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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 님의 서재입니다.

아카데미의 피지컬 괴물이 되었다

웹소설 > 일반연재 > 판타지, 퓨전

종주 아카데미 작가
작품등록일 :
2021.05.12 10:25
최근연재일 :
2021.06.25 22:41
연재수 :
25 회
조회수 :
14,165
추천수 :
495
글자수 :
130,231

작성
21.06.15 2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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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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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쪽

변화(3)

DUMMY

슬아생에 존재하는 마법의 종류는 굉장히 다양하다. 가장 기초가 되는 원소마법부터 연금술, 무속성 마법 등 뭐가 이렇게 복잡하지 싶을 정도로 많은 계파가 존재했다.


그리고 이러한 마법 중에선 그 위험도가 너무 높아 익히거나 사용하는 게 불가능한 마법들도 존재한다. 「정신지배」 같은 경우가 대표적인 예였다.


「정신지배」 말고도 정신 마법에는 이 같은 금지 마법들이 다수 분포되어있었는데 그만큼 마법 하나하나가 파멸적인 위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었다.


이러한 특징 덕에 정신 마법을 배우기 위해선 까다로운 자격요건을 통과해야만 했고, 통과했다고 하더라도 마법을 배우고 사용하는 데 있어 상당히 많은 제약이 뒤따랐다.


그래서 대부분 정신계열의 마법사들은 엘리트 의식에 찌들어 있는 경우가 많았다.

무조건 제 생각이 옳다 믿고, 다른 사람들의 의견이나 처지는 고려하지 않는 것이었다.


그리고 페리오트 역시 전형적인 정신계열의 마법사였다.


“내가 저놈에게 자백 마법을 걸어보겠소! 네 녀석도 떳떳하면 받아들이거라!”


당장이라도 마법을 사용할 듯한 기색으로 성큼 내 앞으로 다가온다.


“페리오트 교수! 거기까지 하시지요!”

“고작 심증으로 그런 위험한 마법을 생도에게 사용하겠다니! 용납할 수 없소!”

“동의하오! 그건 범죄자한테나 사용하는 방식이오!”


거침없는 페리오트의 태도와는 달리 다른 교수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정신 마법의 무서움 중 하나는 시전자가 조금이라도 실수한다면 대상을 백치로 만들 만큼 강력한 부작용이 뒤따라온다는 것이다.

때문에 범죄자를 심문하는 것이 아니라면 사람에게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었다.


“쯧. 쓸데없는 걱정을. 나를 그런 허접한 놈들과 같은 선상에 두는 게요?”


그들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고 있었음에도 페리오트는 여전히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재수 없긴 하지만 근거 없는 자신감은 아니었다. 어찌 됐건 그 역시 아카데미의 교수직을 맡을 만큼 실력 있는 마법사인 것은 사실이니까.


“다들 거기서 두 눈 똑바로 뜨고 지켜보고 계시오. 내 말이 틀리지 않다는 걸 곧 알게 될 테니까.”


미처 누군가 말릴 새도 없이, 페리오트가 손을 뻗었다. 손끝에서 뿜어진 기하학적인 문양이 허공을 수놓는다. 마법을 발동한 것이었다.


“페리오트 교수!”


교수들의 경악 섞인 목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페리도트의 입술이 달싹이며 마법을 완성시킨다.


[특성 「야수의 심장」의 효과로 「진실의 입」에 저항하였습니다.]


그러나 내겐 아무런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야수의 심장」이 완벽하게 정신 마법을 방어한 까닭이었다.


기본적으로 정신 마법은 상대방의 심리적인 허점을 이용해 펼치는 마법이다.

반면 「야수의 심장」은 그런 허점들을 완벽히 보완하는 특성. 정신 마법의 전제조건 자체를 무마시키는 특성이라는 말이었다.


“뭐, 뭐?”


갑자기 마법이 흔적도 없이 소멸해 버리자 페리오트가 믿기지 않는단 눈으로 날 쳐다본다.


