퀵바

종주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피지컬 괴물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종주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5.12 10:25
최근연재일 :
2021.06.25 22:41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4,157
추천수 :
495
글자수 :
130,231

작성
21.06.25 22:41
조회
155
추천
5
글자
13쪽

카포타르(2)

DUMMY

24화



“키키킥.”


사람의 입에서 나왔다고는 믿기지 않을 만큼 기괴한 소음이었다.


소음의 주인은 그저 조금 특이해 보이는 아카데미 생도였다.

관리되지 않은 듯 지저분한 금발의 머리와 전체적으로 수려한 외모.

그는 바로 테오 로드메인이었다.


“역시 인간은 맛있어.”


음미하기라도 하는 듯 잠깐 입맛을 다시던 테오는 이내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런 그의 앞에는 미라처럼 바짝 말라붙은 시신 한 구가 볼썽사납게 널브러져 있었다.


언제나 느끼는 것이었지만 인간의 탁한 체액은 숲에서 먹었던 동물들과는 비교가 불가능할 정도로 풍미가 있었다.


잠시 자신이 만든 참상을 감상하던 테오는 이내 시신의 머리 위로 발을 올렸다.

파삭.

슬쩍 힘을 주자 잿가루를 날리며 그대로 바스러진다.


“그런데 이젠 슬슬 질린단 말이야.”


제아무리 맛있는 음식이라도 매번 먹으면 질릴 수밖에 없는 법.

그에건 이 잿더미가 된 인간이 딱 그짝이었다.


아무 능력도 없는 평범한 인간.


막상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건 사실이었지만 마음 한구석에 남아있는 약간의 아쉬움을 채울 수는 없었다.


그리고 그는 이 공허함을 채울 방법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강한 인간이 필요해.’


더욱 단련된, 양질의 마나를 품고 있는 인간이 필요했다.

허나 그런 인간을 구하는 건 그리 쉬운 일이 아니었다.


얼마 전 그가 벌인 일 때문에 레인벨 내부의 경비가 한층 강화되었기 때문이었다.


“조용히 처리 해야 했던 건데. 쩝.”


사실 마음만 먹는다면 흔적도 없이 처리하는 건 일도 아니었다. 지금처럼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면 될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그때는 아직 몸을 통제하는 데 익숙하지 않은 상태였다. 그래서 육체에 남아있는 감정에 휩쓸려 일을 벌여버렸다.


그리고 이 감정의 잔재들은 아직도 남아 그를 귀찮게 만들고 있었다.


“그 새끼.”


-너지?

-도서관에서 사람 죽인 거 네놈 짓이냐고.


태연한 낯짝으로 속삭이던 그놈의 얼굴을 마주한 순간 절로 살심이 치솟았다. 육체에 잔존하던 감정들이 머리를 장악했던 것이다.

그래서 놈에게 홧김에 「정신지배」를 사용하고야 말았다. 충동적인 행동이었다.


“아아. 짜증 나.”


형편없는 육신이었지만 심장에 똘똘 뭉쳐있던 증오의 덩어리가 마음에 들어 이 몸을 택했다.

하지만 그건 잘못된 선택이었다. 사사건건 자신을 방해할 줄 누가 알았겠는가.


“짜증 난다고.”


아무리 생각해도 안 되겠다.

그놈을 찢어 죽이고 피를 마셔야만 이 찝찝함이 사라질 것만 같았다.


테오.

아니, 한때 테오였던 그는 골목의 그림자속으로 걸어들어가기 시작했다.



*



제국 남부의 위치한 대도시 카포타르.


그곳의 워프 게이트에서 수십 명의 인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바로 동아리 헤르비크의 부원들이었다.


보통 개개인 별로 의뢰를 수행하는 헤르비크의 특성상 이처럼 단체로 모이는 경우는 극히 드문 일이었다.


“이런 의뢰는 또 처음이네.”


벌써 헤르비크의 몸을 담은 지 2년이 되어가는 델라였지만 이런 식의 의뢰는 처음이었다.


헤르비크의 전 부원들 대상으로 한 의뢰라니!


보통 이 정도의 규모의 의뢰는 길드 선에서 처리하는 것이 정상이다.

하지만 이 의뢰를 이관한 ‘마수학회’가 한창 내부 문제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는 것이 원인이었다.

실제로 학회가 담당해오던 여러 업무가 전국에 다른 길드에 넘어갔다는 소문이 도는 상황이었으니 말이다.


