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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earth 님의 서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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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aineart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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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6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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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0.23 2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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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

DUMMY

“너무 눈에 띄지 않아?”


시아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했다.

두 사람이 구해온 것은 관이었다. 성물이라는 것이 크기랑 상관없다는 건 알고 있지만, 시아는 그래도 이렇게 큰 물건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지붕의 짐을 정리해서 관을 차에 실 은 후 훈은 마법을 사용해 관으로부터 뿜어져 나오는 신기를 숨겼다.

그럼에도 완전히 숨길 수 없었다.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인 수단으로 숨길 수 있을만한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지금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처였다. 이제 할 일은 이걸 다니키에게 넘기는 것이었다.


시아는 베르톨트가 죽은 일에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항상 무사히 돌아올 수 있는 일이란 없는데다가, 베르톨트는 한 팀도 아니었다.

고용한 스캐빈저가 죽어봤자 지불할 돈을 아끼는 것뿐이었다. 그저 그 뿐인 이야기인 것이다.


“이건 당신 몫이야.”


시아는 로게인에게 바로 금액을 지불했다.


“이제부터 우리는 의뢰인과 만나러 갈 거라서 당신과 같이 갈 수는 없어. 월터에게 안부 전해 줘.”


다니키를 만나러 가는데 로게인을 데리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의뢰인이 다니키라는 사실을 로게인에게 알려줄 이유도 없었다.


어차피 비즈니스 관계인만큼 이 이상 정보를 건네줄 필요도 없었다. 돈 문제가 해결되면 헤어질 사이인 것이다.


“그러지.”


로게인은 그렇게 대답하고 돈을 받자 바로 떠났다.

깔끔한 태도였다. 일이 예상 외로 난이도가 높았기 때문에 항의 정도는 할 수 있었겠지만, 받을 수 있는 돈도 만만치 않았던 탓에 불만은 없었다.


애초에 어떤 일이건 죽을 위험은 존재했다. 게다가 릭의 실력을 보고 이해했다. 아마 그는 혼자라고 하더라도 저 아래까지 내려갈 수 있었을 것이다.

베나토르와 로게인은 짐꾼 같은 역할이었던 것이다.

아무리 우수한 스캐빈저라고해도 저런 관을 들고 지하에서부터 돌아오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을 테니 말이다.


그만한 능력이 릭에게는 존재했다.

로게인은 인정했다. 아마 죽은 베나토르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격이 다르다.

저게 진짜 마법사라면 정말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릭이 만약 로게인이나 베나토르와 비슷한 실력이었다면 세 명은 꼼짝 없이 죽었을 것이다.


하지만 릭이 돌출된 전력이었기 때문에 로게인은 살아남을 수 있었다.


베나토르도 처음부터 릭을 믿고 수비적인 전략을 취했다면 생존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내력도 경력도 없는 놈을 믿기에는 이 바닥에서 너무 굴렀던 것이다.


그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스캐빈저라면 필연적으로 가질 수밖에 없는 조심스러움이었다. 이런 조심성 없이 살아남는 건 어려운 일이었다. 어디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항상 이런 식으로 일해 왔었다.

다만 이번 일은 둘의 실력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웠던 일이었던 것뿐이었다.


그런 만큼 불만은 없었다. 여태까지 한 건 뛰고 받을 수 있었던 금액은 이번에 받은 금액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니었다.


“그럼 다음에도 필요하면 불러 주시죠.”


시아에게 명함을 건네고 로게인은 떠났다.

다시 일할 수 있게 되면 그것 나름 괜찮을 것 같았다. 릭의 실력을 확실하게 아는 이상 이번 같은 경쟁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지불이 확실하고 큰 돈을 지불하는 고용주는 드물었다.

특히 릭이 베나토르와 로게인은 방패나 소모품 취급하지 않고 최대한 구하고 도우려고 했다는 점이 포인트였다.


믿을 수 있다.

그렇게 판단한 것이다.


“어땠어?”


시아가 릭에게 물었다. 당연히 로게인이 쓸만한 실력을 가지고 있었는지 묻는 말이었다.


“둘 다 실력은 괜찮았다고 생각하는데. 빈민가에서의 이야기지만. 그 브로커. 제대로 된 사람을 붙여 줬다고 생각해.”


릭의 견해로도 로게인과 베나토르는 그리 나쁜 실력은 아니었다. 상대가 나빴다 쪽이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스캐빈저들 중에서 확실히 상위권에 드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특히 등에서 나오는 망토는 수준 높은 마법기물이었다.

저만한 기능을 갖춘 장비는 보기 드물었다. 말하자면 로게인의 비장의 수쯤 될 것이다.

베나토르의 카드에 해당하는 마법기물인 것이다.