“네놈! 아티팩트를 숨기고 있었구나!”


그렇게라도 자기 합리화를 하고 싶었던 모양이었지만 나 역시 잠자코 있을 생각은 없었다.


“숨긴 적 없습니다.”


난 결백하다는 듯 두 팔을 벌리며 그를 쳐다보았다.

받은 장학금도 바닥을 보이는 마당에 아티팩트는 무슨 아티팩트란 말인가.


내 태연한 반응에 페리오트의 얼굴이 더욱 처참히 구겨졌다.


정신 마법에 실패한 것은 마법사로서 지독한 불명예일 터. 아마 자존심이 꽤 상했을 거다.


“흥! 그렇다면 이것도 막을 수 있는지 보자!”


페리오트가 다시 한번 마법을 발동시킨다. 기왕 이렇게 된 김에 막 나가기로 작정한 모양이었다.


좀전의 마법과 비교할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은 마법진들이 회의실 내부를 뒤덮는다.


“저, 저 미친 작자가!”

“이보게 페리오트 교수! 당장 멈추시게!”


파아아아!

교수직은 괜히 얻은 것이 아닌 듯 엄청난 양의 마력이었다.


그때, 묵묵히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유그리드의 입이 열렸다.


“그만 하세요.”


뚝.

그의 말 한마디에 회의실 내부를 휘젓고 있던 마력이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어?”


얼빠진 사람처럼 중얼거리는 페리오트.

그 역시 실력 있는 마법사인 것은 맞지만 유그리드의 앞에선 한낱 애송이에 불과했다.


“과연!”

“역시!”


페리오트를 단번에 제압한 교장의 실력행사에 상황을 지켜보던 교수진들이 일제히 탄성을 내질렀다.


그 와중에도 유그리드는 지긋이 페리오트를 바라보고 있을 따름이었다.


“페리오트 교수님. 아휀 생도에겐 어떠한 아티팩트의 흔적도 느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보다···.”


유그리드의 시선이 날카롭게 변한다. 페리오트는 감히 대들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눈을 피하고야 말았다.


“「정신착란」을 사용하려 하셨군요. 그것도 본인이 가르치는 생도에게 말이죠.”

“···죄송합니다.”

“제게 죄송하게 뭐가 있겠습니까. 사과는 저 생도에게 해야 하지 않을까요.”


교장에 말에 그가 내키지 않는다는 듯한 표정으로 내게 입을 열었다.


“험험. 내가 좀 과했던 것 같다. 알다시피 중요문제가 아니더냐? 이해하거라.”


그니까 지금 저거 사과라고 하는 거 맞지?

너무 어이가 없으면 말도 안 나온다는데 내가 지금 딱 그 상황이다.


「정신착란」은 대상자의 정신을 헤집어 놓는, 굉장히 위험한 마법이다. 그렇다고 금지마법에 들어갈 정도까지는 아니었지만 함부로 사용할 만한 마법은 아니다.


그런데 뭐? 이해하라고?


똥 씹은 듯한 내 표정을 봤는지 유그리드가 슬며시 물어온다.


“아휀 생도. 페리오트 교수를 용서해 주겠습니까? 그렇다면 이 사건은 조용히 넘어가겠습니다.”

“네? 아뇨. 제가 왜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요. 페리오트 교수. 이 사안은 정식으로 징계위원회에 회부하도록 하겠습니다.”


유그리드의 말에 페리오트가 사색이 된다.


레인벨 아카데미에선 유그리드의 뜻이 곧 법이다.

그가 직접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게 된다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최고형량이 주어질 터다. 운이 나쁘다면 교수직을 박탈당할지도 몰랐다.


그도 그걸 알고 있는지 나와 교장을 번갈아 보며 사정한다.


“유그리드님!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이봐 너 뭐해? 어서 괜찮다고 말지 않고!”


응 안돼. 돌아가.