“델라! 회장은 안 온 거야?”


그때 인원을 점검하고 있었던 세실리에가 델라를 향해 묻는다.


“응. 바쁜 모양이던데?”

“하여간 이럴 때만 빼기는.”

“너무 그러지 마. 회장도 나름대로 고충이 있다고.”


회장은 아직 생도의 신분임에도 불구하고 이미 길드에 가입해 활동하고 있었다.

학업, 동아리, 길드 이 세 가지를 병행을 하다 보니 몸이 두 개여도 부족할 지경일 터.


듣기로는 망자의 땅에 불려갔다고 전해 들었는데 이러다 시체로 돌아오는 게 아닐까 하는 걱정이 든다.

며칠째 연락도 없는 게 불안하단 말이지.


“그나저나 델라. 그 소문 사실이야?”

“소문? 뭔 소문 말이야?”

“너 1학년 생도한테 발렸다며?”


순간 델라의 얼굴이 팍 일그러진다.


“야! 발렸다니!”


그 적나라한 표현에도 델라는 변명을 내뱉지도 못하고 입을 꾹 다물 수밖에 없었다.

실제로 그녀가 1학년 생도에게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진 것은 사실이었으니.


“크큭. 정말인가 보네?”

“씨···. 기다려 내가 꼭 복수할 거니까.”


고작 대련 한 번 덕분에 체면이 말이 아니었다. 그녀는 최대한 빨리 이 오명을 씻어 내리라 결심했다.

하지만 세실리에는 그때까지 기다려줄 생각이 없는 듯 했다.


“어머 어머! 설마 그 ‘폭렬의 델라’가 처참하게 발려버릴 줄이야! 기다려 이 언니가 복수해 줄게.”

“뭐? 어디가!”


델라는 멍한 표정으로 총총 멀어지는 세실리에를 바라볼 뿐이었다.



*



“안녕?”


깜짝이야.

난 내 앞으로 불쑥 고개를 들이민 여성을 바라보았다.

기척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는 게 상당한 실력자다. 교수님들을 제외하고선 이 정도로 가벼운 몸놀림은 처음 본다.


“안녕하십니까.”

“오! 역시 눈치챘었나 보네? 놀라지 않는 걸 보면.”


아니다. 분명 놀라긴 했다. 야수의 심장 덕분에 티가 나질 않았을 뿐이었다.


난 눈앞에서 헤실헤실 웃고 있는 이 여성의 정체를 한눈에 알아봤다.


어깨까지 오는 흰색 머리와 흰색 눈썹. 피부도 정말 새하얘서 그녀 주위만 밝은 톤이 된 듯한 느낌을 준다.

그 와중에 눈동자만큼은 유독 검었는데 마치 눈 속에 파묻힌 채 눈동자만이 또르르 굴러다니는 것만 같았다.


솜털의 세실리에.

헤르비크에 존재하는 몇 없는 네임드 중 한 명이었기에 기억하고 있었다.


특히 몸을 솜털처럼 가볍게 만들어 상대의 공격을 피해 없이 흘리는 독특한 전투방식으로 유명했는데, 여타게임에서 자주 언급되는 ‘회피탱’의 정석이라 볼 수 있는 캐릭터였다.


“제게 무슨 볼일이라도···?”

“실은 우리 부회장을 이겼다는 1학년이 대체 어떤 녀석인지 궁금해서 말이야.”


그녀가 마치 품평이라도 하듯 나를 쓱 훑는다.


“으음···. 만만해 보이면 한판 붙어 볼까 했는데 말이지. 포기! 자신 없어졌어. 칫, 간만에 우리 델라의 코를 납작하게 해줄 수 있었는데!”


민망한 듯 잠시 볼을 긁적이던 그녀는 이내 몸을 돌렸다.


“다음에 보자.”


걸을 때마다 몸이 통통 튐에도 발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게 인상적이었다.


“아휀! 우리는 3조래!”


그녀와 잠깐 대화를 나누는 동안, 조 배정을 받으러 갔던 루나가 돌아왔다.


한 번에 이 많은 인원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보니 불가피하게 여러 조로 나눌 수밖에 없었다.


나와 호엔, 루나 모두가 3조. 아무래도 셋뿐인 1학년이다 보니 같은 조로 배정한 모양이었다.


그렇게 3조의 위치로 이동하자 익숙한 얼굴들이 눈에 들어왔다.


“뭐야? 니들이야?”

“반갑습니다.”