그런 마법기물은 보통 특기와 연결되어 있기 마련이었다. 비전문 마법사인 스캐빈저는 마력을 응용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만큼 하나의 극단적으로 특화되는 경우가 많았고, 그 특화된 마법을 강화시키는 종류의 마법기물을 만들기 마련이었다.


상대가 상위 정령이었고, 전장이 상위 정령의 영역이어서 그렇지, 아니었다면 제법 활약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건 나쁘지 않은 이야기인걸. 하지만 그러면 월터에게 원망을 들을지도 모르겠네. 유용한 스캐빈저 하나를 잃은 셈이니까.”


“흠, 그럴 수도 있겠는데. 생각도 못 했어.”


릭은 그런 점에 대해서는 생각해본 적 없었다.

하지만 있을 법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브로커로 일한다는 건 결국 인맥을 이용하는 경우가 잦았다. 무기업자 뿐만 아니라 중개해주는 스캐빈저도 결국 인맥인 것이다.


특히 우수한 스캐빈저의 수는 적은 만큼 한 명이라도 잃으면 뼈아팠다. 실력 좋은 스캐빈저를 요구하는 일은 그리 많지 않지만, 중요한 일에 어설픈 놈을 보낼 수도 없었다.


브로커의 평판이 걸린 일이기 때문이었다.


“다음에는 월터를 자주 이용해줘야겠어. 소홀하게 대해서 좋을 상대는 아니니까. 감사 인사도 해야겠고.”


처음의 사교적이지 않은 모습과는 다른 반응이었다.

신기하기도 해서 물어보자 시아는 무슨 엉뚱한 질문은 하냐는 투로 핀잔을 줬다.


“비즈니스잖아. 비즈니스는 내가 하고 싶다고 하지 않고, 하고 싶다고 하는 그런 종류의 일이 아니야. 필요해서 하는 일이니까. 투정 같은 걸 부릴 수는 없지.”


우선 시아는 다니키와 연락했다.

다니키를 우리가 찾아갈 수는 없었다. 그녀를 만나는 방법은 오직 다니키에게 초대받는 방법뿐이었다. 그 외의 방법으로는 만날 수 없기 때문에 다니키가 넘겨준 회선으로 연락을 해서 부름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성물을 확보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 즉시 가겠습니다. 예. 서두르겠습니다. 그럼······.”


통화를 마친 시아가 서둘러 운전석에 올라탔다.


“데스모네 클랜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나봐. 어서 여길 뜨자.”


언제 움직여도 이상하지 않았지만 나쁘지 않은 타이밍에 움직이는 모양이었다.

베르톨트의 시체가 사라진 건 이미 확인했고, 성물이 사라졌어도 이계자체는 한동안 유지될 터였다. 일단 이쪽이 추적당할 일은 거의 없었다. 이계화의 영향으로 제대로 된 흔적은 남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쪽을 추적하기 어려울 거고, 이쪽도 소식을 들은 이상 우회해서 데스모네 클랜을 피해가는 일이 가능했다.


타이어 흔적이 남을지도 모르지만, 이 일대는 지반이 단단하기 때문에 추적할 수 있을 정도의 흔적은 남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즉, 이제 돌아가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릭은 조수석에 올라탔다. 데스모네 클랜과 마주치는 일을 피하기 위해서 시아는 멀리 돌아가는 길을 선택했다. 좀 더 조심성을 발휘한다면 밖에서 며칠 시간을 보내는 것도 해볼 만할지도 모르지만, 시아는 좋은 판단이 아니라고 했다.


일단 다니키가 그리 오래 기다려주지 않을 것이며, 외부에 있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했다. 위험한 야생 동물들이 살고 있으며, 차원폭풍이 일어날 경우 보호받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도시에 있다면 빈민가의 지하시설에서 보호를 받을 수 있지만 야외에서는 그럴 수 없었다. 그리고 야생동물들도 문제였다. 위험한 생물들은 얼마든지 존재했다. 운이 나쁘다면 돌아가기 어려워질지도 몰랐다.


마지막으로.

이 막강한 힘을 가진 성물을 어서 치워버리고 싶다는 이유였다.


신전을 통째로 이계화시키고 주변까지 이계화시켜 시공간 왜곡을 일으킬 수 있는 성물을 오래 곁에 두고 있어서 좋을 일이 없었다.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데스모네 클랜이나 다른 세력의 표적이 될 수 있는 대단한 물건이었다. 가능하면 빨리 때어두는 것이 자신을 위해서도 좋은 일인 것이다.


“확실히. 저걸 곁에 두는 건 찝찝하긴 하지.”


안에 뭐가 들었는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 신경 쓰였다. 게다가 관을 중심으로 존재하던 수많은 신도들의 흔적.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짐작이 가지 않았다.


확실한 건 공포의 정령은 이 건물 안에서 나타났다는 사실이었다.

누군가 내부에서 손을 써서 사건을 일으켰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충분히 생각해볼 수 있었다. 그리고 저 성물을 남긴 것이다.


