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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earth 님의 서재입니다.

매직펑크판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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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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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6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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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1.21 2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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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DUMMY

정보차원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혼돈이었다.

온갖 것들이 존재하는 정보의 바다. 정리된 것 하나 없기 때문에 뇌가 세계를 인식하는 것조차 버겁다.


그렇기에 정보차원에 행동하기 위해 필요한 일은 정리였다.

자신의 인식 대상을 선별하는 기능을 발휘하는 것. 정확히 말하자면 필터를 설치하는 것이다. 이 필터를 달고 인식을 제한함으로서 처음으로 온전히 정보차원에서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실과 다를 바 없었다.

감각기관을 통해서 받아들이는 정보는 감각기관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하듯이 정보차원에서도 받아들이는 정보에 한계선을 그음으로서 인식을 온전히 갖추는 것이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릭은 본능적으로 할 수 있었다. 숨 쉬는 것과 같이 태어나면서부터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는 감각에 가까웠다. 오히려 의식하면 부자연스럽게 느껴질 정도로 자연스럽게 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는 불가능한 일이다.

당장 이 감각을 타인에게 설명하라고 하면 릭 자신도 할 수 없었다.

꼬리가 없는 사람에게 꼬리가 있는 사람이 꼬리의 사용법을 알려주려는 일과 같은 일이었다.


당연히 쉬울 리는 없었고, 직접 해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제 3의 팔을 다는 수준의 훈련이었기에 쉽지도 않았다.

하지만 할 수 있게 된다면 크게 도약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기초적인 영역이라도 일반적인 테크노맨서보다 우위에 서게 되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특히 릭은 테크노맨서로서의 재능은 그다지 없기 때문에 시아는 릭과 차별화될 수도 있었다. 우수한 테크노맨서의 기계감응 능력은 손을 쓰지 않고도 기계를 작동시키게 해주기 때문에 정보차원을 다룰 수 있게 되면 공간적인 제약을 벗어나서 간섭하는 일이 가능할지도 몰랐다.


어디까지나 추측인 것은 실제로 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었다.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해본지 않으면 알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생각처럼 잘 되지는 않는다는 점이었다. 시아에게 설명만으로 감각을 이해시키는 일은 불가능했기 때문에 시아가 스스로 적응해나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시아는 적극적이었다.

해낼 수만 있다면 엄청난 도움이 될 것이다. 네트워크 워커로서 한 단계 위로 올라서는 일이 가능한 것이다.

그냥 한 단계를 올라서는 것이 아니다. 다른 네트워크 워커들은 범접할 수 없는 영역에 도달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시아는 적극적이었다.

릭과 동료라는 역할을 취하기에는 실력적으로 부족하다는 사실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도 의욕이 생기는 이유기도 했다.


릭은 우선 시아에게 부츠캣을 소개시켰다.


“안녕하시오. 좋은 아침이고, 좋은 날이며, 좋은 시간이오. 나는 주인의 보좌관인 부츠캣이라고 한다오, 만나서 반갑소.”


연극조에다가 청아한 청년의 목소리로 말하는 부츠캣의 등장에 시아가 기겁하기는 했지만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시아는 상황을 금방 이해했다.

부츠캣이 정보차원의 정보생명체이며, 단순한 AI같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이다.


물론 그건 시아에게 있어서 좀 충격적인 사실인 듯 했다.


정보차원이 여전히 미지의 영역이기는 했지만 영계처럼 영적인 존재가 존재할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었다.

그런 주장이 없는 건 아니지만 주류는 아니었다.

그런데 영계에도 정보정령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지금 확인하게 된 것이다.


“네트워크에서 유령을 봤다는 소문 같은 것들이 진짜였구나.”


네트워크 고스트의 존재에 대한 도시 전설이 존재한다.

네트워크에서 죽은 자를 만났다거나, 정체불명의 인공지능을 만났다거나 하는 전설이었다.


하나같이 추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미신을 믿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이런 도시전설을 믿는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간간히 들려오는 이야기들이었고, 시아도 경험한 적 있었다.


정체불명의 방문자나 워커와 마주한 적이 없는 네트워크 워커는 존재하지 않는다.

이 일을 하다보면 필연적으로 마주하는 일들이었다.

그 중에서 동업자를 스토킹하거나 감시하는 일이 드물지도 않기 때문에 혹시나 그런 스토커들이 아닐까 하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 그 의문의 흔적들이 정체를 드러냈다.

네트워크 고스트의 정체는 정보차원에 존재하는 정령들인 것이다.


“네트워크 고스트라. 정보차원의 정보생명체들? 그대들은 그렇게 부를 거요. 나의 동족들은 대부분 자아가 희박하다오. 아마 딱히 의미가 있어서 하는 행동들은 아닐 거라고 봐도 좋을 것이오.

물론 그 중에선 공격적인 존재들도 있긴 하지만······. 대부분은 그리 대단한 힘은 없을 것이오.”