곳곳에 흉터가 가득한 상체를 노출한 채 사나운 눈빛을 하고 있는 사내와 그 옆에서 묵묵히 서 있는 거대한 덩치의 사내.


길버트와 로쉬였다.


“오랜만입니다. 선배님들.”


서로 인사를 나눈 이후 분위기는 급격히 어색해졌다. 한번 만났다 뿐이지 그리 살가운 관계는 아니었으니 말이다.


커험, 커험,

길버트는 이 어색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 연신 헛기침을 해댔다.


그때 마침 델라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자! 주목!”


중앙에서 델라가 큰소리로 생도들을 주목시킨다.


“이번에도 역시 우리 회장님은 바쁘다네. 그래서 내가 전체적으로 지시를 맡게 됐어.”

“와아아!”

“누님 날 가져!”

“휘익!”


델라의 말에 부원들이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환호성을 내지른다.


“아 좀 닥쳐! 설명 좀 하게.”


결국 참다못한 델라가 버럭 소리를 내지르고야 말았다.


“후···. 우리가 오늘 이곳에 모인 이유는 마수학회에서 헤르비크에 의뢰를 이관했기 때문이야. 우리까지 순번이 온 걸 보면 다른 길드들이 다들 바빴나 봐.”


그녀의 말에 다들 놀란 듯한 기색을 내비쳤다.


마수학회라면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기관이다. 학회에서 매년 발행하는 마수 도감은 전 대륙에 있는 마수 사냥꾼들의 지침서나 다름없었다.


워낙 규모가 있는 기관인 만큼 산하에 거느리고 있는 길드들도 제법 많았다. 그들을 전부 건너뛰고 헤르비크까지 의뢰가 전달되는 건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정말 이례적인 일이라 나도 신기하네. 여튼. 총무님께서 이번 의뢰를 받기로 했고 아카데미 측에도 허락을 받았어. 그래서 우리는 짧으면 하루 이틀, 길어지면 대략 일주일 정도 카포타르에 머물게 될 거야.”

“네? 그럼 수업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아마 수업을 들을 정신이 없을걸? 수업을 빠진다 해도 불이익은 전혀 없으니 그건 알아서 판단하면 될 거야.”


여러모로 충격적인 내용이었다. 수업조차 빠져가며 헤르비크의 대부분 인원이 매달려야만 하는 대형 의뢰라니.


‘뭐였지?’


이 정도로 특이한 사건이라면 내가 모를 리가 없건만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봐도 딱히 생각나는 것은 없었다.

그래서 추측하건대 1학년인 상태에서 헤르비크에 가입한 상태에서만 발생하는 이벤트인 모양이었다.


“일단 자세한 내용은 저녁에 전달해줄게. 혹시 밤을 새울지도 모르니까 다들 먼저 숙소에서 쉬고 있어. 숙소는 세실리에가 안내해 줄 거야.”



*



마수학회 본관에 위치한 연합회의실 앞.


롱퐁의 문 앞에 서서 살짝 옷매무새를 가다듬고선 회의실을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롱퐁 교수!”

“간만에 보는군. 그동안 어찌 지냈는가?”


입구에 근처에 있던 사람들이 롱퐁을 보고 말을 건네왔지만, 그들은 이내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

오늘따라 롱퐁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었다.


“지금 롱퐁 교수가 화를 내는 것 같은데 내 착각이오?”

“나도 그렇게 느끼고 있소. 대체 무슨 일이길래···.”


사람들의 걱정스러운 반응에도 롱퐁은 살벌한 기운을 뿜으며 성큼성큼 회의장을 가로질렀다.

그의 시선은 회의장의 중앙, 흰 수염을 가슴팍까지 멋들어지게 기른 노인에게 고정되어 있었다.


“오오! 롱퐁 교수. 환영하네.”


하지만 노인은 그런 롱퐁의 모습에도 그저 환하게 웃으며 그를 반갑게 맞이할 뿐이었다.

어느새 노인의 앞에 선 롱퐁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환영? 허!”


기가 찬다는 듯 롱퐁이 헛웃음을 내뱉는다.


“환영한다?”

“진정하게.”

“진정이요? 제가 진정하게 생겼습니까! 아실만한 분이!”

“대체 왜 그러는지는 몰라도 화를 좀 가라앉히는 게 어떤가.”


으득.

노인의 뻔뻔스러운 표정에 롱퐁의 얼굴이 일그러진다.


“지금 저랑 싸우자는 겁니까?”


파바밧!