안에 든 것이 무엇일지는 전혀 짐작이 가지 않지만, 신도들을 시체로 만든 존재가 바로 저 성물이라면 위험한 물건이 틀림없었다.


그렇게 생각하면 어서 다니키에게 보내버리고 싶었다.

다니키라면 이 성물이 아무리 위험한 것이라고 해도 어떻게든 처리할 수 있을 것이다.


상위 마법 종족들은 정말로 초월적인 힘을 가지고 있었다고, 성 안쪽에는 엄청난 마법적이 자원들이 존재했다.

괜히 이곳에 도시가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

강한 마법적 원천이 존재하기에 이곳에 마법 생물들이 모여든 것이다.


어쩌면 그 마법적인 원천이 릭을 원래 세계로 돌려줄 방법을 가지고 있는 것일지도 몰랐다.

안에 들어갈 수 없다면 다 소용없는 이야기였다.

다니키와 알게 된 이상 이 기회를 잘 살려서 도시의 안쪽으로 들어갈 기회를 만들어야 했다.


첫 시작치고는 나쁘지 않았다.

이 세계에 와서 일이 제대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강제로 폭력단에 가입하게 되었고, 그것도 모자라 클론오크와 허접한 장비로 싸우는 끔찍한 일도 당해야 했다.


하지만 그런 고생을 한 보람이 있는지 상급 마법생물은 야크샤의 일원인 다니키와 인연이 생긴 것이다.

이 인연을 적절히 사용해서 위로 올라가야만 했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능력을 증명해야 했다.

그러면 언젠가 도시 내부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가 생길 것이다.

그때가 원래 세계로 돌아갈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첫 단계를 밟는 거라고 할 수 있었다.


다니키가 약속한 장소는 이번에도 폐허였다.

하지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몇 번 본 다니키의 방이었다. 유령악사들이 악시를 연주하고, 역사들의 석상이 사방에 자리 잡았으며 중앙에는 인공 연못이 있는 커다란 방말이다.


“가져오도록 해라.”


훈이 열심히 끌고 온 관을 모퉁이 석상들이 움직여 다니키 앞으로 들고 갔다.

다니키는 물건을 확인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각자 계좌에 약속한 금액을 보내겠노라. 정말로 잘해 줬어. 솔직히 놀랐을 정도야. 내 예상보다 훨씬 빨랐으니 칭찬하지 않을 수 없군. 나의 믿음 이상으로 잘해 줬구나.”


다니키가 칭찬했다.


“데스모네 녀석들에게 넘어가기에는 아까운 것이지.”


혼자 만족하는 다니키를 향해 시아도 릭도 성물이 무엇인지, 이 의뢰가 무슨 의미지인지 물어보거나 하지 않았다.

물어볼 필요도 없고 이유도 없었다.

유일한 이유는 호기심이었지만, 호기심이 많은 스캐빈저를 좋아하는 고용주는 없는 법이었다.


바우츠를 받을 수 있으면 그걸로 충분했다. 빈민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이었다.

권력뿐만이 아니라 사랑과 우정 그리고 명예까지. 빈민가에서 살 수 없는 건 존재하지 않았다. 돈을 쥔 자가 상전이 세계인 것이다.


물론 너무 극단적인 생각이긴 했지만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돈만 있다면 성 안쪽의 물건도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성 안에 사는 자들이라고해서 딱히 돈과 거리가 먼 자들만이 살고 있는 게 아니었다.


오히려 더욱 돈에 얽매여 있었다.

자본이 있어야 다른 클랜이나 길드들과 싸워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또 보자꾸나. 시아. 그리고 릭. 다시 함께 일했으면 좋겠군.”


다니키가 보내는 최고의 찬사였다.

돌아오는 길에 시아가 안도의 숨을 내뱉었다. 그녀는 혹시 처리 당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큰 금액이 얽혀 있는 만큼 그런 종류의 배신은 언제든지 있을만한 일이긴 했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돈으로 살 수 없는 건 없는 세상이었다. 당연히 돈을 위해서 타인을 배반하는 일 정도는 태연하게 벌어지는 세상이기도 했다.


누구도 예외는 없었다.

성자조차도 이 세계에서는 돈을 위해 사람들을 희생시킬 것이다.

사람의 마음을 구하기에는 너무나 강력하고 사악한 존재가 많았다.

당장 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는 마법 종족들부터가 선함과는 거리가 먼 존재들이었다.


“들어가서 씻고 싶어.”


시아는 한숨을 쉬었다.

시아도 처리해야할 과제들이 많았다. 일단 외골격강화복에 익숙해지는 것이 최우선이었다.

이번 같이 낙오하는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말이다.


그래도 일단 한시름 놓았다고 할 수 있었다.


작가의말

피곤해애애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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