수는 없지.”


“하지만 외계에서 왔다고 보기에는 너무 사람과 비슷한 형상입니다. 마치 원래 사람이었던 것이 무언가로 인해 변한 듯한......혹시 구울의 일종이 아닐까요?”


균열이 사라지자 괴수의 시체도 서서히 사라져갔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는데, 단순히 구울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이상한 면이 많아. 구울은 항상 시체를 남기지. 이 녀석처럼 사라지지는 않아.”


그들은 밖으로 나와 항구를 살펴보았다. 어느샌가 하늘은 몹시 어두워졌다. 계측기에는 더 이상의 흔적이 보이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들다 만 함선들과 이리저리 널브러져 있는 공구들, 가끔씩 날아다니는 까마귀들이 분위기를 몹시 을씨년스럽게 만들었다.


“오늘은 이 근처에서 묵어야겠어. 밤중에 도시를 지나다니는 건 너무 위험해.”


그들은 항구 근처의 공장들 중 하나를 찾아 그 안으로 들어갔다. 마리우스가 모닥불을 피우는 사이, 바이젤은 마법진을 대충 그린 뒤 그 위에 천막을 소환했다. 서너 명은 넉넉히 들어갈 만한 크기였다.


“이렇게 간단히 소환하다니, 계승자가 된다는 건 참 좋은 것 같습니다.”


“막상 되면 생각이 달라질 걸? 마음대로 죽지도 못하고, 백년 넘게 죽음과 부활을 반복하며 싸워야 하는 건, 결코 축복이 아니야.”


“죽음을 반복하며 싸워야 한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부럽습니다. 그 사람들은 뭔가 자신의 삶의 의미를 찾은 것 같아 보이거든요. 저 같은 사람들은 그냥 부모가 시키는 일이나 하고 살아야 합니다.”


“계승자가 되어서 높은 지위가 되고 싶은 거야?”


“그런 건 아닙니다. 사실 꼭 계승자가 되지 않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그걸로 괜찮을 것 같습니다. 근데 사람들은 그것조차도 허락하지를 않으니까......”


“재밌네. 보통 그런 생각을 하는 사람들은 마계에도 별로 없어. 마족 중에서도 계승자가 되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하나같이 전쟁에서 큰 공을 세우는 것뿐이었지. 군인 외의 계승자들은 항상 한단계 낮은 대우를 받았어. 그러니깐......내가 보기에 넌 특별한 사람이야. 단지 싸우는 것만이 목적이 아니니까.”


그녀가 마리우스를 보고 웃었다. 마리우스는 괜히 부끄러워졌다.


밤이 되자 하늘에 별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바이젤은 만약에 대비해 모닥불 주변에 결계를 쳤다.


“그나저나 여기는 정말 사람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전쟁은 끝났는데, 사람들은 왜 이 지역을 복구하지 않는 걸까요? 이제 마족의 영토를 점령했으니, 그곳으로 물자를 실어 나를 배가 필요할 텐데 말입니다.”


“나도 그게 의문이었어. 기분 나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천족의 엘리시온 정부는 능동적으로 생각할 줄을 모르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진 않습니다. 어차피 저도 불만이 있는 건 마찬가지인걸요.”


“전쟁은 수백 년 넘게 이어져 왔으니, 전술, 전략을 짜는 건 그들에게는 자연스러운 일이겠지. 하지만 그들은 전쟁 이후에 어떻게 나라를 이끌어갈지는 생각해보지 않은 거야.”


밤이 깊어지자, 그들은 천막 안으로 들어가 누웠다.


“바이젤, 뭐 하나 물어봐도 됩니까?”


“뭔데?”


“제가 아버지의 뒤를 이어 사냥꾼이 되어야 할 것 같습니까?”


“사냥꾼 일을 하기 싫은 거야?”