당연히 그의 사과를 받아줄 마음은 조금도 없었다.



*



그날 이후로 시간이 제법 흘렀음에도 아카데미 내부는 아직도 어수선했다.

교수들은 하나같이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고 외부인들이 아카데미 부지를 돌아다니는 모습도 종종 목격되었다.


나 역시 그동안 수업과 헤르비크의 임무를 병행하며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라 했던가. 어느새 이 고된 일과가 몸에 익은 듯한 기분이었다.


그 와중에서도 난 테오의 동태를 살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분명 뭔갈 숨기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아무래도 시나리오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인물이다 보니 각별히 신경을 써줘야 했다.


녀석은 겉보기엔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다만 한 가지 차이점이 있다면 전과 달리 눈빛에서 여유로움이 느껴졌다는 점이랄까.


‘흠···’


사실 마음속으로는 테오가 살인사건의 범인이라는 것은 이미 확정지은 상태였다.


그러다 보니 내가 알고 있는 내용에 뭔가 오류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가령 녀석의 마수화가 이미 진행이 완료된 상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 말이다.


가장 신빙성 높은 가설이긴 했지만, 한가지 의아한 점이 존재하긴 했다.


‘마기를 대체 무슨 수로 숨기고 있는 거지?’


마기란 것은 마수라는 존재에 대한 낙인이나 다름없다. 숨기려 한다고 숨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녀석이 마수화가 진행된 것이 확실하다면 마기의 흔적이 남아야만 했다.

만약 그랬다면 진작에 잡히고 남았을 터. 하지만 아직도 멀쩡히 돌아다니는 걸로 봐선 뭔가 방법이 있는 모양이었다.


‘한번 자극해 봐야겠는데.’


녀석이 좀처럼 움직일 생각을 하지 않으니 내가 직접 반응을 떠볼 생각이었다.


마침 기초 연공법 수업이 끝난 상황.

난 막 교실을 나가려던 테오의 어깨를 붙잡았다. 그러자 이미 알고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뒤를 돌아본다.


“뭐지?”


이것만 봐도 벌써 수상하다.


난 속삭이듯한 목소리를 녀석에게 물었다.


“너지?”

“무슨소리냐?”

“도서관에서 사람 죽인거 네놈 짓이냐고.”


말을 들은 녀석의 눈동자가 또르르 굴러간다. 마치 주위에 사람이 몇이나 있는지 확인하려는 것처럼.

하지만 어림도 없다. 아직 교실엔 교수님도 남아계시니 말이다.


‘머리 굴리는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네.’


눈에 띄게 동요하는 테오의 반응에 난 피식 웃을 수밖에 없었다. 멍청한 건지 연기를 못하는 건지.


녀석은 잠깐 고민하는 듯하더니 이내 결심이 선 듯 나를 똑바로 바라본다.


쏴아!

순간 녀석으로부터 쏘아지는 기묘한 기운.


[특성 「야수의 심장」의 효과로 「정신지배」에 저항하였습니다.]



“너···.”


타앗.

녀석이 황급히 내 손을 떨쳐낸다.


“개소리 하지 말고 꺼져.”


그리고는 순식간에 복도를 달려 나가기 시작한다.

굳이 뒤따라가진 않았다. 녀석이 함정으로 유인하려는 것일 수도 있으니 무리할 필요는 없었다.


그건 그렇고 저 녀석.


“나보고 꺼지라면서 왜 자기가 가는 거야.”


어이없는 심정으로 멀어지는 놈의 뒷모습을 쳐다보았다.


[당신은 숨겨진 이야기에 대한 단서를 얻었습니다.]

[어쩌면 그것은 당신이 이곳에 오게 된 이유와 관련되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제한 시간 내에 당신의 힘으로 ‘테오 로드메인(가명)’을 처치하십시오.]

[주의! 그는 당신의 생각보다 훨씬 강력할지도 모릅니다.]

[제한 시간 60일]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와 함께 말이다.


이 작품은 어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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