“대단한 힘이 있는 존재도 있다는 이야기구나.”


“얼마든지. 하지만 대부분 깊은 곳에 존재한다오. 그들이 존재하기 위해서 필요한 에너지가 물질계에 가까워질수록 부복해지기 때문이지. 나야 주인으로부터 공급받을 수 있기 때문에 상관없지만, 아무래도 강력한 존재가 올라오기는 어렵다오.”


그 말대로 올라올 방법은 있었다.

밑에서부터 차근차근 준비해서 발판을 준비하는 것이다.


영계와 달리 이 세계로 영역이 침식해 들어오기 어렵다는 점이 문제였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물질계가 정보차원을 침식하고 있었고, 이 침식된 물질계가 바로 근해라고 불리는 영역이었다.


물질계와 동일한 형태를 하고 있는 정보차원의 지역.

이 지역의 존재가 물질계가 정보차원을 침식해 들어왔다는 증거였다.


즉, 물질계에서 정보차원으로 들어오는 건 어렵지 않다.

기계의 보조가 있어도 손쉽게 들어올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역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었다. 정보차원을 통해서 물질계로 넘어가기 위해선 막대한 준비가 필요한 일인 것이다.


정보차원의 깊은 곳에서 사는 존재들에게는 그렇게까지 할 만한 가치가 없다.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올라오는 것도 쉽지 않을 뿐더러, 올라오더라도 불리하기 때문에 모험을 할 이유도 굳이 없었다. 있다면 아마 호기심 정도일 것이다.

그렇다는 걸 생각하면 이 근처에는 정말 강력한 정보생명체는 없다고 봐도 될 터였다.


“어쨌든 나에게 맡기시오. 내가 그대를 어엿한 기능사로 만들어줄 테니 말이오. 이걸 정보처리기능사라고 부르면 될지도 모르겠소. 실제로 하는 일은 거의 같소.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는 일이오.

여태까지 해오던 일을 기계의 힘이 아니라 그대의 의지력만으로 해내야 한다는 점이 차이라오.”


아무튼 부츠캣이 가르치는 기술을 가지고 있느냐에 대해서는 여러모로 의문이 있긴 했지만 릭은 맡기기로 했다.

기간이 길지 않은 만큼 실전에서 써먹으려면 시아는 하루 종일 훈련을 해야 할 터였다.


실제로 그렇게까지 하는 건 불가능할 테니 큰 기대는 금물이지만, 시도할 수 있는 비장의 수를 불완전하나마 하나라도 가질 수 있다는 점은 매우 컸다.

정말로 비장의 수였다.

질리온의 드워프들도 이것만큼은 간파하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릭은 자력으로 질리온의 정보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물론 질리온의 정보는 네트워크에서 모을 수 있을 리는 없으니 릭이 할 일은 바로 정보차원에서의 탐색이었다.


우선 릭은 목표지점인 건물로 접근했다.


정보차원은 완벽하게 건물이 구축되어 있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양한 정보가 혼재되어 있었다. 과거로부터 쌓여온 지역 정보와 현재의 지역정보가 혼재되어 있기 때문에 릭은 퍼즐을 맞추듯이 정교하게 현재의 정보들을 추려 냈다.


물론 쉽지 않았다.

정확히는 귀찮은 작업이었다.


정보차원의 근해에서 자신의 영역을 구축하는 것과 같은 일이었고, 그 규모가 질리온의 공단 규모가 되면 개인이 가능한 작업이 아니었다.

적어도 인간의 영역에서는 말이다.


하지만 릭은 초인이었다.

그 스스로도 자신이 이런 일까지 가능하다는 사실이 믿을 수 없었지만 일은 척척 진행되었다. 릭은 거의 이틀 만에 공단의 지상지형을 완벽하게 구현했다.

사실상 지도를 손에 넣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물론 외부 지도의 존재는 탈출로를 상정할 때 유리하게 적용될 것이다.

릭은 이 상태에서 네트워크와 연결된 통로들 역시 확인했고, 공단 전체에 펼쳐진 질리온의 전용 네트워크 공간의 존재도 확인했다.


그 다음 할 일은 건물의 내부 지도를 작성하는 일이었다.


질리온은 꿈에서도 이 상황을 상정하지 못했을 것이다.

설마 네트워크로 침입해오는 것이 아니라, 정보차원에서부터 공략해오는 상대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을 테니 말이다.


정보차원은 드워프들에게 있어서도 미지의 영역이었다.

연구가 진행되고 있을지도 모르지만 아직은 접근하기 어려운 오지나 마찬가지인 장소인 것이다.

그것도 연구를 떠난 탐험대가 아무도 돌아오지 못했을 정도로 가혹하고 두려운 장소였다.


그런 곳이 맹점이 될 줄은 몰랐을 것이고, 당연히 방어 프로그램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I.C.E가 없다는 점부터 이미 무방비상태라는 이야기였다.