“솔직히 말하면, 그렇습니다. 전 유령 사냥에 전혀 관심이 없거든요. 차라리 돈을 엄청 많이 벌 수 있다면 몰라도, 이제 곧 유령도 다 사라진다고요. 근데 주변 사람들은 제가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를 이해를 못합니다. 아들이라면 당연히 가업을 이어야 한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또 쓸데없는 말을 해버렸네요......”


“이만 자자.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해.”


“네, 안녕히 주무세요.”


마리우스는 눈을 감았지만, 잠이 오지 않았다. 그는 한 시간이나 이런저런 잡생각을 하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 꿈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들은 전날 밤의 잠자리를 정리한 뒤, 다시 길을 떠났다. 항구 근처를 좀 더 둘러보았으나, 별다른 괴수의 흔적은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방향을 서쪽으로 돌렸다. 가는 길에 구울이 몇 마리 보였지만, 전날과 마찬가지로 마리우스를 공격하지는 않았다.


몇 시간을 계속 말을 타고 달리다 보니 고대의 유적으로 보이는 건물의 흔적을 볼 수 있었다.


“이런 건 처음 봅니다. 여기도 예전에 도시가 있었나 보죠?”


“나도 이것들에 대해서는 자세히 몰라. 항구도시가 건설되기 한참 전에 존재했었다고 들었을 뿐이지. 계속 가자.”


어느새 그들은 구울의 영역을 지나 서쪽의 산을 넘었다. 산 중턱에 올라서자 저 너머로 천족의 도시가 보였다.


“저기 보이는 게 파드넬이야.”


마리우스는 파드넬을 직접 본 적은 없었다. 저 멀리 보이는 도시의 크기는 상당히 컸다. 테디아 성과 비교해도 전혀 뒤처지지 않는다는 파드넬 출신 주민들의 말은 거짓이 아니었다.


“이제 저쪽으로 가는 겁니까?”


“그래. 최근 천족의 통신을 감청해 보면, 저 도시 근처에 괴수가 몇 마리 나타났나봐.”


“또 그 괴수와 싸워야 하는 겁니까?”


“아니, 이번에는 싸우지 않을 거야. 다만 괴수와 군대가 싸우는 걸 지켜볼 뿐이지. 파드넬은 테디아 성 다음으로 이 구역에서 큰 도시이니, 괴수가 늘어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엘리시온에서도 병력을 보내지 않을 수 없을 거야.”


그들은 산 아래로 내려갔다. 눈앞에 드넓은 농장이 펼쳐졌다. 몇몇 농부들이 밭을 갈고 있는 게 보였다.


“이 사람들은 사냥 대신 농사를 짓네요. 이쪽이 살아남는 데는 더 유리할 것 같은데.”

“농사도 만만한 일은 아니야. 내 조부모는 농사를 짓다가 망해서 항구도시로 거처를 옮겼거든.”


“그래도 같은 땅에서 계속 먹을 것이 자란다면......음?”


마리우스는 저 멀리서 무언가 다가오는 것을 보았다.“


“바이젤, 저거 봤어요?”


마리우스가 손으로 농장 너머를 가리켰다. 날개 달린 말, 페가수스를 탄 천족 계승자 둘이 날아오고 있었다.


“이런, 일단 멈추자고.”


“저희를 쫓아오는 겁니까?”


“아마도. 내가 말할테니 넌 가만히 있어.”


정말로 그 계승자들은 바이젤에게 다가왔다. 가까이서 본 그들의 모습은 생각보다 훨씬 더 화려하고 위압적이었다.


“실례지만 몇 가지 물어볼 게 있는데, 시간 되십니까?”


“네, 무슨 일이죠?”


“혹시 이 그림에 나오는 괴수를 본 적이 있습니까?”


계승자 중 로브를 입은 여자가 종이를 펼쳐 그림 하나를 보여 주었다. 조잡한 수준이었지만 바이젤과 마리우스는 바로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분명 그들이 그토록 찾아다니는 그 괴수가 맞았다.


“죄송하지만 그림이 좀 알아보기가 힘든데요, 구울의 일종 아닌가요?”