결국 열이 머리끝까지 치솟은 롱퐁이 마력을 끌어올리자 망토에 붙어있던 깃털들이 일제히 곤두섰다.


당장이라도 마법을 발현할 듯한 롱퐁의 모습에 근처에 앉아있던 원로들이 다가와 그를 뜯어말리기 시작한다.


“어허! 진정하시게 롱퐁 교수!”

“아니 자네 대체 왜 그러는가.”


결국 롱퐁은 마력을 거두어들일 수밖에 없었다. 명분을 세울 수 없는 싸움은 바보짓에 불과할 뿐이라는 걸 그도 잘 알고 있었으니까.

그런 부분에서 저 노인은 지독하게도 치밀한 인간이었다.


“자네는 너무 성급해. 그리고 충동적이지.”


롱퐁이 눈앞에서 마력을 일으키며 난리를 치는 와중에도 노인은 눈 하나 꿈적하지 않았다.

마치 네가 뭘 하든 아무 상관 없다고 말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유나 들어봅시다. 대체 왜 그러신 겁니까?”


롱퐁이 노인을 당장 씹어먹을 듯 노려보며 겨우 한마디를 내뱉는다.

하지만 노인은 롱퐁의 물음에 답할 생각은 전혀 없어 보였다.


“자네의 그 불같은 성정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것 같네. 아무리 가면을 뒤집어 쓴다 한들 인간의 본질을 바꿀 수는 없는 노릇이지.”

“그 엿 같은 소리야말로 한치도 바뀌질 않는군요. 십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단건 좋은게야. 사람이 변했단 건 죽을 날이 머지않았다는 얘기니 말일세.”


진절머리가 날 정도로 짜증 나는 화법이다. 그제야 롱퐁은 그와 말을 섞는 것이 더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걸 깨달을 수가 있었다.

대화도 말이 통하는 사람끼리 했을 때나 대화이지 지금 하는 건 그저 말장난에 불과했으니까.


“후회하실 겁니다.”

“후회는 인간의 숙명이지. 나는 두렵지 않다네.”

“흥!”


결국 롱퐁은 빈손으로 회의장을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아예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수십 년간 몸을 담아왔던 이 지긋지긋한 곳을 드디어 빠져나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이 작품은 어때요?

< >

Comment ' 0


댓글쓰기
0 / 3000
회원가입

아카데미의 피지컬 괴물이 되었다 연재란
제목날짜 조회 추천 글자수
공지 연중공지입니다 +1 21.07.26 96 0 -
공지 제목변경 21.05.18 392 0 -
» 카포타르(2) 21.06.25 156 5 13쪽
24 카포타르(1) +1 21.06.23 197 7 11쪽
23 변화(4) 21.06.16 244 8 11쪽
22 변화(3) 21.06.15 261 7 10쪽
21 변화(2) +1 21.06.11 276 9 12쪽
20 변화(1) +1 21.06.08 281 10 12쪽
19 헤르비크(3) 21.06.05 349 12 11쪽
18 헤르비크(2) +3 21.06.02 362 16 12쪽
17 헤르비크(1) +1 21.05.31 383 13 11쪽
16 테오 로드메인(2) +3 21.05.29 446 14 11쪽
15 테오 로드메인(1) 21.05.28 450 14 11쪽
14 마수학 실습(4) +1 21.05.25 498 21 14쪽
13 마수학 실습(3) +1 21.05.22 565 25 13쪽
12 마수학 실습(2) +1 21.05.20 607 28 13쪽
11 마수학 실습(1) +1 21.05.18 634 27 13쪽
10 수업(3) +1 21.05.17 642 27 14쪽
9 수업(2) +1 21.05.16 663 24 14쪽
8 수업(1) +1 21.05.15 674 32 14쪽
7 입학(3) +2 21.05.14 706 25 11쪽
6 입학(2) 21.05.13 735 25 11쪽
5 입학(1) 21.05.12 758 29 12쪽
4 레인벨 아카데미(3) 21.05.12 861 25 13쪽
3 레인벨 아카데미(2) +3 21.05.12 1,024 29 11쪽
2 레인벨 아카데미(1) +2 21.05.12 1,115 33 11쪽
1 프롤로그 +2 21.05.12 1,268 30 2쪽

구독자 통계

신고 사유를 선택하세요.
장난 또는 허위 신고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으며,
작품 신고의 경우 저작권자에게 익명으로 신고 내용이
전달될 수 있습니다.

신고
비밀번호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