훈은 이곳에서 내부에 마음대로 침범할 수 있었다.

물론 본격적으로 내부의 정보를 빼내려면 안쪽의 보안 시스템과 씨름을 해야 했지만, 적어도 접속 자체는 자유자재였다.


우선은 겉의 정보들을 입수한다.

정보차원에서 과거의 역사들을 샅샅이 조사하면 비밀번호를 알아내는 것도 불가능하지는 않았다.


특히 다수 공유하는 비밀번호일수록 찾아내기 쉬웠다.

다수의 의식 속에 존재하는 정보일수록 정보차원에서 그 존재를 공고히 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영계의 정령들이 자신들의 속성과 연관된 감정 혹은 행위로부터 에너지를 얻어내듯이 정보차원의 존재들 역시 공고하게 확립된 인식, 믿음으로부터 존재성을 얻었다.


즉, 다양한 사람들이 공유하는 비밀일수록 정보차원에서 얻기 쉬웠고, 소수만이 알고 있는 비밀일수록 숨겨지기 쉬웠다.


어떤 의미 물질계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의 믿음과 인식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세계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세계이기 때문에 사용자의 의지력이 충분하다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

릭은 거의 찰흙으로 인형을 만들 듯이 세상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일이 가능했다.


‘순조롭군.’


정보면에서 앞서나갈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 느낄 수 있는 안심감이 존재했다.

물론 힘의 격차 그 자체는 어쩔 수 없지만, 정보를 먼저 얻음으로서 대응할 수 있는 일이 늘어나면 안전을 확보할 수 있었다.


진입로, 도주로, 암호, 방어 시스템.

이용할 수 있는 건 많을수록 좋은 법이다.


물론 이렇게 철저하게 준비한다고 해도 당일 날 대비하지 못했던 이유로 임무가 실패할 가능성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운의 영역이었다.

할 수 있는 모든 준비를 다하고, 비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었다.


운도 실력이라는 말은 이럴 때 사용되는 말이었다. 아무리 유능한 스캐빈저라도 최선의 준비를 마치고 잠입한 그날 당일 하필 길드장이 잠행해 방문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는 것이다.


길드장 정도면 국가 규모의 마법을 다룰 수 있는 초마법생물일테니 아무리 능력이 있더라도 죽었다고 복창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놈으로부터 도망치는 건 아무래도 어려운 법이었다.


“패스워드에 필요한 마력패턴과 홍채패턴, 지문패턴도 전부 입구했고, 문제는 그거군. 과연 우리가 찾아야 하는 것이 무엇인가? 거기에 대한 건가.”


어차피 다키니가 알려줄 것이다. 뭘 가져와야할지 모르면 소용없으니 말이다.

그러니 무리할 필요는 없을 것이지만, 문제는 어떻게 훔치느냐 였다.


물리적으로 저장된 다스크를 빼내서 도망가는 것도 한 방법이었다. 데이터를 복사해 가거나, 다른 장소로 전송하는 것만이 수단이 아니라는 이야기였다.

내부의 전체 지도를 손에 넣은 이상 신분만 확보되면 침입은 어렵지 않았다.


여차하면 일정 자체를 조정해서 침입을 용이하게 바꾸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물론 지나치게 혼란을 남길 생각은 없었다. 이런 일은 아는 사람이 적을수록 유리한 법이다. 시아와 자신 사이의 비전 정도로 남겨두면 유용하게 이용해 먹을 수 있을 터였다.


“좋아.”


얻을 수 있는 건 다 없었다.

릭은 정보차원을 오가면 거의 3일 정도를 이 작업에 모두 쏟아 부었다.


고작 3일을 일한 것 치고는 대단한 유용한 정보들을 손에 넣었지만, 역시 큰 일이다보니 감정적인 불안은 얼마든지 존재했다.

솔직히 말해서 변수가 너무 많았다.


예측할 수 있는 변수조차 그 수가 너무 많아서 전부 대응하는 건 불가능할 정도였다.


길드의 외부 공단을 공격한다는 건 그런 일이었다.

이곳에서 개발되고 있는 무기들이 가치를 생각하면 모자랄 것 없는 철저한 경계가 이뤄지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기 때문에 더욱 그런 생각이 드는 것이다.


‘다키니는 어떻게 할 작정이지?’


물론 내부 협력자가 있으면 어떻게든 되긴 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 있다면 내부 인원은 높은 사람이어야 했다.


다양한 곳에 손을 밀어 넣어 혼란을 줄 수 있는 이어야 했다.


‘협력자가 궁금해지는군.’


정말로 거물이 튀어나올지도 모른다.

얼굴을 볼 때가 기대가 되었다.


작가의말

쓰다가 설정을 까먹는 일이 종종 생겨서 큰일입니다.

특히 실수해서 메모하는 일을 깜빡하면. 어휴 소름.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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