“일단은 저희도 그렇게 알고는 있는데......소문에 따르면 이 녀석들은 차원의 균열을 통해 넘어온다고 합니다. 마족이 천계에 침투할 때 쓰는 균열, 아시죠? 그걸 보면 마족에서 만든 것 같은데, 구울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한 점이 너무 많아서요.”


“이런, 설마 마족 잔당들이 반란을 일으킨 건가요?”


“지금으로선 저희도 아는 게 별로 없습니다. 혹시 이 괴수를 보게 된다면 도시의 경찰서나 엘리시온 파견대에 바로 말씀해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두 계승자는 다시 페가수스를 타고 날아갔다.


“히야, 부럽구만. 난 항상 저 페가수스가 부러웠어. 마계에는 저 생물이 살지를 않으니까. 그나저나 천족 놈들은 또 남 탓이네. 제대로 알아보지도 않고 바로 마족이 만들었다고 믿어버리다니.”


“그래도 얼굴을 몰라보니 다행입니다. 계승자들이 돌아다니는 걸 보면, 아무래도 괴수가 꽤 많이 출몰한 것 같은데요.”


“난 어렸을 적에는 조용히 살았고, 계승자가 된 이후로는 워낙에 비밀스럽게 활동했으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 일단 파드넬 안으로 들어가 보자.”


도시의 안은 의외로 조용했다. 겉으로 보이는 크기는 상당했지만, 정작 도시 안을 돌아다니는 사람은 별로 많지 않았다. 상점이라 부를 만한 것도 별로 없었다.


“사람이 없네요. 괴수 때문이려나요.”


“아마도. 일단 광장으로 가보자.”


광장은 이상할 정도로 을씨년스러웠다. 마을을 순찰중인 경찰 셋과 거리 음악가 한 명을 제외하면 그 커다란 광장에는 아무도 없었다.


“새로운 소식을 보려면 항상 게시판을 먼저 확인해야지.”


농사나 상업에 관련된 몇 가지 자잘한 게시물 옆에, 그들이 찾던 공고가 있었다.


공고

엘리시온 사령부


최근 파드넬 근처에 정체불명의 괴수가 계속해서 출몰하고 있습니다. 이 괴수는 마족의 잔당이 만든 차원의 균열에서 소환된 것으로 추정되며, 최근에는 서쪽의 주거 지역과 남쪽의 농장에서 대량으로 출몰한 적이 있습니다.


이 괴수는 인간의 서너 배에 달하는 크기를 갖고 있으며, 구울과 유사하면서도 좀 더 괴상한 생김새를 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인간을 발견할 경우 빠른 속도로 팔을 휘둘러 공격합니다. 또한 죽인 인간을 먹음으로써 에너지를 얻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현재 정부는 이 문제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으며, 파드넬에 파견대를 보내 자세한 진상을 조사 중에 있습니다.


일단 이 괴수들은 계승자 없이 처치가 가능하지만, 자칫하다간 죽음에 이르는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만큼 발견 시에는 가능한 한 교전을 피한 뒤 파드넬 내의 경찰서나 엘리시온 파견대에 바로 알려주십시오.


밑에는 파드넬 전체의 지도와 계승자들이 그려놓은 괴수 그림이 있었다. 아까 본 것과 일치했다.


“대충 어디로 가야 할지 알 것 같습니다.”


“그래. 몇 가지만 챙기고 바로 출발하자.”


그들은 근처 상점에 들러 회복 물약과 주문서 몇 가지를 산 뒤, 주거 지역으로 움직였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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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령 사냥꾼 - 6 +1 20.06.25 280 9 13쪽
5 유령 사냥꾼 - 5 +1 20.06.25 352 9 13쪽
4 유령 사냥꾼 - 4 +1 20.06.24 417 10 13쪽
3 유령 사냥꾼 - 3 +1 20.06.24 475 11 13쪽
2 유령 사냥꾼 - 2 +1 20.06.23 665 11 13쪽
1 유령 사냥꾼 - 1 +4 20.06.23 1,873 14 13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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